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메이트 - 영혼의 치유자, 반려견과 함께한 나날들
하세 세이슈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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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반려견 콩이를 키우는 반려인의 입장에서 이런 소설류는 어쩔 수 없이 조금은 뻔한 신파극의 느낌을 배제하기 어렵다. 게다가 아예 제목이 '소울메이트'라니. 전면에는 '영혼의 치유자'라는 문구가, 후면에는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7마리 반려견 이야기'라는 문구가 대놓고 '울어라!'며 책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신파라는 것의 목적이 결국은 눈물을 통한 갈등의 해소이고, 결국 눈물로써 느끼는 마음의 해방감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무조건 단점이라고 할 수도 없거니와 그렇게 비하하듯 이야기하면서도 찾아보게 되는 것은 결국 인간 내면의 정화라는 측면에서 좋은 면도 있다고 하겠다.

아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억지스럽지만 독자가 억지스럽게 느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7마리의 에피소드

줄거리의 요약이 필요 없을 정도로 책 후면에 모든 에피소드에 대한 핵심 문장이 적혀있다. 굳이 다시 재압축해보자면 이렇다.

가족을 잃은 남자의 마지막 안식처 치와와 루비. 새아빠와 아이의 메신저 보르조이 레일라. 쓰나미로 잃은 어머니의 유산 시바견 후타. 학대받은 유기견 웰시 코기 루크. 개 공포증 극복 저먼 세퍼드 메구. 이혼 후 아들을 잠시나마 이어준 잭 러셀 테리어 인디. 이혼을 앞둔 부부를 되돌린 버니즈 마운틴 카타.

이 일곱 가지의 모든 에피소드를 한 문장으로 바꾸라고 한다면, 난 이렇게 적겠다.

'인간보다 나은, 인간을 낫게 하는 반려견들'

불쾌한 신파

일단, 내가 반려견을 키워서일까. 상당히 공감하게 되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반려인들, 특히나 무지개다리를 건네 보낸 경험이 있는 반려인이라면 열에 아홉은 눈물을 쏟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거나 기른 경험이 있더라도 유기한 인간이라면 애초에 공감이 불가할 내용이긴 하다.

나 역시 우연하게도 얼마 전, 콩이가 밤사이 믹스커피를 뜯어먹는 바람에 크게 맘고생을 했던 터라 상당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카타의 에피소드에서 별장을 빌려준 친구의 편지가 가슴 찡하게 다가왔다.

'쭉 같이 있어줘. 녀석들의 일생은 어이없을 만큼 짧으니까 말이야. 어쨌든 카타는 세상을 떠날 거야. 그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건 다 해 줘.'

학대하고 유기한 인간에겐 분노를, 애초에 바람을 피운 결과로 혼자 남은 인간에게마저 안식을 주는 루비의 모습에서 경이로움을, 사고로 죽은 주인을 매개로 경계를 푸는 후타에게서 마음 따뜻함을 느꼈다.

하지만 결국 반려견을 주제로 신파를 만들기 위해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 어긋나 있거나 흠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결국은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반려견들의 죽음으로 마무리되었다.

분명, 읽는 동안 공감하며 찡했던 마음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불쾌함으로 가득 차 버렸다. 왜인지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봤다. 결국 답은, '신파'였다.

마지막에 불쾌할 수밖에 없는 것은, 모든 반려인이 무의식 중에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반려견의 죽음을, 반려견과의 이별을 소재로 삼아 억지 울음을 유도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결국은 반려인들의 반려견에 대한 그 순수한 애정과 사랑을 이용한 상술이 아닌가라는 느낌. 그리고 결국 그 상술에 놀아났음에도 앞으로 콩이와의 이별을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 슬픔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반려인이라면 한 번쯤 읽을만하다. 다른 무엇보다 반려견의 삶은 우리의 삶에 비해 매우 짧고, 이미 예정된 이별을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일지와 반려견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길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었기 때문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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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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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크릿우먼 헤어워 창립 20주년 기념 작품인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이다. 헤어웨어에 대해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폭넓게 다룬 책을 읽기 전에 헤어웨어의 뜻은 (Hair Wear) '머리카락을 입다'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단어인데, 21세기 초 씨크릿우먼이라는 기업이 최초로 사용했다. 조선시대의 패션이었던 가체의 의미를 계승하여 아름다움을 연출하기 위해 입는다는 조금 더 고급진 의미를 가진다. 남자는 머릿 빨이라는 말이 떠오르는데, 헤어스타일에 따라 인상이 달라 보이고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기도 하고 머리카락에 대한 역사 또한 고대에서 중세를 지나 현대까지 수천 년을 이어간다. 이 책은 그런 머리카락을 사랑한 인간의 궤적을 찾아 떠나는 탐험서라고 볼 수 있으며 머리카락에 얽힌 신화와 전설, 혁명과 연애, 전통과 자유라는 목차를 가지고 역사를 풀어놓았다.

헤어웨어라는 독특한 주제를 가지고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는 것도 신기한데 여성이라서 그런지 제법 즐겁게 읽었다.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머리카락을 땋았는지 뒤로 넘겼는지, 묶지 않고 좌우로 늘어뜨리고 있는지 길이가 짧은지의 따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모습이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가볍게 읽었지만 막상 메두사나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더해 읽으니 헤어웨어의 전통(?)을 느낄 수 있었고 색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읽는 것도 흥미로웠다.

책에 들어간 모든 사진이 칼라로 되어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눈요기가 되었고 머리카락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있어 아름다움과 관계된 직업이나 공부를 하고 있다면 한 번쯤 가볍게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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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 이순자 유고 산문집
이순자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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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꿈이었던 작가의 꿈을 이루고 꽃을 피울 때 세상을 떠난 이순자저자의 유고집이다. 살아 있었을 때 써서 남긴 원고들을 엮는 자식의 마음을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산문집을 읽었다. 이순자 저자는 종갓집 맏며느리로 결혼생활을 했고, 평생을 봉사활동을 하며 살았다. 황혼이혼을 한 이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늦은 나이에 문학 공부를 시작했고, 시와 수필 등을 써 내려가면서 크고 작은 상들을 받으면서 작가의 반열에 오르고 얼마 뒤 세상을 떠났다. 책을 읽으면서 책 제목인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를 여러 번 되뇌었는데, 제목에 한 여성의 삶이 녹아든 것 같아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일상 연대기를 천천히 따라 걸어본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197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글 사이로 보이는 시대의 풍경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한 여성으로서의 사랑과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며 또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경이롭게 느껴졌다. 삶의 한 축이었던 봉사활동에 이어, 늦은 나이에도 놓지 않고 도전한 작가의 꿈을 이룬 것도, 작가가 되자마자 세상을 떠난 것도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일들이다. 살아온 시대 배경은 다르지만 저자가 가진 감성은 동감했고,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나의 시선이 조금은 다르게 바뀌었음을 느꼈다.

주로 노년의 일상이 담겼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고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편견을 깨고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던져주는 한 여성의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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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싸인 : 별똥별이 떨어질 때
이선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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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6년을 기다린 끝에 각막이식을 받은 16세 소녀에게 특별한 세상이 보이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소녀에게 보이는 것은 흑백세상과 검은 줄기를 가진 괴물 '카리온'으로, 소녀가 각막이식을 받은 병원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카리온은 병원에 뿌리를 내려지내왔다. 문제는 카리온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병원 내부에서 연구하는 조직이 숨어있었고 심지어 병원장을 중심으로 생체실험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카리온의 부화로 인해 병원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병원은 폐쇠된다. 이때 병원에 있던 민간인들과 카리온을 볼 수 있는 동화인들은 병원에서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카리온에게 잡아먹히기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별똥별이 떨어질 때'라는 감성적인 문구에 좀 더 밝은 판타지를 생각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어두침침한 괴물이 등장하고, 잘 알고 있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군상의 어두운 이면을 담은 소설이라 당황스러웠다. 주인공은 16세 소녀인데 시력을 잃고 힘들게 살아온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할 상황에서도 강단있게 맞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괴물이 등장하고 비밀조직에 또 다른 세계를 다루는 꽤 스케일이 큰 내용이었지만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 병원라는 한정적인 무대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 답답했고, 괴물의 위협으로 부터 오는 긴장감이 글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보듯 가독성이 좋았고 아마추어 같지 않은 필치로 진지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고,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무척 궁금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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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세계
고요한 외 지음 / &(앤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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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나름 경쟁사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2를 좋아한다. 다른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생일이 빨랐던 탓에 늘 2번이었다는 것이 이유다. 아마 국-초등학교 중 1학년을 제외하고는 내내 2번이었다.

그렇다고 1의 자리를 탐냈느냐면 그도 아니었다. 나 역시 한국의 교육을 받은 사람인만큼 맨 앞에 나서는 것은 저어하는 편이니까.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 달리,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2의 존재는 살짝 부정적이다. 여기서 대부분이란, 대부분의 '한국인'이다. 특히나 1등이 아니면 안 되는 기묘한 교육의 절차를 밟아 자라난 사람들은 2의 위치를 심히 불편해한다.

2라면, 1의 바로 다음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도 아니건만. 무던히도 불편해한다. 그것은 아마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과 핀잔의 발로이지 않을까. 정작 본인은 1의 자리에 가지 못하기에, 2의 자리에 있는 자에게 '조금만 더 가면 너도 1이야!'라며 응원 비슷한 압박을 주려는 것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지구가 둥근 것은, 결국 1부터 2를 지나 저 끝까지 모두 일렬로 서서 살 수 있는 것이 세상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순서에 상관없이 모두가 손을 맞잡을 수 있어야 진정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그들만의 리그

모두 일곱 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앤솔로지다. 스포일러와 분량 조절을 위해 작품 소개는 간략히.

'모노레일 찾기'는 놓쳐버린 사랑에 대해, 늘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다음 순서'라는 건 없는 실연자의 이야기다. '시험의 미래'에서는 시험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주인공이 '최최종'의 검수위원이 되면서 느끼는 쾌감과 진실 속에 느끼는 환멸을 보여준다. '코너 스툴'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로, '이반'에 대한 이야기를, '2차 세계의 최애'에서는 아이돌에 대한 팬덤으로 시작해 발달하는 팬픽의 세계를 통해 인간의 맹목적 애정에 대해 들여다본다. '2의 감옥'에서는 도플갱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통해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서, '다음이 있다면'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고뇌와 두려움, 방황을. '이야기 둘'에서는 인연과 환생을 엮어 타임슬립의 모습을 통해 차생의 모습을 그려낸다.

탄탄한 단편집

꽤나 이색적이고 인상적인 단편집이었다. 아마 개인적으로 단편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라, 내 경험이 미천하여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큰 주제를 갖고 여러 작가의 단편을 한 번에 접할 기회가 그렇게 흔할까. 게다가 그다지 문학상의 권위나 '증명'에 대해 그렇게 신뢰하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결국 읽고 나서 작가 소개를 보면서는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각의 단편들의 완성도가 높게 느껴졌다.

특히 각 단편마다 '2'의 의미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가져가는 모습에 매번 생각에 잠길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도 완성도만큼이나 높았다.

다만 모든 앤솔로지가 그렇겠지만, 작가마다 색이 너무 뚜렷한 만큼 마치 무지개처럼 한 편을 끝내고 나서 이어지는 다음 편으로의 감정 흐름이 딱딱 끊겨서 단숨에 읽어나가는 타입인 나 같은 독자에게는 감흥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 단점이랄까.

혹여 이 책을 읽을 독자라면, 되도록 한 편을 읽고 나서 조금은 여유를 두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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