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행동 사용설명서 아기 사용설명서 시리즈
코니시 가오루.코니시 유쿠오 지음, 김혜숙 옮김 / 책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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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 내 마음을 좀 알아주세요! " >라고 쓴 표제에 눈에 확 와닿아 보게된 책이다. 조카를 아기때터 봐왔긴 했지만, 지금도 아기의 행동이 완전히 파악은 안 된 상태...조카 성장하는걸 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걸 볼때마다 때론 마음을 조리고--잘못된거 아닐까 해서--때론 답답하기도 했고--도대체 무슨 뜻으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싶어서--때론 미안하기도 했다.--이해해주지 못해서, 조금 생각해주지 못해서 미안해..라는 심정...아이도 인간의 한 종류이기에 뭐 어른하고 다를까 싶었지만서도, 아가들은 정말 달랐다!!! 어른하고 똑같다고 생각하면 자연히 되겠지 라고 생각햇던 것은 굉장히 심한 오해였으니...아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만큼 아기를 키우는 어른들 역시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봐야지 옳지 싶다. 그런 초보들을 위한 책, 아기 행동 사용 설명서...내가 조카를 키워보면서 늘은 노하우에 비춰보며 이렇게 정확할 수 없다 싶게 구구절절 옳은 소리만 하신다는게 맘에 든다. 또 내가 몰랐던 아가들의 행동들도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도...이 책을 쓴 저자가 소아과 의사 부부라고 하던데, 두 분의 아기 사랑이 페이지마다 곳곳에서 묻어나고 있지않나 싶다. 아기들을 이렇게 아기 입장에서 설명해주는걸 보니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은 맨 마지막 페이지에 써 있던 부모에게 하는 조언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적절히 반응해 주는 것이에오. 라고 하던 것. 조기 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에게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많은 엄마들이 새겨 들어야 할만한 말이 아닌가 한다.아이들이 불행해지기 시작하는 첫 걸음은 엄마의 육아에 대한 오해로 부터 시작하니 말이다.


당최 아기들이 이해되시지 않는 부모들에게 강추~~~ 쉽게 써 있다는 점도, 아기의 그림이 귀여워서 저절로 눈이 간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기들의 이해 안 되는 행동들을 아기 입장에서 설명해준다는 점이 최고다.태어나면서부터 12개월 사이의 아이들의 행동을 개략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데, 읽다보니 조카를 키울때를 되돌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카가 딸꾹질을 한다고 병원에 데려갔던 전력이 있는 고모라 , 아가들은 하품이나 딸꾹질을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첫 페이지에 웃고 말았다. 이 책을 조카가 태어나기 전에 봤더라면 병원에 달려가는 일은 없었을 것을...하여간 돌 이전의 아이를 두신 엄마라면 한번 보심 좋지 싶다. 말을 못하는 아가들을 이해하는데 적절한 방향타를 가리켜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내용은 별게 없을지 모르지만, 실용적인 정보라는 면에서는 별 다섯개를 줘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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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 대실 해밋 전집 4
대실 해밋 지음, 김우열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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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 해밋이 자신의 최고작이라고 하길래 보게 된 책이다. 그의 몰타의 매는 오래전에 봐서 별 매력이 없고, 안 봤던 책인데다 자타공인 해밋의 최고작이라니 안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난 실은 다들 걸작이라고 하는 <몰타의 매>가 왜 걸작인지 이해를 못했던 사람이라서, 이 작품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드디어 대실 해밋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구나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몰타의 매>에 대한 감상은 그저 영화를 참 잘 만들었던 모양이다. 내진 <몰타의 매>에 나오는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한 모양이지 정도였다. 그게 아니라면 이야기 자체가 그렇게 매력을 줄만한 요소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어쨋거나 드디어 내가 대실의 가치를 알아본만한 책을 읽게 되었구나 싶어 흥분을 하면서 보게 된 이 책, 아~~ 역시나 였다고나 할까. 물론 잘 쓰기는 한다. 지금 나오는 새로운 추리 소설 작가도 이런 트릭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니 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그럴듯하게 먹히는 전개이니, 그 당시엔 얼마나 신선하게 느껴졌을지 짐작이 된다. 새로운 충격이고, 발상이었겠지.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로 , 그 덕분에, 추리 소설이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만약 그가 요즘 추리 소설 작가들과 함께 경쟁을 해야 한다면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되진 못했을 거란 것이다. 최상은 어림없고, 아마도 중상 정도의 매니아들 층만 좋아하는 , 아니 알고 있는 그런 작가가 되었겠지. 조금 촌스러운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라는 단서를 달아서 말이다. 해서, <몰타의 매>를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제대로 봤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책이었다. 그는 말하자면 시대의 인기작가가 될 수는 있었던 작가였지만, 시대를 거슬러서 까지 인정을 받을 만한 작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실 해밋이 코난 도일은 아니라는 것이지. 물론 추리 소설 작가로써, 이름은 언제까지 불려질테지만서도 말이다.


내용은 이렇다. 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상원의원의 아들이 살해된 채 발견된다. 상원의원의 딸 재닛과 결혼을 추진중이던 폴이 용의자 선상에 오른 가운데, 폴을 따르던 네드가 사건을 수사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평소 폴과 재닛의 결혼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네드는 폴의 딸인 오팔이 아빠를 살인범으로 단정하고 나서자 당황한다. 거기에 여기저기에 투서식으로 날아오는 편지에는 폴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데, 과연 그 편지를 보내오는 사람은 누구일까? 과연 폴이 살인범이 맞긴 한 것일까? 과연 그가 살인범이라면, 그를 기소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모두들 폴이 살인범이라도 빠져나갈 것이라고 믿는 가운데, 네드는 진실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추리 소설로써의 트릭 자체는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걸 풀어가는 곳곳에서 석연찮은 점들이 발견되는 것이 별로였다. 일단 주인공이 네드가 쉽게 당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렇게 쉽게 당하면서도 또 죽지는 않아...이거 이상하지 않는가? 이 책에서 시체로 발견된 상원 의원의 아들은 지팡이 한대 맞았더니 죽었다더라 하던데 말이다. 그렇게 맞고 또 맞아도 죽지 않는 네드, 굴러도 떨어져도 아무리 패도 죽지 않은 네드를 그렇게 하도록 시킨 장본인은 또 왜 그렇게 쉽게 죽는거야? 아무리 자신이 만든 주인공에게 애정이 넘치는게 당연하다고 해도, 이건 좀 균형이 안 맞는다 싶었다. 그리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솔직하다는 점도 요즘 추리 소설에는 볼 수 없는 점이라고나 할까. 다들 그렇게 자신의 속내를 구구절절 털어놓는데도, 고문을 하지 않아도 다들 말을 잘 하는데도 말이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게 이해가 되질 않더라. 이런 점들이 좀 촌스럽게 느껴졌다. 요즘이라면 아마도 세부 사항들에 보다 신경을 썼을 것이고, 주인공의 매력에 좀 더 악센트를 주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지금 읽어도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다. 다만, 시대를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프리미엄을 일단 주고 들어가는게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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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의 속삭임 원더그라운드
존 코널리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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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내와 딸을 살인범의 손에 잔인하게 잃어 버린 뒤, 죄책감을 벗어던지지 못한 탐정 찰리 파커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온다. 내용은 음식점 사장이 자신의 가게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의 남자친구를 알아봐달라는 것이었지만 실은 그를 통해 얼마전 자살한 아들의 뒤를 캐려는 것이었다. 그다지 내키지 않지만 아들의 자살 배경을 알고 싶다는 아버지의 애처로운 눈길을 거부하지 못한 찰리는  아무것도 찾지 못할 각오를 하고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맨처음 아무런 사건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찰리는 자살한 아들과 웨이트레스의 남자친구가 이라크 같은 부대 소속이었으며, 그 부대 소속 동지들이 연달아 자살하고 있다는걸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자살은 이해되지만 연달아 같은 부대 소석 부대원들이 자살하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는 본격적으로 문제를 파고 들기 시작한다. 그들의 자살이 전쟁의 상흔으로 인한 정신성 외상 증후군의 휴우증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본격적인 이유는 아닐 거라고 추측하던 그는 모종의 밀수에 그들이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가 캐던 찰리는 일단의 사람들에게 붙들려 고문을 당하는데...


찰리 파커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고 해서 반색을 하고 보게 된 책이다. 사신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아야 한다고 할 정도로 가는 곳마다 시체를 양산하는 찰리가,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 정신성 외상증후군에 시달릴거라 짐작되는 그가, 오히려 외상증후군에 시달리는 전쟁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다니, 조금 설정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그가 누굴 위로하고 도와줄 처지가 아니여 보였는데 말이다. 아마도 전쟁에 나선 모든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체를 본 사람이 그가 아닐까 싶은데, 그는 멀쩡하고 전쟁에 나갔던 다른 이들은 철저히 망가졌고, 또 그렇게 망가진데 책임이 있는 정부는 안이하게 그들을 버렸더라...는 말을 하고 있는 저자가 조금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름 작가 입장에선,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상흔을 안고 사는 상이군인들을 위로하고 위해 이 책을 쓴게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경각 정도는 주기 위해서 말이다. 단지 문제라면 그런 설정이 자연스럽게 추리 소설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억지스러웠다고나 할까. 굳이 연결해 보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서도, 자연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아니라, 이리저리 짜맞추어서 간신히 그럭저럭 맞게된 트릭이라는 생각이 짙었다. 거기다 참 나...고대의 악마의 존재라니...이건 기가 차다고 해야 하나?  <모든 죽은 것>에서도 영적이고 마술적인 세계를 믿거나 말거나 식으로 밀어넣기에, 그래도 참고 읽었고만, 이건 좀 심하다 싶었다. 뉴올리언즈의 영매는 그래도 신빙성이 있어 보였는데, 이라크의 고대 악마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아서 말이다. 왜 그런 설정이 필요했을지 , 그의 모든 책에 이런 믿거나 말거나 식의 마법적인 요소가 들어가는지 겨우 두권 읽고 알아낼 수는 없지만서도, 만약 그렇다면 작가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추리 소설이지 않나? 누가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이성과 연관이 없는 믿도 끝도 없는 영의 세계를 인정하고 싶겠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 모든 살인은 유령이 한 짓이라고 해도 상관없을테니 말이다. 하여간 기대하고 본만큼 실망을 했던 그런 책이 되겠다. 다만다행이라면 그래도 잘 읽히긴 한다는거...읽고 나서 조금 허무하고 실망스럽다는게 문제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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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라고는 돈밖에 없다고 자조하는 백만장자 필립은 전신마비 환자다. 건강했던 시절, 익스트림 스포츠에 심취했을 정도로 거침없이 살았던 그는 패러글라이딩을 하다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돈이야 여전히 많지만 이젠 한시도 남의 수발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신세,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고 있던 그는 간병인을 모집하는 면접에서 드리스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일지도 모른 채 복지수당을 위한 구직 거절서를 얻으려고 면접장에 온 드리스는 핍립을 보자마자 거절서에 싸인을 해 달라고 졸라댄다. 필립이 전신마비 환자라는 사실도 그제서야 알아챈 그는 한눈에도 거칠고 무식하다는 분위기를 온 몸으로 풍겨대며 절대 자신을 채용해서는 안 될 거라는걸 암암리에 광고한다. 일에 대한 이해나 동정심은 넘쳐 나지만 한없이 지루한 다른 구직자들에게 질려있던 필립은 다음날 그를 임시 채용한다. 2주안에 그만둔다에 내기를 걸어서... 이에 오기가 발동한 드리스는 얼씨구나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마침 집에서 쫓겨난 처지였던 그라 숙식제공이 된다는 조건이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사람들이 왜 2주도 되기 전에 그만 두는지 이해갈만큼 힘든 것 투성이다. 과연 이 천방지축 막 나가는 드리스가 취향이 고급스럽기만 한 백만장자 필립의 간병인이 될 수 있을까? 빈부 상하위 1%의 정반대에 위치를 점하고 있던 둘이다보니, 티격태격 맞지 않을 거라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묘하게 둘은 제법 어울려 가는데...

 


전신마비 환자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눈물을 질질 짜는 심각한 영화이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재치있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던 영화였다. 일단 맨처음 도로에서 과속을 하면서 경찰을 따돌리는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박진감있는 추격씬도 좋았지만, 거기에 허를 찌르는 소소한 반전까지, 초반부터 단박에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관객들로 하여금 다음 장면은 무엇일까 기대하게 만들던 신선함도 좋았는데, 언젠가 말한 적이 있지만 다음이 기대되지 않는 영화 작법은 그다지 좋은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합격점을 받아도 좋치 싶다. 다음 장면이 계속 기대되었던데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객석에서 보는 내내 웃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는데, 그게 억지로 짜낸 웃음이 아니라 저절로 쏟아지는 폭소였으니, 대충 영화의 분위기가 짐작되시리라 본다. 맞다. 사랑하지 않기가 어려운 그런 영화 되시겠다. 유럽에서 꽤나 대박을 터뜨린 영화라고 하던데, 보니 쉽게 이해가 갔다. 심각한 이야기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었다는 점도 그렇지만, 보기 드문 개성을 자랑하는 등장인물들에, 그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 빈부1%와 흑백이라는 극단을 너무도 맛깔스럽게 조화해낸 것, 둘이 만들어 내는 시너지효과등이 영화를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특징을 한마디로 한다면, 글쎄. 간만에 보는 건강한 영화라고나 할까. 무일푼의 백수 주제에도 면접장에서 예쁜 비서에게 추파를 던져대기 바쁜 드리스나 귀가 성감대라고 말하는 필립은 모두 추접해 보이지 않는다. 그보단 건강해 보였다. 왜냐면 그들은 각자 무식해도 당당하고, 전신마비란 불행에 절어 자신을 속이는 짓은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들은 그저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내 눈엔 매력적일만큼 건강해 보였다. 거기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필립과 어쓰 윈 앤 파이어를 좋아하는 드리스의 궁합이라니...내 것만 좋다고 우기는게 아니라 서로가 상대에게 "내가 좋아하는걸 들어봐..."라고 말한다는 점도 참 보기 좋았다. 우리가 친구에게 그 정도의 아량만 내어줘도 우정을 지키기가 한결 쉬울텐데 말이다. 그걸 못하는 편협한 바보가 바로 우리들이 아닐런지...


하여간 괜찮은 영화다.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도 빼먹으면 섭한 장점이었는데, 드리스를 연기하는 오마 사이의 통통 튀는 연기도 매력적이었지만, 얼굴 표정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필립역의 프랑수아 클루제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였다. 어떻게 표정만으로 그렇게 섬세하게 감정을 연기해 내는지 감탄스럽더라.혹시나 영화를 보게 되시거들랑 필립의 표정에 주목해 보시길...특히나 마지막 장면에서, 고마움과 설레임, 수줍음과 가슴 벅참등을 말 한마디 없이 보여주는데 압권이었다. 앞으로 주목해서 봐야할 연기자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 보자면...


 

 몇 년 전 EBS에서 네델란드의 한 소아과 병동을 취재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미숙아들을 전문적으로 집중 치료하는 병동이었는데,생명을 살리기 위한 의료진들의 숭고한 노력과 인간적인 고뇌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 의사의 고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그는 말했다.  비록 생명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들 하나, 자신이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또한 삶의 질이라고...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아 살아나긴 했지만,평생 듣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기지도,즉 인간으로써 할 수 있는건 단 한가지도 하지 못하는 채로 살아야 한다면 자신은 그에게 의학적 도움을 거절할 거라고 하면서. 그것이 미숙아를 계속 치료한 것인가 아니면 중단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하면서, 생명이 붙어있으니 그런 비참한 삶이라도 감사하면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자신에겐 전혀 인간적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면 자신이라면 그런 삶은 원치 않을 테니까. 삶은 단지 살아있다 것이 전부는 아니니 말이다.


맞다. 삶은 살아있다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삶은 행복해야 하고, 재미가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도 물론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 없이는 살아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속의 필립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건강만은 갖지 못했다. 돈이 대부분의 것들을 커버해 주기에 얼핏 사는데 지장은 없다. 그를 동정하는 사람들은 넘쳐 나고, 만약 그가 불행하다고 아우성을 친다해도, 다들 그러려니 할 것이다. 전신마비 환자이니 당연하다고 말이다. 다들 그가 오래 살아야 한다고 걱정을 할뿐, 지루한 삶을 견뎌야 하는 것에 대해선 모른척 한다. 해서 행복까지는 아니라도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필립의 일상은 시들어 간다. 움직이지 못하니 일상이 불편한 거야 어쩔 수 없다 쳐도, 사는것 마저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삶의 질이 확 떨어졌지만 다들 그것은 참아야 하는 것이라고 한다. 살아있으니 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드리스다.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몸에 전과 경력, 복잡한 가정사뿐인 그는 무식한 솔직함과 거리에서 익힌 실용성을 바탕으로 필립에게 삶을 찾아준다. 그게 바로 즐거움이다. 아무도 그에게 필요할 거라고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드리스가 찾아준 것이다. 여기서 내가 흥미롭게 보았던 것은 드리스가 그럴 수 있던 것이 동정심이나 희생정신때문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그저 필립을 장애인이 아닌 보통 사람으로 바라봐준 것뿐이었다. 그런 선입견 없는 시선의 차이가 얼마나 놀라운 것을 만들어 내던지...1% 우정이라는 두 남자의 우정만큼이나 이 영화에 감동을 실어주는 힘이었다. 


그렇게 누구에게나--부자건 장애인이건 가난하건 무식하건 그들의 처지가 어떤든지 간에-- 삶에 재미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 영화야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려준게 아닐까 한다. 이 영화는 실화라고 한다. 1%의 우정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진짜로 그들 우정의 %를 따진다면 0.에 소수점을 아무리 찍어도 모자라지 않을까. 전 세계에 유일무이한 확률일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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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왕족의 후손인 맷 킹은 가문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일해 집안을 꾸려 나가는 변호사다. 그가 가문에 남은 마지막 땅 덩어리는 처분하기 위해 출장가 있는 동안 사고 소식이 전해진다. 보트 사고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된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내를 항해 깨어 나기만 하면 좋은 남편,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을 하는 맷, 그는 그간 아내와의 사이가 소원했음에도 얼마든지 고칠 시간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이 원망스럽다. 하와이가 지상의 낙원이고 천국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인간으로 보이지 않냐고 되묻는 맷, 그는 어디서 살아가던지 간에,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름이 없다고 설명한다. 인간이라면 피할길 없는 생로병사의 고통이 천국 휴양지 하와이라 해서 비켜갈리 없으니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그를 보라. 서핑한게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왔건만 그는 지금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벅차다. 아내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두려운 것도 두려운 것이지만, 그에겐 열 일곱, 열살인 두 딸이 있다. 그동안 아내에게만 맡겨 두다  이제 그들을 돌보려 하니 이건 외계인도 그들보단 말이 통할 것 같다. 오리무중, 고통스럽고 난감한 상황들을 최대한 이성적으로 헤쳐 나가려던 그에게 마지막 폭탄이 떨어진다. 큰 딸의 입을 통해 그간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심지어 그녀가 이혼을 하려 했다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전해들은 그는 망연자실하고 만다. "내가 당신을 알기나 했냐"고 아내에게 화도 내보지만, 정작 그녀는 한마디 대꾸도, 자기 변명도 하지 못한다.아내를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한 그는 두딸을 데리고 아내의 상대남을 찾아 고향으로 향한다. 과연 맷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에게 남겨진 어려운 결정들이 첩첩히 쌓여가는 가운데,  이 터지기 일보직전의 스트레스 상황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인지 보는 이들마저도 불안하기만 한데...

 

 

 살아오는 동안 지은 죄라곤 재미없게 살아온 것밖엔 없을 듯한 성실한 변호사 킹에게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불행이 닥쳐왔다. 사고를 당한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고, 그마저도 인공 호흡기를 뗄 처지가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기 벅차구만 그는 이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아내를 잃은 것이 이미 오래전이었다는걸 정작 당사자인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충격을 삭이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그는 분노와 애도와 자책과 정리를 동시에 해야 한다. 아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를 내도 대꾸를 못하는 아내를 닥달할 수는 없으니 그는 아내의 상대남을 찾아 나선다. 처음엔 호기심과 분통을 터뜨릴 생각에 그를 찾아갔던 맷은 그를 만나 말한다. 아내가 곧 죽을 거라고 , 그러니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물론 그건 그 남자가 꽤나 맘에 들어서 한 말은 아니었다. 다만, 만약 아내가 제 정신이 상태였더라면, 사랑했던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고 싶어했을 거라는 배려 때문이다. 그것이 자기 맘에 들던지 안 들던지 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은 자신이 아닌 아내니 말이다.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그는 그간 간과하고 있었던 자신의 뿌리와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을 송두리째 흔들게 만드는 사건을 겪다 보니, 새삼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과연 그가 새롭게 깨달은 소중한 가치들은 무엇일까? 그런 심정의 변화는 유산을 둘러싼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들...

1.언제 남에게 내 생의 마지막 뒤처리를 떠맡기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니, 평소에 최대한 잘 살아야 겠다 싶었다. 왜냐면 자신의 불륜 뒤처리까지 남편에게 맡기는 아내가 다른 불륜녀보다 몇 배는 잔인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그녀에 대한 마지막 모습이 될 터인데, 그게 과연 가족들에게 할 짓이겠는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겪어내는 자체가 공허한 것인데, 거기에 추억마저 말살하게 한다는건 정말 못한 일이다.

2.조지 클루니가 연기를 열심히 했다는 것은 알겠다. 이런 극한의 감정들을 실감나게 연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평생 차면 찼지 차였을 것 같지 않은 중년의 매력남 조지 클루니가 찌질남이라... 딱 맞는 옷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보단 클루니 본인에겐 별로 와닿지 않는 상황을 연기하려 머리를 열심히 굴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 만큼이나 그도 이런 상황에서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한 모양이더라. 얼마전에 <필라델피아>를 다시 보게 됐는데, 톰 행크스가 왜 그 해의 아카데미상을 탔는지 이해가 갔다. 그 영화속에 톰이란 사람은 없었다. 단지 에이즈로 죽어가는 게이 변호사가 있었을 뿐...그런 정도의 몰입이 어디서 오는지는 도무지 모르겠지만, 상상력이건 재능이건 간에 이 영화속 조지 클루니에겐 없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3. 주변에 부부들을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라는 그들이 실은 상대를 가장 모를 수도 있다는 점. <Do I know you?> 라고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아내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는 맷이 그러니까 그렇게 드믄 케이스는 아니란 것이다. "내가 당신을 알기나 했어?" 내진 "당신이 알고 있는 나는 내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아내나 남편이 얼마나 많을까. 그리고 그런 거짓이 언제까지나 상대에게 먹힐 수 있는 것일까. 부부라는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자신을 억누르고 사는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결국 삶의 질은 떨어질텐데...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불행해야, 세상이 만든 틀에서 벗어날 용기가 생기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겪어내는만 하는 고통의 크기 역시도...이 영화속에 등장한 맷 부부 역시 아마도 오래전에 이미 관계가 끝이난 사이였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서로가 인정하지 않았던 것일 뿐...그런 면에서 맷이 아내의 죽음에 미친듯이 슬퍼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간다. 사실상 아내를 잃은지 이미 오래전이었을테니 말이다. 부부사이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라고들 사람들은 말하는데, 진부하다 못해 농담같이 생각되는 그 한마디에 실은 생각보다 더 많은 진실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4.내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는건 내 자신이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자각과 그걸 실천한 아내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내가 미리 심폐기능 소생술 거부 신청서에 사인을 해놓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훨씬 더 지저분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아내의 아버지는 결코 " 완벽한 딸"이었던 아내를 보내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착해 빠진 맷은 일말의 희망에 발목이 잡혀 언제까지나 현실을 희생했을테니 말이다. 그녀가 비록 자신을 배신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오히려 그런 사실때문에 인공호흡기를 떼는 과정들이 훨씬 더 힘들게 흘러갔을테지. 그런걸 보면 상황을 깔끔하게 종료시킨 공에는 아내의 선견지명도 있었지 싶다.죽음이 피할 수 없는 것일때 미련없이 작별 인사를 하는 것도 현명한 일 아니겠는가. 나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되겠다는 생각에 그런 의사표시는 미리미리 해둬야 겠다는 생각을 영화 보면서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의사표시를 어디에 해야 하나? 그런 제도가 있긴 할 것 같은데...

5.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은? 하와이라는 천국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있을리 없다는 것에 대한 고백. 하니 부러워 하지 말지어다. 옆 집 정원이 아무리 근사해 보인다고 해도, 산다는 것은 거기나 여기나 똑같다니 말이다.

6. 알렉산더 페인, 이 감독의 영화는 늘 평균은 하는데 보고나면 무언가 살짝 빈듯한 느낌이 든다. 2%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완벽하게 공감하기에 어려운 인물들이 주로 등장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일례로 들자면 아무리 하와이라 해도, 엄마의 유골을 뿌리는데  비키니 차림인 큰 딸, 눈에 거슬린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억지로 수긍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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