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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평점 :
들어가는 말
'죽여야 사는 변호사'라는 부제나 '명상 살인'이라는 소설 제목이 주는 의아함은 꽤나 구미를 당기긴 한다. 게다가 꽤나 범죄 쪽으로는 '유명인'인 표창원님의 '클리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기발한 범죄 이야기'라는 서평 역시도 입맛을 돋운다. 하지만 과연 그랬는가하는 부분에서는 시원하게 답변을 못하겠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인류의 역사만큼 모든 창작물은 수없이 반복되고 표절되고 변형되고 발전했다. 특히 음악 같은 경우에는 겨우 음표 몇개의 움직임으로 아슬아슬하게 표절의 경계를 넘는다. 그런 의미에서 솔직히 클리셰가 전무한 창작물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그랬다.
물론, 재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블랙코미디의 정석
최근 읽은 '사랑하는 아이'와 같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상을 통해 접하게 되는 그런 부류의 소설이라 하겠다. 보통은, 평범하거나 지극히 정상적인 주인공이 어떠한 일련의 사건들로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약간 허무맹랑한 지침을 따르는데 갖가지 상황들이 절묘하게 들어맞아 모든 일이 주인공을 성공으로 이끄는 그런 이야기. 보통의 그런 영화처럼, 주인공은 변호사로 배경이 없어 노예처럼 로펌의 불법적인 고객인 마피아 드라간을 맡아 시도 때도 없이 시달리고 그 덕에 2살짜리 딸과 배우자에게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배우자가 명상을 강압(추천)하여 명상선생을 만나 수업을 듣게 되고, 두통과 뒷목의 뻐근함이 사라지는 현상을 겪은 뒤 거의 맹목적으로 명상을 따르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가장 큰 코믹 요소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모든 일을 오로지 '명상'이라는 요소와 결합시켜 판단을 내리는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여러가지 해결 방안을 고민하면서 결국 정답은 하나라는 명상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그냥 다 죽이자'로 마무리 되는 일련의 명상은, 어쩌면 복잡한 우리의 삶에서 가장 단순한 답을 찾아내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뭔가 후련함을 주었달까.
잘 짜여진 한 편의 연극
이런 류의 블랙코미디가 그렇듯, 주인공은 독자가 보기엔 언제나 위험천만한 외줄을 타고 있게 마련이다. 늘 독자는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그러한 위험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타개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는 전개의 모든 요소요소를 완벽한 타이밍에, 적절한 위치에, 타당한 등장인물에게 수행시켜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왜 베스트셀러에 들었는지 인정할 정도로 구성이 탄탄하다. 당장 영화화한다고 해도 2시간 짜리 영상에 어느 한 곳 빈틈이 생기기 힘들고, 적절한 요소에 위트있는 개그요소가 있는 전형적인 블랙코미디.
다만, 위에 언급했듯, 이런 류의 이야기가 흔히 가지고 있는 문제점인 '과도한 우연성'과 '주인공의 행운'은 배제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개인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자기계발서적인 내용이 (소설에서는 명상 선생의 책 내용으로 표현되긴하지만) 매번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첫번째 단점은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신경쓰지 않을 부분이니 문제될 것이 없고, 두번째 단점은 개인적 취향이 다분하게 포함된 부분이다보니 문제될 것이 없으므로, 블랙 코미디류의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읽어볼만 하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