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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잊어야 하는 밤
진현석 지음 / 반석출판사 / 2021년 7월
평점 :
들어가는 말
인간의 기억이란 얼마나 편리한 줄 모른다. 유명한 격언도 있지 않은가. 인간에게 신이 주신 선물은 바로 망각이라고. 심지어 인간이라는 고지능의 생명체는 단순히 신의 선물을 받는 것 만으로는 모자라서 이를 매우 효율높게 활용할 줄도 안다. 바로 '선택적 망각'이다.
우리는 살면서 꽤 많은 선택적 망각을 일으킨다. 이는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은 기억의 주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작용한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크게 보자면 사이코패스 범죄 스릴러물이다. 추리물과는 거리가 멀다. 범인을 주도적으로 잡는 것처럼 보이는 형사는 그저 등장인물일 뿐이다. 그저, 주인공들이 선택적으로 망각한 기억의 파편들을, 서로가 기억하여 메꿔주면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질 뿐이니까. 그렇다고 그저 사이코범죄 스릴러물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왜냐면 탈출하는 피해자가 없으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이 소설은 약간 급류타기와 같은 느낌이다. 세명의 시점에서 각자의 기억을 정신없이 번갈아가며 서술하고, 그 기억의 진술을 두서없이 읽다보면 어느새 끝나있다.
손톱 없는 11구의 시신과 부적은?
필자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책을 읽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경우에서라면 꽤나 많은 양의 책을 읽은 편이다. 게다가 나름, 핵심을 잘 파악하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아마 자만심이었나보다. 앞서 말했지만, 이 소설은 급류타기와 같다. 게다가 비온 뒤인지 급류가 너무 세다. 각 시점에서 서술하는 구간이 너무 짧아 한 페이지가 다 안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시점 전환이 빠르다. 게다가 약간 시간의 흐름 역시 제멋대로인 부분이 많다. 즉, 잦은 시점 전환과 시간의 뒤섞임은 독자를 거의 혼란 직전에 데려다 놓는다. 심지어 중간 중간, 구조나 서술 자체의 앞 뒤가 설명없이 지나가는 부분이 있는데(110p는 정말 작가의 불친절인지 일부러 혼돈을 주려는 의도인지 의아할 지경이다. 게다가 이런 부분이 꽤 있다.) 이는 소설의 극적요소나 호기심의 제공을 넘어 독자에게 난감함을 주고 있다.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지만, 아마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 역시 위 제목, '손톱 없는 11구의 시신? 부적??'이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혹시 우매한 필자에게 위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실 분은 비밀댓글로... 미리 감사하다.)
기억 안나면 어때
필자는 그래도 운이 좋아 번지 점프를 비롯해서 태국에서 급류타기를 하다가 빠져서 죽을 뻔한 경험도 있다.(?) 솔직히 제대로 전 과정이 기억나질 않는다. 발목에 끈 하나 묶고 62미터 아래로 뛰어내리는 그 순간, 담뱃갑만 했던 물웅덩이(과연 추락 시 생명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아스러운)가 내 집만큼 넓어지는 경험이나 오로지 살겠다는 일념하나로 이끼가 끼어 미끄러운 바위를 필사적으로 붙잡던 기억. 모두가 편린처럼 일부만 기억나지 전체가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걸 전부다 기억 못하면 어떤가. 결국, 그 당시 온 몸에 솟구치던 아드레날린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뭐,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이해 못하면 어떤가. 일단 이 소설의 서두부분만 읽어넘긴다면, 그 뒤로는 그저 급류를 탄 것처럼 휙휙 읽혀질 것이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필자는 '재미있다'라는 느낌보다는 '기이하다'라는 느낌이 강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