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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동자 안의 지옥 - 모성과 광기에 대하여
캐서린 조 지음, 김수민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네 눈동자 안의 지옥'은 캐서린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1일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산후정신증을 앓고 있는 캐서린은 자신이 누군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기억인지 정신병원에 오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찾는다. 어릴 적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동생 테디에 대한 기억과 지난날 만났던 애인과 남편 제임스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점점 미쳐가는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 전반적으로 가 많이 담겼다.
정신병원이라는 배경에서부터 오는 축축하고 음침하고 신비스러운 기운이 돌아 울적한 느낌을 맛보게 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책은 온전히 캐서린 시점에서 정신병원 생활을 디테일하게 전달한다.
시간에 맞춰 줄지어 먹는 약과 화장실까지도 기록하는 감시자들, 그 흔한 연필 한 자루 움켜쥐기 힘든 곳이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캐서린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상황이라 글을 읽고 있는 나 또한 뭐가 진짜인지 이 글이 전하는 말들이 현실인지 객관성을 가지고 보기 어려웠다.
병동의 사람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 봤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혼자 생각하고 무엇이 현실인지 인지하기 위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존엄성을 가진 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 것 같아 안타까웠다. 자신이 한 말에 확신이 없다. "그런 것 같다, 내가 여기서 무얼 하는 거지?" 같은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되뇐다. 현실감각이 조각조각 나고 횡설수설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나타난다.
놀라운 것이 이 모든 이야기가이다. 저자인 캐서린 조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지금은 가족과 함께 런던에 살며 출판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다. 캐서린은 2017년에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3개월 뒤 정신병원에 입원한 자기 자신을 발견했다. '네 눈동자 안의 지옥'은 자신의 으로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와 자신의 이름이 없어진 데에 있어 꽤 많은 주변 지인들이 우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았으나, 우울감이 산후정신증까지 발전하다니 여성의 출산에 대한 시각을 환기시켜주는 책이었다. 한 생명이 탄생하는 성스러운 순간 한 여성은 지옥을 경험하는 특별하고도 솔직한 에세이다.
애인을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아들을 둔 엄마 리아
"나도 드루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심으로 다 잘 해결될 거야. 네가 그저 그 아이에게 그렇게까지 맞서지만 않았다면..."
산후우울증을 겪는 캐서린
"아기를 위해 존재하는, 하라는 대로 하는 포유동물처럼 느껴졌다.
출산 후 내 몸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대신 이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말았다. 나의 육체는 단지 주기 위해, 새 생명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했다. 나는 내게 이름이 있다는 생각을 멈추었다. 나는 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