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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바꾼 결정과 판결 -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의 ‘판결’ ㅣ 세계는 내 친구 시리즈 3
박동석 지음 / 하마 / 2021년 10월
평점 :
들어가는 말
현대 사회는 민주주의가 대세다. 대세라고 지칭하는 것이 조금 가벼워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주의 국가가 존재하니 현대사회=민주주의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리고 곁들여 자본주의가 대세다. 공산주의 국가 역시 존재하니 대세라고 하겠다.
이런 두 가지 외에도 범지구적으로 대세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법치주의'다. 필자가 전문가가 아니고, 그렇다고 전 세계 200여 개국에 모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라, 모르는 국가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일단 '법이 없는 국가는 없다.'라고 단언해 본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 역시 '법이 없는 국가'를 들어보거나 아는 것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혹시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길 부탁드린다. 어디에선가는 지식자랑을 늘어놓을 수 있겠다. (비밀로 해주시면 혼자 알고 자랑하고 다니련다.)
위와 같은 사유로, 늘 어렵다고 생각하고 뭔가 고매하다고 여겨지는 법률은, 생각보다 우리와 매우 가까이 있다. 그리고 그 거리감만큼이나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소시민의 삶에서 얼마나 법의 심판을 받을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법과 관련되는 사항은 주정차 위반 딱지라거나 속도위반 과태료 정도지 않을까. 이 이야기는 그 만큼 우리가 법에 관심을 가질 요인이 적다는 말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들?
우리가 흔히 착한 사람들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라고 표현한다. 즉, 그 사람의 모든 행위가, 아무렇게나 행동한다고 쳐도 법에 처벌받지 않을만큼 선하다는 것이다. 이를 다르게 설명해보면 법이라는 것이 선하지 못한 것을 통제하고 처벌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백 투더 스쿨. 학교로 돌아가자. 혹시 이런 글귀가 생각 나는가? '법이란 최소한의 도덕이다.' 그렇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법은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기위해 최소한 지켜야할 도덕적인 부분들에 대해 문서화해서 규칙을 정하는 제도인 것이다.
다시 역으로, 그렇다면 왜 우리는 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필자도 그렇지만,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들 역시 법 없이 살 분들인데 말이다.
그것은 법이 단순히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의 성격만을 띈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최소한 지켜야할 사회구성원 간의 약속의 성격 역시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된 여러 사례들 중에서, 명예훼손에 대한 판례를 보자. 예전과 다르게 사회가 급변하고,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더 자극적인 기사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다. 인간 이하의 범죄자들이 분명 있고, 누구라도 정의감에 불타게하는 범죄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누가 지탄을 금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범죄자가 범죄를, 혹은 법에 정해지지 않았지만 사회적 규범상 인간 이하의 짓을 저지른 것이 진실이라면 누구라도 손가락질을 참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사실에 대한 명시라고 하더라도 이는 법에 위배됐었다. 헌법 상 개인의 인격권에 대한 보호라고는 하지만, 어찌보면 표현의 자유 침해일 수도 있기에 추후 법이 개정되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선한 마음에 악한 인간을 지탄한 사람은 악한 사람이 되는가. 아니다. 하지만, 범법자는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된 대원칙 '법은 최소한의 도덕'의 기준에 어긋나게 된다. 법의 제,개정이 사회의 합의와 일치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이 우리가 법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입법기관은 국회와 정부이며, 그 국회와 정부를 뽑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우리 국민은 주권을 갖고 있으며, 이 주권으로 법의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김영란법처럼, 필요한 법이 계류되는 상황에서는 국회를 압박하여 통과되도록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있는데, 사회의 약속을 왜 국회에서 마음대로 하게 두는가. 움직일 때다.
누가 읽어도 괜찮은 교양서적
아무래도 작가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을 썼었고, 이 책 역시 그런 용도로 쓰지 않았나 싶다. 문체도 그렇고 사건에 대한 설명도 최대한 부드럽고 쉽게 되어있다. 아무래도 한자가 많이 섞인 법률과 판례들 보다는 학생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판례들을 예로 들면서 학생이라도 관심도가 높을만한 주제임에 틀림없다.
거기에 각 판례를 기준으로, 그 전,후 사회적 움직임 및 일반 대중의 반응과 움직임 등도 함께 서술되어 있어서 법률과 우리 사회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잘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이 판례를 처음 접하기에 매우 유익할 듯 하다.
다만, 그렇게 쉽게 설명한 '기술'적인 부분 외에는 과도하게 어려운 주제이지 않나 싶은 우려가 있다. 아무리 쉽게 표현한다고 해도 거기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의 본질은 성인이 판단하기에도 너무 무겁다. 게다가 아직 가치관 확립이 덜 된 학생이라면 더욱 판단이 어렵거니와, 혹여나 기존에 갖고 있던 그릇된 지식과 맞물려 그릇된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각 판결에 대해 작가의 개인적 의견이 포함되는데, 이는 독자층을 생각했을 때 조금 위험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런 걱정에도 어느 정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을, 교양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어른들이 우선 봐야하지 않나 싶다. 법에 대한 거리감을 어느정도 지워야만, 주권자로써 어른들도 더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까. 아이들을 위한 것 같은 어투는 감내해야겠지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