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고, 아빠가 나라면
리처드 해밀턴 지음, 김서정 옮김, 배빗 콜 그림 / 대교출판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우리 아이가 자주 하는 말들 중 하나는.... 탄식과 함께, "아.... 빨리 어른되고 싶다!" 이다.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늦게 자기, 누워서 TV보기, 숙제 안하기 등등)이 없어서 답답하단다.
엄마 입장에서 보면 어떤 잔소리에도 말 한마디 안 지는 주제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이럴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역지사지 아니던가!
바로 그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그림책이 <<내가 아빠고, 아빠가 나라면>>이다.

이 책, 그린이를 보니 "배빗 콜"이다. 
우리집에선 <내멋대로 공주>보다 <닥터 멍>이 먼저 생각나는 사람!^^
언제나 코믹한 그림답게 <<내가 아빠고, 아빠가 나라면>>도 재미있고, 코믹한 그림이 정말 멋지다!

데이지를 재우던 아빠는 데이지가 빨리 잤으면...하는 생각에 
"내가 만일 너라면, 포근히 누워서 콜콜 잘 텐데."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재미있는 생각이 든 데이지는 거꾸로, "아빠가 만일 나고, 내가 만일 아빠라면..."이라는 놀이를 시작한다.
재미있게 상상놀이가 되던 것이 어느새 데이지가 아빠가 해야하는 일들을 생각하게 된다.
설거지하고, 청소를 하고... 회사를 가야하는...

아빠에게 발레복을 입힌다는 설정이 너무나 재미있다.
물론... 그림도..ㅋㅋ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
그것만큼 상대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게다.
좋고, 편해보이기만 하는 어른들의 세상도 결정과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조금은... 알아줄 수 있을 것 같다.
데이지도 결국은 자신이 자신인 것으로 선택했으니 말이다.



아이와 두런두런 상상놀이를 해주는 아빠도 멋있고... 마지막에 결국은 자신으로 남는 데이지의 상상력도 귀엽다.
아이는 재미있고, 신나기만 할 것 같은 어른들의 세상이 실은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고,
이 책을 읽어주는 부모들은 화내거나 짜증내지 않고 아이 장단에 맞춰주는 아빠를 보며 조금 반성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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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를 리뷰해주세요.
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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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허지웅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른다. 아니, 이 책을 접해 읽으며 그가 기자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앞부분...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너무 웃기는 사람이라고, 글을 참 재미나게 잘 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간을 지나...읽다보니 왠지 좀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찾아보니... 음... 인터넷 상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인 듯 하다. 

<<대한민국 표류기>>는 허지웅 기자가 평소 블로그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묶어 펴낸 것이다. 이 책의 주제들, 표현들, 그의 생각들...이 아마 그를 그냥 기자로서가 아닌 조금 더 유명한 인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글들은 거침이 없고, 무척이나 솔직하다. 그가 바라는 "마초"로서의 꿈을 이루겠다는 신념이 엿보인다. 세상 눈치 보지 않고, 조금 덜 부유하고 조금 더 가난하게 살아가겠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인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부분은 그의 일상 이야기, 중간 부분은 사회, 문화에 대한 그의 생각, 뒷부분은 영화기자다운 영화 이야기이다. 

지하 단칸방에 6평짜리 에어컨을 달아놓고 아주 행복해하는 사람, 엄마에게 짜증 부리다가도 엄마를 여자처럼 대해줘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평생 곁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떠나버리자 푸른색 알약까지 구해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이 모든 사람이 바로 "허지웅"이다. 어쩌면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또 글에....솔직할 수가 있는건지...  20대를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잡는 데 다 써버렸다고 말하지만, 30대가 되어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보통인 걸 보면 그는 그만큼 자기 색깔이 확실한 사람이다.

난 그와는 달리, 조금 더 벌어 더 누리고 살고 싶어 애쓰는 사람이다 보니, 그의 글을 읽으면 자꾸만 창피해지고 부끄러워진다. 언젠가 뉴스를 보던 아이가 그 사건의 부조리함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냥 넘어갈 리 없는 7살. "엄마, 왜? 어째서?" 하지만, 난 허지웅의 글 속에 나오는 기성세대처럼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뭐... 세상이 원래 그래." 그 안에 담긴 많은 것들을 설명해주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 대답도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냥 나 하나 살짝 눈감으면 골치아픈 일 없지 않을까..하는 바램으로 말이다.

오늘, 그의 블로그를 찾아가보니... 그가 몸담고 있던 <프리미어>도 없어진다 한다. 온라인에서만 존재할거라고... 그런데 그 소식에 왜 내가 그를 걱정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진 것 없어도 행복한 그는 아마도 잘 해나가겠지. 지금까지의 그처럼 말이다. 앞으로는 가끔 그의 글을 찾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깨달으며 읽게될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사회, 문화에서 내가 그동안 몰랐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우리나라의 젊은이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브이 포 벤데타>에서 TV전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브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책임은 물론 국가가 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그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작정입니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거기 앉아 TV를 보고 있는 여러분이죠. 바로 여러분이 방임했기 때문입니다."  ...1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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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 박사, 노벨동물학상을 타고 말 거야 팽 박사의 생태 탐험 시리즈 1
정재은 지음, 김석 그림, 박시룡 감수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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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웃기고 재미있는 캐릭터, 팽박사....
그에 걸맞게 있지도 않은 노벨동물학상을 타겠다는 포부로 이 책은 시작한다. 
하는 일마다 엉망이고, 실수투성이에 게으른 팽박사를 보면... 도대체 왜 모든 일에 만능이고 부지런한 조수, 지나가 팽박사를 왜 챙겨줘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의 모험을 따라가며 조금은 무식하고(박사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ㅋ), 도움이 되지 않는 팽박사이지만 "동물 연구"에 대한 열의만큼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미워지지 않는 귀여운 팽박사다.ㅋ

꿈에서 받은 노벨동물학상을 현실에서도 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마존"으로 향하는 팽박사와 지나.
그곳에서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도와준 밴디라는 소년도 만나고, 밴디와 함께 남극, 오스트리아,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특이하고 신비한 동물들을 보고 그들의 생태를 배우게 된다.

세상에는 우리가 흔히 알아 왔던 동물들 말고도 들어도, 보지도 못했던 동물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또한, 그들은 그들의 세상 속에서 환경에 맞게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으니 그 동물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팽박사 일행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이 페이지를 들춰보게 된다. 아마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나보다.ㅋㅋ) -------->

아마존에서 흡혈박쥐에게 피를 빨린 팽박사는 세계 평화를 위해 흡혁박쥐의 먹이를 바꿔보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아마존 소년 밴디의 한마디!
"사람은 사람대로 흡혈박쥐는 흡혈박쥐대로 먹을 수 있는 것 먹는다."(...40p)
그렇다. 
흡혈박쥐는 위가 너무 작고 약해서 피를 먹을 수밖에 없단다.
자연 속에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동물들은 그들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데, 그것을 사람이 인위적으로 바꾼다고 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이런 메세지는 뒤에 아프리카의 무덤새를 도와줄 때에도 또 나온다.
밴디가 무너진 무덤새의 둥지를 복구해주자 무덤새 암컷이 수컷을 버리고 밴디만 졸졸 따라다녔던 것.
하지만 역시 자연의 일을 사람이 대신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팽박사에게는 스승에게 받은 "마요 카메라"가 있다.
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그 동물의 생태를 알아낼 수 있는데, 각 여행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이 사진들은 우리들에게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준다.

  

인간들의 이기심과 오만으로 병들고 멸종되어가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동물들에겐 감정이 없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기 때문이다.
털을 뽑기 위해 알바트로스와 황제펭귄을 해치고, 상아를 얻기 위해 코끼리들을 마구 죽이는 비비씨가 실제 우리 세계에도 많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동물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와 그들만의 독특하고 신기한 생태, 분홍돌고래와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몰랐던 동물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람들 또한 동물이며, 함께 생태계 속에서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줄 수 있어 좋았다.
재미있는 모험과 신나는 경험이 가득하지만, 진지한 메세지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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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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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에 힘 입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재즈 시대의 이야기들>>이 이름을 바꾸어 여러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출판되었다. 나는 이 중 두 출판사의 책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같은 단편들이 실려있는 이 두 권의 책을 비교해보았는데,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번역한 분위기, 차례, 구성 등등)을 알고 매우 놀랐다. 

영화를 보거나, 그 영화의 내용에 매혹되어 이 책을 찾는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 같다. 40여 페이지의 아주 짧은 단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벤자민 버튼의 생체 시간이 거꾸로 간다"라는 사실만 같을 뿐 거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에는 감동적인 로맨스가 없다. 하지만 아마도 누군가의 생체 시계가 거꾸로 간다면 정말로 그는 "벤자민 버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사실적(아마도 영화보다 훨씬 더)이다. 

책 <벤자민 버튼...>은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에 대하여. 이 나이는 태어나서 한 해가 갈 때마다 늘어나는 숫자 "나이"가 아닌, 우리 몸이 갖는 "나이"를 뜻한다.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벤자민은 어렸지만 동시에 늙은 생각과 늙은 몸을 가졌고, 세월이 흘러 50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혈기왕성한 젊은 생각과 힘이 넘치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결정하고 행동했던 것들도 그의 생체 나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젊음"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전반에 걸친 피츠레럴드의 주제인 것 같다. 사실 영화가 매우 이슈화 되어 앞부분에 많은 부분 영화 이야기를 했지만, 책만 놓고 보자면 더 좋은(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단편들이 많다. 하지만 또 어떤 단편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 그를 위대한 작가들의 반열에 올려놓은 <<위대한 게츠비>>를 쓰기 전에 습작한 작품들 중 한 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그가 지내온 그 시대(흥청망청 즐기는 분위기가 있던...재즈 시대라 일컬어지는 시대이다.)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겪어왔던 경험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와 그의 인생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책(문학동네)에는 뒷부분에 작가 연보를 통해서 그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고, 옮긴이의 말은 그 시대를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문학동네만의 장점은 이 책의 초판에 담겨있던 작가가 각각의 단편에 대한 짤막한 논평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그 논평들을 통해 각 단편들이 씌여진 배경과 뒷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시, "젊음"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보자. 피츠제럴드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본다면 이 작품들 대부분의 조금씩이라도 저자의 삶 자체에 매우 영향을 많이 받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고 능력없는 남자들, 재력으로 결혼을 결정하려는 여자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키는 이들은 모두 젊다. 그들이 주고받고, 영향을 끼치는 행동들과 결정들이 젊음이 지난 후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행복의 잔해>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런 삶도 행복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마지막 문장들.

"여름은 지나갔고 지금은 인디언서머였다. 잔디는 차가웠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고 나면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가스등을 켜고 덧문을 닫을 테고, 그는 길을 따라 내려가 마을로 갈 것이다. 이 두 사람에게 삶은 재빨리 왔다가 사라져버렸고, 쓰디쓴 악감이 아니라 동정을, 환멸이 아니라 오로지 아픔을 남겨놓았다. 그들이 악수를 나눌 때, 이미 달빛이 충분히 퍼져 있어서 둘은 서로의 눈 속에 솟아오르는 상냥한 친절을 볼 수 있었다." ...(367p)

그리고...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위대한 게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의 다양한 단편들을 접할 수 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판타지와 진지함을 함께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여름은 지나갔고 지금은 인디언서머였다. 잔디는 차가웠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고 나면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가스등을 켜고 덧문을 닫을 테고, 그는 길을 따라 내려가 마을로 갈 것이다. 이 두 사람에게 삶은 재빨리 왔다가 사라져버렸고, 쓰디쓴 악감이 아니라 동정을, 환멸이 아니라 오로지 아픔을 남겨놓았다. 그들이 악수를 나눌 때, 이미 달빛이 충분히 퍼져 있어서 둘은 서로의 눈 속에 솟아오르는 상냥한 친절을 볼 수 있었다." ...(3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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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 펭귄 클래식 펭귄클래식 11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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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보거나, 그 영화의 내용에 매혹되어 이 책을 찾는다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 같다. 40여 페이지의 아주 짧은 단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벤자민 버튼의 생체 시간이 거꾸로 간다"라는 사실만 같을 뿐 거의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벤자민 버튼...>에는 감동적인 로맨스가 없다. 하지만 아마도 누군가의 생체 시계가 거꾸로 간다면 정말로 그는 "벤자민 버튼" 같은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사실적(아마도 영화보다 훨씬 더)이다. 

책 <벤자민 버튼...>은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나이"에 대하여. 이 나이는 태어나서 한 해가 갈 때마다 늘어나는 숫자 "나이"가 아닌, 우리 몸이 갖는 "나이"를 뜻한다.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벤자민은 어렸지만 동시에 늙은 생각과 늙은 몸을 가졌고, 세월이 흘러 50세 정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혈기왕성한 젊은 생각과 힘이 넘치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결정하고 행동했던 것들도 그의 생체 나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젊음"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전반에 걸친 피츠레럴드의 주제인 것 같다. 사실 영화가 매우 이슈화 되어 앞부분에 많은 부분 영화 이야기를 했지만, 책만 놓고 보자면 더 좋은(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단편들이 많다. 하지만 또 어떤 단편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도 있고, 실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 그를 위대한 작가들의 반열에 올려놓은 <<위대한 게츠비>>를 쓰기 전에 습작한 작품들 중 한 권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기도 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사실 <<재즈 시대 이야기들>>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피츠제럴드가 살았던 시대와 그 자신 인생에 대한 이해가 약간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펭귄클래식)에는 서문에 패트릭 오도넬이 그 시대와 저자의 상황들, 그리고 각 작품들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펭귄 클래식만의 장점이라면 <<재즈 시대 이야기>>가 출판되었을 당시의 차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젊음"에 대한 주제로 돌아가보자. 피츠제럴드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본다면 이 작품들 대부분의 조금씩이라도 저자의 삶 자체에 매우 영향을 많이 받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고 능력없는 남자들, 재력으로 결혼을 결정하려는 여자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키는 이들은 모두 젊다. 그들이 주고받고, 영향을 끼치는 행동들과 결정들이 젊음이 지난 후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저자는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행복이 남은 자리>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이런 삶도 행복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운이 남는 마지막 문장들.

"여름은 가고 이제 인디언서머다. 잔디는 차갑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면,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서 덧문들을 닫을 것이고, 그는 길을 내려가 마을로 갈 것이었다. 이들 두 사람에게 삶은 빨리 내려와서 빨리 지나갔으며, 씁쓸함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연민을 남겼고, 환멸을 남기지 않았지만 오직 아픔만을 남겼다. 벌써 달빛이 가득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었다. 서로의 눈에 담긴 호의를 서로가 볼 수 있었기에." ...(382p)

그리고... 여전히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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