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일기 : 데번우드의 비밀
조 브라운 지음, 정은석 옮김 / 블랙피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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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가 자연을 좋아하면 이런 노트가 탄생하는구나!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우아, 진짜 대박이다', '대단하다!'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곤충이나 잡초 그리면서 외우던 식물보호기사 자격증 공부할 때가 떠올라 더 친근감 있게 보게 되었다.

노트에 그린 그림들을 그대로 책으로 만들어서 정말 비밀 노트를 훔쳐보는 것 같이 흥미롭고 즐거운 마음이었다. 날씨, 날자, 요일은 물론 마지막 장 귀퉁이에 볼펜 잘 나오는지 끄적여보는 흔적까지 살려 사실감 있는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동물들만의 귀여운 특징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고, 수컷과 암컷 구분 방법이나 언제쯤, 어디서 주로 볼 수 있는지, 배경에 있는 식물은 어떤 이름인지 등 어렵지 않고 친절하게 설명되었다. 자신만을 위한 노트이다 보니 글이 많지 않고 주요 특징을 잘 살려 메모해 두었다.

등장하는 동식물들은 거미, 도마뱀, 새, 꽃, 나비, 균 등 다양하고 특히 버섯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가 외국인이라 그런지 처음 보는 동식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마치 자연 다큐를 보는 것처럼 눈이 즐겁고 세상엔 정말 다양한 동식물들이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자연의 경이로움과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보았으며 책은 양장본으로 만듦새가 좋아 책장 한편에 소장하고 싶은 비주얼을 자랑하고 있다. 완성된 그림을 보는 것도 정말 신기했는데 그리는 과정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테일하게 잘 그렸다. 마지막엔 '이름 미정' 곤충이 있는데 이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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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인사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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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작가의 말에는 젠더갈등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과도하게 과열된 젠더갈등의 이슈화가 분명 불똥이 되어 책을 불태울 수 있다는 우려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지 않을까.

젠더갈등에 대한 소설이 아님에도, 이를 언급해야만 하는 답답함이 필자의 손가락 역시 멈춰 세운다. 소설에서도 등장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어찌보면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자극적 언론이다. 그리고, 그런 자극에 쉽게 놀아나는 우매한 대중이다.

왜 죽은 자가 산 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위로해야만 하는가. 왜 죽은 자가 집에 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숨겨야 하는가. 왜 피해자의 가족이, 두려워하며 가해자와 합의해야하는가. 과연, 모든 일에는 그 이유가 있기는 한 것인가. 괜시리 마음이 먹먹하다.

숨겨진 이야기, 알 수 없는 이야기 혹은 관심 없는 이야기

늘 뉴스와 매체에서는 연일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무래도 전과 다르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신문 지면으로 제한되어있던 사건 소식이 거의 무한한 양으로 사람들에게 배포된다. 심지어, 무료다. 그러면 사람들은 거기에 다시 자극적인 댓글을 단다. 댓글에는 좋아요가 달리고, 남들이 좋아요를 단 댓글에 또 누군가 편승하여 좋아요를 누른다.

어떤 사건에 어떤 이면이 있는지 우리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소설에서 한수정은 재혼가정에서 자라 은행원으로써 동생 수민과 성 다른 동생 윤지와 함께 별 탈 없이 자란 밝은 사람이다. 노란 빛이 나는 금붙이가 덕지덕지 붙은 철규를 만나기 전까지는. 떡볶이 가게 사장인 철규의 '순정'은 비극으로 마무리 되고, 수정이 없이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정이 담담한 어조로 가만히 안아준다.

소설 중반까지의 이야기는 사건의 전을, 그 이후는 사건의 뒷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마, 소설의 전반부에 걸쳐 놓여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혹은 알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것이다. 너무나 평범해서, 너무나 잔잔해서 따듯한 이야기.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

수정이 겪는 사건은, 우리가 익히 뉴스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다. 뉴스에서 연일, 아침뉴스에서, 정오뉴스에서, 9시 뉴스에서, 그리고 이어서 다음날 조간까지. 전 연인을 쫓아가 도륙한 이야기나, 죽인 시체를 트렁크에 싣고 전국을 도망다닌 이야기나, 스토킹을 하다 여자와 동생, 그 어머니까지 살해한 이야기. 너무 섬찟하고 슬프지만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평범한 일상에 '자극'으로만 받아 들이는 이야기.

그리고 언론은 사건의 잔혹함에 집중하다가 사람들의 흥미가 떨어질 것 같으면 어느새 곡해와 왜곡과 비약을 가미해서 이 세상에는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사건과 무관한 인간들은 오로지 소란이 싫어서 혹은 떠나보내는 것이 마음에 담아두는 것보다 쉬워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덮으려고만 한다. 그렇게 피해자의 시신이 부패하기도 전에 그렇게 진실을 변질시켜버린다.

인간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그 뒷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하지 않는다. 변질된 이야기가 진실인지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도 없다. 불길이 사그라든 뉴스에 언론은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고, 언론에서 떠들지 않는 이야기에 대중은 관심을 끈다. 남은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떻게 버티는지, 어떻게 보내주었고, 어떻게 떠나갔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랬다. 유족에 대한 관심은, 오롯이 죽은 자에게만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에 대한 책임

수정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지 못했다. 남은 사람들은 마음에 두고라도 억지 인사를 보낼 수 있다. 수정은 작가의 글을 빌어 그나마 남은 사람들을 담담히 살피고, 조용히 마음을 전할 수 있었지만, 현실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만 들을 수 있는 외마디 비명을 마지막으로 잊혀질 수 밖에 없다.

필자도 갖가지 말로 할 수 없는 범죄들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분노에 치를 떤다. 아니, 어쩌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겠다고 외면하기도 한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안도하기도 한다. 내 주변에는 저런 일이 생기지 않을거라 안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평범할 수 있는 것은, 담담하게 하루 하루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어디선가 다른 이가 '슬픈 일'을 대신 당해주어서 인지도 모른다.

여성으로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이 세상 누구라도 당할 수 있을 일을 내가 당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인사도 하지 못하고, 그 사람들에게 나 없이 이 세상에 남겨질 슬픔을 주지 않는 것. 그것이 당연히 그런 것이 아니라, 나를 누군가가 대신해 주었기에 그런 것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남겨진 그 사람들의 슬픔에 대해 우리가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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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자, 이대남은 지금 불편하다 -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의 현타 보고서
정여근 지음 / 애플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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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이유는 세상은 진보했지만 남녀 갈등은 그대로이며 그 갈등을 지켜보다 억울하고 소외된 이대남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어떤 것들이 없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 페미니즘 등 여성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형태로 접하는데 남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려오지 않는 것이 나도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부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한마디 할 법도 한데 아무말이 없다. 신랑과 함께할 때에도 남자들은 왜 아무말도 안해?라고 물었을 때 '군대 다녀와서 그래'라고 답하는 말이 여성으로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기에 궁금증이 풀리지 않은 채로 나둔 부분이었다.

이대남 뜻은 20대 남자를 뜻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의 현타 보고서이다.

군대로 인해 취업 출발선이 다른 것, '남자이니까' 강요받는 술자리, 아내가 돈을 책임진다면 차라리 살림하고 싶은 것, 부족해서 결혼 못 하는 게 아니고 부족한 게 없어 결혼하지 않는 다는 것, 리얼돌의 변명, 여성가족부에 대한 생각, 더치페이 입법화 청원 등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았다.

앗. 이 책은 조심해야할 책이었다. 나는 여성이고 나름 남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마음가짐으로 읽었는데도 불편한 말들 사이로 반박하고 싶은 마음에 움찔움찔했다. '치가 떨린다','진저리난다', '피똥싸고 있는데'라는 등 다소 극단적이고 글이 감정적이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였던 남자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남자 입장에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여자들이 말하는 남자들의 특권은 사십 대 이상의 남자들이 모두 가져갔다고 한다. 반면 남자여서 얻게 된 혐오는 이대남에게 쏠렸다고 하는 부분도 신선했다. 재미있는 사실도 많이 알았다. 대한민국이 세계 군사력 평가에서 무려 6위('20년 미국 GFP 분석)라고 한다. 와우. 북한은 25위

읽다보니 문득, 내 주변 남자들이 정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궁금했다. 이대남이니까 20대 남자들은 요즘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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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메이카 하시모토 지음, 김진희 옮김 / 북레시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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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트래킹, 산행을 해 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원래 매우 정적인 인간으로, 산행이라고 부를만 한 일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최근에 월출산과 한라산을 종주했다. 태어나서 군대를 제외하고 이만한 인고의 시간이 내게 있었던가. 나와 아내는 섣부른 결정으로 산에 오른 것을 후회하면서도, 이미 시작해버려서 결국엔 끝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구조 헬기를 타지는 않았으니까.

토비는 최소한 필자가 종주한 산행의 50배 정도는 되는 거리를 혼자 떠난다. 심지어 식료품과 텐트, 각종 물품들을 가득 챙긴 배당을 메고.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한담?'이다. 열 두살 짜리 꼬마 아이가 그냥 산에 밤 따러 가듯 갈 거리는 전혀 아니다. 이건 고생을 사서 하는 수준이 아니라, 목숨을 건 수준이다.

작가는 왜 이런 비상식 수준의 미션을 주었을까. 성장소설이라고 치기엔 과한 설정이다. 성장 소설의 대표격인 톰 소여의 모험에서는 살인을 목격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독자들의 입장에서 안위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독자들이 보면서 안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부여해줬던 것이 아닐까. (너무 오래 전 읽어서 세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런 면에서 작가는 매우 불친절하다. 마치 토비와 함께 트레일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세심한 표현과 묘사, 서술을 이어가기에 읽기에는 너무나 편했지만 읽는 내내 뭔가 마음 한 구석은 불편했다.

토비보다는 내가 성장해야할 것 같은데

토비는 여러 가지 유년시절(심지어 현재도 유년이다!) 겪은 여러가지 사고들로 인해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런 토비의 마음이 닫히기 직전, 루퍼스라는 친구를 만난다. 여전히 본인이 불행의 아이콘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잊지 않았지만, 서서히 루퍼스와 절친으로 행복을 알아간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동안 함께할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최종 단계가 '애팔래치아 트레일 걷기'였지만 중간에 루퍼스와 다투고 만다. 스스로의 자격지심과 마음의 상처때문이었음을 알았지만 쉬이 화해하지 못하고 앙금이 남는다. 그 상태에서 불의의 사고로 루퍼스가 토비의 곁을 떠나고, 토비는 둘의 약속을 지키고자, 루퍼스에게 사죄의 의미로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고자 길을 떠난다.

길을 떠난 토비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중에는 본인과 비슷한 상처가 있는 덴버도 있었다. 차가운 친구 숀과 군인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준 윙잇. 범죄자와 착한 소녀 세이디도 만난다. 이렇게 사람들과 만나고 사색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죄책감에 빠진 자신을 놓아주는 대신 트레일을 함께한 무스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렇듯, 이렇게 토비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스로를 돌아본다.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불행의 씨앗이 아니라는 사실과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버려야할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켜야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찌보면 그 배경이 엄청난 트레킹 코스일 뿐, 실상은 성장 소설이다. 상처받은 아이가 어떤 계기로 길을 떠나고, 외부에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이상한 사람 등을 만나면서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깨달아 한층 성장한다는 내용.

어찌보면 상투적인 내용을 기나긴 트레일의 트레킹 정보와 결합시키고 상황을 트레킹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집중시키면서 생경한 느낌을 주는 장점은 있었다.

하지만 읽는 내내 토비가 과연 더 성장할 구석이 있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필자가 정신연령이 낮은건지도...) 상황에 대한 묘사와 사고하는 방식만 놓고 보자면 토비는 더 성장할 구석은 없어 보였다. 물론, 스스로 불행의 원인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유아적 상상력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작가는 토비의 대변인이 되기로 했나

토비가 더 성장할 구석이 있느냐는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가 해야할 것 같다. 필자가 12살이던 시절, 필자가 어땠는지는 (묵비권)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절대 저런 생각은 하지 못했다.

일단 상황에 대한 묘사, 트레킹을 같이 하는 듯한 디테일하고 세심한 서술은 정말 뛰어났다. 며칠을 걸은 그 시간을 단 몇 시간만에 읽어 주파했을 정도로 작가의 필력은 깔끔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깔끔한 문장력이었다. 소설 속 화자는 12살짜리 남자애다. 그렇다고 트레킹을 밥 먹듯 했다거나, 산에서 자란 늑대소년도 아니다. 심지어 소설 중반 부에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블루베리 따러 가기에서 겪은 사건을 보자면, 절대 트레킹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모든 트레킹 구간 내내 소설 속 화자인 토비는 객과적이고 차분한 어조와 시선으로 모든 상황을 이야기해준다.

물론 작가의 입장에서, 토비의 상황에 대한 토비의 생각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선 목적인 것은 맞겠다. 하지만 모든 소설에서, 특히 1인칭 소설에서의 서술은 독자가 주인공에게 이입할 수 있을 여지를 줘야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공감과 이해가 전제되는 것인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드는 생각은 '무슨 열 두살 짜리가 이런 생각을 하지?'였다.

그 결과로, 매우 빠르게 잘 읽히는 소설이라는 것이 단점이 되어버렸고, 차에 타서 풍경을 바라보듯 감정선 역시 휙휙 지나가버렸다. 성장소설에서 느껴야할 가슴 따뜻함이나 뭉클함 역시, 그렇게 마음이 붙잡기 전에 희미해져버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작가의 서술이 토비의 감정이나 상황을 독자에게 매우 섬세하게 전달해 준 것도 사실이다. 혹시 일부, 시점의 변경을 했었다면 차리라 어땠을까라는 주제넘은 생각을 넣어둘 수만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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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함께한 하루
산더 콜라트 지음, 문지희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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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삶의 통찰 녹여냈고 꽤 철학적이다.

56세 주인공 헹크는 돌싱에 빌런이라는 이름을 가진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고 있고 치즈를 좋아하는 과체중 남자이며, 직장 동료들이나 이웃과 어울리는 것이 어색한 고립된 인간이다. 어느 날, 수의사로부터 빌런이 심부전을 앓고 있으며, 머지않아 죽을 거란 소리를 듣는다. 헹크의 일상은 여느 다른 사람들의 일상과 다를 게 없이 평범하다. 개와 함께 산책하고, 출근하고, 치즈가게에서 치즈를 사고, 조카 생일파티 참석 약속을 잡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 호감을 나누기도 한다.

소설은 이렇게 평번한 남자의 헹크의 24시간을 따라간다.

재미있다고 표현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있기보다는 진득하게 읽어나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되는 책이다. 멋진 문장이 많이 등장하고 다채로운 은유적 표현들을 사용한 필치가 인상적이다. '인간이란 물질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병이란 건 어떤 것'인지 등 심오하고 철학적인 대화가 오간다. 헹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빌런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죽음은 축복'이라 생각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삶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을 반복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 살아가는 이유를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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