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인과 노비의 관계는 주종 관계이지만 의(義)에 기초해 서로의 도리와 책임을 다해야 할 쌍방향적 관계임을 역설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주인이 자신의 도리와 책임을 회피하면 노비는 언제든 떠날 수밖에 없고, 노비가 떠나가면 더 이상 일방적인 주종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가 원수로 여길 수밖에 없는 삭막한 착취의 관계는 이후 거대한 사회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오늘날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입장에서 읽더라도 참신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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