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이유 없이 망하지 않는다 - 드러나지 않은 것에 주목하라
호세 에르난데스 지음, 김경식 옮김 / 문학사상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호세 에르난데스는 위기관리 전문가이면서 유럽과 캐나다에 본사를 둔 기업 컨설턴트 전문가이다.

저자는 오랜 시간 기업에서 일하면서 기업 내 일어난 부정부패를 목격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윤리적 완전성에 힘 실어주기 개념이 탄생했다고 한다. 기업 비리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고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함은 물론 기업의 신용도와 명성을 이전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이 책을 냈다.

<회사는 이유 없이 망하지 않는다>에서는 크게 문제점과 해결책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 제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회사가 망하는 과정과 이유 그리고 사례를 중심으로 해결책을 살펴본다. 위기를 악화시키는 행동, 인과 관계 조사하기, 위기 이해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부적절한 대처 등 기업 운영에 따른 사안들에 대해서 어느 부분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지, 어떤 것부터 챙겨야 하는지에 대한 밸런스 맞추는 조언이 많았고, 먼 미래를 바라봤을 때 기업의 위기관리 체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회사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성패가 달렸다는 것을 알았다.

'부정부패와 직원의 위법 행위는 어느 기업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지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미래에도 문제가 안 생긴다는 법이 없다. 한 사람이 잘 한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독특한 관점으로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이 책의 도움을 받을 날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기업 리더가 읽으면 직원들의 부정부패, 기업의 스캔들 등 사건이 터졌을 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어가는 말

최근 출판 업계가 어떠한 추세라든지 하는 이야기는, 필자가 업계에 종사하지 않는 탓에 언급하기 조금 꺼려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요즘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뜨는 서적들의 면면을 보자면, 독자로써 한마디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솔직히 꽤나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던 필자 역시도, 생업에 종사하기 시작하면서는 거의 손에 책을 대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하물며, 고된 입시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추가로 수많은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들이 하얀 바탕에 검은 색으로 칠해진, 이 시대에 태어난 죗값을 굳이 죽어라고 번 돈으로 사서 읽기는 여의치않다.

그럼에도 팔리는 책이 있게 마련이고, 출판사는 책을 팔아야 유지되는 기업이므로 출판되는 책들이 언제부턴가 고정되기 시작한 것 같다.

서점의 베스트셀러란에 가보면 이런 시류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데, 대부분 판매대에 있는 서적들은 투자관련이거나 감성에세이, 혹은 유명 외국 작가의 번역본 뿐이다. 물론, 가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같은 신인 작가의 소설이 있기도 하고, 반가운 한국 작가의 소설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가뭄에 콩이 나는 듯하다.

이런 시대에 만난 이 책은 꽤나 반가웠다. 게다가 최근 읽은 책 중에서는 가장 '문학적'인 소설이라서 더욱 그렇다.

읽고 난 후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에 들었다는 이야길 듣긴 했다. 이 역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왠지 공모 당선작이라서 베스트셀러에 들 수 있었지 않을까라는 걱정 아닌 걱정은 덤으로 따라붙었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 시대를 사는 사람(특히 젊은층)이 처한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심도깊은 사색이 들어간 점이 흥행의 주된 요인이겠지만, 아무래도 공모전이라는 마케팅 요소가 없이 현실의 출판계에서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그저 기우에 불과하길 바랄 뿐이다.

현실에 닿아 있는 이야기

꽤나 요즘의 베스트셀러 추이와는 그 궤가 다른 책이다. 일단, 기성 유명 작가의 소설이 아니면서 국내작가의 소설이다. 판타지나 장르물도 아니며, SNS를 그대로 가져다가 디자인만 이쁘게 만든 감성에세이도 아니다. 위에 언급하기는 했지만, 공모전에 당선된 것이 물론, 흥행의 한 요소이고 꽤나 큰 효과가 있는 부분은 맞지만 아무리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실상이 빈약하다면 성공할 수 없다. 그만큼 책의 내용은 튼실했고, 한 줄 한 줄 작가의 삶에 대한 성찰과 고뇌가 엿보였다.

특히, 필자가 거의 감동(?)받다시피 한 것은 작가의 문장력이었다. 필자 역시 어려서부터 글을 쓰고, 학업 내내 문학동아리 활동을 했다. 대학 때 동아리에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국어국문학과였다. 그 때 기분은 조금 과장하자면, 원어민 사이에서 영어로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것 같았다. 나도 잘하고 싶은데, 결국 그들보다 잘 할 수 없을 거라는 자괴감과 시기. 특히 부러움은 겉으로 표현할 정도로 컸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 그 때 그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당연히 국어국문 전공이리라 여겼던 작가는 검색해보니 인류학 전공이었다. 아무래도 글을 쓰는 능력은 타고난 듯 하고, 인류학 전공이라서 인간 본질과 내면에 대한 사색이 뛰어났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약간은 끼워 맞추기 식이 되어버렸지만, 인류학 전공이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온 것은, 그만큼 소설 내에서 작가가 등장인물의 내면을 표현해 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나고 탁월한 어휘력과 문장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사색과 고뇌가 없다면 이렇게 잔잔하지만 적나라하게 표현해낼 수 있었을까. 천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음율이 없다면 노래가 될 수 없다. 작가는 인간 내면에 대한 고찰을 빼어난 문장력과 어휘력으로 독자에게 표현해내었다.

특히나 이 소설이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 것은, 소설이 바로 우리 세대의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나의, 내 친구의, 내 동생의 살아있는 이야기. 현실에 닿아 있는 이야기. 누구나 그런 사람이 한 명 쯤 주변에 있을,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는 소설에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젠가가 무너질 때

사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네 가지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 세대가 사는 여러 삶을 본다.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거나, 인생의 반려자와 역경을 이겨나가는 방법을 깨우쳐나간다. 잃은 사랑과 속인 사랑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새로운 세대라는 이유로 새 것만을 쫓지 않고 오래된 것을 이어가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그 어느 하나 쉬이 살아지는 삶이 없다. 그렇다고 우리 세대의 삶이 힘들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지금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힘들 수도 있다. 늘 그렇다. 그것이 삶이다. 힘들지만 견디고 몸을 되려 앞으로 숙이며 한 발 더 내딛는 것. 그것이 우리의 삶이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할 삶이다.

살면서 힘이 드는 순간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진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다. 그럴 수 없고, 실상은 그러고 싶지 않으며, 실제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을. 우리는 늘 그렇듯 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한 발 내딛을 것이다. 우리네 삶이 힘들다고 우리가 자리에 주저 앉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삶이 너무 쉽게 살아지는 순간, 우리는 편하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 것이다.

유리 젠가라고 와장창 부서질 것 같은가. 차곡차곡 쌓아지는 젠가는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하나하나 정성스레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진다. 젠가가 무너지는 순간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일궈낸 우리 삶 자체의 어느 부분을 부정하고, 우리 인생에서 지우려고 할 때, 젠가의 한 부분을 억지로 빼내려 할 때, 그 때 무너지는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 - 정자은행과 생식의료에 관한 이야기
고바야시 야쓰코 지음, 심수경 옮김 / 글로세움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티브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하는 사유리와 그녀의 아들 젠의 이야기를 보면서 정자은행에 존재와 우리나라의 제도에 대해 꽤 깊은 생각을 했었다. 막상 처음 사연을 접했을 땐 이질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계속해서 시청하다 보니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기도 했고, 결혼을 하고서도 자신의 삶에 투자하며 사는 딩크족들도 늘어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이다. 국가기관에서도 결혼지원금이나 출산장려금 등 지원정책을 펼치지만 쉽사리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은 사유리 같은 사람들에게 정자은행을 활용하여 혼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된다면 어떨까? 오히려 두 부모가 있어야만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만 한다는 조건 자체가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인식을 나타낸 것 아닐까?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로 생식 의료에 대해 다양한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 <결혼은 안 해도 아이는 갖고 싶어>이다.

이 책에서는 정자은행과 생식 의료에 관한 다채로운 내용을 담았는데, 50세 넘은 여성이 아이를 낳아도 될까?, 선택적 싱글맘, 아빠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전할 것인가, 정자 제공자의 비밀을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 정자 선택의 중압감, 대리모 출산은 남을 돕는 행위인가, 레즈비언 전용 정자은행의 등장 등이 있다.

필자는 결혼을 이미 했지만 굳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내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선택적 싱글맘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전제하에 이 책을 읽으니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고 실제로 사유리 같은 상황이라면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책에서는 다루고 있는 사안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으며 오롯이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면서 발전하는 생식기술은 인간에 대한 구원인가? 혹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도전인가? 질문을 던진다. 언젠가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고 정리하고 싶었던 분야였는데 이 책을 계기로 정자은행과 생식 의료에 관해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유용한 책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미스터리의 고정관념을 깬 소설이 있다.

스리즈물로 책을 내고 미스터리 부분에서 여럿 상을 받은 경력이 있는 일본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시민스리즈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이다. 이 책은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뉴욕 치즈 케이크 수수께끼, 베를린 튀김 빵 수수께끼, 피렌체 슈크림 수수께끼 총 4개의 단편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설 장르는 학원 청춘 미스터리인데도 불구하고 미스터리라면 떠오르는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아니라 표지처럼 밝고 아기자기하다. 아기자기한 이유는 소설 곳곳에 달콤하게 향긋하고 부드러운 느끼한 마카롱, 케이크, 슈크림 등이 등장하고 문체에서도 일본스러움이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소재가 너무 가벼워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수수께끼' 정도의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독자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이기도 한 파리 마카롱 수수께끼를 예시로 들자면, 새로 오픈한 마카롱 가게에 가서 3개가 한 세트인 마카롱 세트를 주문하고 보니 접시엔 마카롱이 4개가 담겼다. 네 번째 마카롱의 정체를 찾아가는 내용의 소소하지만 깜찍한 미스터리다. 나머지 3개의 단편도 비슷한 분위기에 같은 맥락인 내용이다. 4개의 단편집이 담긴 이 책을 읽고 매력을 느꼈다면 '소시민'스리즈 말고도 '고전부'스리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대화가 많고 가독성 좋은 문체에 앉은 자리에서 빠르게 읽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재미로 읽을 수 있고, 표지도 예뻐서 다른 스리즈물을 소장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주인공인 고바토 조고로와 오사아이 유키가 다른 스리즈에서는 어떤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달콤한 향이 가득했고 '수수께끼'푸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던 기분 좋은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어가는 말

범죄 소설의 묘미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차적으로 먼 과거부터 이어온, 대부분의 이야기가 지니고 있는 만고불면의 진리, '권선징악'. 태어날 때부터 남다른 천재로 태어난 사이코패스들이 인명을 우습게 여기며 살해하지만 결국은 정의감과 끈질긴 집념으로 검거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오는 정의 실현에 대한 희망. 이차적으로는 권선징악이라는,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에서 한 발 나아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속에 그 어떤 범죄라도 결국은 법 앞에 처벌될 것이라는 안전함에 대한 욕구. 마지막으로는 그러한 범죄자의 말로를 보는 선량한 시민으로써의 쾌감.

하지만 꽤나 법에 근거리에서 일을 하는 직업인 필자 역시도 오랫동안 간과한 사실이 있으니, 경찰이나 형사 혹은 탐정이 연쇄살인범을 잡아 유치장에 쳐 넣는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유치장에 잡아 넣고 나서야 제대로된 법의 심판이 시작된다. 가끔은 그 법의 굴레라는 것은 우리의 정의감과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버린다.

마치,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말이 그 어떤 현실감도 없는, 오로지 그 뒤로 지금까지 한 이야기보다 갑절은 더 길고 지루한 '현실적 삶'에 대한 이야기를 간결하고 긍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접대성 멘트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가 간과하듯이.

식상 + 식상 = 다채로움

만약 매일 같은 요일에는 같은 반찬만 먹는다면? 그 얼마나 지겨운가. 하지만 그 모든 요일의 모든 반찬이 한 번에 나온다면? 상다리가 휘지는 않을지라도 밥상을 받는 사람은 먹기도 전에 포만감에 젖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일단 감탄한 것은, 탄탄한 서술력이었다. 최근 번역소설들을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느낀 바이기도 하다. 물론, 해당 국가에서 어느 정도 시장성을 인정한 소설을 가져오는 만큼, 어찌보면 소설 자체에 대한 완성도는 괜시리 의심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번역작가가 워낙에 뛰어나서 원서의 내용보다 충실한 글을 재창조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보여준 탄탄한 서술력과 문장력, 구성력은 단연 돋보였다. 작가가 변호사이기 때문일까. 일견 합당한 추측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게다가 이러한 탄탄함을 토대로, 작가는 식상한 두 개의 서사를 이어붙여서 전혀 새로운 시각의 소설을 완성했다. 필자가 아무래도 범인이지 않을까 의심했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진 순간, 가장 놀랜 것은 그가 범인이라서가 아니라, 책의 페이지가 절반정도밖에 펼쳐지지 않아서였다. 그때까지만해도 대체 이런 식의 전개로 후반부를 어떻게 이어가려는건지 우려스러웠다. 지금까지의 탄탄함을 배반하고, 억지스러운 반전을 끼워넣거나 말도 안되는 설정으로 범인을 풀어보면서 액션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우려는 몇 페이지 더 넘기지 않아 일소되었다. 그저 범죄물로만 생각했던 소설이 중반부를 넘어서자, 어느새 법정스릴러물로 변해있었다. 범죄물에서 법정물이라니. 이 얼마나 매끄러운 흐름인가!

위에 언급했지만, 우리는 약간 해피엔딩이라던지 징악이 이뤄진 후의 일에 대해서는 그닥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민주주의가 일반화되어 있는 현 시대는 또한, 법치주의가 일반화되어 있음에도, 그저 경찰에 잡히면 끝이라거나 범인을 주인공이 쏴죽인다거나하는, 약간 '그 뒤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식의 종결로 편하게 마무리하는 성향이 있다.

그런 성향을 철저히 깨부순 소설이 이 소설이지 않을까. 항상 뭔가 빈약한 종결에 목말랐던 독자라면, 이번에는 시원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무랄 것 없는, 완성도 높은 범죄소설이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야들리 정도 되는 여성의 사랑이 너무 무조건적이었다는 것이랄까. 게다가 한 번 그러한 상처를 겪은, 연방검사라는 여자가 어린 자녀까지 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그저 외로움이라는 단어로는 조금은 허술하다. 그리고 소설 전반에 등장함에도 상대적으로 볼드윈에 대한 서술이 조금 약했다. 물론 분량이나 흐름상 매우 주요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충분히 전면에 내세워서 독자에게 약간의 혼동 정도는 줄 수 있었을 인물이 아니었다 싶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점은 부제인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도 이런 류의 제목은 쓰지 않았지 않나...

하지만 앞서 말했듯, 탄탄한 문장력과 탁월한 소재는 소설을 읽는 내내 필자에게 꽤 높은 집중력을 선사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범죄 수사 현장과 자신의 과거와 이어진 현재의 사건 때문에 잊고 싶은 과거와 대면해야하는 주인공의 내면. 과거의 끝에 닿아있는 딸에 대한 주인공 야들리의 고뇌. 그리고 온갖 역경에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각오.

법정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범죄소설, 특히 그 끝인 법정까지의 이야기를 모두 풀어낸 범죄소설에 가깝다. 게다가 그 배경에 주인공 야들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은은한 내면 표현들을 읽고 있자면, 약간은 휴먼드라마가 가미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특히나 이런 부분이 앞서 말했든 식상할 수 있는 조합, '사이코패스+그 사이코패스를 흠모하는 다른 사이코패스+사이코패스를 사랑했던 여자 검사+여자 검사의 자녀+여자 검사를 흠모하는 다른 동료'라는 조합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약간 피해자의 복수로 치장될 범죄소설은, 중반부에 파격적으로 범인에 대한 별다른 반전없이 체포시키고나서는 법정스릴러로 변신을 꾀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신에, 구시대적 조직에 대한 주인공의 반항과 흔히 말하는 '꼰대'상관의 실패가 합쳐지면서 1차적 쾌감을. 법의 구멍을 이용해 빠져나가는 범인을, 특유의 재치와 자신의 상황을 역이용해 붙잡는 야들리의 모습에서 2차적 쾌감을 느끼게된다.

하지만, 독자는 2차적 쾌감에서 방심하면 안 될 것이다. 방심했다간 작가에게 3차적 쾌감을 주는 희생양이 될테니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