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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지 않는 도시 - 세상 모든 사랑은 실루엣이 없다
신경진 지음 / 마음서재 / 2021년 7월
평점 :
들어가는 말
인간의 역사상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수 세기가 지나는 동안 모든 사람들에게 화두로 떠올랐지만, 결국 그 어떤 해답도 남기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사랑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사랑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주제는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이다. 그것은 아마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 역시 생명체의 본능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남녀간의 사랑이 가장 흥미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미성숙한 둘의 만남으로 이뤄지기 때문이 아닐까.
둘 모두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차를 획득한데다가 좁은 시야로 인해 오로지 목적지로만 치닫는다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날테니까.
게다가 사람들은 스릴을 즐긴다. 특히나 그 위험을 남이 감수하고 있을 때는. 모두가 경험하지 않았는가. 미친듯이, 사고가 나지 않아 안달난듯 달려가는 자동차를 보면 시선을 돌릴 수 밖에.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
전혀 예상치않은 부분에, 예상하지 않은 방식으로 반전이 있는지라 전체적으로 줄거리를 서술하지는 않겠다. 수십번 반복해도 부족하지만, 필자는 스포일러를 매우 지양한다.
주인공이 누구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게,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사랑을 이어간다. 필자의 지론중의 하나가, 인간은 절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설중에도 비슷한 문구가 나온다.
- 사랑은 이해와 같은 것이다.
- 나는 은희를 사랑하고, 그것은 곧 내가 은희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 은희는 나를 사랑하고, 그것은 곧 은희가 나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정우는 마지막 문장을 치환하면서 가슴이 콱 막히는 경험을 한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큰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이 장면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사람도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 그 어떤 사람도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 이해할 수 없다면 사랑할 수 없다.
-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결론속에서 우리 사회 속에 내재되어있는 결혼제도의 빈약함을 지속적으로 지적한다. 사람의 마음이 흐르듯 변함에도 불구하고 과연 사랑이라는 허상의 존재 하나로 우리는 계속 서로를 그저 '법적, 제도적' 방식으로 묶어둬야하는가. 그것은 사랑의 결실인가 혹은 사랑을 미끼로 만든 사회 구조 존속이라는 덫인가. 그런의미에서 소설의 제목은 참 적절하다.
클래식한 문학작품
오랫만에 읽어보는 클래식한 소설이다. 표현이나 문구, 단어나 시간에 따른 흐름구조 역시도 통상적으로 문학이라 부르는 소설의 요소는 완벽히 갖췄다. 솔직히 최근 트랜드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클래식하다. 혹자들은 이런 걸 '구식'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맨 처음 몇 페이지의 그런 퀘퀘묵은 듯한 냄새만 잘 참아 넘긴다면 예상치 못한 반전과 얽히고 섥힌 실타래같은 등장인물간의 이야기 전개, 그리고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미려한 문구들에 꽤나 큰 만족감을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문학'이라고 부르는 '그' 장르에 대해서 뭔가 체질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 확실히 추천하기 어려운 소설이기는 하다. '맥베스'나, '올림푸스의 황금마차'라던지 클라이막스 부분의 '버지니아 울프'라던지 하는 부분은 한때 문학소년이었던 필자에게나 감흥으로 다가온 것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마치 최근 유행을 끓은 'MSG워너비'처럼, 마치 찍어내듯 나오는 아이돌들의 댄스곡같은 에세이나 추리소설에 비하면 훨씬 어딘가 미려하고 고상한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