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2 - 중세 시대에서 신세계 탐험까지 생각이 자라는 나무 14
W. 버나드 칼슨 지음, 남경태 외 옮김, 최준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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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인류가 생겨나고 기술의 발전(도구와 불을 사용하여 생활하는 데 용이하게 만드는...)에 따라 고대 국가가 형성되기까지의 역사를 알 수 있었다. 최초의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고, 간빙기에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각  대륙으로 퍼져나갔다는 것. 농사를 짓기 쉬운 강 유역 주위에서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며 여러가지 도구를 개발하고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고, 나라로까지 발달하며 더 많은 기술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았다. 시대적으로는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기원후 5세기 정도까지였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2권에서는 5세기에서 15세기 정도까지의 중세 시대 각 대륙의 발전 정도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설명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유럽에서는 작은 왕국으로 쪼개져 각자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에스파냐에서 인도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이슬람 세계가 있었으며, 이 중세 시대에 가장 뛰어난 문명과 경제력으로 위세를 떨치던 중국이 있다. 또한 건조하고 사막화 된 지형 속에서도 자신들에게 꼭 맞는 기술을 발전시켜 온 아프리카와 원시적으로까지 보여서 유럽인들에게 무시당하던 태평양 지역 주민들의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만날 수 있다.

이 시기에 유럽은 작은 여러 나라들로 이루어져 있어서인지 특별한 발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한 제국을 이룩했던 이슬람 왕국에서는 유럽과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지리적 요건으로 많은 문명들(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인도, 중국)이 서로 섞이고 절충되며 더 나은 발전을 보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이 때에 만들어진 "비단길"로 중국의 우수한 여러 기술들이 이슬람을 거쳐 유럽에까지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기술이나 기계뿐만 아니라 새로운 발상이나 생각도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알 수 없는 이 뿌듯함...^^)

     

우리는 흔히 우리가 더 우수하다고 생각하거나, 우리보다 못하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세계사 이야기를 읽다 보니 어느 한 세계가 더 우수하다거나 더 못하다는 생각이 사라지게 된다. 로마 제국을 만들었던 유럽도 중세에 이르러 작은 왕국들로 갈라지고 나니 언제 그랬냐 싶게 중세에는 별다른 발전이 없었고, 이슬람이나 중국의 경우 거대한 제국을 이룩하여 오랜 시간 안정된 정치를 이루니 그만큼 많은 발전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인구밀도가 너무 낮아 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기술 발전은 한참 뒤쳐지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지역과 기후에 맞는 생활을 만들어왔다. 태평양 지역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태평양 지역을 방문한 유럽인들은 이들이 미개하다고 무시했지만 그들의 조선술과 항해술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우수했다. 

이 시기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역을 통한 발전보다는 분쟁이나 전쟁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 기술이 다른 민족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 성공적으로 문화가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아스카 문명과 마야 문명의 경우 유럽인들에게 발견되자마자 모두 그 발자취를 잃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어떤 문명이든 그 소중한 가치가 있을텐데 말이다.

2권에서는 정말 가슴 뿌듯한 일이 있다. 한국인으로서, 이 세계사 책에 당당히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최초의 금속 활자에 대한 설명을 읽는 것!!! 

이제 신세계 탐험과 유럽, 미국이 득세하는 과정을 볼 차례다. 재미있는 세계사 이야기가 3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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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의 책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존 코널리 지음, 이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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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대한 양의 소설을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며, 성장 소설이기도 하고, 동화 다시 읽기이기도 하다. 

** 판타지 소설**

아무런 상식과 지식 없이 이 책을 읽을 때, 이 책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다. 다른 판타지(예를 들어 나니아 연대기나 판의 미로 같은)와 같은 방식으로 현실 세계에서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수많은 모험을 경험한다. 또 다른 세계에는 요정이나 괴물, 이상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잃어버린 것들의 책>>에서는 기존에 다른 책이나 영화에서 등장했던 것들을 차용함으로서 익히 알고 있던 존재들(트롤이나 하피들)에 대한 묘한 익숙함이 생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판타지류의 소설은 처음이라 다른 책들과의 비교는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내가 처음 접한 판타지로서는 매우 성공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성장 소설**

병으로 엄마를 잃은 데이빗은 얼마 되지 않아 아빠가 소개한 "로즈"라는 여자의 존재를 인정할 수가 없다. 아직 어딘가에 엄마가 살아계실 것만 같은데 아빠와 로즈는 결혼을 하고 로즈의 뱃 속엔 자신의 동생이 될 아이가 자라고 있다. 죽은 어머니가 좋아했던 왕자와 공주, 마녀 등이 등장하는 신화와 동화에 빠져드는 데이빗은 어느새 현실의 세계와 상상의 세계 속에 공존하게 된다. 이복 동생 "조지"가 태어나고, 아빠와 다른 가족(로즈와 조지)로부터 점점 소외되는 데이빗은 결국, 자신의 방 전주인인 조나단이 그랬던 것처럼 지하 정원의 구멍을 통해 또 다른 세계로 향하게 된다. 그 다른 세계는 음산하고 기이하다. 위험한 것들이 가득한 곳이고 데이빗을 위협하는 존재(꼬부라진 사람, 루프 등)들이 득시글거린다. 처음엔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데이빗은 결국 혼자만의 용기와 힘으로 모든 일들을 극복하고 해결하게 된다. 

<<잃어버린 것들의 책>>에서의 성장 소설적인 면모는 데이빗이 조지에게 가졌던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이 세계에서의 여러 경험을 통해, 약한 자들은 지켜주고 돌봐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는 데에 있다. 그의 마음 속 어린 감정들이 조금은 넓은 시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그 전의 시각과는 다른 시각으로 모든 사건과 사물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데에 있다. 또 한 가지는 어머니의 죽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집착하기 보다는 로즈와 조지의 존재를 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데이빗은 많은 사건을 통해 많은 존재들을 만나고, 그 존재들을 통해 점차 어른으로 성장해 나아간다. 데이빗이 다른 세계의 그 누구보다 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두려움조차 극복해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를 이루었던 증오와 질투심마저 극복하고 어른에 한 걸음 다가간다. 

**동화 다시 읽기**

<<잃어버린 것들의 책>>은 그림 형제의 많은 동화들을 비롯하여 다른 책으로 수없이 출판되었던 전래동화와 신화들이 바탕에 깔려있다. 꼬부라진 남자는 룸펠스틸트스킨의 후손이고, 루프들은 빨간 모자와 늑대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후손이며, 헨젤과 그레텔이나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등...많은 작품들이 인용되었다. 하지만 그 중 어떤 이야기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와는 다르다. 그보다는 그림 형제들이 책으로 출판하기 훨씬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던 원전 그래도의 이야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이야기들에는 많은 성적인 이미지들이 함축되어있고, 매우 잔인하며 상징적이다. 

작가는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또다른 상징으로 사용했고, 그 상징들은 데이빗의 환경과 연결지어져 있다. 그 많은 상징들을 풀어내기 위해 책 뒷부분 200페이지 정도는 동화 전문과 그 기원, 이 소설 속의 상징들을 해설한 부록으로 할애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는 것도 꽤나 재미가 있었지만, 소설의 여운이 꽤나 강해서 부록이 앞부분에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이 모든 것들이 아우러져 흥미 있고 즐겁게 읽었다. 특히 뒷부분은 매우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데이빗은 돌아왔고 거기서 끝낼수도 있었을텐데, 작가는 계속 나아갔다.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서.... 
꼬부라진 남자가 말했듯 인생은 행복과 기쁨이 있지만, 슬픔과 좌절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한 데이빗이 다시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순간....그 순간이 바로 영원이고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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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1 - 인류의 기원에서 고대 제국까지 생각이 자라는 나무 13
W. 버나드 칼슨 지음, 남경태 옮김, 최준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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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몇년도 더 전의 중,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의 맨 처음 부분을 장식하던 세계 4대 문명을 우린 무조건 외웠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유프라테스 - 티그리스 강, 이집트 문명은 나일 강, 황하 문명은 황하 강, 인더스 문명은 인더스 강.... 그와는 또 별도로 구석기 시대, 신석기 시대를 거쳐 청동기... 그당시 외웠던 이런 지식들은 아직도 내 머리 속에 잘 기억되어 있기는 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각각 따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그것들의 연계성과 인과 관계에 대해서는 영~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외우는 것의 한계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흐름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때의 우리들은 이렇게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만큼이나 신선하고 재미있는 세계사 책을 만났다. 그야말로 "이야기 책"이다. 책을 들춰보면 구성은 마치 백과사전처럼 되어 있는데, 그만큼 이야기에 신뢰성을 주고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사진이나 그림, 지도, 설계도 등 이야기를 뒷받침해 주는 자료가 많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 1>>은 인류의 조상이 생겨나 최초의 석기를 제작하고 세계 여러 곳으로 흩어져 문명을 꽃피우며 고대 제국을 형성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니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팠던 인류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도 "이야기"를 통해 읽으니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되었다. 그저 이것에서 저것으로 저절로 진화한 줄 알았던 우리 조상들이 여러 종의 원인들 중 우수한 종만 살아남아 그 가계도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따뜻한 아프리카를 벗어나 살기 시작하면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그들의 몸도 변화(뇌 크기가 커지고, 직립 보행 할 수 있는 몸으로 바뀐 것)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과 그 몸의 변화에 따른 기술(불과 도구의 사용)을 사용하게 된 사실도 놀랍다. (정말 놀랍다. 난 아직까지 이렇게 자세한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어서 읽는내내 새롭고 즐거웠다)

기술은 경제적, 물질적 필요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속에 품은 사회적, 정신적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개발된다는 작가의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들의 생활에 필요해서 지은 것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과 파라오가 지닌 권력의 표현이었던 피라미드를 통해 그들만의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고대 이집트와 고대 인도, 그리고 고대 중국은 어느 한 곳에서 발달한 문명이 전파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문명을 발전시켰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먼 지리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생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발전되어 온 문명은 2권의 중세에 이르러 또 어떤 발전을 이룩할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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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돌이 개야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8
이상교 지음, 이형진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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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는 길에 버려지는 많은 애완 동물들이 있습니다. 
처음 그 동물들을 데려다 키울 때의 마음과는 달리, 이런 저런 이유들로 인해 버려지게 되는 불쌍한 동물들이죠.
그런 동물들은 때로 우리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고, 골칫거리가 되어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기도 해요.
그 중에서도 아주 옛날부터 우리들에겐 "개"와 더 친숙해서인지, 유기견들에게는 더 따뜻한 시선을 품게 되고는 합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 뿐,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그런 버려지거나 길을 잃은, 떠돌이 개라면 어떨까요?
길을 떠돌아다니는 더러운 개 한 마리를 보고 작가는 이런 생각을 했나 봅니다.
내가 떠돌이 개라면 나는 어떤 개이기를 바랄까...라고요. 
그런 물음에서 시작된 상상은 주인에게 버림받고 어찌 할 줄 모르는 개가 아닌, 씩씩하고 멋진 삶을 사는 떠돌이 개를 탄생시킵니다.
떠돌이 개인 것을 마음에 들어하고, 쓰레기통 속의 빵 한조각을 꺼내 먹는 것도 탐험처럼 생각하는 그런 "개"요~!!

    

게다가 네 발로 다니는 게 지루하다며 앞으로는 두 발로 걷겠다고 모험까지 하는 멋진 "떠돌이 개"^^
다른 동물들이 비웃거나 흉을 보아도 나만의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밤하늘에 뜬 달과 별을 보며 자신이 이룬 꿈에 감탄도 할 수 있는 낭만적인 개입니다.
또, 다른 이의 의견을 잘 듣고 그것의 새로운 장점도 찾아낼 수 있는 개이지요.
이런 저런 이유들을 종합해보니 자동차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멍멍" 대신 "빵빵" 이라고 짖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언제나 좋은 점만 찾아낼 줄 아는 이 떠돌이 개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애정이 솟아납니다.

이 떠돌이 개를 두고 작가는 이렇게 말해요.
"<<나는 떠돌이 개야>>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속상해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이는 개 이야기예요. 사실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 있더라도 그것이 전부는 아니지요. 유쾌하고 슬기롭게 살아갈 방법은 아주 많아요.
몸은 한곳에 묶여 있다고 해도 마음은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이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작가의 말처럼 <<나는 떠돌이 개야>>를 읽고 우리 아이들도 어떤 상황 속에서도 좋은 점만 찾아내는 긍정적인 아이들이 되어준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지요.^^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진리를 깨우쳤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떠돌이 개가 외롭고, 배고프고 추워 보일지라도 그 자신은 행복하고 즐거움을 찾을 줄 알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것처럼 말이에요.
언제나 좋은 면만 보고, 생각하고 느낄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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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 바꿔 주세요! 책이 좋아 1단계 1
노경실 지음, 이형진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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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막 전학 간 학교에서 자리를 바꾸던 날, 모든 반 아이들이 짝꿍이 되기를 거부하던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선생님께선 그 아이와 짝이 되는 대신 난로 바로 뒷자리에 앉도록 배려해 주셨음에도 그 아이와 짝이 되려는 아이는 없었다. 그때 난 무슨 치기어린 마음에서였는지 손을 번쩍 들고 내가 그 짝을 하겠다고 나섰다. 한마디로... 잘난 체였다. 어떻게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평가 하느냐고, 난 그런 사람 아니라고 반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거였겠지. 하지만, 난 그 아이와 짝이 되고 반나절도 못 되어 바로 후회했다. 옆에만 앉아있어도 그 아이에게서 풍기던 이상한 냄새. 바라만봐도 너무 지저분해 보였던 그 아이. 열흘만 참으면 새학기가 되었기에 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절대로!!! 두번 다시는 앞에 나서지 말아야겠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다. 그런데, 매우 깊이 각인되어있다. 내겐 어렸을 당시의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온갖 모욕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을 그 아이에게는 어떤 기억으로 남았을까.. 이젠 부모의 입장에서 매우 걱정이 된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아이도 <<짝꿍 바꿔주세요!>>의 김준수처럼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다. 새아빠와 결혼한 가정 속에서 정서가 불안해진 준수가 일부러 씻지도 않고, 밥도 조금 먹고, 소리치듯 말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싶어서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이어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준수처럼 우리 주위에는 일부러가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더욱 관심 받고 싶어서 다른 아이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된다.

괴롭힘을 당하게 되거나 그런 행동이 너무 싫어서 그런 친구들을 싫어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아이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너무 싫은 짝꿍과 하루하루 지내는 것이 너무나 싫어서 스스로 스트레스 받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경지"처럼 말이다. 하지만 경지는 준수 어머니의 설명을 듣고 준수를 이해하게 된다. 왜 준수가 "헤어지지 않는 약"을 만들려고 하는지 이해하게 되고, 그런 약을 만드려는 준수는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정말 멋진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짝꿍 바꿔주세요!>>를 통해 보기에 더럽고 시끄러운 아이라도 그 아이만의 좋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어떤 아이든 좋은 점이 없는 아이는 없으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각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갖고 있으니 무엇보다 서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워낙 정적이고 단정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에게도 싫어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친해지고 싶어서 끊임없이 괴롭히는 아이도 있고, 남자아이들은 대체로 소란스럽고 동적이라 우리 아이에게는 그 존재 자체가 부담스럽나 보다. 하지만 한 아이, 한 아이를 상대로 이야기해 보면 사실은 모두 좋은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여러 친구들을 사귀는 과정 중에 저절로 알게 되는 귀한 깨달음이다. <<짝꿍 바꿔주세요!>>를 통해 친구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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