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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도 바람난다 - 위험한 관계의 덫에 걸린 당신을 위한 극복의 심리학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정민 옮김, 김병후 서문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의 저자인 미라 커센바움의 신작이다. 제목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긴 하지만 책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지 않는가 한다. 착한 사람도 바람이 난다. 그러니까, 평범한 사람도 어쩌다 보면 불륜에 빠질 수 있고, 아내와 애인 사이에서의 딜레마에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 안 된다고? 평범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은 바람에 빠질리가 없다고? 글쎄...과연 그럴까?
미라 커셈바움, 30년이 넘게 심리 치료를 해오셔서 그런가, 그녀의 책엔 언제나 배워둘만한 정보다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나 역시도 이제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바람이 tv의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며 정신병자들만이 하는 전유물은 아니라는 생각. 주변을 보다보면 본인조차도 왜 자신이 바람을 피웠는지 의아해 하는 그런 경우를 종종 보게 되니 말이다. 남들은 물론이고 본인조차 놀랄 정도로 그들은 바람과는 거리가 먼 괜찮은 사람있기 때문에, 실제로 말이다. 물론, 정말로 현실속의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도 있긴 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한 가정을 깨뜨리는 막강한 힘을 가진 유혹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했다. 상대의 아내가 고통을 당할 모습에, 그리고 자신의 남편을 망연자실한 모습에 아주 고소해 하면서, 불륜이 들통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자신이 불행하고 공허하며 불안하니 남들도 그렇게 두고 싶지 않아하는 그런 사람들, 주로 경계성 인격장애자들이 벌이는 그런 불륜 행각은 역겹고 구역질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 말고, 여기 이 책에서 미라가 말하는 불륜은 평범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어쩌다 벌인 바람을 말한다. 정신병에 걸린 사람만 사랑을 하는게 아니라, 머리가 멀쩡한 사람도 종종 사랑에 빠지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름 성실하고 가정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난데없이 바람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문제에 대해 미라는 명쾌한 대답을 내린다. 그건 그들의 결혼 생활이 어느정도는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이혼까지는 아니라 해도 감정적으로 이미 멀어진 사이라거나, 행복하지 않은 지 오래된 불행한 부부들,상대를 무시하고 깔아뭉개면서도 그 결혼이 유지되는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멍청한 부부등이, 일부일처라는 신성한 계약을 자신도 모르게 저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말이 아닌가? 자신을 패고 학대하고 무시하고 경멸하고, 냉대하고, 이해하지 않고, 한마디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그런 생활을 죽을때까지 이어가라고 하는 것이 어찌보면 가능한 주문이 아니니 말이다.
한마디로 미라 커센바움이 말하는 것은 결혼이라는 것이 , 즉 부부가 된다는 것이 특별한 관계긴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 관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서로가 서로를 막대하고, 홀대하고, 만족을 주지 못할 시에 결국엔 결혼에 관한 모든 낭만적인 신화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참패를 겪을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비단 부부관계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우정도 마찬가지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과도 마찬가지며, 부모 자식간에도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사랑에 관한 어떤 신화가 존재하던지 간에,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서로를 잘 대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유지될 수 없다는 것 아닐까. 우정이나 사랑, 부부애나 부모 자식간에 사랑에 대해 칭송들을 해대면서 과연 우리는 그것이 노력이나 정성스런 마음 가짐없이도 저절로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결론은 세상엔 공짜가 없고, 우리가 어떤 것을 소홀히 하고 잘못 생각했다면 그것에 대한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불륜을 피하기 위한 결론은 하나다. 상대에게 잘 하라는 것. 때리지 말고 ,거짓말 하지 말고, 이용하지 말고, 아끼고, 사랑하고, 애정을 가지고 대하며, 배려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한 최소한 파국으로 가는 열차에 승선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다.
또 이 책은 실제로 착한 사람임에도 불륜에 빠져 고민인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알뜰한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그녀 역시 남편의 바람으로 고통을 겪었다고 하는데,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바람을 피는 사람들과 그 피해자들의 심정에 대해 숙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당신이 만약 성실하고 착한 사람인데. 어쩌다 바람을 피게 되었다면,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왜 자신이 다른 사람을 원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바람에 대한 환상은 없었던 것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종종, 결혼에 대한 불만때문에, 객관적인 시각을 잃게 되서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좋은 점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말이다. 한마디로, 애인은 다 좋아보이는 반면, 옆에 있는 아내는 구닥다리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실은 그게 착각이나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을 함께 살아가다 보면, 지금 마냥 좋아보이는 애인이 현재의 아내보다 더 끔찍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긴 사랑에 빠졌을때야 뭔들 안 좋아보이겠는가? 하지만 그런 과정들은 지금의 배우자와도 겪었던 일들이 아니겠는가. 결국 상대를 바꿔봤자 종내는 같은 입장에 처할 것이라는걸 깨닫는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갈등이 선명해 질 것이라고 한다.
저자가 이렇게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골몰하는 이유는 바로 이혼에 따른 비용이 만만찮기 떄문이다. 그녀는 말한다. 불행한 결혼보다는 이혼이 낫다고, 하지만 섣불리 내린 성급한 이혼 결정은 그 후에 따르는 엄청난 댓가를 생각하면 후회할만한 일이라고 말이다. 신중하라는 이야기다. 관계를 이어가건 깨건 간에, 그건 당신의 문제긴 하지만서도, 신중하라고. 그래서 해될 것은 없다고 말이다.
바람을 피고 있거나, 피웠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보면 좋을 듯.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창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을 봐야 하는 사람들은 결혼 전이거나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팁을 알려 주는데, 결국 상대를 바람으로 몰아넣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행복한 결혼 생활이니 말이다. 남들이 불행에 젖어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경우를 보면서 절대 결혼생활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배우게 된다면 아마도 이 책이 해야 하는 임무는 충분히 하고 남은 것일 거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