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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사춘기 대 갱년기 ㅣ 문학의 즐거움 72
제성은 지음, 이승연 그림 / 개암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한 집에 사춘기와 갱년기가 혼재하고 있는데, 둘 중 갱년기를 이길 수 없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당시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웃고 넘겼는데, 막상 갱년기에 들어서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나는 갱년다. 우리 집엔 사춘기를 지나 안정적인 성인이 된 놈이 하나 있고, 존재감을 뽐내며 자신이 사춘기임을 내세우는 놈이 하나 있다. 둘을 겪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누가 누구를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아들 사춘기 대 갱년기>라는 책은 <사춘기 대 갱년기>라는 책에서부터 시작된 책이다. 중간에 <사춘기 대 아빠 갱년기> 등의 책으로 모두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만큼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려는 마음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몸으로 고민하는 아이들과 인생의 또다른 영역으로 들어서며 늙어감을 인지하기 시작하는 부모가 서로 많은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민한 딸들과 달리 아들과 엄마는 또 어떤 갈등을 일으킬지 시작부터 재미있다.
주인공 수호는 <사춘기 대 갱년기>의 주인공 이루나의 5학년 때 첫사랑이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키가 훌쩍 자라 멋있어진 수호로 등장했었는데 이번 책에선 직접 본인인 1인칭으로 등장하여 사춘기 변화를 보여준다. 조금씩 신체 변화가 일어나 자신이 사춘기에 돌입했음을 알아차린 수호이지만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밝히기도 전에 엄마가 갱년기라고 선언해 버린다. 몇 번의 투닥거림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다른 막말을 엄마에게 뱉게 되고 "선 넘었네" 이후 엄마는 집안일에 관심을 끊어버린다.
개인적으로 딸만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너무 건방지고 너무 짜증나는 수호의 태도가 아주~ 열받게 했다. 나는 이미 꼰대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드는데, 사실 이 책은 아이들이 읽는 책이므로 최대한 아이들의 공감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겠지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엄마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심이 전혀 없는 상황이 아마도 아들들의 행동과 같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한층 성장하는 엄마가 훨씬 와 닿았던 건, 내가 부모라서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사춘기는 가족과 본인의 테두리 안에 있다가 이제 조금씩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다. 나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적당한 거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준비. 따라서 "선 넘네"라는 말은 각자의 선을 지키자는 말로 이어지고 나만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도 살필 줄 아는 것을 뜻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편은 가족 뿐이라는 사실! 좌충우돌 밖에서 치이고 힘들어도 가족만큼 나를 위로하고 사랑해 줄 이들은 없다. 아이들이 그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