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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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다시피, 누구에게나 있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가족 이야기는 반칙이다. 신경숙 작가의 이전 작인 '엄마를 부탁해'에 이은 책인가 싶은 느낌이 든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2020년 6월부터 12월까지 '매거진 창비'에서 연재한 작품을 보완하여 책으로 선보인 소설이다.

엄마가 입원하자 홀로 집에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딸의 시점에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아버지와 같이 생활하면서 아버지의 지나온 삶을 들여다보며 아버지를 한 번도 개발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책의 도입부에서는 '아버지가 울었다'라는 문장이 자꾸 나와 어느새 작아진 아버지의 뒷모습이 반추되며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의 이야기의 배경은 70년대 한국 현대사가 담겨있다. 어쩌면 나에게는 낯선, 교육서에서만 보던 내용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삶을 보낸 것에 대해 대단하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건 423P에 아버지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았지만,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 단어를 바꿔 넣었어도 내용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흘렀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라서 느낄 수 있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게도 읽는 내내 나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했고 아버지는 나와 함께였다. 이 책에서 아버지는 70년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했지만 우리 아버지는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지, 어떤 기분으로 살았을지, 개별적 인간으로서의 당신이 궁금했다. 모두가 어려운 시절에 많은 식구가 있는 집의 막내였고 대학까지 나와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지만 1997년 IMF 경제 위기로 인해 실직 후 선택 아닌 귀농을 선택했지만 농사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표고버섯, 배추, 벼, 고추 손에 대는 족족 운이 안 좋았는지 가격이 폭락하고 수중 5만원도 여의치 않아 빛만 쌓여 결국 신용불량자가 된 당신은 당신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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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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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오르게 하는 소설 '인간에 맞지 않는'

처음 변신을 읽을 때에도 그 신선한 충격은 내 평생의 잔상으로 남았는데 인간에 맞지 않는 또한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더 이상 인간의 기능을 하지 못한 아들 유이치를 버릴 수 없어 어떻게든 보듬고 가려는 엄마 미하루의 처절한 몸부림과 엄마와는 반대로 하루아침에 변한 아들을 쓰레기 취급하는 아빠 이사오의 상반된 모습은 이 소설의 상황을 극에 달아오르게 한다.

엄마와 아빠 그 누구도 옳다고 편을 들 수 없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영혼이 없는 생명체는 결국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없으며 그것을 결국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자신의 숙제이다.

내가 궁금했던 건 괴물로 변한 아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에 대한 연민이다.

아들 유이치가 어느 날 갑자기 변했다 하더라도 엄마의 '올 것이 왔다'라는 대목에서 엄마와 아빠는 예견된 일이었음을 알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였어야 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다. 내가 부모라면 소중한 아들을 잃지 않기 위해 가만히 방안에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벌레나 동물의 형태에 머물지 않고 나무의 형태로도 변하는 등 다양한 모습에 상상의 범위가 넓어져, 과한가 싶으면서도(이미 설정이 과하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ㅎㅎㅎ

더 나아가 사람이 죽으면 땅으로 돌아가 듯, 나무가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당장 죽어 내가 나무가 된다면 생각하니 썩 나쁘지 않기도 하고 기피시설로 치부되는 묘지시설보다는 평판이 좋을 것 같고 남은 가족들도 나무를 돌본다면 경관과 환경, 비용, 정서에도 좋지 않을까?

제한 없이 상상의 범위를 뛰어다니는 소설이라는 특유의 매력을 흠뻑 젖을 수 있던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과한 설정에 처음엔 얼떨떨하지만 금세 이야기에 빠져 책을 손에 놓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괴이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신선한 상상을 하고 싶은 이들이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나 읽고 싶어서 신청하였고 솔직히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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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행복
김미원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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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원작가의 '불안한 행복'은 행복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이 행복이 깨질까 두려운, 그렇기에 이 행복한 시간이 소중한 사람이 공감할만한 제목이다. 불안한 행복이란 진정, 행복하고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와도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삶의 여정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많지만 지금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쩌면 삶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독자라면 불안한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따뜻한 햇볕이 집안으로 가득한 주말 오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런 걱정이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반려견과 같이 있고, 따뜻하고 달짝지근한 커피 한 잔 책상 위에 올려놓고 새하얗고 푹신한 소파에서 읽는 햇빛 드려온 아-주 기대되는 책을 읽을 때면 항상 행복을 느낀다. 그런 날이 자주 찾아오고 있는 어느 날, 행복하다 깊게 생각했고, 뭐 하나 틀어지면 없어질 이 행복한 순간이 아쉬웠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불안한 행복'은 그런 특별한 감정을 느낀 나에게 아주 적절한 책이다. 유난스러운 감정이라 누구는 말했다. 누군가 나의 불안한 행복을 공감하고 그 이야기를 읽는 일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다.

김미원 작가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그만큼 행복이 가족에서 많이 오는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가족'이란 단어에 수없이 많은 사연과 관계가 담겨있다는 것이 문득 신기하기도 하고 경의롭기도 했다.

이번 계기로 나의 행복을 다시금 느끼고 되뇌는 시간이었고, 또다시 소중함을 느꼈다.

좋은 의미로 불안한 행복을 많은 사람들이 느끼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컬처블룸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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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 - 책과 서점에 관한 SF 앤솔러지
김성일 외 지음 / 구픽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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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갇히다'라는 한국 SF 단편소설집으로 김성일, 천선란, 전혜진, 이지연, 이경희, 오승현, 송경아, 문녹주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발간한 책이다. 작가 모두 한국의 SF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작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망하고 많은 작가들이 한 가지 주재로 한 권의 책을 냈다는 것은 독자들에게 참 뷔페와 같은 행운이 아닐까 싶다.(이 책에서는 '책'을 주제로 단편이 실렸다) 작가의 스타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고, 자기에게 맞는 글을 쓰는 작가를 가려내기 좋기 때문이다. 난 원래 SF 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아무래도 한국에서의 SF 소설은 이제 막 피어나려 하는 꽃망울이 연상된다. 그래서 사실 8명 중 기존에 알고 있던 작가는 없음은 물론이요 읽었던 책도 없는 나에게 이 책은 정말 행운과 같았다.

가장 좋았던 단편을 꼽자면 문녹주 작가의 금서의 계승자이다. 목질 분해 바이러스로 나무가 멸종된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식물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동.식물에 호기심이 많아 식물계에 일어난 재앙을 다룬 '금서의 계승자'가 유독 맘에 들었다. 실제로 그가 쓴 소설은 SF지만 정말 나는 먼 훗날 '나무 위기' 나무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최애 영화인 인터스텔라도 나중엔 공기가 오염되고 자라날 수 있는 건 오직 옥수수뿐이며 자욱한 미세먼지로 지구는 멸망해가고 있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진심을 다해 이 SF소설 금서의 계승자를 보았다.

'책'을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관점의 SF소설이 접한 것도 행운이었으며, 다양한 작가들을 만나보는 시간이었기에 더더욱 값진 책이 아닐까 싶다. 외서를 많이 접하는 요즘, 한국인이 쓴 소설을 볼 때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조금이나마 더 애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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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에이지
문현경 지음 / Storehouse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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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 사건을 맡은 여형사 연우의 시점에서 흘러가는데 단순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여러 사건들이 연결되어 실마리를 찾아간다. 청소년이 연관된 수사물로 가독성과 흡입력이 좋다. 단순하게 결론이 날 것 같으면서도 찜찜한 여운을 감돌게 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한다. 십 대 청소년 범죄, 죽음, 성폭력, 마약, 가정폭력, 실종과 같은 이야기를 다뤄 이런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가정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던 소아마비 환자 여고생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어느 날 아버지와 여고생 둘 다 사라지고 집안에서는 흥건한 피바다와 잘린 아버지의 손목만이 남았다. 폭력적인 가정환경과 수상한 딸의 방, 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들과 현장에서 발견된 보라색 알약들이 이 사건 이면엔 어떤 일이 있을지 소설이 진행되는 과정 중에 하나씩 힌트를 던져준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유난히 잔상이 많이 남는 책이다. 한 아이를 성년까지 안전하게 키우기가 참 어렵고 세상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경찰의 역량에 따라 많은 사건들의 흐름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는 생과 경찰 세계에서 '관할'이라는 것이 큰 기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253p에 손에 담기 좋은 사이지의 작은 책 안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이토록 잔인하게 담을 수 있다는 게 책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 이 서평은 몽실서평단으로부터 서평단 모집에 선정되어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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