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넌 할 수 있어!
클레르 프리드먼 지음, 양은진 옮김, 가비 한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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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무엇인가를 처음 배우고 직접 해볼 때에는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을 하고, 잘 해내기 위해 노력을 하죠.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라 실수 연발입니다. 
하지만, 그런 실수조차도 까르르~ 웃으며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요.
몇 번 연습을 해본 뒤에도 잘 못하면... 엄마는 속상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하여 아이를 나무라고 핀잔을 줄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매번 그런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나도 멋진 엄마가 되어야지! 끝까지 용기를 주는 거야!’ 라는 다짐도... 계속되는 아이의 실패에 금방 잊어버리고 또다시 아이를 다그치게 됩니다.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를 아이에게 읽어주니... 제가 먼저 민망해집니다. 
데이지의 엄마처럼 끝까지 용기를 심어주지 못해서, 끝까지 믿어주지 못해서...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지 못해서....

데이지는 깡총뛰기를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괜찮다고... 다시 한 번 해보라고... 잘 할 수 있다고 독려해줍니다.

 

연못가의 아기 생쥐가 갈대 끝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잘 안될 때마다 엄마는 잘 뛰게 될거라고 위로합니다.

 

데이지뿐만 아니라 땅굴을 파는 아기오소리와,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 아기 오리의 모습을 보며 누구에게나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잘 해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되지요!
"반드시 해낼 거야"라는 데이지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데이지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들의 첫경험은 언제나 두렵고 무서울텐데, 그런 두려움과 걱정은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만으로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아이에겐 노력과 연습의 중요성을... 엄마에겐 격려와 믿음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우리 아이의 첫 줄넘기 연습을 위해 다시 한 번 이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잘 할 수 있다고, 반드시 해낼 거라고 이야기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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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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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 불 같은 열정으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같던 사람과 조금씩 조금씩 애정을 쌓아 사랑을 이루기도 한다. 그 시작이야 어떤 형태가 되었든 그 사랑을 오래도록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몸 속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분비 기간과 같다고 했던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완벽할 것만 같던 사람의 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타이치와 미오카의 만남은 처음부터 매우 강렬하다. 22층 옥상 위 펜스를 넘어 자칫하면 목슴을 잃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위태로운 곳에 미오카가 서 있다. 그곳은 미오카만의 공간이다. 위태로운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곳이고 죽어도 상관없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펜스를 넘어 아슬아슬한 그녀의 공간으로 넘어 온 타이치를 만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타이치의 행동은 마지막 미오카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용기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그녀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미오카의 결정에 따라100% 신뢰해 주는 것. 

미오카는 정말 알 수 없는 여자이다.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손을 대고, 실연당한 여자애를 위로해주다 키스를 하는...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닌다. 하지만 타이치는 바로 그런 미오카에게 점점 끌리게 된다.

"언제나 황당한 일만 하고 다니지만, 그때만큼은 네가 막 닦아낸 유리처럼 투명해 보였다. 더러움도 상처도 그늘도 없이, 자신의 욕망에 정직하고 곧게 살아가는 모습. 나는 그런 강인함이 눈부셨던 거야."...90p

삶과 인생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모습, 하루하루를 정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타이치는 끌렸던 걸까.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만 하는 미오카는 이기적인 유치함을 가진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이 언제 끝나는지 알고 있는듯한, 어찌보면 처연하게까지 보이는 모습...

삶을 사랑하지만, 더욱... 계속해서 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절망감을 안고 있을지. 타이치는 그런 미오카의 옆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밉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까지도 껴안아주는 것. 때론 그 사람의 생명에 대한 책임까지도 질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줄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그들의 사랑은 용감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을 다 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주고 이해해주고 이해받았다. 살아가기 위해 사는 법을 미오카에게 배운 타이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나 안타깝고 슬프지만, 폭풍 같은 삶을 살았던 미오카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내 머리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보여지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거리낌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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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리뷰해주세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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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똑같은 모양새로 태어나는 사람들이 없듯이, 그들이 가진 내면, 성격 등도 하나같이 달라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운 것일게다. 완벽하게 혼자만의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과의 소통을 통해 위로받고, 위로해주며 "관계"를 만들어간다. 

해나가 원한 것은 그저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었다. 처음 시작이 터무니없이 과장된 루머였다고 하더라도 누구 한 사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주고 그녀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며 위로해주었더라면.... 이렇게까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많은 사람들이 그저 무심하게 해나를 대했고, 루머에 동참했으며 자신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건, 사고, 행동에 이유나 원인... 그리고 결과가 뒤따르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무심코 한 행동이나 말은 다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기도 하고, 다른 행동을 야기하기도 한다는 사실! 우린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또다른 말과 행동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테이프는 네가 왜 그랬는지 파헤치려는 게 아니야. 네가 한 짓의 결과를 밝히려는 것뿐이야. 더 정확히 말해서 나에게 미친 영향. 너로서는 의도하지도 않았고, 예상하지도 않았던."...55p

처음에 어처구니 없는 과장된 루머는 해나를 "어떤 특정한 이미지"의 아이로 만들었고, 그 이미지로 보여진 해나를 본 아이들의 또다른 말들, 행동들이 모여 또다른 루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해나가 단지 루머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녀와 이어진 관계들 속의 배신. 그녀의 이미지가 빚어낸 연속된 사고로 상처받아 망신창이가 된 해나. 

"그게 정말 내가 원했던 거야. 무슨 말을 들었든, 나는 사람들이 날 믿어주길 바랐어. 무엇보다 날 제대로 봐주길 워했어. 그들이 짐작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진짜 모습. 소문 따위는 흘려버리길. 내 소문을 뛰어넘어서 봐주기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겠지. 사람들이 나를 대우하기 원하면 나 역시 그들을 그렇게 대우해야 하잖아."...163p~ 164p

클레이의 엄마가 클레이를 조건 없이 믿었듯, 그렇게 누군가 해나를 믿어주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렇게 되리라는 희망을 우리는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정을 내렸던 해나 역시, 용감하지 못했다. 그 사실을 해나도 알고 있었으리라.

"내가 이제껏 무슨 탓을 했든, 누구 이야기를 꺼냈든, 귀착점은 결국 나야."...301p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나도 나를 모르는 데 어느 누가 나를 전적으로 믿고 이해해줄까! 해나는 자기 자신을 믿어야 했다.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던 것처럼... 자기 자신의 삶을 똑바로 바라볼 줄 알아야 했다. 한 걸음만 더 앞으로 내디딜 용기가 있었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을....

해나가 테이프를 만들어 돌린 후... 그 테이프를 받고 몇 명이나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을까? 클레이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고개를 돌리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해나는 또 다른 의미로 성공적이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줄만한 말과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던지... 아마도 숱하게 많을지도 모른다. 무심코 한 말이, 무심코 전한 루머가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듯... 나 또한 상처받은 일이 많았으니. 그렇다고 주저하고 있지는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과 "관계" 속에 있고 그들과의 소통 속에서 행복을 느끼니 말이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에는 우리는 아직 젊다. 상처받았다면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보자! 그리고 용서하고 용서받자! 그렇게 "신뢰"를 쌓아보자! 그것이 내가 사는 이유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 일어나는 일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때로는 섬찟하지만... 희망을 품고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게 정말 내가 원했던 거야. 무슨 말을 들었든, 나는 사람들이 날 믿어주길 바랐어. 무엇보다 날 제대로 봐주길 워했어. 그들이 짐작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진짜 모습. 소문 따위는 흘려버리길. 내 소문을 뛰어넘어서 봐주기를,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나를 인정하지 않겠지. 사람들이 나를 대우하기 원하면 나 역시 그들을 그렇게 대우해야 하잖아."...163p~ 1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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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환상의 삼총사 지그재그 3
엘리자베스 브로캠프 지음, 조니 스트링필드 그림, 이서용 옮김 / 개암나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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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짝 친구를 가져보신 적 있으신가요? 
취향도 같고, 취미도 같고... 내 마음을 모두 열어보일 수 있는 친구! 
이 세상에 둘만 있다 하더라도 그 어떤 문제도 헤쳐 나아갈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 이 들죠.
하지만, 그렇게 영원할 것 같은 친구와 조금 의견이 엇나가거나 싸우기라도 한다면... 천국같던 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해버려요~
친구가 그렇게 서로에게 단 둘이라면 생기는 문제들! 그리고 혹은 셋! 또는 넷...^^

처음, 엄마들이 아기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줄 때에는 아주 많이~ 에서 시작하여 함께 놀 수 있는 친구 하나... 둘...을 만들어주죠.
하지만 곧 홀수면 안돼!라는 생각을 갖게 돼요. 
어린 아이들일수록 표현도 거칠고, 본의아니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행동이나 말들을 많이 하거든요.
세 아이가 놀다보면 한 아이는 소외되기 일쑤이고 그런 아이도 아기이지만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는 환상의 삼총사>>는 바로 이런 이야기들이에요.
아주아주 친한 삼총사가 있습니다.
4학년에 올라가는 반 배정에서도 모두 함께 한 반이 되지요.
기쁨도 잠깐... 이들은 셋이기에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숙제할 때 둘씩 짝을 지어야 한다면? 집에서 꼭 한 명만 초대할 수 있다면...혹은 두 명의 친구가 싸울 때 가운데 낀 친구가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다른 친구가 우리 그룹에 낄 때...와 같은 일들이요.
린지와 벨라, 케이트는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처음엔 셋이 똘똘 뭉쳐 영원할 것 같던 우정이었지만, 어느새 서로를 속이게 되고, 무시하게 되고 배려해주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들이기에 힘들지만 미안하다고 먼저 용서를 구하고, 진실을 이야기해 주고, 친구의 입장과 얘기를 들어주며 자신들의 우정을 다시 확인해 나가지요.

  

그렇게 성장한 세 친구는 셋이 좋지만, 셋보다는 더 많은 수가 좋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있잖아, 나는 너희가 정말 좋아. 우리는 언제까지나 환상의 삼총사야. 하지만 헤일리도 친구가 필요해."...77p

삼총사가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친구가 많을수록 더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린지와 벨라, 케이트는 앞으로 더욱 행복한 친구들이 될 수 있겠지요?

여담... 
옮긴이를 보니 빅뱅을 열렬하게 좋아하는,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이라고 해요. 
그런데도 전혀 읽는 데 위화감이 없었습니다. 
같은 또래가 번역한 책을 읽는다는 즐거움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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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마틴 클루거 지음, 장혜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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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의학 분야는 독일에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19세기 전반에는 생물체가 세포로부터 성립된다는 사실을 "피르호"가 세포병리학으로 발전시켰고, 후반에는 탄저병균에 이어 결핵균, 콜레라 병원체까지 발견한 "코흐"와 디프테리아 혈청 요법을 완성한 "에를리히"와 "베링"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혼자서만 연구하여 결론에 도달하고 혼자서 이룩한 업적이겠는가. 그들 주위엔 많은 협력자들(경제적이든 정신적이든)이 있었고, 제자들이 있었으며, 함께 실험을 도와준 연구진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 네 사람 주위에 언제나 한 여상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헨리에타"이다. 

그녀는 실존 인물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진리"를 밝혀내고자 하는 불타는 열정을 가진 모든 여성들이 바로 헨리에타이기 때문이다.  

행복했던 한 가정이... 아이가 태어나며 불행해졌다. 아이의 생명은 엄마의 생명을 앗아갔고, 아버지는 부인을 잃은 슬픔에 아이를 탓하고, 절망으로 빠져든다. 가족의 사랑 대신 병원의 의료 기구와 책, 환자들을 돌보며 자란 아이. 그녀가 헨리에타이다. "엄마를 죽인 아이"라는 누명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탐구하는 피르호와 코흐 아래에 그들의 마스코트로 자란 덕분일까? 헨리에타는 현미경을 통한 세포와 세균...의 세계에 무한한 열정을 가지게 된다.

헨리에타는 더럽고 음울하고 온갖 죄가 무성한 자신의 자리인 뒷골목이 아닌, "꼬리가 달린 것과 꼬리가 달리지 않은 것, 손이 세 개인 것과 손이 백 개인 것, 눈이 많은 것과 눈이 하나인 것, 눈 하나가 전부인 존재" (...44p)의 세계를 동경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성이었다. 훌륭한 업적을 이룩한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그들의 마스코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다. 여성은 분수를 지켜야 하고, 대학에 갈 수 없으며 좋은 남성을 만나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여성의 존재 이유이다. 

"나와 신과 세상을 저주하며 왜 하필이면 나냐고, 인류를 존속시키는 일이 그렇게 즐겁다면 왜 그들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지 않았나요? 여자는 묻고 남자는 말한다. 피르호는 말해요. 시간과 세포를 제외한 다른 건 모두 이류라고, 종속적이라고. 현자 솔로몬은 말해요. 여성은 제 의무를 지키라고." ...316p

하지만, 그 어떤 제약들이 헨리에타를 막을 수 있을까. 남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길을 막는다면... 그녀는 헨리에타가 아닌, "헨리"가 되고자 한다. 

"지식은 물고기보다 수명이 길지 않고, 꿈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지 않으며 시간표에 따라 운행되지도 않고 미래는 미친 듯이 달려갔다."...245p

헨리에타가 헨리가 되면서까지 추구했던 것은... 자신의 신념이며 존재 이유이다. 그저 "진리"를 밝히고자 하는 그 끝없는 열망을 남성들은 이해해주지 않는다. 사회 통념으로 묶어 그녀까지도 무시해 버리는 것. 이것은 비단 "남성들" 뿐만이 아닌, 그녀의 지지자이자 평생의 연인인 카시니와 평생의 우정을 지키겠다던 여성 율리아에게도 해당된다. 그리고 어쩌면 헨리에타 자신까지도. 

하지만, 시대는 조금씩 변한다. 누군가가 조금의 물꼬를 트면... 조금씩 조금씩 그 입구가 벌어지듯... 헨리에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모든 꿈과 열정은... 그녀의 딸 "안나"에 이르러 이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널 보면 내 분자들이 떠오른다. 난 너와 같았어. 너와 똑같지는 않았지만. 아니 똑같았을까?"
"엄마가 나예요. 그리고 나는 엄마예요." 안나가 말했다. ... 407p

그녀에게서 또다른 그녀에게 이어지는 꿈과 열정들. 굳이 남성을 통해 이루지 않아도 대에서 대를 거쳐 우리의 지위는 그렇게 조금씩 진화되어 왔다. 안나에게는 대학의 꿈이 열리고, 자선병원 이래 최초의 메스를 쥔 의사가 된다. 

강을 건너 또다른 곳으로 가고자 하는 여인이 있었다. 가난과 억압과 비난 속에서도 자신의 꿈과 미래와 열정만을 가지고 강을 건너려고 노력했던 그 여인은 바로, 우리 어머님들의 모습이자,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게... 세대는 이어지고 세계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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