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드림 팀 (The Dream Team) -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공조
김지오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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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들어가는 말

시나리오가 그 전제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시각화를 그 목적으로 한다는 것. 그렇다는 것은 너무 세세한 장면 묘사가 독자로 하여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초에 시나리오로 씌여진 것을 굳이 소설로 엮어 내려는 것이었다면, 분명 작가는 이보다 더 공을 들여 문장이나 표현을 더 다듬어야할 의무가 있었다.

게다가, 시나리오를 그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참신한 소재가 아니라면 탄탄한 구성이라도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두가지 방면에서 살펴보건데, 그 어느 편도 내게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재도 참신하지 않은데, 표현마저 구식

소재가 참신하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속편한 평인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서평을 씀에 있어서 이 말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그만큼 이 책의 소재가 식상하다는 것이다.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단적으로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것들과의 공조'라는 표지에 씌여진 단 한 문장에서 거의 대부분의 스토리가 잡힌다고 보면 되겠다.

게다가, 전체적인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도 (물론, 소설 자체가 시나리오를 그 근간에 두고 있다는 것이 그 한계를 어느정도 인정하게 한다손 치더라도) 배경 설명이 전혀 없는 등장인물이나 상황 전개, 스토리와는 무관하지 않지만 굳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적을 필요가 없는 상황 표현 등은 쌩뚱맞다는 말이 적당할 정도로 두서없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아무리 그 근본이 시나리오였다손 치더라도, 작가가 이를 소설로 각색하여 출판을 했을 때에는, 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로라도 일부 손을 볼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전체적으로 1인칭 시점인 이 소설이 독자에게 그나마 설득력(앞뒤 상황 전개의 이유라든지, 그 원인이라든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라든지 하는)을 주기 위해서는 시점이라도 변경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추리소설이 아닌 이상, 이런 SF류, 특히 그것이 이세계(異世界)를 소재로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보면서 내내 궁금함이나 의아함이 생겨야 하는 것은 추리소설이지, 상황이나 사건마다 그 배경이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해야하는 판타지는 흥미도가 떨어진다.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식상하고, 안 좋아한다면 식상하진 않지만 이해를 못한다.

개인적으로 웬만한 판타지는 거의 마스터했다고 자신할 정도로 많이 읽은 편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판타지가 그 글의 흐름이 비슷할 수 밖에 없다는 부분도 어느정도는 인정한다. 하지만 나처럼 판타지를 꽤나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에 대한 감상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영화, 소설에서 나왔던 여러 스토리들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스토리. 그러니 식상하지 않으면 되려 이상하다. 죽은 무당 어머니, 전생의 연이 닿은 여인,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고대부터 신을 거역한 자, 이승과 저승의 공조. 딱 이 정도 나열만 한다해도 아마, 판타지 하드 리더(Hard Reader)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확률이 높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그렇게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도 결국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읽게 마련이고, 그 읽는 주된 요인은, 이제 스토리를 넘어서 작가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화술, 유머, 위트 등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 책 어디에도 그런 요인은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앞서 계속 이야기하지만 시나리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문체때문에 그 몰입감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거기다 만약에, 평소 판타지를 전혀 즐기지 않는 부류의 독자라면 이런 배경 설명이 없는 1인칭 시점의 판타지는 애초에 흥미 자체를 일으키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루시퍼'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의 존재인지 알고 있으려면 최소한 판타지를 어느정도 읽어보았거나, 적어도 모태신앙으로 성경을 몇 년은 공부한 사람이어야한다는 것이다. (첨언하자면 성경공부한 사람들은 이런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귀신이나 토속신앙은 배척하는 종교니까.)

결론적으로 그 양자 어느 독자의 선택에서도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다만, 원래 시나리오를 그 목적으로 쓴 작품이므로, 이를 영상화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영화로는 또 대박이 날지, 그건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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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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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인간은 얼마나 추해질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추해짐을 바라보는 인간 역시 얼마나 더럽혀질 수 있는가. 진정한 사과란 무엇인가. 사과란 존재하는가. 용서란 존재하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그 어떤 문장에도 물음표를 쓰지 않는 것은, 그 어느 것에도, 그 아무도, 대답할 자격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그 어떤 책 중에서도 가장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바로 작가의 실제 경험이 담긴 책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완벽히 타인을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있기에, 작가 본인의 경험을 책으로 썼다면, 그것은 단순히 '상상'이나 독자의 '정리'로 완료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경험칙의 책을 읽는 것은, '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공감'을 '겪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위로를 그 목적지로 향하는 공감에 발을 담근다.

가해자에게는 목소리가 없어야한다.

출판사의 편집인이 동봉한 문서의 내용 중 유달리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다. '원고를 읽을수록 이 책이 절대 가해자를 변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의 입장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스포일러일 수 있으니 세세한 내용은 제외하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인간은 타인을 이해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공감'의 노력을 하게 되어있고, 결국 화자인 가해자의 목소리만 듣게 되는 독자들은 그의 여러가지 이야기와 상황에 대한 자세와, 본인의 과거를 그 원인으로한 핑계와, 종국에는 진심을 담은 그 사과로 인해 '공감'을 해버릴 수도 있다.

요지는, 이 책을, 또, 여성들만 읽고 분노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시선을 여성의 입장에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가 하고싶은 이야기는 어떻게보면 단순하다. 사과를 받지 못한 가해자가 본인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는 내용을 통해서, 그리고, 가해자 스스로 모든 사건과, 전후사정 등에 대해 진술하면서 본인의 범죄를 시인하고, 가정 내에서 성범죄가 어떤 흐름으로 일어나고, 사회에서 가정 내의 성범죄를 막기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그리고 가정에서 특히 가부장들의 어떠한 자세들이 성감수성이나 성인지성에서 문제인지를 알리고 싶었던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페미니스트에 반대하는 진영의 자(어떤 명칭으로 불러야할지 모르겠다.)들은, 결국 이런 글에서 가해자의 과거라던지, 상황이나, 반성하고 과오를 뉘우치며 사과하는 모습에서 면죄부를 불러낸다는 것이다. 양 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한다는 주장에서 나오는 가해자의 목소리는, 참 듣기 싫거니와, 듣고 나서는 돌이킬 수 없이 피해자와 제3자의 마음까지 더럽히고 만다. 게다가 아주 조금이라도 그 마음이 얕다면, 더러움은 정화되지도 못한다.

잊으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잊어야 한다.

가해자는 이미 죽었지 않느냐. 산 자는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지난 일은 잊고, 죽은 가해자는 무덤에 묻어버리고, 무성히 자란 잡초 밑에 덮어두고 산 자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범죄는 기억되어야하고, 상처는 드러나 있어야한다. 그래야 미래에 있을 피해자를 줄일 수 있고,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어루만질 수 있다. 하지만 정히 드러내야 한다면, 이는 가해자의 편지가 아니라 피해자의 편지였어야하지 않을까. 작가의 성향이 묻어날 수 밖에 없었겠지만, 그 잔잔한 어투와, 차분한 내용이 주는 느낌은, 오히려 정갈해서 더욱 추악한 가해자의 모습이었고, 그 사과에서 그 어느것도 진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외려 더욱 분노만 부추겼다. 게다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반대측이라면 이를 양비론의 기조로 삼아 모두 다 피해자인 양 호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이 더 화가 난다.

기억해야한다. 우리는. 모든 피해자와, 모든 가해자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하지만 그 어디에도 가해자의 '입장'을 남겨둬야할 공간은 없다.

사과라는 것은 어찌보면 '용서'의 전조다. 개인적으로, 한 인간의 삶에 상처를 낸 자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으므로, 사과할 자격 역시 없음이 맞다.

절대. 사과를 바라지 말자. 사과를 바라느니 더욱 분노하고 더욱 저주하자. 죽으면 후련해하자. 무덤가에 침을 뱉자. 그 편이 오히려 기억의 감옥을 벗어나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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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라면 마음청소 - 마음에는 버릴 것과 살릴 것이 있다 50의 서재 3
오키 사치코 지음, 김진연 옮김 / 센시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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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았을 때 목차를 보았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청소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인지

마음청소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위해서다.

아마도 '마음청소'에 대한 이미지만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다소 당황했을 수도 있다.

보아하니 단정한 집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삶의 활력이 충만해진 데에서 마음청소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정리 및 청소의 팁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하하하하하! 사기당한 기분이지만 어쩐지 유쾌하다ㅋㅋ

나는 여자이고, 집안일을 하고 있어서 의도치 않은 청소 팁들은 어찌 되었든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50대 아저씨들이 본다면? ㅋㅋㅋ 청소를 시작하실까 궁금하다 ㅎㅎㅎㅎ

작가는 50이후터는 삶의 독소를 빼고 안과 밖의 균형을 잡기 위해 내적 디톡스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왜 50대이후부터 인지 기준을 모르겠다. 20대인 나도 해당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지혜롭게 나이 드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다구요! ㅎㅎㅎㅎ

주요 청소 팁

- 가스렌지를 사용한 후에는 잔열이 남아 있을 때 행주로 더러워진 부분들 닦아낸다.

- 더러워지기 전에 청소를 해야한다.

- 수건은 최고의 청소도구

- 지금 필요 없는 것이 앞으로 필요할까? 비워내자

이 책으로 인하여 나는하루에 5분이상 청소를 꾸준히 하자!라는생각을 했다. 항상 생각은 하고 있지만 좀처럼 귀찮음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잠시 5초 투자하는 게 어려워서 방이 더러워진다.

한꺼번에 하려고 하지 말고 매일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 바로 신발장 앞에 있는 신발을 수납하고 가지런히 놓는 일부터 할 요량이다

단정하고 깨끗한 출입구를 보자면 내 마음도 청소가 되겠지.

다행히도 나는 물건을 쟁여놓지는 않는다. 버리기를 잘한다 뿌듯했다.

원래는 컴퓨터나 책상에 이것저것 깔아놓는 스타일이었는데 이것은 직장에서도 이어진다.

일하는 스타일은 가지각색이고 책상이 깨끗해야 일도 잘 한다라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상사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책상 치우기를 강요해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그게 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얻은 인생 팁

- 능숙하게 '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슬플 때는 마음껏 우는 것, 실컷 그 슬픔에 집중하는 것.

- 상대방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으면 편안해진다

정말 공감 갔던 구절은

옛날 사람의 과거 이야기는 그 이야기와 관계없는 사람의 귀에 그저 넋두리나 자랑거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에게는 추억일지 몰라도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는, 하물며 나이 어린 젊은 친구들에게는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아무래도 상관없을, 지나가버린 타인의 사건에 불과하다. 추억은 가끔 자기 마음속에서 조용히 감상에 젖어 그리워해야 할 대상이지, 다른 살마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아니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조심하고 있다. (팀 과장님 보고 계신가요?)

작가님이 나이가 있으신 만큼

의도치 않았지만, 도움이 되었던 많고 다양한 청소팁과

인생을 살아가는 팁과 조언들이 20대인 나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제목은 50대로 독자들을 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젊은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생각한다.


#50이라면마음청소

#오키사치코

#센시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몽실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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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한 달 살기 달랏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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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완전신간!

코로나가 아직 성행인 가운데 여행책이라니.!

미리 봐 둬서 나쁠 거 없다는 생각으로 신청하게 된

뉴노멀, 한 달 살기 달랏!




매력적인 꼬마 아이의 사진이 표지를 장식했다. 달랏의 느낌인 걸까?

책은 반질반질한 질감에 사진이 절반, 정보가 절반이다.

가지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지만 살짝 무겁다.


코로나가 장기간 진행 중인 와중에 적응하면서 사는 새로운 일상

새로운 여행의 형태를 제시한다.

1.장기간여행, 2. 자동차여행, 3. 소도시여행, 4. 호캉스여행


베트남하면 떠올랐던 도시들 가운데도

달랏은 우리에겐 낯선 도시이다.

베트남의 남쪽, 호치민과 나트랑 사이에 위치해 있다.


베트남과 달랏에 기본적인 정보와

달랏의 한 달 살기, 교통, 여행코스, 여행팁, 주요 관광지 등이 수록되어 있다.




중간에 작은 지도들이 여행의 이해를 높인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단점 또한 숨김없이 나와있다는 점이다. 장단점을 알고 나에게 맞는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지금은 못 가지만 내년...또는 내후년에 가고 싶은 여행지 달랏.

책으로라도 여행의 설렘과 들뜬 마음을 대신해서 좋았다.

그리고 여행지 소개에 앞서 코로나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여행의 형태를 제시한 것도 상당한 센스가 느껴졌다.

표지 또한 관광지의 사진이 아닌 이국적인 느낌의 사진을 선택한 것도

멋진 선택이라고 느꼈다.

이 가이드북을 비행기에 싣고 떠날 그날을 기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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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시담
김정희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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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잡담.

작가의 시문을 서평단으로 처음 접해봐서 그 간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성향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다.

게다가, 문예동아리 활동을 계속 해왔고, 주 분야가 시라고 해도 정식으로 등단한 적도 없는 일개 개인이 정식으로 등단한 것 뿐만 아니라 출간까지 하는 작가의 작품에 이래저래 서평을 다는 것도 웃기기는 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작가란 모름지기 독자의 맘대로 휘둘리는 것임을. 작가는 분명 각오하고 글을 써야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자는 언제나 본인의 그 검게 세운 담벼락이 단단하여 그 안에서만 서 있고,

그 담벼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에는 개소리라며 응수한다. (나만 그런 걸 수도 있다.)

산촌의 사계절을 담은, 산촌시담

그나마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사계절로 작품을 나눴다는 것.

'시'를 쓰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야가 두 가지다.

첫번째는 바로 눈에 보이는 풍경, 식물, 사물.

두번째는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흔히 사람들이 느끼는 추상적 감정인 사랑, 이별, 기쁨, 후회, 슬픔 등.

그래서 대부분의 시집은 챕터를 구별할 때, 의식의 흐름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전혀 문맥없이 그 '양'에 따라 나누기도 하고, 주된 소재가 되는 감정이나 시가 풍기는 분위기로 구분해 놓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사계절로 구분하는 것이 특별한 것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산촌의 풍경에서 오는 것들을 시로 그려낸 면에서 사계절로 챕터를 구획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하겠다.

전형적인 한국'문단'의 시

유년기부터 시를 접하고, 읽고, 적고, 이야기한 입장에서, 시를 읽는 것은 참 재밌는 일이기는 하나, 결국 종국적인 재미는 언제나 합평에서 온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 우리 나라 시집들은 합평이 없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작가가 화자의 생각과 감정과 느낌을 가장 함축되게 전달하는 시. 그런 시는 우리나라 문단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언제부턴가 규정된 방식과, 형식과, 예의가 필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한창 욕했던, 인터넷 시인 그 누군가는. 어찌보면 그런 우리나라 문단에 대한 반항아이자, 게릴라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싫다. 매우.)

그럼에도 언제나 혁명과 전통의 경계에서, 전통이 승리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기에 (기득권은 이긴다.) 이 시집 역시 그런 기득권의 시집이라고 보고 읽기에 나쁘진 않다.

문체가 모자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소양이 부족하지도 않으며, 작가의 삶에 대한 회한과 희노애락이 녹아들어 시를 읽을 때, 그 어떤 정겨움이 오고, 산촌의 풍경과 갖가지 꽃, 나무, 식물, 이웃들의 모습들이 마음에 평안을 준다.

시를 좋아하고, 공부하려는 사람이 보면 좋을 시집.

그러나 평소 시집을 안 봤거나, 시를 공부하지 않는 사람에겐 매우 지루할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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