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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갑의 살인 ㅣ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평점 :
들어가는 말
얼마 전, 중국 추리소설인 심리죄를 읽은 적이 있었다. 요즘 트렌드인가. 중국, 미국(수어사이드 하우스였던가.)에 이어 이제 일본 추리 소설도 주인공들의 행보를 따라 시리즈물로 출간되나보다. 이런 시리즈물의 장점은 국내에서 최대 흥행을 기록한 어벤져스처럼, 시네마틱 유니버스라고 불리는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닐까. 주인공들이 일련의 사건을 겪는 것을 보통 한 권으로 제한적인 기존 소설과는 달리, 여러 권에서 표현함으로써 주인공의 특성과 개성, 가치관을 더 디테일하게 드러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친근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물론, 그 시초에는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셜록 홈즈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시리즈물의 단점이 있으니. 중간에 추리소설의 버스에 올라탄 사람들은, 이미 타고 있는 승객들이 대체 왜 그런 표정들로 본인을 쳐다보는지 소설의 내용과 무관하게 궁금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언, 실현을 전제로 한 사기
소설의 기저에 깔려 있는 '마다라메 기관'이라는, 약간 어둠의 조직(아무래도 떠오르는 것은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에게 물약을 주사한 그 조직..이었다.)같은 곳에서 여러가지 실험을 자행하고, 그 실험의 결과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에 주인공이자 미스터리 애호회인 하무라와 히루코가 휘말리면서 전개가 이뤄진다.
이미 이전 소설(시인장의 살인이려나)에서 해당 기관이 연류되어 있음을 알게된 둘이 조사를 위해 마안갑을 찾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마안갑은 마다라메 조직에서 초능력, 특히 예지력을 연구하던 곳으로, 사카메라는 불세출의 예언가가 갖가지 사건을 예언하면서 오컬트잡지에 실리게 되고,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으되 오로지 연관된 자들만이 알 수 있는 형태로 자신을 알려 희생자들을 모여들게 했다.
'이틀동안 네 명이 죽는다'는 예언은 실현될 것인가.
소설의 내용을 스포할 위험이 너무 높아 세부적인 내용을 서술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소설에서 말하는 바를 단순히 인간의 능력을 벗어난 불가사의한 능력에 대한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 섣부른 판단이 될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예언이라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아닌, 우리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맹목적인 신뢰에 대한 위험을 맹렬히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은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그리고, 당신의 믿음을 위해 어느 수준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책을 읽고나면 아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된 소재가 마다라메 기관이라는 약점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소설의 배경은 각 에피소드를 달리하더라도 결국은 '마다라메 기관'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대한 추적에 있다. 소설의 내용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시인장의 살인에서는 이 미스터리 애호회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죽은 모양이며, 하무라와 히루코는 그 복수와 정의 실현을 위해 조직을 파헤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서 이 소설의 약점이 발생한다.
셜록 홈즈의 시리즈를 보자면, (혹시 영국 드라마를 연상하고 있다면 지우기 바란다. 소설만을 예로 든다.) 역시 각 스토리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셜록과 왓슨으로 같지만, 각 스토리마다의 연관성은 극히 희박하다. 고로, 어떤 독자가 어느 스토리를 읽던 이야기의 흐름에 이상함을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앞선 이야기에 대해 단순히 독자가 의아해해야 하는 것을 넘어서서, 소설 중간중간에 이전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므로써 '앞 시리즈를 읽어야하나...'라는 고민을 독자에게 주고 있다.
게다가, 이 조직이 초자연적 사건을 일으키는 문제의 발단이라면 전체적으로 소설의 내용이 오컬트적인 부분에 조금은 더 초점을 맞춰야했지 않을까. 여타 추리소설과의 차별성을 두는데에는 분명 성공했을지 모르나 마치 라면을 끓이고 난 뒤 후추를 살짝 두 번 정도 뿌린 듯한 효과만 있었을 뿐이다. (그만큼 미약한 요소라는 뜻이다.) 오컬트와 논리의 대결이라는 문구가 허망할 정도로 오컬트적 요소는 그저 단서를 '무논리적'으로 제시하는 도구로만 쓰인 듯 했다.
하지만, 아무리 작가가 독자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고수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고는 하지만 자로 잰 듯 앞뒤를 꽉 들어채우는 스토리 전개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탑은 애초에 아래서부터 쌓는 법이지만 위에서부터 내리는 일을 작가는 매우 잘 해낸 것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탄탄한 구성을 갖고 적당한 반전과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잘 이용해냈다. 그럼에도 앞서 말했든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은 내용보다는 구성이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과, 소설 말미에 또 다른 사건을 언급하므로써 결국 이 책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구나라는 허망함에 다음 소설을 또 기다려서 읽어야 하는가라는 중압감까지 겪어야만 한다.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의 장점은 주인공이 범인을 기상천외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밝혀냈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에는 그것이 없었다. 마다라메는 대체!)
차라리, '마다라메의 비밀 - 마안갑의 예언자'라는 식의 시리즈 진행이었다면 애초에 1권부터 읽어오지 않았을까.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나 읽고 싶어서 신청하였고 솔직히 작성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