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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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즈오 이시구로의 첫 책은 <나를 보내지 마>였다. 꽤 오래 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어릴 적 읽던 SF 이후, 책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푹 빠져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로 접한 작품이 <클라라와 태양>이다. 나이를 먹은 만큼 비슷한 SF여도 너무나 크게 인간성이 다가왔다. 그러니 이제 이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파주 출판 단지에서 하루를 묵고 다른 서점을 기웃거리다 한 중고 서점에서 발견한 <파묻힌 거인>은 내게 지금까지 읽었던 SF를 빙자한 인간성과 상실에 대한 아픔이 주제겠지~했던 예측을 완전히 깨부쉈다. SF는 커녕 용과 도깨비가 등장하고 아서 왕의 시대를(살짝 뒤이긴 하지만)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영웅 소설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노부부 한 쌍이기 때문이다.

브리튼 족 마을에서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한 기억만으로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가던 노부부는, 마을을 지나가는 한 여성에게 어떤 말을 들은 이후 자신들의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긴 여정길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은 기억하는 것이 거의 없다. 어딘가에 있을 아들을 향해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그런 와중에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색슨족 마을에서의 사건, 다른 길에서 들은 이야기들 등을 통해 자신들의 기억을 흐리는 원인이 이 근방의 용 케리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그 용을 죽여야만 기억을 되찾으므로 용을 죽이기 위한 여정으로 바뀌는 듯 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며 마치 영웅 소설인 듯 흘러간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석연치 않은 느낌이 거세지고 결국 작가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망각"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두 사람만의 망각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색슨족과 브리튼족의 싸움에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그 사실을 잊게 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한때 위대한 협상가였던 엑슬과 그 부인이 기억하고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독자는 천천히 알아가며 과연 "망각"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대부분 좋은 추억들이다. 물론 가슴에 비수가 꽂히듯 잊혀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곱씹고 곱씹는 타입이 아니어서 거의 잊히듯 한쪽에 숨겨져 있다. 현재에 충실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기도 한다. 때로는 망각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들춰서 세세히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더 행복한 어느 날을 위해 때로는 잊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잘못한 입장에선 좀 다르다. 그들은 잊지 않고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니, 다시 생각 해도 역시 가즈오 이시구로는 뛰어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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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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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20살, 대학 입학을 앞둔 겨울 동안 친구와 함께 일본어 학원에 다녔다. 일본어라니~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언어였는데 1학년 교양으로 제 2 외국어를 들어야 하고 어순이 같아 제일 쉽다는 친구의 주장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의외로 잘 맞아서 스스로도 놀랐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랫동안 일본어 공부를 했다. 익숙해지려고 자막 없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중급을 살짝 넘어서면서 선생님께 추천받은 첫 소설책을 읽기도 했다. 그 책이 바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다. 고급반이 아니었기에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하는 데 급급했던지라 사실 일본 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다. 그저 내가 사전 없이 어느 정도는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끝까지는 읽었다, 할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줄거리는 대강 아직도 기억이 나고 우리와는 뭔가 문화가 정말 다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다.

그 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을 다시 접한 건, <설국>에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한번 읽으면 그 하얀 눈이 가득한 이미지를 잊을 수 없다는 소설을 읽었을 땐, 그야말로 그 서정적인 문체에 푹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작가는 내게, 언제나 이미지로 가득한 소설가다.

이번에 만난 <소년>은 좀 다르다. 물론 책 속의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로 선명하게 이미지로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이 <소년>이라는 소설(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읽고 있으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은 이미지는 뒤로 한 채, 도대체 50이 넘어가는 이 소설가가 어린 시절 써 놓은 일기장을, 편지를 들고 무엇을 하는가를 따라가며 그 시절 느꼈을 감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노력한다는 건,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일시적이든 아니든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보다 작가가 마치 자신의 고백인 듯, 아닌 듯... 수필인 듯, 소설인 듯 써놓은 이 <소년>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까발려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얼마 전 읽었던 프루스트의 <밤이 오기 전에>에도 동성애 몇 편이 등장하고 아마도 괴로웠을 작가의 심중을 대변하는 듯이 보였지만 <소년>은 그 표현과 감정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오히려 읽는 이가 놀라게 된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누군가를 온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번민이,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 그때를 회상할 때, 자신을 보듬고 유지하고 성숙시켰던 한 시절의 애틋함은 언제나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글로 완성시켰어야 했을지도.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한 편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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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고현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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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소소한 만화책을 좋아하는 50대~!

음주가무에서 "가무"는 좋아하지 않지만,

음주는 즐기는 자로서 <음주가무 연구소>라는 책을 보고 어떻게 그냥 넘길 수 있음?ㅋㅋㅋ

오랫동안 중고책 담아놓고 기회를 엿보다 이번에 겟~!

진짜 신나게 읽었다.

킥킥, 큭큭대며...

이 B급 감성 너무 좋아~ 도대체 이 만화가는 누구야~

하다 보니 <노다메 칸타빌레> 작가였던~ㅎㅎ

역쉬~~!!! 멋지다~하며 마무리.

그러고 나서 보니 아주 예쁜 표지를 입고 다시 재출간된 듯 하여 좀 아쉬웠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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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군주론 수업 - 우리는 어떤 리더를 원하고 선택해야 하는가 10대를 위한 수업
김정진 지음 / 넥스트씨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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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세계사를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인물과 책이 바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군주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정리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고전이 그러하듯 한번쯤 읽어봐야 할 것 같지만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잘 안 읽게 되는 책 중 한 권. 하지만 지금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리더들이 이 <군주론>을 읽고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여(자신이 좋을대로 해석하여) 이용해 왔다고 한다. 제대로 <군주론>을 읽으려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10대를 위한 군주론 수업>은 <군주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배경과 함께 해설을 덧붙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여러 리더들을 예시로 들어 현실에 적용까지 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제목은 ˝10대를 위한˝이라고 했지만 고전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6세기 교황이 금서로 지정하여 저주받은 책이 된 <군주론>이 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지부터 설명한다. 하지만 그런 금서 목록으로 지정된 이유는,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제대로 이해한다면 마키아벨리의 진심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저자는, <군주론>을 쓸 수밖에 없었던 마키아벨리의 삶에서부터 그가 살았던 시기의 시대적 배경을 알려준다.

마키아벨리가 르네상스가 약동했던 피렌체의 바로 그 시대를 산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인생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세계사 공부가 되기도 해서 무척 신기했다. 또한 저평가받던 <군주론>이 17세기 이후 어떻게 고전으로 남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철학의 역사까지 함께 한다.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10대를 위한˝ 시리즈 책을 처음 읽는지라 이 정도까지 자세하고 깊이있게 설명하는 책인 줄 모르고 그저 좀 쉽게 설명하는 책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3부에선 실제 <군주론> 속 문장들을 들여다보며 왜 그런 문장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에 마키아벨리의 의중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4부 ˝현실 정치를 하는 방법˝을 통해 현실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고 했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현대의 리더들을 비교하며 보여주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원하고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부제처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정치는 중요하다.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며 올바른 리더를 뽑아야 하는 우리로선 제대로 사람을 볼 줄 알고 제대로 공약을 이행하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군주론>은 그런 우리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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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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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잘 이용하고 있는 한 의류 어플 이벤트로 받은 책이다. 한동안 책장에 꽂혀 있다가 왠지 제목이 주는 "자유로움" 때문에 그래도 읽어봐야지~ 하고.... 지난 해 6월부터 읽기 시작. 생각보다 책은 두꺼웠고, 진도는 잘 나가지 않고... 그래도 굳이굳이 들고 끝까지 읽은 이유는, 뭐, 그 자유를 읽다 보면 나도 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가능성 때문이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인 마이케 빈네무트는 한 TV 퀴즈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우승을 하게 되고 어마어마한 상금을 받게 된다. 그 많은 돈으로 무얼 할까 고민하다가 결심하게 된, 딱 1년 12달 동안 한 도시에서 한 달씩 살아보기를 실천하는 것! 마이케는 12 도시를 선정하고 자신이 우연찮게 가지게 된 돈을 그 여행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분한다. 물론 모든 도시에서 호화스럽게 사는 것이 아니다. 각 도시의 특성에 맞게 자기의 분수를 지켜가며, 단 이 돈이 없었다면 실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들을 해보는 것이다.

설정부터 너무나 부럽다. 제주도 한 달 살기도 못하는 현실인데, 무려 12달 12도시 살기라니~! 책은 마이케가 그런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서부터 각 달 별로 살게 된 도시에서의 삶을 각각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된다. 사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가보지 못한 도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이케는 그 도시에 대한 설명보다는 자신이 그곳에 녹아들어 살면서 무엇을 느꼈는지에 치중한다. 그것은 내가 그곳에서 삶을 살지 않기게 공감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것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문제 해결력도 다르니 역시나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무척 아쉬운 책이었다. 읽는 내내 그저 그녀의 시간과 돈이 부러웠을 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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