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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ㅣ 안전가옥 쇼-트 9
류연웅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9월
평점 :
안전가옥 스리즈 '재와 물거품'을 인상 깊게 읽은 기억으로 이 책,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까지 인연이 되었다.
안전가옥은 현대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책을 잘 낸다. 숨겨진 작가의 저 마다의 매력을 부각시켜 끄집어낸다.
비록 '이 근본 없는 책은 뭐지?' 싶다가도 독자 손에 쥐어진 이 책이 오기까지의 도전적인 용기가 대단해서 특별하다.
그래서 기존에 생각했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는데, 그중에 하나가 작고 길쭉한 책 모양부터 남다르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의 목차는 3부로 나눠 있다. 1부 근본론, 2부 근절론, 3부 뇌절론.
전부 모르겠다. 목차부터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미디어 제작 실습] 강의 계획서"
????????????????????
이 책은 [미디어 제작 실습]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이야기..아니 상황을 담았다.
대학교 수업시간, 조별과제 수행, 과제에 따른 인터뷰, 과제발표 같은 일련의 과정이 배경이 되고,
인물 다큐멘터리를 찍는 학생이 '전직 축수선수 김덕배'를 찾다가 자신이 '김덕배'가 되어 대신 인터뷰를 하면서 과제를 마무리 짓는다.
과제 발표 후 교수님은 흡족해하며 유튜브에 과제를 올린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김덕배 근황'이라는 이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과제를 제작한 채연에게 김덕배의 아버지(=김덕화 비트 메이커)가 찾아온다. 점점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는데...
독특한 편집 방식에 당황스럽고 신선했다.
'복선입니다. 기억하세요'라고 독자에게 복선이라고 말을 거는 주석도 있다.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 안 들고 콩트 대본을 보는 것 같다. 왜냐하면 전직 축구선수를 찾는데 114에 전화하는 부분이라던가, 5대 사회악에 축구와 조별 과제를 넣었다던가..(너무 많이 갔어...) 말도 안 되는 전개와 등장하는 사람들이 전부 가볍다.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소설 내내 '근본'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다.
전직 축구팀 감독은 '축구의 근본은 승리'라고 했고
김덕배인 척하는 채연은 '제 근본은 평범함입니다'라고 했고
김덕배의 아버지인 김덕화는 '삶의 근본은 사랑이다'라고 했고
채연의 엄마는 '자본으로 근본을 사'라고 했고
교수님이 말하기를 '대학생의 근본은 공부'라고 했다
선택적 결말도 있다.
'대학교의 근본은' 수업 or 취업일까? 당연히 수업아니야?????????????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이 시대의 근본이란 대체 무엇인지 묻는다. 물론 답은 자신만이 알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근본'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다. 감독님과 공회장님의 의견이 다르듯이, 한 가지 주제에 다양한 답변이 있는 게 재미있다. 앞에서도 말했듯 근본에 정확한 답은 자신만이 알겠지만 이왕이면 '축구의 근본은 승리'라고 말하는 감독님처럼 조금은 감성적인 근본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요즘 수육에 박카스, 수박에 된장, 카레와 순두부찌개 같은 도전적이고 이색적인 음식 조합을 찾는 게 유행이다.
그것이 실패도 많지만 의외로 조합이 좋아 '새로운 음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개발한 음식을 맛보는 것처럼 독특하다고 느꼈다.
비록 맛보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개척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졌다는 자체가 멋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