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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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았을 때 드는 생각은 "책이 정말 길-다"

그리고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이 정갈하고 따뜻하다.

페이지 번호까지 신경 쓸 정도로 디자인에 상당히 많은 심혈을 기울였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신문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연재했던 짧은 원고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책과 빵이 연결 지어서 소개되는 형식의 이유는 그저 작가가 빵과 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냥 일기 곳곳에 빵을 넣어 써 내려간 공감 글이나 위로글로 생각하고 봤는데

오히려 책 소개 글이었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구성이었는데

예를 들어

슈크림 빵 + 캐서린 맨스필드-가든파티

마카롱 + 앤 카슨-남편의 아름다움

뭐 이런 식으로 ㅎㅎㅎ 한 챕터 한 챕터 넘길 때마다 마치 작가에게 미션을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카롱과 남편의 아름다움 책을 어떻게 연결할까?" 이렇게 ㅎㅎㅎㅎ

생각지도 못하게 책을 추천받아서 좋았다. 나 같은 책벌레에겐 희소식이었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 같은.. 이 책으로 인해서 꼭 읽어봐야지 싶었던 책들은

내 식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울분 / 가든파티 / 나무수업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등이 있었다.

책을 읽기 전 목차에서 본 책 목록엔 내가 아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대체로 오래되고 우울한 느낌인 책들이 많아서 취향이 좀 다른가 보다 싶었는데도 불구하고

책 서평을 꾸준히 쓰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건대 이 책은 어떤 책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어 나에게 하나의 공부, 잘 써진 글로 보였다. 저자가 작성한 것처럼 이런 식으로 책을 소개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구나. 소개하고 있는 책에 대한 이해와 특징일 잘 잡아서 결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배우고 싶은 글이다.

과하지도 않고 표현도 좋고 문맥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빵과 함께하면 좋다.

작가의 바람처럼 고양이가 앉았던 자리만큼의 온기가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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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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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르 굴릭센

발음하기도 어렵고 적기도 어려운 낯선 이름의 노르웨이 작가다.

책은 참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내가 언제 노르웨이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겠는가

뭐 특히 소설에는 국적이 큰 차이를 만들어 내지는 않겠지만

주요인물은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이혼을 앞둔 중년부부이다.

나도 자녀는 없지만 결혼을 한 사람으로서 처음 페이지를 넘겼다.

결혼의 연대기. 뜨거웠던 우리 관계는 어쩌다 이혼으로 치닫게 되었을까? 서로의 감정을 천천히 살펴보는 이야기다. 남편인 존이 마치 아내 티미가 된 것처럼 서술하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한 평생을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사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소설

나는 사랑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정도 사랑 중 하나고 부부간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가족과의 사랑.. 한 평생을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연인과의 사랑에서 가족 간의 사랑으로 더 꽁꽁 연결되는 것이다.

왠지 남편인 존의 시선에서 티미를 서술하니 책의 처음부터 중년 여자의 야한 생각들이 많이 제시돼서 좀... 짜릿하기도 하고 놀랐다. 아내인 티미도 정말 저런 생각을 했을 것 같진 않았는데. 중년 남자의 시선은 저런 것일까..? 천천히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이해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미묘한 감정이 들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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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 한 사내가 72시간 동안 겪는 기묘한 함정 이야기
정명섭 지음 / 북오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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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아마, 모든 스릴러에서 반전이라는 요소를 빼버리면 그건 소금 없는 음식과 같을 것이다. 식스센스였던가. 웬만한 스릴러 영화에서 반전이라는 요소가 필수가 되어버린 건 그 이후였던 것 같다. 기존의 스릴러들이 사건의 발생과 전개, 클라이막스에 다다르고 장막이 걷히면서 갈등이 해소되는 수순이었다면 그 이후 웬만한 스릴러들은 기본적으로 사건, 전개, 클라이막스, 해소. 된 듯 하다가 반전, 해소의 순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언제나 슬로우 스타터다. 처음에는 분명 신선하고 충격적이며 감동적이었던 그런 연출들이, 어느 순간부터 식상한 것들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제 '필수'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억지로' 반전을 끼워 넣으면서 더욱 독자들은 실망한다. 마치 반전 5페이지 (혹은 1페이지)를 읽기위해서 앞의 200페이지를 읽은 것처럼, 책을 덮고나면 의미없는 피로함에 빠지는 것이다.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물론, 주인공이야 72시간 동안 본인의 누명을 벗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강형모가 맞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허술함은, 아직 누구도 그에게 누명을 씌우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즈레 본인의 다른 상황과 결부시켜 시체 3구를 옮기고, 숨긴다. 그리고는 퇴물 배우로써 실제 범인을 잡아내겠다는 약간은 허무맹랑한 생각을 한다. 최원준은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겨우 사귄 지 하루된 다슬이를 찾겠다고 가택침입이라는 범죄에 가까운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모든 행위에 인과관계가 허술하다. 스포일러일 수 있으니 언급은 자제하겠지만, 오히려 반전이라고 내세운 살해동기가 어찌보면 되려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 상식적인 살해동기에 대한 설명은 책 전체를 통틀어 2페이지 이내이다.

말해주지 않는 반전은 그저 속임수일 뿐

반전에 필수 요소는 누가 뭐래도 복선이다. 종국에 가서 장막에 감춰진 진실을 마주한 관객들이 다시 기억을 더듬어 과거의 수많은 장면 속에서 범인의 모습을, 범인의 감정과 사연을 되짚어 무릎을 쳐야 그것이 반전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복선을 볼 수가 없었다. 두어번 등장한 범인의 모습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준이었고, 엑스트라로 치자면 대사, 아니 심지어 어떤 표정연기도 없는 단역으로 나왔을 뿐이었다. 그런 등장인물이 마지막 몇 페이지 내에 범인으로 탈바꿈해버린다. 물론, 범인이 될 소지는 충분하다. 여러모로 살해동기는 갖추었다. 하지만 서미진이 살해당하는 이유, 정황, 용의자 목록에서 그들은 처음부터 제외되어 있다. 아니, 작가가 제외시켜버렸다. 어찌보면 작가는 독자에게 범인이 누군지는 말하고 싶지 않았거나, 혹은 강형모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액션영화를 보여주고 싶어 말하는 걸 잊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오히려 강형모가 박슬기에게 찾아갔을 때 꾸는 꿈. 실제로는 강형모가 죽였다는 그 장면이 오히려 반전으로 효과적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반전은 또 이미 여러차례 나왔던만큼, 작가로써도 피해야했을 것이다.)

소설보단 시라니오에 어울리는 소설

일전의 더 드림팀이라는 소설에서 느낀 바와 비슷한 면을 느꼈다. 잦은 독백, 과도한 배경 설명과 많은 액션신은 소설에는 그렇게 어울리는 면은 아니다. 스릴러라면 등장인물의 대사와 행동에 대한 묘사 등이 더 중점적으로 쓰여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위의 요소들이 주를 이루는 이 소설은 되려 시나리오로 쓰이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을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상당히 많았기에, 연출력이 뛰어난 감독을 만나거나, 혹은, 반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할 것은 당연해 보이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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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습관 - 스치는 일상을 빛나는 생각으로 바꾸는 10가지 비밀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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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기획자 성향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무언가를 배우려는 목적보다는 기획자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기 위해 본 책이다.

섬세하고 간결하며 적당한 여백과 사진 등의 첨부로 이해하기 쉽게 글을 담았다.

이 책은 기획자의 생활습관, 공부습관, 생각 습관 3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고

그 속에는 관찰, 정리, 공부, 독서, 표현, 발상 등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나는 정리와 독서 부분에서 공감과 많은 도움을 받았다.

기획의 출발점 '관찰'

책의 처음은 관찰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스타그램을 이야기하며 오롯이 사진으로만 자신을 증명하는 사회의 흐름과 특징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소비심리, 길거리를 통해 트렌드 정보 수집하는 법이 나와있다.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다는 욕망'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마케팅에서 생각보다 정말 중요함을 다시금 들었다.

특히 서울에선 '로고리스'를 지향하는 반면 지방에서는 나 명품 쓰는 사람이야라고 크게 나와있는 상품이 잘 팔린다는 내용으로 인해 사람들의 심리에 여러 가지 의문이 일었다.

공감이 많이 되었던 단어, '인지적 구두쇠'라는 개념을 배웠다. 사용할 인지 능력이 있음에도 잘 안 쓴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리(=기록)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기획을 할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와 '적당히 하라. 어차피 결론은 동일할 것이다.'

라는 마인드를 가지지 말고 했는데 ㅋㅋㅋ내 마인드가 딱 저래서 다른 의미로 놀라웠다 ㅋㅋㅋㅋ

기획자는 대단하고 또 대단하지만 치열하고 바쁘다. 멋지지만 이상적이지는 않은 삶으로 느껴졌다.

관찰자 시점에서 보았지만 뜻하지 않게 공감하는 구간도 많았고 써먹을 부분이 많았다. 새로운 사실을 배운다는 것보다는 눈치껏 느끼고 있던 사실들을 멋진 글로 정리해서 표현해 주었다. '맞아 저래야지' 나태해진 직장인들이 보면 촉매제가 될 것 같다. 특히 컨택 브리프와 이메일 관리법은 신경 써서 챙겨야지.

느낌이 비슷한 책으로는 복주환 작가가 쓴 생각 정리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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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우주선의 시간 - 제1회 카카오페이지×창비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수상작
이지아 지음 / 스윙테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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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서평단 신청해서 배송받은 책이다.

표지가 감각적이고 예쁘게 생긴 게 한몫했고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더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지아작가님은 웹툰으로 데뷔했고 소설로는 처음 선보인 책이 ' 버려진 우주선의 시간'이다.

이야기는 장소마다 챕터가 나눠져있고

그 속에서 주요인물인 인공지능로봇 티스테와 지구에서 온 롯의 시선에서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다른 책들보다 넓적한 책의 모양 탓인지 여백이 많고 가벼운 이야기로 금방 읽었다.

특별한 반전은 없었다.

버려진 우주선이 사람의 모습과 감정을 지닌 안드로이드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던 어느 날 자신을 버린 조종사의 손녀가 우주선을 팔기 위해 그가 버려진 곳까지 찾아와

조종사가 살아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티스테를 회유해 지구로 데려오면서 생기는 기계와 인간의 우정 이야기

이 책에서 다룬 이야기는 오염된 지구환경과 인공지능로봇 사회 우주행성 그리고 감정을 가진 로봇이다.

사물이나 동물에 감정을 이입하여 인간과의 감정교류 등의 이야기로 생명과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한편, 몽글몽글한 감정이 오른다. 이런 유의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2008년도 영화 월-E가 대표적으로 생각나는데, 분명 기계인데 인간인 우리가 감정을 쏟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이질감과 혼란을 넘어 죄책감까지 든다.

책에 나온 인간인 '롯'은 결국 인공지능 '티스테'에게 미안함과 우정을 느끼고 자신이 티스테를 속이고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접근한 것을 반성한다.

'나중에 반성한다고 해서 처음 의도는 용서되는 것일까'라는 물음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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