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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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심심하거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책을 집어들 수도 있고 정보를 얻거나 알고 싶은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나 지식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함은 아닐까? 내가 모르는 다른 삶을 통해 나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도 있고, 의지를 불끈 불태우기도 한다. 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 책들은 며칠동안이나 내 가슴 속에 머물며 계속 생각하게 하는데, 그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최근 많은 책들을 읽으며 이런저런 느낌을 적어보고는 했다. 그러면서 책을 읽는 것과 느낌을 적는 것 모두 점점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그냥 내려놓았다면 금방 잊혀져버렸을 내용들이, 리뷰를 쓰며 한번 더 곱씹기 때문인지 더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 책을 읽을 때는 처음부터 이것저것 생각을 하며 읽게 된다. 하지만 그런 모든 잡다한 생각을 차치하고 때로는 내가 아무런 생각을 할 수도 없을만큼의 스피드로 감동의 물결을 주는 책들이 있다. 그런 책을 만나면 정말 얼마나 기쁜지...

"작가로 살아가는 탓에 어떤 글이 좋은 글이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감동을 주는 글이라고 답한다. 시든 소설이든, 논리적인 글이든 감각적인 글이든,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면서 삶 전체를 반성하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고 읽고 싶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아무런 감(感)과 동(動)이 없다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이 똑같다면, 그 글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397p

아.... 작가도 똑같구나. 작가도 그런 책을 읽고 싶고, 읽고 싶은만큼 쓰고도 싶은가보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읽고 배우고, 느끼고서는 그 열정을 불살라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내나보다. 

<<김탁환의 독서열전 뒤적뒤적 끼적끼적>>은 <<혜초>>, <<불멸의 이순신>> 등의 작가 "김탁환님의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이다. 나도 작년에 한 해동안 100권 넘게 읽었다고... 자부하며 첫 장을 넘겼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정말 난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책의 권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김탁환님의 100권을 살펴보면, 일단 장르 구분이 없다. 소설에서부터 시작하여 시, 기행문, 역사서, 인물, 평론, 사회...등등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것 같다. 게다가 그 모든 책들을 모두 이해하고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 재탄생시키고 있다. 

책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소견이 조금 첨부되어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알지 못했던 분야나 내용의 책들을 알게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좋다. 그리고 혹여나 내가 읽었던 책이라면 나와는 다르게 느끼는 부분을 받아들이는 재미도 있다. 오늘도 난 책에 대한 책을 읽으며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을 수두룩하게 발견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장르의 감탁환님에 비해 난 소설에 너무나 기울어진 편애를 하고 있다. 나도 좀 다른 장르의 책을 읽어야하나?...하는 고민을 하던 차에 "작가의 말"!!!^^

"비평가는 비교하여 평가하는 운명을 타고 난 족속이기에 좋은 책만큼이나 나쁜 책도 언급해야 하지만, 작가는 오직 자신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달군 책을 칭찬하면 그만이다. 읽고 질투하고 어루만지며 배울 책도 산더미인데, 부족하고 취향에 맞지 않는 책까지 눈길 돌릴 이유가 없다."

참, 명료하다!!!  그래서 난 내일도 소설책을 읽는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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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 - Twil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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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가 알았던 <<트와일라잇>>은 책이었다. 
그것도 "뱀파이어"의 "뱀"자도 들어가지 않은 로맨스 소설로...
그러다가 영화로 만들어졌단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예고편을 봤다.
조금 황당했다. 
왠....뱀파이어? 게다가....액션...
그런데도 보고 싶더라...^^

영화를 보고 난 후 ... 처음 내가 책을 평가했던 그대로 로맨스 영화라는 것.
그것도 청춘 로맨스물.ㅋ
그저 약간의 판타지를 섞기 위해 뱀파이어로 설정했을 뿐.
액션은 예고편에서 봤던 것이 전부였고, 긴박감이나 긴장 같은 것은 없다.
우리 남편처럼 그런 액션과 흥분,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아마 재미가 없지 않았을까.
책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 <트와일라잇>은 철저하게 소녀풍이며 순정만화틱한 청춘 로맨스물이다!!!

그런데 그런 장르마저도 조금 망설이게 하는 면이 있었으니....
주인공들의 얼굴이다.

먼저 이분!  로버트 패터슨.



참... 뱀파이어로서의 카리스마는 강력하나 로맨스물의 다정다감 멋진 남자 캐릭터를 소화하기엔... 좀... 너무 각이 지지 않았나?ㅋ
영화를 보는 내내 잘 생겼다는 생각은 했으나 저 턱의 각이 참으로 거슬리더라는 것.

그리고~ 또 이분!! 크리스틴 스튜어트.



<패닉 룸>의 어린 소녀가 어느새 이만큼이나 자라 어엿한 숙녀가 되었단다. 
문득문득 니콜 키드만의 얼굴이 비치기도 하지만, 이분의 주걱턱 또한 영화 보는 내내 좀 거슬렸다.

뭐, 그래도 영화는 재미있었다!^^
청춘 로맨스는 청춘 로맨스물로 이해해줘야 한다.
뱀파이어 영화가 왜 이러냐고 따지면 할 말 없다.
두 사람의 사랑이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을 듯 하는 심리전과 새로운 적에 맞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
이 두 가지만 재밌었도 재미있다고 봐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영화 <트와일라잇>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두 사람의 키스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의 그 어떤 장면보다 가장 긴장감 고도되었던..... 제대로 된 키스신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줌마가... 주책이다.ㅋㅋ
그래도 아주 오랫만에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에 들뜨고 상기되었던 영화를 보았다.
<오만과 편견>을 보았을 때처럼... "아웅~" 하면서 집으로 왔다.ㅋ
그거면 되지 않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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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 Australia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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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웅장한 감동의 대서사 로맨스!"
라는 문구보다 이 영화를 더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 둘 모두 호주 출신이며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모국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2시간 40분이라는 긴~ 긴 상영시간 내내 정말로 아름답고 웅장하게 보여지는 오스트레일리아의 풍경들.
그런 광경을 어디서 또 볼 수 있을까.

니콜 키드먼과 휴 잭맨은 물론이고, 조연들 한사람 한사람, 그리고 가장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눌라" 역의 브랜든 월터스까지 정말 뛰어난 연기력을 엿볼 수 있다. 



정말 길었던 상영시간도 다른 영화와 같은 호흡으로 느낄만큼 영화는 흡인력이 있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의 토착민과 영국인들 사이의 관계나 그들끼리의 암투 같은 것도 잘 그려낸 듯하다.

조금 긴 듯하지만 재미있는 소설 한 편을 읽고 나온 듯한, 조금은 멍~한 상태로 극장을 나왔다.
인위적인 듯한 감동장면 몇몇이 있긴 하지만, 감동으로 다가온다면 그냥 그 감동을 느끼면 된다.
오랫만에 좋은 영화 한 편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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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해즈빈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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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앞부분을 읽는 동안은, 꽤 잘 나갔던 커리어 우먼이 결혼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두고 누군가의 아내로서 집안에 갇혀 지내는 주부의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울한 해즈빈>>은 어렸을 때부터 한 길밖에 모르고 오로지 그 길만을 향해 달려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어느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해즈빈 (has been)....." 과거에는 한 이름 날리던 사람. 그리고 이젠 한물간 사람."...46p

어렸을 적, 그 어느 분야에서건 한 인물 할 것 같다는 소리를 안 들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던 우리는 점점 자라면서 모두 비슷비슷해지고, 어느 한 부분에서는 남들보다 뒤쳐지는 느낌에 뒤쳐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며 아둥바둥 살고 있다. 우리야말로 미스터, 미세스, 미스 해즈빈이다.  

리리코는 겉으로 보기에 정말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도쿄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한 외국계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으며 변호사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그 남편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부인을 100% 신뢰하고 사랑해준다. 게다가 시부모님은 교양있는 분들이시고, 시어머니는 귀찮을 정도로 아껴주시고,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신다. 그야말로 완전!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 어떤 삶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없다. 리리코가 그렇다. 그녀가 살아온 방식은 "자존심" 이었다. 남들보다 초라해 보이거나 뒤쳐져 보이는 것이 용납되지 않고, 남들 보란듯이 한발 더 앞서나가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공부나 성적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던 그녀가 인간 관계, 특히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뜻대로 되지가 않는다. 리리코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사회에서 자꾸 밀려나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에 그녀는 너무나 괴롭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 생활에 실패해서 도피처로 "결혼"을 꿈꾼다. 나의 경우는 하나하나 간섭하시는 부모님에게서 벗어나고픈 생각뿐이었다. 빨리 내 가정을 가지면 더이상 간섭을 하지는 않으시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었다. <<우울한 해즈빈>>에서처럼 "결혼"이나 "육아"는 절대로 도피처가 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리리코가 부모님에게 자신의 상처를 터트리는 장면이...그래서 많이 공감이 되는 것 같다. 융통성을 가지고 여러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리리코가, 마치 나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어서.... 마냥 무기력해지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이 답답한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닮아서... 그녀가 마치 나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 리리코의 미소는 잘 와닿지가 않는다. 왠지 그냥 좀 찜찜한 느낌... 리리코를 통해 나를 투영해 보던 소설의 마무리가 시원~한 결말을 내주기를 바랐던 것은 너무 큰 기대였던걸까? 앞으로 리리코가 어떤 삶을 살 지는 나의 몫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인지.... 확실히,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되기는 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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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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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시뻘게진다. 나...흥분 상태인 거다. 이야기에 깊이 몰두한 나머지 너무 감정 이입이 되어서 숨이 가쁘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책은 순정 만화 뿐이었는데..... 이 책, 어린 청춘 로맨스물도 아닌 30대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난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오래전부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읽어봤느냐고... 너무 재미있는 책이라고,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내게 말해주었다.  궁금했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재미있다고 하는 책은 과연 얼마나 재미있을지......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과연...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이야기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감이 되기 때문에, 그리고 마치 시를 읽는듯한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다른 로맨스 책들처럼 뻔한 내용에 조금은 작위적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끌리는 구석이 있다. 그건 아마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주인공들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공진솔.... 내성적이고 사회생활에 능수능란하지 못하며 사소한 규칙이라도 당연하게 지켜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 일어날 일을 걱정하여 미리 방어막을 치고 숨어버리는 그녀! 꼭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사랑이 찾아왔을 때는 용기내어 먼저 다가가는 모습까지....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30대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주로 진솔의 마음을 따라 진행이 되기는 하지만, 건과 선우, 애리의 캐릭터가 매우 확실하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 그 어느 누구 하나 빠트려지지가 않는다. 선우와 애리의 사랑은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라면 진솔과 건의 사랑은 상당히 현실적이다. 연애하면서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에피소드들이 있어 웃음이 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노래 가사를 비롯하여 건의 시나 현판 속의 옛시, 건의 쪽지 등을 통해 주인공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점이 참 좋다. 대사 중에도 마음 깊이깊이 새겨놓고 싶은 어여쁜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메모해두기 바쁘다. 그런 말들은 이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내 마음 속에서 돌고 돈다. 공감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만날 때는 정말 기분이 좋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리 사랑해도, 때로는 그 사랑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도... 그래도 어느 순간은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피는 꽃이나.... 그런 게 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거. 그게 사랑보다 더 천국처럼 보일 때가 있다는 거. 나, 그거 느끼거든요?"....405p

완벽한 사람도, 사랑도 아니지만 그렇게 내 사람과 내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어 좋다. 무엇이 옳은지 알 필요 없이, 때로는 잠시 쉬었다가 또다시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힘든 요즈음에 모처럼만에 가슴 떨려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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