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세계사
삐악삐악 속보 지음, 허영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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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세계사는 너무 광범위해서 어렵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또, 흐름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계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가 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이니 어떤 성적을 위해서 달달 외우기보다는 전체 흐름 속에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때문에 세계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원인과 결과에 따라 어떤 일이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일어나 다음 사건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사 관련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도, 영상을 통해서 이야기를 익히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알게 된 세계사 속에 호기심이 일거나 궁금한 것들을 찾아가며 확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세계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책이 될 것 같다.


원래 이 책은 "삐악삐악 속보"라는 유뷰브 채널에 동영상으로 올라온 내용을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만화처럼 즐겁게 즐기며 세계사를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서인지 책도 마치 만화처럼 구성됐다. 그렇다고 허투루가 아니다. 세계사에선 무엇보다 지도가 중요하기에 한 나라가 어떻게 확장되어가는지가 지도에 잘 표시되어 있고, 더불어 관련 자료들이 빽빽하다




설명은 크게크게, 흐름 위주로 설명되고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 단어로 다시 표시되어 자세히 설명한다. 각주로 설명되다 보니 조금은 불편하고 띄엄띄엄 읽게 되지만 한번 큰 흐름을 잡는 덴 무척 유용한 책이다. 무엇보다 하나하나 지도로 잘 표시되어 있어 어떻게 변화가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다.


부제가 "만화처럼 읽는 세계사의 흐름과 주요 인물들"인 만큼 중간에 각 주요 인물들이 남긴 유명한 문장들이나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문장들이 들어가 재미를 더해준다.


처음부터 공부하듯 읽지 않아도 궁금한 부분한 펼쳐 읽어봐도 좋다. 역사는 언제나 흐름과 반복이 중요하다. 궁금한 점들은 직접 찾아보고 알아보다 보면 큰 흐름 위에 차곡차곡 쌓여 어느새 세계사 달인이 되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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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사춘기 대 갱년기 문학의 즐거움 72
제성은 지음, 이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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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한 집에 사춘기와 갱년기가 혼재하고 있는데, 둘 중 갱년기를 이길 수 없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당시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웃고 넘겼는데, 막상 갱년기에 들어서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는 갱년다. 우리 집엔 사춘기를 지나 안정적인 성인이 된 놈이 하나 있고,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이 사춘기임을 내세우는 놈이 하나 있다. 둘을 겪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누가 누구를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아들 사춘기 대 갱년기>라는 책은 <사춘기 대 갱년기>라는 책에서부터 시작된 책이다. 중간에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 등의 책으로 모두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만큼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려는 마음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몸으로 고민하는 아이들과 인생의 또다른 영역으로 들어서며 늙어감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부모가 서로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민한 딸들과 달리 아들과 엄마는 또 어떤 갈등을 일으킬지 시작부터 재미있다.

주인공 수호는 <사춘기 대 갱년기>의 주인공 이루나의 5학년 때 첫사랑이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키가 훌쩍 자라 멋있어진 수호로 등장했었는데 이번 책에선 직접 본인인 1인칭으로 등장하여 사춘기 변화를 보여준다. 조금씩 신체 변화가 일어나 자신이 사춘기에 돌입했음을 알아차린 수호이지만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밝히기도 전에 엄마가 갱년기라고 선언해 버린다. 몇 번의 투닥거림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다른 막말을 엄마에게 뱉게 되고 "선 넘었네" 이후 엄마는 집안일에 관심을 끊어버린다.

개인적으로 딸만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너무 건방지고 너무 짜증나는 수호의 태도가 아주~ 열받게 했다. 나는 이미 꼰대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데, 사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는 책이므로 최대한 아이들의 공감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엄마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이 전혀 없는 상황이 아마도 아들들의 행동과 같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한층 성장하는 엄마가 훨씬 와 닿았던 건, 내가 부모라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사춘기는 가족과 본인의 테두리 안에 있다가 이제 조금씩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다.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준비. 따라서 "선 넘네"라는 말은 각자의 선을 지키자는 말로 이어지고 나만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도 살필 줄 아는 것을 뜻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편은 가족 뿐이라는 사실! 좌충우돌 밖에서 치이고 힘들어도 가족만큼 나를 위로하고 사랑해 줄 이들은 없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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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 - 제1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20
김지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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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청소년 시절 사춘기 한번 없이 순탄하게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혀 못 들은 건 아니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힘든 시간을 지나며 자랐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이유도 없다. 그저 우울하고 아무도 말을 걸지 말아줬으면 싶었고 조용히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싶기도 했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뭔가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걸 구차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는 그런 시기다. 누군에게나 힘들고 어설프고 반대로 가장 교만하기도 한 나이.

<순일중학교 양푼이 클럽>은 중 3 시절을 지나고 있는 넷, 아니 다섯 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다. 점심시간 후, 혹은 방학 때 잠깐 모여서 이들 만의 양푼이 간식을 먹는 친한 친구 예은, 종희, 시래, 보민은 갑갑하고 답답한 중학교 3학년 시절 중 이 양푼이에 가득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 시간이 마치 은혜받은 잠깐의 휴식 시간같다. 하지만 그런 시간 외에는 각자에게 하나씩 문제가 생긴다. 누군가에게는 남자친구와의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가족 문제가, 혹은 장래나, 식이 장애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를 겪는 이들은 한데 어우러져 맛난 디저트나 비빔밥을 만드는 양푼이처럼 친구들의 위로와 든든한 지지를 통해 그 문제를 헤쳐나간다.

책의 구성 자체가 양푼이 클럽을 소개하고 한 명당 하나씩의 문제를 주어준 후,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미션 클리어하는 듯한 느낌인데 그 문제 하나하나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친구들과의 다툼이 일고, 가족 내에서 혼자 튀어 외로움을 느끼고 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꽤나 큰 문제들이 펑펑 터져서 책을 읽으며 이게 맞나~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이런 문제들은 오히려 청소년들의 일상이라기보다는 좀더 영화처럼 보이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문제라고 그들 자신에게 작은 고민거리이진 않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갈등이 때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할 테니까. 그보다는 주변에 이렇게 자신을 보다듬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아이들은 큰 위로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양푼이 클럽 회원이 넷이서만 똘똘 뭉쳐다니는 것이 아닌, 관심있어 하는 친구들에게는 언제나 열려 있는 클럽이어서 좋았다. 마지막 유리의 이야기가 더해진 이유일 터이다.

어찌 보면 가장 편협하고 가장 넓은 시야를 가졌을 아이들이 이 시기를 누구라도 잘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너무 아프지 말고 너무 고립되지 않은 채로, 너무 가볍게도 여기지 않아 훨씬 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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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호수 -상
메이브 빈치 / 경향신문사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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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저 <체스트넛 스티리트>의 표지가 좋아서 좋아진 작가.ㅎㅎ

한 권, 두 권 사 모으다 <그 겨울의 일주일> 장편을 읽고 나의 선견지명은 틀리지 않았다며 더 좋아진 작가이다.

그 후 단편인 <체스트넛 스트리트>도 너무 좋아서 또 다른 작품은 없나~ 하고 검색하다가 알아낸 책이 <유리호수>!

이미 절판된 책이지만 중고로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중"품도 되지 않는 것을 한 권에 4000원씩에 구매, 어느 책방에서 대여되었던 책인 듯 아주 낡았지만 구할 수 있었던 데 감사하기로 했다.

<유리호수>를 비롯한 메이브 빈치의 절판된 책들은 모두 2000년 이전에 출간된 작품인 듯하다. 내가 읽었던 두 권은 모두 2000년 이후 출간된 책들이라 지금과 전혀 시대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읽었는데 사실 <유리호수>는 그렇지 않았다. 작가의 초기 작품인 듯 그 전의 소설들과는 조금 느낌도 다르고 시대적 상황도 1950년대라 조금의 이질감을 느끼며 읽었다.

그보다는 그 전의 책들에서는 마음에 안드는 캐립터가 거의 없었다면 <유리호수>에선 완벽한 나쁜 놈이 등장하여 계속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를 고민하게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역시나 메이브 빈치의 서사력이 대단해서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하고 과연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참을 수 없어 끝까지 읽게되는 소설!

시대적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에 많은 꼰대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결국 한 여성, 아니 한 모녀의 자립 성장기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메이브 빈치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가장 인상적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최선을 다 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결국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또다시 저자의 절판된 책을 찾아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옛 소설들보다는 역시 2000년 이후의 작품들이 훨씬 따뜻하고 아름답고 와닿기 때문이다. <밑줄 긋는 남자>의 여주인공 콩스탕스처럼 이제 작가의 남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으니 아껴아껴 조금씩 읽어야겠다. 돌아가신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는 건, 이런 아픔이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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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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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으로 <파리대왕>은 4회독째다. <데미안> 만큼이나 읽을수록 이해가 깊어지고 또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책이다. 워낙 상징이나 비유가 많기도 하고 그 속에서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이해하기 위해 천천히 정독이 필요하다. 또하나, <파리대왕>을 여러 번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번역 문제였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무엇을 묘사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던 것. 대강이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고 배경 묘사 또한 그런 거 아닐까, 하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유난히 상징과 비유가 많은 이 책에서 혹시나 놓친 것이 있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문예출판사의 책을 한번 구매했었다. 두 출판사의 책을 비교해 보고 거기서 거기인 듯한 느낌에 책장 위에 올려두었다가 나중에 짐을 옮기며 보니 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버려 버린 적이 있다. 이번 문예출판사의 새로운 책을 받기 전까지 두 손 모아 바랐던 것이 바로 번역이다.

"정글을 후려친 소년 둘레의 흉터 자국은 온통 열탕처럼 무더웠다."... (7페이지, 민음사)

"정글 속으로 움푹 파고든 긴 암벽은 그야말로 열탕이었다."...(7페이지, 문예출판사)

민음사 버전도 뒤쪽으로 가면 읽을 만하지만 이 앞부분은 도저히 용서가 안됐다. 이번 새로운 책을 받아 이 첫 페이지부터 펼쳐들고선 얼마나 감사했는지~! 이제 학생들도 별 어려움 없이 책 내용에 집중하며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싶다.

제목 <파리대왕>은 책 속에 직접 등장한다. 환영같기도 하고 실제같기도 한 그 장면은 나같은 기독교 문외한은 잘 몰랐던 "바알제붑"이다. 요즘 아이들은 신비아파트나 게임을 통해서 이미 잘 알고 있단다. 결국 섬에 남겨진 아이들 중 욕망, 본능에 충실한 아이들과 신사의 나라 영국의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의지를 지키려고 한 아이들 사이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자극적이다.

또한 파리대왕이 우리의 야만성, 잔인성, 폭력성, 악마성을 의미하면서 우리 마음 속 "일부분"이라고 하는 부분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읽을수록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점에 소름끼치는 소설이다. 몇몇 논란거리가 있음에도 훌륭한 소설인 이유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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