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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든가 죽는다든가 아버지든가 - 일본 TV도쿄 2021년 방영 12부작 드라마
제인 수 지음, 이은정 옮김 / 미래타임즈 / 2022년 5월
평점 :
가족을 다룬 책은 대중적이다. 그래서 장단점이 뚜렷한데, 가족 중에서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에세이는 사실 많지 않은 편이라 궁금했다. 책을 고르고, 받아보고 읽는 순간 내내, 그리고 읽은 뒤 서평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묵직한 무게감이 있는 단어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오가지만 나에게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다. 내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이 있었는데, 어렸을 땐 크고 넓은 산처럼 보였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지금은 유난히 작고 쓸쓸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 생각하고 말았는데, 언젠가 그런 순간이 왔었던 적이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왜 그렇게 슬프던지, 이제는 내가 보호해 줘야 할 사람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났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가 세상에서 작아지고 언젠가 떠날 날이 두렵다. 그래서 나에게 아버지는 두려움이다.
저자는 2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직접 듣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은 것을 계기로, 오랜 세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아버지에 대해 쓰려고 결정했다고 한다. 어려울 것 같았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머니와의 추억을 공동기반으로 서서히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2021년 일본 TV 도쿄에서 12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된 리얼 스토리임을 감안한다면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저자는 해냈다. 아버지이든 어머니이든 부모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데 있어 노력을 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달았다. 나와는 환경이 다른, 타인의 이야기지만 나도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아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