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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평점 :
구원의 방식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본인에게 진중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외로울 때이다. 단순히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부모나 형제가 없어서, 친구가 없어서 느끼는 그런 1차적인 외로움이 아니다. 물론, 글런 1차적인 외로움이 원인이되어 다가오는 것은 맞다. 그것은 바로 생명체 존재 자체에 대한 외로움이다.
필자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인간은 절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지성을 가진 생명체로, 게다가 몇몇 생물들을 제외하고는 정말 긴 백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야 한다. 게다가, 그 긴 시간 동안 나를 이해해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런 공통된 외로움 속에서도 특출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수연과 난주, 완다 그리고 병원에 있던 노인들이 외로움에 특출난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은, 특출한 자들이기 때문에 뱀파이어에게 매력적이었을까? 아니면, 특출나게 외로움을 지닌 자들이었기에 기꺼이 뱀파이어가 주는 환상에 생명을 댓가로 지불한 것일까. 어찌되었든,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것이 어떠한 방식이든 분명 구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전혀다른 색으로 칠한, 식상한 그림
장르소설 중에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소설 속에서도 몇백, 몇천년을 살기 때문일까. 소설의 소재로 쓰인지도 오래되었거니와, 영생을 언제나 꿈꾸는 허망한 인간들에게 참 흥미로운 소재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 빈번하게 등장하는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조금 식상하다. 그나마 뱀파이어가 외로운 자의 피를 욕구한다는 설정이 새롭기는 했지만, 그 역시도 거대한 파도에 치는 미미한 소용돌이같이 느껴졌다. 다만, 소설 전체에 느껴지는 약간 무미건조하달 정도로 차분한 서사는 최근 들어 읽어본 소설 중에 가장 특이하고 생소했다. 그리고 그런 생소함이 소설의 내용과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었다.
늘상 봐서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모나리자가 흑인으로 그려진 걸 보는 느낌이랄까. 장르소설임에도 문체는 고전문학과 비슷한 느낌.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나쁘지는 않았다.
색다르고 섬세한 장르물
기존 장르물 소설에 조금 지쳐있다면 한번쯤 들어볼 만한 소설이다. 게다가 섬세한 감성을 지는 사람이라면 작가의 문체에 분명 빠져버릴 것이다. 다만, 위트가 없는 소설을 한약처럼 읽는 스타일이라면 비추천. 어디까지나 인간이 지닌 외로움이라는 본질에 대해 위트를 적용시킬수 있는 작가는 거의 없을테니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