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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확 ㅣ 대실 해밋 전집 1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평점 :
콘티넬털 탐정 사무소 소속 탐정인 "나는" 퍼슨빌에서 온 의뢰를 받고 의뢰인을 찾아간다. 간단한 사건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던 나는 의뢰인이 만나보기도 전에 살해되자 당황한다. 이왕 의뢰를 받은 참이니 사건을 파헤쳐 보기로 한 나는 의뢰인이 마을을 건설한 자본가의 아들이며 최근 마을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탐정소에 의뢰를 했다는 자체가 무언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증거, 나는 그것이 무엇이었을지, 그리고 누가 무슨 이유로 의뢰인을 살해하게 된 것인지 수사를 시작한다. 수사를 진척해 나감에 따라 나는 의뢰인이 창녀를 마지막으로 만났으며, 그녀에게 5천 달러를 입금해주었다는 걸 알게 된다. 단서를 찾기 위해 그녀를 찾아간 나는 돈만 밝히는 25살의 창녀가 이 거리의 어둠에 대해 훤하게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몇 개의 단서로 살인범을 잡아낸 나는 환멸을 느낄만큼 악의 도시로 변한 퍼슨빌을 이참에 소탕하기로 한다. 의뢰인의 아버지를 협박해 착수금 만 달러를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마을을 휘젓고 다니게 되는데...
미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불법이 판을 치는 마을에 도착해 거리 청소를 시작한 탐정의 활약을 그린 소설이다. 대실 해밋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데뷔작 치고는 속도감도 빠르고 대화도 어색하지 않으며, 개연적인 성격 묘사등 노련한 솜씨를 보여주던 작품이었다. 대실 해밋의 트레이드 마크이 냉소적이고 현실에 빠삭한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으로 이미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작품관을 어느정도 완성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짧게 끊어치는 대사와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들, 사건의 이면을 단박에 꿰뚫어 보는 나의 혜안--실은 어찌나 추리를 잘 하시는지 무릎팍 도사를 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무엇이건 이 사람이 파악하지 않은 사건은 없었으니 말이다. 것도 순식간에...--자본가에서 창녀,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등으로 읽는 재미가 출중하 책이긴 했으나, 문제는 중반을 넘어서부터 시작되었으니...
제목이 <붉은 수확>이길래 왜 그럴까 했더니만,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책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사람이 하나씩 죽어나간다고 보면 되는데, 아무리 악의 도시고, 척결해야 할 부패의 온상이며,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 썩은 동네라고 하지만서도, 이건 등장인물들을 하나둘씩 다 죽여 나가는 것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는건 좀 심하지 않았는가 싶다. 오죽하면 중반을 넘어서니 더 이상 읽기가 싫어지더라. 사람이 죽고, 그 이유를 내가 밝혀 내고, 또 사람이 죽고 , 그 이유를 또 내가 밝혀 내고...아무리 사건을 풀어가는 맛에 추리를 해가는 것이라고 해도, 이렇게 추리에 추리에 추리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 소설은 읽다가 질린단 것이지. 소소하게 잽잽을 끊임없이 날린 덕에 결국 케이오를 당하긴 했지만, 재미가 없어서 항복한 느낌이랄까. 곳곳에 트릭을 만들어 내느라 머리를 엄청 굴렸겠다 싶긴 했지만서도, 차라리 크고 굵게 한 방을 날린 것보다 못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않았더라면 정말 걸작이란 소리를 들었을만한 분위기며 작품성이었는데....마지막을 덮으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 데뷔작이 이 정도면 박수를 받아야 하는게 정상인건 맞는데도, 대실 해밋은 이미 죽었고, 그는 전설이 되다 보니, 기준치가 다른 작가들보다 한층 높아지는게 아닐까 싶다. 이미 그에겐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