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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정과 망원 사이 - 1인 생활자의 기쁨과 잡음
유이영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나는 어린 시절부터 시골에서 자라나서 책 제목인 '합정과 망원'이 뭔지 몰랐다. 어떤 철학적이고 고뇌가 담긴 단어겠거니 생각했는데, 지역 이름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합정이라는 동네가 있고 망원이라는 동네가 있는 것이다. 저자도 지역 중소 도시에서 자라서 장소를 나타내는 거의 모든 비유에 쓰인 '여의도의 몇 배'라는 표현에 묘한 소외감을 느꼈듯이 제목을 오해했던 나 또한 약간의 소외감과 공허함이 밀려왔다.
'합정과 망원 사이'는 독립생활을 하고 여자의 성별을 가진 저자가 동네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다.
동네 친구 만든 이야기, 자취에 대한 고찰, 동네에 있는 빨래방, 도서관 등 공용 시설물의 에피소드, 월세살이 같은 에피소드가 40개가 담긴 책이다. 아마 합정과 망원이라는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과 거쳐갔던 사람들은 더 재미있게 읽힐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동네에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지만 저자의 시선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본 기분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장소들이 얼마나 계속 이어서 운영이 될지 궁금하다. 언젠간 나도 합정과 망원이라는 동네를 가보는 일이 생긴다면, 혹시 골목식당 같은 티비 프로그램에서 다룬다면 왠지 더 반갑고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요즘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늘고, 뉴스에서 성범죄 같은 내용들을 접하다 보니 바로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를뿐더러 관심도 없다. 드라마 응답하라에 반찬을 나누고 나르는 장면이 이제는 정말 옛날이야기같이 귀하다. 그런 점에서 동네에 대한 애착과 서사가 담긴 에세이가 나는 정말 정겹게 느껴진다. '익숙한 곳을 낯설게 보는 일'을 추천받아 되도록 동네 구석구석을 안 다녀 본 곳을 걸어 다녀 보려 한다. 순간, 용기가 난다면 보이는 이웃에게 인사도 나누고 싶다. 그러면 어느 날 나에게도 빨래방 방명록을 발견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ㅎㅎ
중간중간 삽입된 사진들이 더 많이 첨부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일상을 담은 에세이라서 가볍게 읽기 좋고 도시에서 독립생활하는 감성을 느껴 볼 수 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