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때론 "나도 한번 폼나게 살아봐?"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돈 걱정 없이 흥청망청 써보고도 싶고, 남들 보란듯 과시도 좀 해보고, 근사하게 해외 여행도 하고, 멋진 옷도 입어보고, 명품 쪼가리들도 걸쳐 보고, 떵떵거리면서 큰 소리도 쳐보고 , 윗 대가리라고 나를 갈구는 사람에게 대들어 보기도 하고...어차피 죽을동 살동 하면서 살아봐야 한 세상인데, 숨 죽이고 눈치 보면서 사는게 마냥 재밌을 턱은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내일은 어찌 되어도 좋으니 하루만이라도 내 멋대로 살아봐? 라는 생각이 안 든다면 이상한 것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를 하면서도 우리가 그렇게 살지 않는 것은 왜일까? 통이 작아서일까? 아니면 이대로 그럭저럭 사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아서일까? 어쩜 아마도 폼 나게 살아보겠다는 것이 생각만큼 그렇게 간절한 것이 아니여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폼나게 살고픈 바람보다 당장 지키고 살아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 도덕이건 윤리건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건 파산하지는 않겠다는 결심이건 남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건 간에...

 

그나저나 이렇게 뜬금없이 "폼 나게 살고 싶다" 는 말을 줄창 해대는 이유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최익현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로 폼 나게 살고 싶어 한다. 마누라 바가지 듣지 않게 큰 집에서도 살아보고 싶고, 집안의 기대주 아들 녀석에게 유학 정도는 보내주고 싶다. 딸년들은 좋은 집안에 시집 보내고, 오빠로써 여동생 내외도 잘 살게 해주고 싶다. 무엇보다 남들 발 아래 빌빌 거리면서 굽실 거리는 것은 그만 하려 한다. 더 이상은 사절이다. 그대신 이제 그가 큰소리를 텅텅 칠 것이다. 좀스럽게 뇌물을 받아 먹으면서 살았던 것에서 이젠 그가 뇌물을 주려 한다. 그게 좀팽이 세관원 최익현의 미래다. 그걸 위해 그는 모든 것을 내팽개쳤다. 조폭의 폭자도 모르는 사람이 그 길로 들어섰다. 막판에 몰렸다는 위기의식이 있지 않고서야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그것도 중년에 내린 과감한 전직, 이제 낙장불입이다. 그는 물러설 수 없다. 아니 못한다. 비록 그 길에서 자신이 깨부셔지건, 망가지건, 쪽이 팔리건, 친구를 팔아넘기건 간에, 그는 살아남을 것이다. 죽는다고 해도 폼 나게 부활할 것이다...그게 그의 결심이다. 그렇게 그는 째째한 공무원에서 과감하게 나쁜놈들의 세계로 이직을 했다. 폼나게 한번 살아보기 위해서...사는거 별거 있어라는 심정으로 그가 걷게 될 길은 과연 그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가? 그는 살아남기나 할 수 있을까? 폼나게 산다는 것이 과연 그의 생각처럼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일까?

 

1982년 느물대며 알아서 뇌물을 챙겨 먹던 세관원 최익현은 부양해야할 가족이 조촐(?)하다는 이유로 총대를 메고 해고될 위기에 처한다. 자신만 잘린다는 것이 무척이나 불만이던 그는 순찰 중에 우연히 히로뽕 2킬로를 압수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기회라 생각한 그는 그 기회를 활용하기로 한다. 바로 히로뽕을 일본에 밀수출하기로 마음 먹은 것, 어렵게 부산 최대 조폭 두목과 연줄이 닿게된 그는 현장에서 분위기 파악 못하고 나불대다 곧바로 조폭의 2인자에게 얻어 터진다. 히로뽕의 댓가로 거액을 챙겨준 젊은 조폭 두목 최 형배는 그에게 앞으로 이런 곳에 발을 담그지 말라고 경고 한다. 하지만 순식간에 너무도 쉽게 큰 돈을 벌게된 익현에겐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안 할아버지 뻘이라는 무기로 최형배에게 접근한 익현은 특유의 친화력과 빠른 두뇌 회전력으로 조폭 내에서의 두뇌를 담당하게 된다. 그의 간계로 점차 이런 저런 이권이 들어오게 되자 형배 역시 그를 대부님이라고 하면서 신뢰하게 된다. 그렇게 부산을 접수하게된 최씨 일당, 하지만 그들의 승승장구가 오래 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하는 일에 잘 되어 감에 따라 간이 커진 익현이 형배를 넘보게 된 것이다. 왜 자신이 1인자가 아닌지 억울한 익현은 카지노 인허가 권리가 자신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미끼로 형배의 라이벌 조폭과 양다리를 걸친다. 그로 인해 죽지 않을 정도로 얻어 맞지만 그는 결코 조폭의 세계에서 손을 뗄 생각이 없다. 마침 정부에서는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조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가운데, 검사에게 붙들려간 익현은 모종의 제안을 하게 되는데...

 

   <본인이 바라는데로 드디어 폼나게 살게 된 최 익현, 그는 점차 1인자 자리를 넘보게 된다. 뒤늦게 조폭 세계에 들어온 사람 치고는 그는 영리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가는데...>

 

직설적으로 풀어낸 조폭 영화다. 80 년대와 90년대의 풍경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배경도 그렇지만, 실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장면에서도 어찌나 현실적이던지, 배우들이 가엾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배우님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찌나 실감이 나던지, 그들이 싸움을 시작할라치면 어디론가 안전한 곳으로 튀고 싶었었다. 원래 나는 싸움이 나면 도망 먼저 가는 스타일이라서 말이다. 영화라서 참 다행이여요...라는 생각이 들만큼 과격한 격투 장면, '네가 폭력을 알아? 조폭 세계를 알아? 이제 내가 알려 주지 ...'라는 듯한 뉘앙스로 영화에선 내내 조폭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그들의 역학관계를 낯낯이 해부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그게 아무리 포장을 해도 친절하지도 아름답지도 보기 좋을리도 없다는 것은 당연지사, 더군다나 이 영화의 감독 양반은 포장을 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렇다보니 조폭들이 저렇게 사는구나, 정말 무시무시한 세상이구나....라는걸 느끼게 해주는데는 조금의 부족함도 없었다. 우리가 동시대를 살아 왔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내가 상상하지 못한 그런 세계였다. 오죽했으면 영화관을 나오는데 지금껏 내가 어디 한 군데도 부러진데 없이 살아온 것이 얼마나 기적이었던가 싶더라. 그건 바로 비록 이 설정 자체가 가공의 이야기라고 해도, 관객들을 설득시키는데는 무리가 없다는 뜻일게다. 정말로 그런 사람들이 실재했고 ,그렇게 살았을 거란 믿음을 갖게 하기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현실감나게, 진짜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듯 실감나게 찍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멘트를 남긴 검사 역의 조범석, "내가 깡패라면 넌 그냥 깡패야!" 그는 이 영화에서 건진 가장 큰 수확이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대본이나 연출력의 힘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점수를 주어야 하지 싶다. 비단 주연을 맡은 최민식이나 하정우의 연기뿐만이 아니다. 조연들의 연기 역시 길거리에서 조폭들을 데려다가 쓴 듯 자연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으로 연기를 펼친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코 검사로 나오는 조범석이었다. 그는 정말로 검사같았다. 그것도 흔하디흔한 그런 검사 말고, 조폭 못지 않은 포악의 기름끼가 줄줄 흐르는 검사.... 한번도 검사를 만나본 적이 없기에, 진짜 검사들이 이 영화에 나오는 검사 같을까는 모르겠지만, 그건 상관없다. 현실속의 검사보다 더 검사같은 인물을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왠지 진짜 검사라면 저럴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왔다. 아마도 그가 이 영화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영화 재미가 덜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영화속에 자신의 존재감을 불어넣어주고 있었다. 몰입감이 최고였던 탓일까? 그가 나오는 씬이면 조금 기대를 하고 보게 됐다.  무언가 재밌는 것이 터질 것이란 기대? 내진 이 엉망진창인 세계를 조금은 다스릴만한 구세주로써의 존재로? 하여간 영화를 보는 내내 조연인 그를 보는 맛이 괜찮았는데, 어쩌면 바로 그것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 아닐까 싶다.연출력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내용도 어설프지 않았는데도, 다음 장면을 기대하면서 보게 되는 점이 그닥 없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을 놀라게는 하지만 다음 장면이 기대되지 않는다는건 , 엄밀히 말해 좋은 영화의 작법은 아닐터이니 말이다. 다음 장면에 무엇이 나올까 기대를 하면서 몸을 앞으로 내밀고 봐야 함에도, 이 영화는 다음에 무엇이 나올까 꺼려져서 몸을 뒤로 빼면서 봤다. 마지못해 끌려 다니는 그런 기분? 왜 안 그렇겠는가. 정황상 다음 장면엔 최소한 누군가를 패는 장면, 수위가 올라간다면 누군가가 죽이는 장면, 뇌물이 오고 가거나, 협박이 난무하거나, 연줄을 이용해 혐의에서 풀려 나거나...그런 장면들이 이어질게 뻔했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의 뒷면이 저렇게 돌아가는구나 학습을 제대로 하긴 했지만서도, 그게 그렇게 유쾌하지도, 대단한 교육을 받은 듯 뿌듯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여자라서 그런지도 모른다. 남자들에겐 수컷들만이 공유하는 폭력과 연줄과 힘의 세계를 보는 맛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여간, 폼나게 사는게 그렇게 힘들어서야...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아마도 그렇게까진 하고 싶지 않아서 우린 그냥 폼이 안 나는 대로, 지금 현재에 만족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력하며 살자고 다들 말들 하지만서도, 어떤 분야에 노력을 할 것인지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보고 뛰어 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무작정 노력하고 폼 나게 살게 되었다고 해서 전부는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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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영카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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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 The Artist
영화
평점 :
개봉예정


1. 타임지 선정 2011년 최고의 영화라고 하길래 보게 된 영화다. 보고 나니, 화면이 고혹적이라는건 알겠는데, 왜 이 영화가 1위에 선정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년에 나온 영화들 중에서 괜찮은게 그렇게 없던가? 좋다는 영화를 다 본 것이 아니라서 주저스럽긴 하지만, 적어도 내용이나 감동이라는 면에선 이보다 괜찮은 영화가 있을성 싶은데 말이다.  뭐, 전문가들의 눈이 틀릴리는 없으니, 분명 그들에겐 내게 안 보이는 것들이 보였던 모양이지... 어쨌거나, 영화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간을 체크하고 싶은 충동이 들길래, 살짝 실망스러운 기분이 드는걸 숨길 수가 없었다. 이런 행동은 내가 영화가 재미없을때 나오는 "무의식적인" 제스처로, 기대가 컸던 만큼 그럴리 없다고 부인하고 싶어졌다. 아냐, 분명 재밌을 거야,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은 그저 시간이 궁금해서 그런 것일 뿐이야...라고 애써 내 행동의 의미를 깎아내렸지만, 왜 전반적인 분위기라는 것이 있지 않는가. 초반에 적어도 이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대충 맛 뵈기로 짐작이 되는 것, 하여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흑백 화면을 한 10분 정도 보고 나니 곤혹스런 기분이 들었다. 엄청난 반전이 있지 않고서는 대단한 내용을 이야기할만한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니라는 건 이미 분명해 보였고, 갇혀 있지 않았다면, 다시 말해 영화관에 앉아서 이렇게 보고 있지 않았다면 끝까지 보지도 못했을 영화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벌써 자리를 박차고 나갔거나 채널이 돌아갔을테니 말이다. 영화관에서 보기를 잘했네. 안 그랬다면 어떤 영화일까 언제까지나 궁금해했을 테니 말이야....라고 애써 나를 위로했지만, 별로 기분이 나아지진 않았다. 그나마 기분이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것이 최후까지 남은 위안이었다. 언제고 더 싫어할만한 요소가 튀어나오는건 아닐까 싶어 조마조마했으니 말이다. 이를테면 한없이 유치해서 웃음 조차도 나오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

 

2. 내용은 간단하다. 한때 잘 나가던 무성영화 배우가 유성 영화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좌절을 겪는다. 자신을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아티스트라고 생각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트릭이 아닌 다른 트릭으로 춤 출 줄 몰랐던 것이다. 큰 맘 먹고 찍은 영화는 쪽박이 났지, 타이밍 맞춰 찾아온 대공황은 하루아침에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버린다. 결혼생활을 불행해하던 아내마저 그를 떠나자,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키는 강아지뿐...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그에게 신인 배우시절 그를 짝사랑하던 여배우가 찾아온다. 그가 끊임없이 추락하던 그 시절에 그녀는 반대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만드는 작품마다 히트가 나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배우가 된 그녀는 자살하려다 상처를 입은 그를 데려다 간호를 한다. 그녀의 진심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초라하게 영락한 자신이 비참하기만 한 무성배우, 과연 둘의 사랑은 어떻게 끝나게 될 것인가? 남은 것이라고는 드높은 자존심뿐인 그가 과연 여자의 순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3. 화면은 그야말로 흠 하나없이 완벽했다. Impeccable는 형용사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화면속 배우들은 30년대의 고풍스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었고, 소품들은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도 반짝반짝 빛이 나던지, 만약 그것들이 그렇게 빛 나지 않았다면 30년대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믿었을 것이다. 흑백의 화면에 무성과 자막, 그리고 30년대를 고증하는 의상들과 고풍스런 분위기의 배우들이 모두 그때를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었다. 단지 지나간 시절을 재현했다고 하기엔 너무도 우아하고 아름다워서 차라리 새로운 버전의 30년대를--2011년도에 상상해본 1930년대라고나 할까.-- 만들어 냈다는 것이 어쩜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공들여 만든 티가 확연한 배경에 섬세한 화면들, 미장센에 있어서만큼은 눈이 호사하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 화면 하나에 엄청 신경을 썼겠구나 싶은 그런 장면들이었고, "아티스트" 라는 영화의 제목이 왜 붙여졌는지 이해가 가게 만드는 화면들이었다. 장면 장면마다 예술작품같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흠 하나없다고 외치고 싶은 화면에도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내용이 별게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30년대에나 먹힐 듯한 내용이라니... 해도 너무했다. 70년이나 지나지 않았는가.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공통분모인, 영원한 사랑을 주제로 하긴 했지만서도, 아무리 뜯어 봐도 식상한 줄거리는 어디 못 간다. 아무리 포장을 멋들어지게 했다 해도 말이다. 작년 우리나라에도 복고풍이 불더니만, 미국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과거가 그리웠었나보다. 30년대, 삶은 단순하고, 사람들은 마냥 순진하고 충직하며, 불륜은 품격있는 신사가 할 일이 아니라고 단정하는데다, 자극적인 섹스가 아니라도 이야기를 끌어나갈 수 있었던 그 시대의 사랑이야기가 말이다. 그래, 가끔은 그시대가 그립기도 하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영화나 음악이 지금보다 유치하다거나 이야기가 빈약하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품격이나 재능, 즉 예술적인 감각면에서는 분명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면들이 있다는 점도 부인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러운 과거를 재현만 하지 말고, 지금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을 했더라면 오히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었다. 물론 그랬더라면 이 영화가 가진 순진하고 낭만적이며 낙관적인 분위기는 나오지 못했겠지만서도. 적어도 너무 순진해서 뻔하단 느낌은 들지 않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눈요기만으로 만족하시는 분들에겐 괜찮은 영화가 되겠지만, 줄거리를 중시하시는 분들에겐 다소 맥 빠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당신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 파악해서 보시면 후회가 없지 않을까 한다. 

<네영카 시사회 초대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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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파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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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타로는 아버지가 넷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인줄 알고 자라온 고 2 소년이다. 한때 화려한 연애 경력을 자랑하는 엄마 덕분에 생긴 이 기가 막힌 상황에, 그가 딱히 그걸 비정상이라고 느끼지 못한데는 아버지들이 그에게 보여주는 한결같은 사랑 때문이다. 어디 사랑만 있나? 유키오의 아버지들에겐 다양성도 있다. 도박의 귀재인 타카, 전직 호스트 출신의 꽃중년 아오이, 박학다식의 대명사인 대학교수 사토루, 몸짱 중학교 교사인 이사오는 자신들의 공동 아들인 유키오를 잘 키우기 위해 늘 노심초사다. 덕분에 유키오는 모든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친아가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줄도 모르는 형편이다. 그런데 그런 만능맨에게도 풀지 못한 사건이 생겼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친구를 설득하기 위해 친구 집에 찾아간 유키오는 아버지가 한 조언대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학교에 나오라>는 말을 친구에게 한다. 아무뜻없이 한 그 말에 그는 그만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관전포인트--이사카 코타로만의 천연덕스러움이 덕지덕지 묻어나던 유머와 정말 이런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 싶던 아버지들. 아버지가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에 푹 빠지고 마는 것은 그걸 정상이었음 바라게 되는 인간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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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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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지방 특유의 블리자드인 히간아레가 시작될 즈음, 강도 둘이 조폭 두목의 집을 턴다. 그 와중에 두목의 아내는 살해되고, 돈을 들고 튄 놈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외지 출신인 경찰관 카와쿠보는 날씨가 심상치 않는데, 백골 시체마저 발견되자 골치가 아프다. 결국 험악하던 날씨는 10년만에 본다는 초대형 폭설로 돌변하고 수습과 복구를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는 그마저도 소용없게 만드는 자연의 힘에 고개를 떨구고 만다. 고작 인구 6천명이 사는 한적한 마을은 한나절만에 고립되어 버리고, 한치 앞도 가름할 수 없게 만드는 악천후는 펜션으로 사람들을 불러 들인다

 

우연히 한 장소에 모였을 뿐인 그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불륜을 청산하고픈 유부녀는 그녀의 정부를 살해할 계획이고, 자신을 강간하는 의붓 아버지로부터 탈출중인 여고생은 얼떨결에 자신을 태운 트럭기사에게 눈길이 쏠린다. 횡령한 돈을 들고 도주중인 중년의 남자는 내일이 오기 전 어떻게든 여기를 빠져 나갈 궁리중이고, 사이좋은 노부부는 자연의 위대함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또 한사람, 오늘 아침 조폭의 아내를 살해한 강도는 재수에 옴 붙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 중이다. 난롯가에 옹기종기 모여 tv를 시청하던 그들은 CCTV에 잡힌 강도의 모습에 경악하고 마는데...

 

관전포인트--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그린 것 같다는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거기에 폭설이 시시각각 그 위력을 더하면서 원치 않게 고립되어 가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 긴장감과 개연성 있는 사건 전개에 그것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경관의 활약이 몰입도를 높이고 있었다. 요즘 추리 소설에선 비교적 보기 힘든 가정적인 보통 경찰관이 등장한다는 점도 신선했다. 부패경찰이나 폭력경찰보다 오히려 현실감 있어 보였는데, 아마도 그들 역시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사람이라는 전제에 맞기 때문이 아닐런지...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볼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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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워야 한다, 젠장 재워야 한다 - 아이에겐 절대 읽어줄 수 없는 엄마.아빠만을 위한 그림책
애덤 맨스바크 지음, 고수미 옮김, 리카르도 코르테스 그림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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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겐 절대 읽어줄 필요가없는, 엄마 아빠만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표제가 눈에 뜨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아이에겐 절대 읽어주면 안 되는 책이다. 동화책 비슷한 외모에, 아이를 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를 위한 책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들여다 본 책인데, 말이 너무 거칠다. 아이들에게 이런 정도의 말은 거의 욕에 가깝다. 아이들에게 욕 하지 말라고 설교를 하는 어른들이 정작 아이들에게는 이런 험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면 그거야말로 어불설성이 아닐까.

 

그래, 안 자려는 아이들을 재우는건 힘들다. 밤을 꼬박 새워야 할때도있고, 아프거나 할때는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밤새도록 칭얼대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잠을 안 자는 아이들에게 입닥쳐라던가,빌어먹을, 망할, 찍소리도 내지 말아,젠장이라던가, 제발 닥치라던가, 열불 나서 환장하겠다건다, 빌어먹을 이라던가, 이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이 작가의 톤을 보면 그런 말들을 아이들에게 하는 것이 정말로 귀엽지 않냐고 생각하는 듯한데, 난 섬뜩했다. 전혀 안 귀엽다. 그렇게 악전고투를 하면서 막말을 해대는 당신들이 대견해 보이지도 않는 것은 당연하고. 정말 이런 말을 자기 자식에게 한다고? 만약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씁쓸한 사실 아닐까. 그런 말이 아니라고 해도 아이를 재우는데는 별 지장이 없으니 말이다.

 

잠 안 자는 아이들을 둔 어른들에게 공감을 하라고 쓴 책이라고 하던데, 오히려 나는 비참해졌다.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쓸 줄 밖에 모르는 어른들 때문에...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고 괜찮은건 아니다. 그런 말을 생각하는 표정이 험학할 것이고, 그런 말이 속에서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아니, 나는 도무지 그런 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았다. 고작 아이 잠재우는거 아닌가. 아이 재우는데 저런 부정적인 말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면, 과연 그들이 아이를 어른으로 키워 가면서 얼마나 많이 이런 저런 문제들로 징징댈 지 훤히 보였다. 모욕은 기본이고,아이를 비하하거나, 폭력으로 대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어쩌지 못하는 문제들로 도움을 청할때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무엇보다 아가들에게 입 닥쳐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그리 나쁜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어른들, 그런 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것도 겨우 멀쩡한 아이 하나 잠 재우면서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중에선 자폐아를 키우시는 분들도 있고, 장애아나 지체 장애아들을 키우시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 만약 그들에게 아이 잠재우는 것 때문에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을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역정을 내지 않을까. 그들이야말로 절망이 짜증이 울화가 무엇인지 아는 분일테니 말이다. 우울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느정도는 재능도 있어야 하겠지만서도, 대부분은 역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는가에 대한 자신에 대한 바로미터라고 본다. 아이 재우는게 힘들다고? 어찌나 짜증스럽던지 공감이 필요하다고? 이런 책 말고, 아이들이 왜 안 자려 하는지, 그럴때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은지 라는 육아 서적을 읽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한다. 해결책을 건지지는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아이들에게 험한 소리를 하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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