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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괴담 ㅣ 안전가옥 FIC-PICK 8
범유진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2월
평점 :
<오피스 괴담>은 제목처럼 오피스와 괴담이 만난 앤솔러지 소설이다. 오피스 괴담에는 5명의 작가의 각기 다른 5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오버타임 크리스마스)는 일반 작은 회사 계약직 지원과 만세유령의 이야기다. 취준생인 지원은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와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만 들어오자마자 일은 안 시키고 여자이니까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둥 '하여간 여자들은'이라며 성차별적 언행을 당하기도 하고 담배와 커피 근무지 이탈 논쟁까지 실제 회사에서 겪을만한 불합리를 보여주는 면모가 공감 가면서도 인상적이었다.
"팀장님이 계약직에게 비싼 케이크 간식이 가당키나 하냐고 하시네요. 혼났어요, 저. 저도 계약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와 유수빈 씨의 입장이 같지는 않죠. 전 곧 정규직이 될 거고, 팀에서 막내이기도 하고요."
(명주고택)은 도청직원과 개미귀신 에피소드인데 사투리 때문에 취향에 맞지 않았다.
(행복을 드립니다)의 줄거리는 큰 가구회사의 전염병 문제를 전담할 보안팀 계약직 직원이 침대에 깃들어있는 어린 귀신들을 자신의 계약을 연장시키지 않고 계약 종료시킨 직장 상사의 집에 어린 귀신들을 옮겨버리면서 복수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계약직이면서 계약만료일을 예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계약이 연장될 거라 혹은 연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보면서 마냥 주인공을 응원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굳이 윤미가 남자에게 화를 내지 않아도 남자는 이미 충분히 불행한 것 같았다"
(오피스 파파)는 5개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롭게 흡입력 있게 읽은 소설이다. 괴담+호러 장르인데 직장 생활하다 보면 '저 사람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어'라고 종종 상상만 했던 것을 소설로서 실현시켜준다. 오피스 파파는 주인공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줄거리는 사용자가 쓰레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쓰레기통 바닥에 닿아야 '소실'되는 5000만원 쓰레기통을 사용하는데, 처음에는 휴지나 빨대 같은 '쓰레기'를 버리다가 나중에는 미워하는 상사를 쓰레기통에 버려 없앤다. 주인공이 없애버린 상사의 자녀에게 의심받다 결국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자신이 버린 쓰레기와 쓰레기 같은 사람들을 다시 마주하면서 끝난다. 쓰레기통에 사람까지 버려지고 심지어 쓰레기와 관련된 주변 사람들의 기억까지 소실된다는 설정이 흥미롭고 후반에 갈수록 자극적인 전개에 흡입력 있게 쭉쭉 넘기면서 읽었다. 대책 없이 덜컥 일을 저지르는 주인공을 보면서 위험해 보이고 도덕적으로도 불안했는데 결말이 인과응보라서 좋았다.
<오피스 괴담>은 회사를 배경으로 한 괴담 이야기이기 때문에,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과 흥미를 가지고 읽을 책이다. 필자 역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공감하면서 읽을 구석이 많았지만 계약직이나 사회 초년생의 입장에서 전개가 시작되는 게 전문적이지 않고 소설을 만드는데 쉬운 아이템이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기도 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상상해 보기도 했던 일들을 오피스 괴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소설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