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아이를 둔 엄마의 눈으로 본다면 섬뜩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표지가 인상적인 책이다.
노인이 '서삼'일 것이고, 서삼의 손에 감싸 쥔 아이가 '동희'일 것이다. 서삼이 동희를 가면 삼아 쥐고 있는 모습이 첫 페이지를 열기 전부터 묵직한 결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장수마을은 미스터리 판타지 소설로 혼쥐설화에 기반을 둔 이야기다.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장수마을에는 도선사라는, 언제부터 살아왔는지 모를 어르신이 살고 있고, 마을 주민 모두가 마치 신처럼 받들며 살고 있었다. 재인은 그 마을에서 자라나, 뱃속에서부터 동희에게 천재성을 주고자 무언가 힘을 받게 되고... 재기는 그런 배경도 모른 체 동희의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을 고쳐보고자 격리된 환경을 찾아 장수마을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재기도, 재인도 몰랐던 사실은 동희가 이미 이 마을로 돌아오기로 안배되어 있었고, 원래 서삼이라는 자의 운명과 동희의 운명이 교묘하게 교차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읽다 보니 옥타비아 버틀러의 와일드 시드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와일드 시드는 주인공인 도로가 영생을 살면서 외로움에 초능력자 교배를 통한 개량으로 불사의 존재를 만드는 내용이었다. '영생'이라는 부분과 '능력'부분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와일드 시드 소설도 참 기괴하고 독특하다 싶었는데 장수마을도 참 독특하다. 옥타비아 버틀러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장수마을 또한 어떤 분위기가 지배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장수마을'의 윤재경 저자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린아이였던 자신에게 마을 고령 어르신들이 무조건적인 애정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만약, 누군가 다른 이의 생명을, 능력을, 혼을 빼앗아 올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저 옛날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살아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을 저주일까 축복일까."라는 물음과 함께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생명과 능력 그리고 혼을 빼앗아 영생을 한다는 것. 축복일까? 저주일까?
영국 영화배우이자 제작자인 찰리 채플린의 명언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말이 떠오른다. 나는 당연히 저주라 단언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죽음 있기에 삶의 하루하루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배고픔을 알 듯 몸에 고통이라는 기능이 자리 잡고 있듯 균형이 잡혀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장수마을'은 소설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는 제3자의 눈으로 서삼과 동희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이어지고 대게 미스터리 소설의 흐름처럼 전~중반에 상황 설명을 쭉 이어가다 마지막에 모든 의문을 풀어주는 구성으로 끝난다. 총 10화로 목차가 구성되어 있는고 각 목차의 제목이 반대 균형을 이룬다. 제1장 훔치는 아이와 타고난 아이처럼 서삼과 동희의 이야기가 서로 연관된 운명을 나타낸다. 목차만 봐도 이 책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라 흥미롭다.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이 책의 시작이자, 주된 골자인 '영생'의 대상인 '서삼'을 통해 우리는 영생의 삶이 어떤 일인지, 어떤 느낌인지 어떤 것을 겪는지, 내가 단언한 것처럼 저주인지 확인할 것을 기대했지만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서삼의 '느낌'에 대한 언급이 크게 없던 것이 아쉬웠다. 어쨌든 서삼은 계속적인 영생을 바라고 있는 것을 보면 축복인 걸까? 그렇다면 영생을 통해 서삼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상하다 싶은 상황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다. 동희 엄마인 재인이 막달을 앞두고 시골을 다녀왔던 것도, 도둑질을 하는 아들 서삼을 내버려 두고 무기력하게 지내는 기생충 같은 엄마도 왜 그런지 이상했다.
저자는 열린 결말을 제시했고, 동희와 서삼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하다. 장수마을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를 예고한 것일까? 개인적으로 동희의 천재적인 지능과 서삼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동희가 아직 능력 발휘?를 하지 않은 부분이 앞으로의 있을? 이야기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쉬웠던 점은 사투리와 '도아', '노자', '창선', '입적'과 같은 평소에 접하지 않은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사용해서 쭉쭉 읽어나가기 어려웠다. 저자는 분명 소설 속 단서들을 마구마구 던져놓았으니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속독하듯 읽으면 저자 자신만 아는 문장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소설을 읽을 때 보다 서평을 쓰는 지금, 처음부터 차근차근 되새겨보니 더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