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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
스티브 비덜프 지음, 박미낭 옮김 / GenBook(젠북)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작가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남자들이 여자들이 페미니즘을 주장하는걸 들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라는 것. 작가는 말한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사는 것이 더 낫다고 말이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직업 전선에 꼭 나서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드러내고 왕따를 당하지 않으며, 강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걸 두려워 하지 않다고 된다는 면에서 여자가 훨씬 낫다고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무데서나 울 수 있는 자유를 가진 여자들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정신병이나 중독증, 심장병에 걸린 위험이 낮다는 것. 흠...그렇던가? 우리가 남자들보다 사는게 훨씬 더 수월하던가? 그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여자들에겐 여자들만 아는 그런 정신적인 압박이 따로 존재하니 말이다. 착해야 하고, 내슝을 떨어야 하고, 뭐, 그런 것들. 남자들이 강해야 한다는 압박감 못지 않게 여자를 옥죄는 압박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결국 그의 말과 내 생각을 종합해보면, 우리 인간은 모두 사는게 힘들다는 것, 여자건 남자건 간에 말이다.
하지만, 남자들이 페미니스트들이 피켓을 들고 난리를 칠때 왜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는가 하는건 좀 알수 있었다. 그들은 아마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게 너만 사는게 힘든게 아니거든? 우리도 만만찮거든? 단지 우린 말을 안 할 뿐이라고. 그렇게 너희만 대단한 피해자인 양 난리를 치지 않으면 좋겠어.라는"...왜냐면 이 책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딱 그 기분이었으니까. 하여 추론해 보건데, 페미니스트인건 이런 남성들을 위한 책이건 간에 100% 옳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신들 편에서 보면 진리일 지 모르나, 원래 쌍방간의 다툼은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한다는거 아니겠는가. 양쪽에 시각차나, 입장차가 분명 존재하고, 거기에 우리가 무시못할 것이 존재하는 것은 양쪽에 모두 자신들만의 고민과 사정이 존재하는 것이니 말이다.그걸 다 들어보고 이해하기 전까진. 한쪽만의 일방적인 피해 주장은 그저 반쪽짜리 진실일 수밖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의 고민과 고난,그들이 피해가면 좋은 함정들, 그리고 남자라는 성 정체성때문에 그들이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들에 대해, 무엇보다 남자라는 가면에 갇혀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작가는 경고한다. 이젠 그런 것에서 벗어나서 인간으로 살때라고 말이다. 옳은 말이지 싶다. 그리고 저자는 남자들이 자신을 찾을때만이 우리 여자들도 비로서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말한다. 옳은 말이다. 지구상의 반쪽이 불행한데, 나머지 반쪽이 행복할리는 없으니 말이다. 하여간 이런 저자의 시도 좋다고 본다. 가식에서 벗어나는 것, 가면에서 해방되는 것,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것, 누구의 눈치나 과거의 고통의 경험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거, 그게 바로 인간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 좋지 아니한가? 그들이 길을 잃는다면 우리 여자들 역시 길을 잃을 수밖엔 없을 것이고, 이 지구상에 길을 잃는 사람들은 이미 과거의 조상들만으로도 차고 넘치니 말이다.
아마도 남자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자아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면, 이런 책들은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를 이렇게 비장하게 해야 했단 말인가 하면서 말이다. 그런 말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