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 Money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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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태어난 스포츠 선수였던 빌리 빈은 프로 야구계로 진출하면서 생에 처음 실패를 맞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업고 , 명문 대학마저 포기하고 간 프로야구였지만 생각과 다르게 시나리오는 풀려 갔다. 그가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을 꼽으라면, 그간 승승장구만 하느라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던 그가 초반 초라한 성적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방방 뛰었다는 것,  결국 마이너리그 벤치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된 그는 초라하게도 스카웃터의 길로 나서게 된다. 촉망받은 드래프트 1위 선수로써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집어던진, 몰락의 끝처럼 보이던 그의 전직은 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야구 선수시절 부재했던 열정을 되찾아 준다. 종내 단장 자리까지 오르게 된 그가 이제 원하는 것은 오직 승리뿐...하지만 선수단  연봉 "최하위" 에 빛나는 가장 가난한 구단  미 '오클랜드 애스렉틱스'를 가지고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더 달라는 그의 말에 이게 우리의 현실이니 여기에 맞춰서 살아가라는 구단주와 기껏 키워 놨더니 돈에 팔려 가는 스타급 선수들, 구태의연한 말만 되풀이 하는 스탭진들에 둘러 쌓인 그에겐 절망만 싸여 간다. 과연 그가 승리의 반지를 꿰찬다는 꿈은 가당치도 않은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 그렇다! " 가 정답일 것이다. 빌리 빈, 아무리 그가 날고 뛴다고 해도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가난한 구단이라는 것엔 이미 익숙해 졌다고 하자. 그런데 올핸 그나마 쓸만한 선수들마저 다 다른 구단에 팔려 버렸다는 것이지.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높은 연봉에 다른 구단에 팔려가는 그들을 뭐라 할 수 없는 일. 없는 것을 한탄하기 보단 있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뭔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궁리하던 그 앞에 예일대 경제학 출신의 "피터" 가 나타난다. 그는 돈이 없다 해도 발상의 전환만으로 우승이 가능하다고 빌리를 설득한다. 이제껏 해왔던 것으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걸 잘 알고 있던 빌리 빈, 어차피 더 이상 잃은 것도 없다고 판단한 그는 피터의 아이디어를 사기로 한다. 그를 부구단장으로 영입한 빌리는 선수 스카웃부터 새로운 프레임 하에 다시 짜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부터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우선 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돈이 없다고? 야구를 뭐 돈으로 하나? 야구는 그저 이기면 그만인 게임이다. 1점차라도 말이다. 야구의 전당에 오를만한 대단한 선수들을 가지고 큰 점수차로 뻥뻥 이겨준다면야 물론 바랄게 없겠지만서도, 그들은 그런 선수들을 데려올 수가 없다는게 문제 아니겠는가. 여기에 피터와 빌리는 야구 관계자들이 간과하는 출루율을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쪼잔하게 보인다고 해도 무조건 출루를 하는게 이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포볼을 골라서 가건, 데드볼로 맞아서 가건, 상관이 없다. 이런 발상의 전환을 가지고 그들은 다양한 데이타를 통해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한다. 출중하고 천부적인 재능? 그런거 필요없다. 한물 갔다고 평가 되는 선수들,  뚱뚱하다고, 굼뜨다고, 나이가 들어 한물 갔다고, 장애가 있다고  더 이상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무명의 선수들을 그는 데려온다. 그리고 그만의 외인구단을 만든다. 그의 색다른 시도에 모두들 그가 미친게 틀림없다고, 아니면 실패를 자초할만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뒷담화를 해댄다. 그런 와중에서도 빌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는...

 

그는 본인의 실패를 통해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선수란 멋진 외모에 장타력과 강속구등의 재능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만약 그런 천부적인 재능이 모든 것을 보장한다면 그가 왜 그렇게 참담한 실패의 주인공이 되었겠는가. 야구는 팀 플레이이고, 게임이라는 속성을 이해한 그는 겉 포장지보단 내용에 충실한 스카웃을 한다. 하드웨어 보단 소프트 웨어에 충실하기로 결정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아는 것이지만, 일단 시도부터 엄청한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평생 처음 들어보는 페러다임에 당황하는 다른 스카웃터들, ' 여긴 내 영역이야' 를 외치면서 빌리 빈의 요구를 무시하는 감독, 선수들마저 그의 생각을 오해하는 가운데 시즌 초반 연패를 이어가게 된다. 모두들 그의 시도를 비웃는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신념 하나뿐, 과연 그의 시도가 옳았다는 것이 증명될 것인가? 

 

자본주의의 돈으로 굴러가는 야구계의 풍토에 맞서 잔머리와 열정과 기발한 타이밍으로 자신의 구단을 미 플레이 오프 시리즈에 네 번이나 올린 미 오클랜드 어스렌틱스 단장 빌리 빈의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이다. 원작이 같은 제목인 < 머니 볼>인데, 선수단 연봉 최하위의 가장 가난한 구단이 가장 효율적으로 팀을 운영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지, 빌리 빈의 성공 비결을 캐내고 있던 책으로 영화 못지 않게 수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실은 다양한 관점과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책이 더 낫다. 이해를 빠르게 한다는 점에선 영화가 더 나아 보이지만서도. 빌리 빈이라는 사람이 워낙 보통 사람들과 다른 드라마틱한 점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책도 그렇고 영화도 둘 다 꽤나 재밌고 흥미진진했다. 상식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승리를 일궈내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렇듯 통쾌하고 짜릿했다는 점이나, 야구를 모르는 사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빌리 빈을 연기하는 브래드 피트의 매력은 덤이다. 아,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정말 졸리는 복도 많지 싶다. 저렇게 멋진 남자랑 사니 말이다. 하여간 돈에 관한한 한없이 불공정한 게임을 치르면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빌리 빈의 모습에 환호를 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외 빌리 빈의 가족사와 다른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는 점도 괜찮았다.  모든 일에 당당한 듯 보이면서도 실은 자기 구단이 경기를 하면 중계방송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는 빌리 빈, 혹 지고 있는 날이면  방안에서 기물 부시면서 난리를 치고 있다는 빌리 빈, 그가 딸이 불러주는 노래에 감동하는 모습을 보라. 그가 표상하고 있는 바는, 우리가 어른이 된다고 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엔 면역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 쉽지 많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실패할때마다 다시 도전하는 그대가 아름답다고. 당신이 이미 루저이니, 두려워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딸의  노랫말에 미소를 짓는 빌리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장면의 딸이 불러주는 노래 가사에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고 어떤 영화 평론가가 지적하던데, 맞는 말이지 싶다. 겉으론 냉정하고 무자비해 보이지만 실은 상처 잘 받는 연약한 내면을 지닌 소년일 뿐인 한 사내의 멋진 성공담, 그가 자신이 가진 모든 약점들을 이겨내고 일궈낸 전설들에 박수를 보낸다.

           <네영카 시사회 초대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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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미 프린세스
사라 블레델 지음, 구세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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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코펜하겐 아파트에서 한 여인이 끔찍하게 성폭행 당한 채 발견된다. 강력반 형사 루이세 릭은 반내 유일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피해자는 수산네라는 조용하고 고지식해 보이는 은행 직원, 데이트 강간이었다는걸 알게 된 루이세는 그 남자의 이름과 주소등을 물어보지만 그녀가 별로 아는게 없다는 사실에 놀라고 만다. 사연인 즉슨, 온라인 데이트 싸이트에서 만난 남자였다는 것, 강간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데이트에 나온 남자가 자신의 본명을 알려 줬을 리 만무, 결국 사건은 막다른 골목에 처하고 만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도 증거라 할만한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자 애가 타는 가운데 비슷한 범행 수법의 사건이 다시 발생한다. 이번엔 결국 살인으로까지 치달은 사건으로, 루이세와 다른 형사들은 이 자의 대담한 수법과 치밀함에 초범이 아닐 거라는 심증을 굳힌다. 자신들이 쫓는 자가 연쇄 강간 살인범이라는걸 알게 된 형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범인을 잡으려 노력하지만, 단서가 없는 통에 쉽지가 않다. 그런 와중에 루이세의 친구인 크리스티네가 온라인 싸이트를 통해 멋진 남자를 만났다면서 자랑을 한다. 혹시나 그 자가 연쇄 살인범은 아닐까 걱정이 태산인 루이세는 하지만 단서를 함부로 알려 줄 수 없어 애가 탄다. 범인이 주로 온라인 싸이트를 통해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이세는 만남의 장소에 나가 보기로 하는데... 과연 루이세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한편 강간 피해자인 수산네는 옆에서 닥달을 해대는 엄마때문에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자신을 강간한 남자가 연쇄 강간 살인범이라는걸 알게 된 수산네는 자신도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벌벌 떠는데... 

일단 한번 잡으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은 있었다. 적어도 재미는 보장된다는 뜻, 어쩌면 성폭행범에 관한 이야기라서 범인이 잡히기 전까진 놓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서도...즉, 여자들에게 더 흥미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하여간 연쇄 강간범을 잡으려 노력하는 형사들과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자들을 강간하는 범인과의 쫓고 쫓기는 추적들이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대단한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엔 스케일이 작다 싶다. 요즘 하도 이런 류의 미국 드라마가 많지 않는가. 강간범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는 아주 아주 잘 써야 본전이라는 말이다. 하여 무난하게 잘 쓴 글이긴 하지만 어딘지 식상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범인이나 그를 추적하는 형사들의 심리에 대해 개연성 있게 쓴 점은 높이살만하지만, 완벽하단 느낌은 받지 못했다. 어딘지 어설픔을 간신히 모면한 느낌이랄까. 대단한 완성작이 되기엔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덴마크에선 대단히 각광을 받는 작가라니, 앞으로 계속 기대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서도...갈 길이 아직은 좀 멀어 보이지 않나 싶다. 하긴 요즘 범죄 드라마들이 좀 잘 써야지 말이다. 추리 소설작가들이 긴장을 많이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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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피셔, 투자의 재구성 - 안전한 길일수록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켄 피셔 & 라라 호프만스 지음 / 프롬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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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피셔의 투자학 집대성>이라는 표지 문구를 주목하시길...일면으로는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언어로 표현해 보자면, <그의 전작들의 짜집기 >로 봐도 적당하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명쾌한 달변으로 주식 투자에 대해 일러 주시는 켄 피셔의 신작이다. 요즘 주식 시장이 하 수상한 관계로, 다시 한번 한 수 배워 보겠다는 자세로 들어본 책인데--읽어봤자 투자 하는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때론 책을 읽는게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 주는 수도 있으니까, 그런면에서 켄 피셔의 책은 내게 투자서적용이 아니라 위로용이다.--역시나 마음이 안정을 가져다 주는데는 안성맞춤이었지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 졌으니 말이다. 적어도 그런 면에서 책 값어치는 한 셈...  

켄 피셔 투자학의 집대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얇길래, 어쩌실려고? 했더니만 역시나...그가 과거에 했던 말들을 이리저리 발췌해서 그것이 결론만을 모아놓은 책이다. 하여 그의 전작들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겐 귀가 솔깃할 수도...<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부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금융 사기>등등에서 자신이 설파하던 논제들을 요즘 상황에 맞춰 서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은? 

일단 투자 관계자들의 말은 의심하라. 돈 떼이고 싶지 않다면... 

돈을 벌고 싶다면 엉덩이가 무거워야 한다. 자신이 투자했다는 사실을 잊어 버린다면 오히려 돈을 벌지도 모른다고. 

손절? 그딴건 개나 줘 버리라고 해. 손절은 투자회사 좋으라고 만든 것이지 절대 투자자를 위해 만든 시스템이 아니다. 

이런 저런 지수(고용 지수, 흑자 지수 기타등등)에 얽매이지 마라. 그것과 주식시장은 함께 가지 않는다.  

육감을 믿으면 망한다. (크크크크크...) 

평균 수익률의 함정에 빠지지 마라. 매년 평균 수익률 이상을 벌어들였다는 펀드매니저를 만나면 일단 의심부터 하라. 아예 믿지 않는다면 더 좋다. 왜냐며 일반적으로 평균 수익률 정도를 버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본전을 잃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일일지도... 

강세장을 확인하고 진입하면? 이미 늦다. 

당신이 공포에 팔고 나면? 거기가 바로 하락장의 끝이라고 보면 된다. 

기타등등...이런 말들이 적혀 있다. 투자에 대해 문외한이신 분들은 가볍게 읽기 좋다. 하지만 이걸 읽는다고 해서 투자로 돈을 벌 거란 생각은 마시길. 단지 다만, 적어도 가장 기본적인 실수는 막아주지 않는가 한다.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실수들을 집어주니 말이다. 그가 하는 말 중에서 가장 새겨 들어야 하는 것은...시중에 떠도는 그럴 듯한 말들에 현혹되지 말 것. 증명해 보면 실제가 아님이 드러난다고 하니 말이다. 그럴 듯한 말들에 현혹되는 이유는 우리가 잘 몰라서 이고, 잘 모를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최선이라고 그는 말한다. 전적으로 지당하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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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반대한다
피터 D. 크레이머 지음, 고정아 옮김 / 플래닛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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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우울증에 반대한다>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우울증을 직시하려는 시도로 쓰여진 책이다. 하버드 대를 나온 정신 분석의인 저자는 우울증 환자를 만나면서 고심하게 된다. 너무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으로 삶의  모든 가치를 외면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그들에 대한 연민과 동정, 그리고 그들을 제대로 살게 해주고픈 마음에서 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한마디로 우울증은 고쳐야 하는 "병"임을 설파하고 있는 책이라 보심 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소모적인 감정이자 사치스런 감정 싸움이 아니라, 췌장암이나 폐병이나 정신 분열증처럼, 진실로 고통스런 병이라는 것을 알려 주면서...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아니, 살면서 한번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인생이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 살다보면 우울할 때도 있고, 사는게 만만해 보일때도 있고, 하는 거지, 너무 그렇게 엄살 부리지 말라고, 다들 사는건 어려운 법이야...라고 . 

이 책의 작가가 말하려는 것은 사람들이 흔히 겪는 그런 우울과 우울증은 차원이 다른 것이라는 것이다. 가장 일례로 보면 이런 것이다. 우울할 때 우린 죽고 싶다는 " 생각"을 한다. 그건 자연스런 반응이다. 이런 지긋지긋한 삶, 어디 때려 치워 봐? 라는 생각 , 한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울하다고 해서 자살을 시도를 하는 사람은 없다.우울할 때 죽을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찌보면 그저 보험일 수도 있다. 그들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정 안 되면 죽으면 되는 거잖아?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니 괜찮아 라고 하면서 말이다.무엇보다 그들이 죽음을 " 생각만"  하는 이유는, 죽음이 너무 멀리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끝이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을 위해 에너지를 쏟을 시간에, 살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이유들이 하나 정도는 많기 때문에 죽을 생각은 접어 두는 것이다. 죽을까 라는 생각이 푸념에만 그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죽음은 우울한 사람들에겐 그저 추상명사에 불과할뿐이다.

하지만 "우울증"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시도를 하지. 아주 별 일이 아니라는 듯이. 이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행동이 바로 자살이라는 듯이 그들은 자살을 시도한다. 추상명사가 한순간에 현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 현격하고 엄청난 괴리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우울과 우울증을 혼동한다. 단지 우울해서 자살했다고?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 봤나? 고작 그것때문에 죽을 거라면 이 세상에 살 만한 사람들이 어디있어? 홀로코스트에서 죽어나간 사람들을 생각해 봐, 암에 걸려서 살고 싶어 아둥바둥하는 사람들은 또 어떻고? 그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나? 고작 시시하고 사치스런 감정 나부랑이 때문에 죽는다니, 사는게 꽤나 한가했던 모양이구만...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고? 왜냐면 그들은 우울은 해 봤지만, 우울증에는 걸려 본 적은 없기 때문이다. 하니 어떻게 알겠는가? 당신이 감기에는 걸려 봤지만 페암에 걸려본 적이 없다면, 숨이 막힌다는 것이 어떤 심정이라는 것을 어찌 알겠어?  당신이 치매 환자는 봤지만 치매 환자를 간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간병이 얼마나 힘든지 어떻게 알겠는가? 같은 이치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우울해 봤다는 이유로 우울증에 걸린 한심하고 나약한 작자들을 무시한다. 경멸한다. 그들의 고통을 엄살로 치부한다. 그들이 내뱉은 고통에 절은 한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절절 맨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자신들의 병을 숨기게 된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을 살아내려 노력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숨긴다고 해서 숨겨질 병이 애초에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들만 고통스러운 줄 아나? 고통스럽긴 그들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울증을 겪는 당사자 만큼이나 혼란스럽고 좌절을 겪게 마련이다. 우울증 때문에 자살한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라 한다. 어쩜 그리도 몰랐냐고... 그렇게 우린,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죄책감마저 들이 붓는다. 우리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잘 모른다는 이유로. 마치 막을 수도 있는 것을 그냥 두었다는 듯이 우리는 말을 내뱉는다. 과연 그게 올바른 질책일까? 그것이 섣부른 질문은 아닐까 혹시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으신지?

이 책의 작가에 의하면 바로 그렇다고 한다. 암과 마찬가지로, 우울증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냥 두었을 시에 막아설 방도가 없는 질병이다. 이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이거다. 우리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낭만적이라는 이유로 방치한다는 것이다. 우울해서 자살하는 사람을 멋지게 생각하고, 고흐 같이 우울증 때문에 미쳐 버린 사람들을 존경한다. 그들이 고통속에서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이유로...프로작이란 우울증 치료제가 나온 이래로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다고 한다. 

" 만일 고흐가 살던 시대에 프로작이 있었다면 그런 작품들이 가능했을까요?" 라는... 

그건 우울증이 명작을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이 미치거나 자살할 정도로 고통에 시달렸다는 것보다 시대를 뛰어 넘는 걸작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에... 꽤나 낭만적이지 않는가? 고통때문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 질문 뒤에는 바로 이런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 " 그냥 두는게 낫지 않을까요? 우울증이라는 것을....그것이 인류에 도움이 된다면 말이죠. 어차피 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인생, 이름이라도 남기고, 인류에 도움이 된다면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라는...약으로 모든 것을 평범하게 만든다면 그건 이 세상을 덜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라는... 

이에 작가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건 당신이 우울과 우울증을 혼동하기에 생긴 오해라고, 우울증은 병이고, 병은 고쳐야 하는 것이라고, 과거엔 그게 고칠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다행히도 현재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약--프로작 같은 것--이 개발 되었으니, 적극적으로 고치려 들면 못 고칠리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우울함은 개성이 될 수도 있지만, 우울증은 개성이 아니라 그저 인간을 못살게 구는 ,들들 볶는, 볶다 못해 자살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병이라고 이 책의 작가는 목청 높여서 주장하고 있었다. 제발, 무식에서 깨어 나라고 말이다. 한마디로 이것이다. 우울증은 절대 낭만적이지 않는 고통일 뿐이라고 말이다. 

어떠신가? 그의 말이 머리에 들어 오시는가? 어쩜 이 글을 읽는 와중에서도, 여전히 인간에게 우울이 꼭 없애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반감을 표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들에겐 어쩜 아무리 우울과 우울증은 다르다고 설명해도 와닿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일이 아니니 그렇다. 자신의 일도 아닌 것에 공감을 할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못된다면, 우울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그들은 표면만 보는 것도 벅찬 사람들일테니 말이다. 하니,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제쳐 두고서라도,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 두어야 한다. 그건 고쳐야 하는 병이라는 것을. 암이나 관절염이나 정신 질환처럼... 

작가가 우울증의 실태를 알려 주려 노력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글을 잘 쓰는 작가도 맞고, 놀라운 통찰력으로 우울증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도 소름끼칠 정도로 존경스러웠다. 다만, 일반인들이 읽어 내려 가기엔 다소 혼란스럽고 복잡하게 서술되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종종 논리에 촛점을 잃는 통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확실치 않아 보인다는 점도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우울증에 대한 혼란을 부추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우울증의 고통스런 실상을 보여주고, 이를 알지 못해 환상에 절어 사는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400 페이지 넘게 논증을 하고 있던데, 솔직히 길다. 자신의 의도와 생각만 가지런히 서술했더라면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명확하게 와 닿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건 작가가 굉장히 사려 깊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행여나 독자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할까 걱정이 되서, 이런 저런 말을 붙이다 보니 길어졌다는 것이다. 좋은 작가다. 이런 머리 좋은 사람들이 고통에 절은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애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게 하는 존재들이지.. 언젠가 미래엔, 이 작가의 노파심에 웃어넘길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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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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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려 책 제목을 검색을 했더니 팔려 가기 위해 중고로 나온 것이 무려 11권이란다. 정말로 놀랍지도 않군...이라고 중얼거렸다. 어찌 안 그렇겠는가. 작가의 이름 값도 제대로 못하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뭐,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베스트 셀러 작가라고 해도, 실패하는 경우는 왕왕 있는 법이니까. 그게 이 책이라고 한들 뭐, 어쩌겠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나와주는 책마다 뻥뻥 터트려 주면 그게 더 부담스러우니 말이다. 마냥 부풀어 오르는 풍선을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저게 언젠가는 터질텐데, 왜 안 터지지 하면서 바라보는 심정, 조마조마하다. 그냥 팡 터지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싶다. 작가도 인간이기에, 너무 완벽하면 재수가 없어 보인단 말이지. 얼마전에 네이버의 파워 블러거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논란이 있긴 했어도 다른건 몰라도 깔끔한 포스팅에 감탄을 했었건만, 알고보니, 그게 본인이 한게 아니라 전담 직원이 따로 올리는 것이었단다. 늘 일정이 바쁘다면서도--실제로도 바빠 보인다.-- 요리 포스팅이 완벽하다 했더니만, 적어도 요리에 관한 한 바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흠.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조금 흠이 있어도 좋다는 것이다. 그게 본인의 것이라면...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인간 냄새 나는 그런 것이지, 완벽하게 완전무결한게 아니니 말이다.  

하여간 히가시노 게이고도 실수를 하는구나 싶었던 책이다. 실수라고 하긴 그렇고, 그러니까 별로 재미없는 책이었다고 말하면 되려나. 내용은 이렇다. 불륜이라면 질색을 하던 41살의 가장 와타나베는 29살의 신참 직원과 뜻하지 않게 원 나잇 스탠드를 저지르게 된다. 처음엔 실수라고 무마하려던 그는 점차 그녀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내와 자식 생각을 하면 절대 이러면 안 되지 하면서도 그녀와의 밀회의 도를 점점 높여가던 그는 형사가 자신을 찾아오자 경악한다. 더군다나 그 내용이 자신이 사귀고 있는 아키하가 과거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였으며, 어쩌면 유일한 용의자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가지 전에 꼭 살인범을 잡고 싶다는 형사는 그녀가 진짜 범인일거라 확신하는 듯했다. 아키하 아버지를 유연히 만난 그는 그의 경멸하는 눈초리에 기가 질리고, 살인범--그것도 10대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아키하의 과거에도 어쩔 줄 몰라한다. 과연 그는 아키하를 믿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런 더러운 사랑 하면서 멀리 멀리 달아나야 하는 것일까? 자신의 가정과 살인 용의자를 사랑하는 자신 사이에서 갈등하던 와타나베는 어떤 것이 진실일지 궁금하기만 한데... 

음. 불륜에 대해서는 이미 들을만큼 들었다. 만약 불륜을 다룰 생각이었다면 이보다는 참신하고 신선한 시각이 필요했을 것이다. 만약 제대로 된 책을 쓸 생각이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불륜은 그냥 이미 드마라와 영화와 책과 주변에서 닳고 닳게 들은 이야기의 변주밖엔 안 된다. 그것도 재밋지도 않은 변주. 거기서 도무지 뭘 얻으라는 거야. 재미조차 없는데 말이다. 하여, 정말로 정말로 누가 범인일지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그런 추리 소설이 되어 버렸다. 결론을 알고도 아~~~ 하면서 대단한 복선이군 이란 생각보단 참 어이없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고작 그런 것때문에 이 난리를 폈단 말이냐, 넌 불륜이 그렇게 쉬워? 라고 묻게 만들던 소설, 어쩌면 이 책의 최대 피해자는 불륜이 아닐까 싶었던 내용이 되겠다.그러니까 불륜을 넘 폄하하지 말라는 것이지. 좀 진중하게 다뤄 주셔요~~ 응 ? 요즘 너도 나도 불륜을 파는 통에 왠만큼 진실이 들어있지 않으면 명함도 내밀지 않는게 좋다는걸 아마도 이 작가는 아직 모르시는가 보다. 하여간 삼류라고 할만한 추리 소설이었다. 뭐, 앞에서도 말했듯이, 괜찮다. 이런 책 몇 개 내고 일류 추리 소설 한개 내심 되니 말이다. 그게 어찌 보면 더 인간적이라니까? 하니 작가님, 다음번엔 인간적으로다가 멋진 일류 소설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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