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확 대실 해밋 전집 1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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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티넬털 탐정 사무소 소속 탐정인 "나는" 퍼슨빌에서 온 의뢰를 받고 의뢰인을 찾아간다. 간단한 사건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나는 의뢰인이 만나보기도 전에 살해되자 당황한다. 이왕 의뢰를 받은 참이니 사건을 파헤쳐 보기로 한 나는 의뢰인이 마을을 건설한 자본가의 아들이며 최근 마을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탐정소에 의뢰를 했다는 자체가 무언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증거, 나는 그것이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누가 무슨 이유로 의뢰인을 살해하게 된 것인지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를 진척해 나감에 따라 나는 의뢰인이 창녀를 마지막으로 만났으며, 그녀에게 5천 달러를 입금해주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 나는 돈만 밝히는 25살의 창녀가 이 거리의 어둠에 대해 훤하게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몇 개의 단서로 살인범을 잡아낸 나는 환멸을 느낄만큼 악의 도시로 변한 퍼슨빌을 이참에 소탕하기로 한다. 의뢰인의 아버지를 협박해 착수금 만 달러를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마을을 휘젓고 다니게 되는데...


미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불법이 판을 치는 마을에 도착해 거리 청소를 시작한 탐정의 활약을 그린 소설이다. 대실 해밋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데뷔작 치고는 속도감도 빠르고 대화도 어색하지 않으며, 개연적인 성격 묘사등 노련한 솜씨를 보여주던 작품이었다. 대실 해밋의 트레이드 마크이 냉소적이고 현실에 빠삭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이미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작품관을 어느정도 완성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짧게 끊어치는 대사와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들, 사건의 이면을 단박에 꿰뚫어 보는 나의 혜안--실은 어찌나 추리를 잘 하시는지 무릎팍 도사를 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무엇이건 이 사람이 파악하지 않은 사건은 없었으니 말이다. 것도 순식간에...--자본가에서 창녀,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등으로 읽는 재미가 출중하 책이긴 했으나, 문제는 중반을 넘어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제목이 <붉은 수확>이길래 왜 그럴까 했더니만,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책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사람이 하나씩 죽어나간다고 보면 되는데, 아무리 악의 도시고, 척결해야 할 부패의 온상이며,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 썩은 동네라고 하지만서도, 이건 등장인물들을 하나둘씩 다 죽여 나가는 것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는건 좀 심하지 않았는가 싶다. 오죽하면 중반을 넘어서니 더 이상 읽기가 싫어지더라. 사람이 죽고, 그 이유를 내가 밝혀 내고, 또 사람이 죽고 , 그 이유를 또 내가 밝혀 내고...아무리 사건을 풀어가는 맛에 추리를 해가는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추리에 추리에 추리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 소설은 읽다가 질린단 것이지. 소소하게 잽잽을 끊임없이 날린 덕에 결국 케이오를 당하긴 했지만, 재미가 없어서 항복한 느낌이랄까. 곳곳에 트릭을 만들어 내느라 머리를 엄청 굴렸겠다 싶긴 했지만서도, 차라리 크고 굵게 한 방을 날린 것보다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걸작이란 소리를 들었을만한 분위기며 작품성이었는데....마지막을 덮으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 데뷔작이 이 정도면 박수를 받아야 하는게 정상인건 맞는데도, 대실 해밋은 이미 죽었고, 그는 전설이 되다 보니, 기준치가 다른 작가들보다 한층 높아지는게 아닐까 싶다. 이미 그에겐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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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지 마
카린 포숨 지음, 김승욱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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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없이 집어 들었다가 흥미진진한 전개와 책 전반에 흐르던 긴장감 덕분에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내용은 여섯살 짜리 여자 아이가 실종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 전체가 모두를 알 정도로 소박하고 작은 노르웨이 시골 마을에서 한 아이의 실종은 마을을 떠들썩 하게 한다. 아이가 시체로 발견되는건 아닐까 노심초사 하던 마을 사람들은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 산 마루에서 아버지와 사는 다운증후군 청년이라는 것을 알아낸다. 그 사실에 안도하는 마을 사람들, 왜냐면 그 청년이 파리 한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선량한 성품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짐작대로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준 청년은 집으로 돌아가고, 아이에게 낮에 있던 일들을 물어보던 엄마는 산위에 있는 호수에 한 여자가 발가벗은 채 떠 있는걸 보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아이의 말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인 엄마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허실삼아 호수에 가 본 경찰은 10대 소녀 하나가 누드로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 자살한게 아닐까 생각하던 경찰은 곧 누군가 그녀를 살해했으며 자살로 위장한 것이라고 심증을 굳힌다. 이제 문제는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하는 것, 사건을 담당하게 된 베테랑 형사 콘라드 세예르는 똘마니처럼 데리고 다니는 경사와 함께 탐문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만나본 마을 사람들이 한결 같이 살해된 소녀 아니가 착실하고 행실이 얌전한 아이였으며 그렇게 죽임을 당할만한 짓거리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그런 증언은 죽기전 그녀가 분명 누군가를 인적이 드문 호수가까지 저항없이 따라갔다는 사실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아니에게 주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하던 콘라드 경감은 그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는다. 동생이 죽었음에도 슬퍼 보이지 않은 아니의 언니, 딸이 죽은 비통함을 이상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는 아니의 엄마, 그녀 덕분에 인생이 심하게 꼬여버린 아니 엄마의 전남편, 기가 센 아내 덕분에 맞춰 살기에 바쁜 아니의 아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숨긴 채 살아가는 아니의 남자친구, 아니가 베이비 시터로 일하던 시절 그녀에게 집적대던 마을 청년과 강간죄로 복역하고 나온 뒤 이를 숨기고 핸드볼 코치를 하고 있는 사람까지...모두에게 접근한 경감은 그럼에도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다만 작년부터 그녀의 행동이 달아졌었다는 주변의 말에 그녀가 그당시 어떤 일을 겪은게 아닐까 추측을 하긴 하지만 누구도 그녀가 어떤 일을 겪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과연 경감은 이 조용한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노르웨이의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는 장소가 주는 폐쇄성이 미스테리의 긴박감을 더해주던 추리 소설이다. 누구네 집 숟가락에 몇 개인지 알 정도로 조그만 마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 전부가 의심을 받게 된다. 서로를 향한 의심과 의문의 눈초리, 그들은 그제서야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아니 알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던가. 그렇게 살인 사건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숨겨온 갖가지 사연들이 한꺼번에 흘러 나오면서 , 진짜 누가 살인을 한 것일까? 그리고 왜? 라는 의문을 끝까지 가지게 하던 수작이었다. 과장되거나 억지를 쓰지 않고, 어디선가 진짜로 일어난 일을 그려넣은 것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을 사람들 면면이나 경찰관들, 한마디로 등장인물들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장점. 평범함 속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라는 점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실제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그렇게 사소한 비밀들이 모여서 벌어지는게 아닐까 하는 현실감이 있었던 것이다. 거대한 악령이나 사이코 패스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사건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나, 사건이 일어난 순간부터 해결까지 진짜 수사를 지켜보는 듯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방식, 사람들의 대화를 실감나게 연결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 않게 하는 점등이 장점이었다. 마치 한편의 잘 된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아마 영화로 만든다고 해도 걸작이 될 듯...책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여간 앞으로 이 작가 주목해서 볼 생각이다.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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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모어 댄 나잇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7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7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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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널리, 작가로써 명민한 사람이라는 것은 일찌기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자신의 작품속 히어로들을 한 작품에서 만나 활약하게 할 생각을 했는지 감탄스럽다. 전작에선 (콘트릿 블론드)에선 본인을 패러디한 기자를 내세워 나를 웃게 하더니만, 이번엔 해리 보슈와 전직 프로파일러 테리 매케일럽을 한 작품 안에서 만나게 했다. 발상 자체가 신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주인공들을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의 주인공으로 보슈만이 아니라 테리도 출연한다는걸 아는 순간, 호기심이 세배는 상승하더라. 호감가는 두 사람이 만나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이 올라갔던 것이다.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로를 경계하려나? 존경하려나? 사건은 또 어떻게 풀어갈까? 둘이 협심한다면 아마도 못풀 사간이 없을텐데, 어떻게 내용을 전개시켜 갈까? 읽기도 전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궁금증, 이렇다 보니 왠만큼만 써낸다 해도 재미가 있을 거라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발상 자체가 흥미진진하니 말이다. 하여간 그 많은 작품을 써내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구성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 작가 참 영리하단 말이지. 거기에 자기가 만든 주인공들을 진짜 인간처럼 대하고 성격을 부여하고 고난을 주고 거기서 벗어나는 과정 또한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마디로 보통 인간처럼 성장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박수를 받을만하다.이렇게 등장인물들을 자유자재로 다우는 태도, 친근한 상상력에 매혹을 느끼지 않을만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하여간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기매김 한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내용은 이렇다. 전작에서 만난 여자와 만나 가정을 꾸린 테리 매케일럽은 딸까지 낳고 알콩달콩 살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삶을 영위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과거 워낙 험하게 살아오셨던 양반이라 이런 평화가 좀이 쑤셨다는 것,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 살 즈음 동료 형사에게 SOS 요청이 들어온다. 언뜻 부랑자를 죽인 증오 범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심각한 살인같다면서, 아무래도 자신은 해결한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저 조언 정도 주자는 생각으로 파일을 들여다 보던 테리는 그 형사 말대로 이 사건이 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연쇄 살인의 가능성이 보였던 것이다. 단서를 찾아 올빼미 상과 거기에 적혀 있는 라틴어를 분석하던 테리는 살해 방법과 모든 것이 해리 보슈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살해된 에드워드 건을 오래전부터 해리 보슈가 눈독 들이고 있었다는 것과 그가 살해된 당일 해리 보슈의 알리바이가 모호하다는 것도...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과연 해리 보슈를 검거할 수 있는가 하는 것, 해리 보슈가 얼마나 거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던 테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한편 자신을 겨냥해 살인 혐의를 씌워오는 테리를 보면서 해리를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길이 없어 골치가 아픈데...과연 둘 중 누가 옳은 것일까? 해리나 테리 모두 내놓으라 하는 베티랑 수사관들, 과연 둘이 하는 수사에서 헛점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테리의 견해에서 바라보면 해리를 분명히 살인자가 분명한데, 과연 해리의 말대로 그건 남이 파놓은 함정에 불과한 것일까? 펄펄뛰는 해리를 테리는 믿을 수가 없기만 한데...

아, 이런 ~~~ 나의 영웅 해리에게 살인 혐의를 씌우다니...그것도 테리가 말이다. 이건 억울함 정도라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문젠 점점 테리의 분석에 동조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무언가 놓친게 있을게 분명한데, 하지만 지금 분석을 하고 있는건 테리가 아니던가? 전설적인 프로파일러, 본인 조차도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일이 수사라는걸 알고 있는 자 말이다. 그런 자가 범인으로 해리를 지목하다니...이건 절망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별로 읽고 싶지 않아도 끝까지 읽을 수밖엔 없게 만든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해리가 진짜 살인자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왜 꼭 해리 보슈에게 살인 혐의를 두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해리와 테리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이라고는 하지만 감히 해리에게 살인 혐의를 두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아닌가. 보슈의 팬으로써 분기탱천했다니까? 그런데 그걸 태연하게 해내는 이 작가를 보라지. 하여간 독자들의 허를 찌르는 아이디어엔 질 수밖에 없지 싶다. 해리 보슈와 테리 매켈일럽이라는 자신의 두 영웅을 한 작품에서 만나게 했다는 자체에서부터 일단 점수를 왕창 따들어 갔지만서도, 흥미로운 결과라면 한 주인공씩만 나왔을때만큼 재미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너무 막강한 둘을 뭉쳐놨더니 아마도 시너지 효과가 조금은 반감된 모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음에 이 둘이 나온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라는 상상의 여지를 여전히 남겨둔다는 점에서 역시 마이클 코널리지싶다. 어쩜 추리 소설을 계속 읽을 수 있게 하는 동력이 그게 아닐런지...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필력 말이다. 이번 작품이 뭐, 좀 허술하다고 해도, 작가의 필력을 감안하건데, 그리고 그가 써낸 주인공들을 보건대 다음 작품에선 뭔가 대단한 것들을 기대하게 한다는 것, 설사, 기대하던 엄청난 것들이 없다고 해도, 그간 정이 든 주인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오랜만에 만난 친근한 친구나 친척처럼 느껴지게 된다는 것, 아마도 그것이 마이클 코넬리 표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해서 나는 여전히 마이클 코넬리의 다음 작품을 기다릴 것이고, 여전히 그의 책이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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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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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름을 날렸으나 지금은 은퇴한 형사인 데이브 거니는 오랫동안 잊고 샆았던 동창으로부터 연락을 받고는 어리둥절해한다. 그간 어떻게 살았는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조그만 명상 단체의 구루로 (지도자란 뜻) 명성이 자자한 마크 맬러리가 데이브의 도움이 절실하다면서 그를 찾아온 것이다. 마크의 공포에 질린 표정에 사정을 들어보던 데이브는 어이없는 이야기에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다. 마크 앞으로 편지 하나가 도착했는데, 거기엔 마크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면서 머리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대라 했다 한다. 장난 편지겠거니 하며 아무 생각없이 658을 생각한 그는 편지 뒤쪽에 바로 그 숫자가 적혀져 있는 것에 혼비백산하고 만다. 편지는 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저지른 과거의 죄값을 받아야 할 차례라면서 살해당할 것을 암시하는 말이 적혀져 있었다.

데이브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누군가의 장난일거라 치부하지만 의외로 마크는 단호하다. 과거 자신이 알콜 중독에 빠져 살았었는데, 그 당시 자신이 어떤 일을 벌이고 살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때 자신에게 상처를 받은 사람이 이제와서 복수를 하는 거라면 그 전에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간절하게 호소하는 마크에게 데이브는 반신반의한다. 공포에 떠는 마크를 안심시키느라 사건을 수사하기로 약속한 데이브는 그 이후에도 수상한 편지가 계속되자 경찰에 알릴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구설수에 오를 것이 염려된 마크는 조언을 거절하고 결국 자기 집 정원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과연 마크에게 편지를 보내온 자는 누구일까? 마크를 그렇게 잔인하게 죽여야 할 정도로 그에게 원한을 산 사람은? 무엇보다 마크가 기억도 하지 못한다는 과거의 죄란 무엇일까? 정말로 그가 그렇게 죽었어야 할 정도로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일까? 수사를 해 나가던 데이브는 마크가 비슷한 수법으로 살해 된 사람들 중 하나라는걸 알아낸다. 친구의 불안을 가볍게 여겼던 데이브는 친구를 위해서라도 꼭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데, 과연 범인을 잡는 단서는 어디에? 

초반 몇 페이지를 읽었을때는 반신반의했다. 재밌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는 도입부였기 때문이다. 속는 셈 치고 다음을 읽어 내려 갔는데, 이거 의외로  재밌는게 아닌가. 흥미를 끄는 이야기 발상도 그렇지만 인물이 주는 개연성 때문에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인양 읽어내려 가게 만드는 몰입도가 만만찮았다. 1에서 천까지 숫자중 하나를 대보라는 편지가 도착하고, 그 답이 미리 그 안에 적혀져 있어 상대를 놀라게 하는 트릭, 편지를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죄책감이 들게 하는 묘한 내용의 편지, 자신이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죄를 생각해 내느라 안절부절 못하는 당사자라...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정말 이렇게 불안에 떨겠구나 싶은 자연스런 이야기 전개였다.  범인을 찾아가는 줄거리 자체도 흥미진진해서 손에서 책을 내려 놓기가 힘들었다. 더불어 냉소적이고 비극적인 아우라를 지닌 데이브 거니의 매력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었는데, 그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의 첫번째 편이라고 한다. 이런 주인공이라면 다음편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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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7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사 2012-03-17 06:05   좋아요 0 | URL
하하하...그렇군요. 바꿀께요.^^
 
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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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을 알아보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오하쓰가 다시 한번 우쿄노스케와 만나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때는 바야흐로 일본 에도시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아름다운 처자가 새벽 무렵 사라지고 만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아버지는 그녀가 새빨간 아침 노을과 함께 찾아온 광풍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말을 되풀이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결국 취조끝에 아버지는 자신이 딸을 죽였다는 자백과 함께 자살하고 만다. 그 사건은 거기서 종결되어야 옳았겠지만, 그를 취조한 형사는 그가 억울한 누명을 썼을 수도 있다면서 오하쓰를 찾아온다. 그의 생각엔 그 아버지가 진실을 말한 것 같다면서 , 만약 그 아가씨가 "가미카쿠시"--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요괴나 요물에 의해 다른 세계로 옮겨 지는 것--에 의해 실종된 것이라면 오하쓰가 아니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마을에 처자 둘이 같은 방식으로 사라지고, 오하쓰는 이것이 요괴와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제 이를 어떻게 풀어 가는가가 관건인데, 난감해 하는 그녀 앞에 데쓰라고 하는 귀여운 고양이가 나타난다. 난데없이 고양이 말을 알아듣게 된 오하쓰는 데쓰와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속 깊은 우쿄노스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미미 여사는 도무지 어떻게 이런 글들을 공장에서 물건 찍어 내듯 써 내려가는 것인지 놀랍기만 하다. 오하쓰만큼이나 대단한 능력이라 아니 말할 수 없겠다. 하여간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에도 시대의 능력자 처녀 오하쓰가 다시 등장했다. 사실 나는 오하쓰보단 <얼간이>의 주인공인 헤이치로와 그의 조카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뭐, 꿩 대신 닭이라고, 헤이치로가 없을땐 오하쓰도 그럭 저럭 괜찮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역시나 오하쓰의 이름값을 해주는 책이라서 반가웠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요괴를 전면으로 내세우긴 하지만, 역시나 미미 여사의 필력 때문인가? 그것이 억지나 유치하다기 보단 재밌는 이야기로 읽혀지는걸 보니, 하여간 모든건 재능으로 귀결되는게 아닐까 싶다. 어떤 소재라도 그걸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이렇게 달라지니 말이다. 이야기 텔러 로써의 천부적인 자질을 지닌듯한 미미 여사가 다작까지 해주신다니 독자인 나로썬 다행이랄 수밖엔 없다. 이렇게 재밌는 책이 자주자주 나와 줘야 우리 같은 독자들이 삶의 재미를 잃지 않고 살테니 말이다.


하여간 흥미진진하니 재밌게 읽었다. 미미 여사의 책은 내용 보단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더 인상적인데,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티격태격하면서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나 의뭉스런 행동들에서 유추해 낼 수 있는 유머가 추리를 풀어가는 것만큼이나 재밌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런 트릭들은 다른 추리 소설 작가분들이 배워두면 좋을 듯 싶다. 말했듯이, 아무리 추리 소설이라고 해도 사람 사는 이야기니, 그것들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 내는가가 좋은 추리 소설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할수 있지 않겠는가.


오하쓰와 어리버리 우쿄노스케의 앙상블도 좋지만, 이 책에서 단연 으뜸의 공신을 꼽자면 아기 고양이 데쓰다. 매우 건방지고 귀여운 캐릭터를 100% 살려낸 케이스로, 오하쓰나 우쿄노스케에겐 없는 유머까지 담당하는 바람에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가 보던데, 이런 장치들이 책을 귀엽게까지 한다는 점에서 권장할만하다 하겠다. 데쓰의 등장이 이 한편에 그친다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다음번엔 또 무슨 이야기로 나를 재밌게 할지 기대된다. 아마도 다음 편엔 오하쓰와 우쿄노스케의 로맨스가 조금은 진전이 있겠지 싶은데, 설마 벌써 결혼까지 시키시는건 아닐테지만서도 말이다. 하여간, 미미 여사님, 부지런히 책 써주시길 바래요. 제가 부지런히 읽어 드릴테니 말여요!!! 이런 재밌는 책이라면 저 무한대까지라고 읽을겁니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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