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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ㅣ 안전가옥 쇼-트 8
김청귤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5월
평점 :
인상 깊은 책이다. 책 모양새도 얇고 길쭉하고 표지의 그림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제목을 보았을 때 재와 물거품이 무슨 내용인지 유추할 수 없었고, 뒤표지에 있는 사랑을 속삭이는 글을 보면서도 책의 내용을 감지하지 못한 상태로 책을 읽어나갔다.
책 제목인. 소설 속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불을 사용할 줄 아는 무녀 마리와 바다에 사는 인어 수아. 재가 된 마리와 물거품이 되는 수아를 칭하는 말이 '재와 물거품'이다. 제목에 가 들어있는 셈이다.
소설 속 배경은 바다로 둘러싼 섬이다. 어업을 하며 생계를 잊는 섬사람들이 무사하길 기원하는 역할을 하는 무녀 마리의 시점부터 시작된다. 어린 마리는 부모도 친척도 친구도 없이 무녀의 의무를 지킴으로써 자신을 지켜야 했다. 외롭고 섬사람들에게 눈치 보며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우연히 간 바위섬에서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물고기인
섬사람들의 눈초리를 피해 매일 밤 바위섬으로 수아를 찾아가 사랑을 속삭이다 본업인 무녀에 소홀해지고 그런 마리를 섬사람들은 바다신께 재물을 바쳐 마리는 불에 타 재가되며 1부가 끝난다. 그 뒤로 5부까지 이어지는데 2부와 3부에서는 수아를 기억하지 못한 채 환생한 마리를 다시 반나는 부분과, 마리를 기억하지 못한 채 환생한 수아를 만나는 부분이 번갈아가며 이어진다.
인어라니! 무녀라니! 신당이라니! 재와 물거품이 되어 환생한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말도 안 되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나의 성향과 반대되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원색적인 감정을 들추어 쉼 없이 빠져들었다. 마리와 수아가 일관되게 말하는 사랑의 표현이 애틋했다. 이런 . 2장을 읽을 때 가장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마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기다리다 결국 물거품이 되었을 때 너무 슬퍼 눈물이 났다. 한껏 감정이입돼서 읽으면서도, 올바른 사랑의 모습이 아니란 생각이 줄곧 들었다. 이건 마치 인간적이지 않다는 느낌. 마치 강아지가 주인만을 바라보고 사는 것과 같은 결이라고 느껴졌다. 지금 내가 하는 사랑과는 달라 마리와 수아의 사랑이 더 나한테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수아와 마리는 동성애자이다. 죽어도 다시 환생한다. 또한 배경이 되는 바다 섬에 사는 동네 주민들의 끊이지 않는 간섭 같은 장치들도 소설을 보는 내내 을 더해주어 재미있게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어렸을 때 읽었던 '도래미파솔라시도' 같은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원색적인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강추하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뒷 표지에 있던 사랑을 속삭이는 글들이 이해가 갔다. 중요한 자리에 왜 이런 단순한 구조의 대사를 넣어놨는지.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