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맨 Idea man - 빌 게이츠의 경영보다 폴 앨런의 발상을 배워라 자음과모음 인문경영 총서 1
폴 앨런 지음, 안진환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마이크로 소프트의 창업자로 그간 베일이 가려져 있던--빌 게이츠에 비해--폴 앨런이 자신에 대해 쓴 자서전이다. 몇 년전 호지킨스 림프종이 재발함에 따라 언제 죽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책을 쓴 모양이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문학성은 따져볼만한게 없는 책이었다. 그저 한 부자 사내가 자신의 삶의 꿰적을 자신의 시각대로 그려낸 것일뿐...두개의 파트로 나누어, 1부는 마이크로 소프트를 창립하고 성공하기까지의 시간들을, 그리고 2부에선 마이크로소프트를 퇴사한 뒤 자신의 삶을 살아온 궤적들을 쓰고 있었다. 

마이크로 소프트가 만들어질 당시의 뒷 사정들을 폴 앨런의 입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동창이도 동업자라 그런지 빌 게이츠의 성격에 대해 끔찍해 해던 것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보통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엔 버거운 사람이라고 하던데, 빌 게이츠 역시 주변 사람들을 달달 들들 볶는데는 도가 튼 사람인 듯...하긴 그렇게 광적으로 사람들을 몰아붙이지 않으면--즉 어느정도는 집중력이 있다는 뜻--그렇게 거대한 회사를 돌아가게 하니 못할테지만서도 말이다. 성공하는건 물론이고 말이다. 림프종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퇴사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나오긴 했지만 , 그 전에 이미 빌 게이츠와는 사이가 안 좋을 데로 안 좋았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실패한 연애처럼 다시는 뒤돌아 보고 싶지도 않았다는데, 참... 

어떤 관계건 간에 오래도록 견디게 하는데는 기술이 필요한 듯...빌 게이츠는 더군다나 약간은 자페 사방트 같은 면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의 감정에 둔감한 듯 보이던데, 과연 그가 흥분으로 날 뛰었을시 그를 감당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지 싶다. 폴 앨런이 돈이고 명예고 싫다면서 그를 떠난것도 이해가 된다. 빌을 잘 알기에 오히려 그 곁에 있는 오래도록 남아 있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듯...하지만 젊은 시절,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던  폴은 나중에 그 시간을 회상하면서 그래도 좋았지 한다. 빌과도 사이가 다시 좋아져서 그를 용서한 모양이고. 그에게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일때문에 그렇다는걸, 그리고 빌에게 종종 따스한 감정이 있다는걸 알고 있었기 떄문이다. 세계에 손 꼽히는 부자로 살면서 갖는 어려움들을 나눠 가지는 공통점때문에도 서로에게 소홀 할 수는 없었을 듯... 

그다지 재밌는 책은 아니다. 생각보다 폴 앨런의 인생이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잘한 것들만 소개하는 통에 좀 객관성을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든다는 좋게 느껴지진 않는다. 한 세상 잘 사신 분이 남긴 기록이니, 무언가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글쎄...그가 성공한 것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해서 벤치마케팅이 왠만하면 어렵다는 것. 그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몰락에 대해 걱정을 하는 듯하다. 그래도 애정이 남아있기에 공룡처럼 그냥 무너지는걸 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내가 봐도 과거보단 마이크로 소프트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 애플의 도약에 비해 한참 뒤진 듯한 느낌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약점을 고치고, 폴 앨런이 말한대로 한눈에 사랑에 빠질만한 상품들을 내놓을 수 있을까? 글쎄...그건 내가 단정할 수 있는게 아니겠지. 하여간 폴 앨런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는 분들은 보시길...자신의 목소리보다 더 자세하게 자신을 소개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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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 - The Day He Arrive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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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제목이 조금은 촌스럽게 들리는 < 북촌방향> 이다. 영어 제목을 어떻게 했으려나 했더니 " The Day He Arrives" 란다. 나름 의미심장하게 잘 지은 것 같다. 그가 도착한 그 날을 기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영화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서울 북촌에 그가 도착한 그 시간부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도록 하자.

 

대구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유감독(유준상 분)은 오랜만에 나들이겸 서울에 온다. 딱 선배인 형만 (김상중 분)만나고 가겠다고, 그냥 조용히 며칠 처박혀 있다 갈거라고 중얼대는 그, 애써 다짐을 하는걸 보니 예전엔 그가 그렇지 않았으며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단 짐작을 하게 한다. 아니다 다를까, 그의 결심은 애초부터 일찌감치 틀어져 버린다. 만나려던 형은 핸드폰을 꺼놔 연락이 되질 않고, 별로 반갑지 않은 후배는 길거리에서 알아 보고 반가워 한다. 시간을 때우려 주점에서 낮술을 하고 있던 그는 영화과 학생들을 동석을 하게 된다. 자신의 영화와 거취에 대한 이런 저런 어색한 대화가 오간 뒤 거나하게 취한 그는 옛 애인(김 보경 분)을 찾아간다. 2년만에 찾아온 그를 냉대하던 그녀는 그와 잠자리를 하고 난 뒤 다시 잘 될 거라는 희망에 부푼다. 물론 그건 그녀의 동상이몽이기에 그는 애매한 말만 남긴 채 --행복해야 해~~~! --눈썹 휘날리게 도망친다. 만에 하나 그녀가 정신을 차려 진실을 캐물을 시, 빠져나갈 말을 생각해 내야 하는 상황이 귀찮기 때문이다. 

드디어 형을 만난 그는 형이 자주 만난다는 보람씨(송선미 역) 와 함께 "소설" 이라는 술집으로 향한다. 미모의 여교수인 보람씨는 유감독에게 호감을 표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댄다. 유감독과의 관계에서 새로울게 하나도 없는 형은 그녀의 호기심이 마뜩잖다. 일상이 되버리면 주저앉아 버릴 흥분이니 말이다. 하지만 감독을 할 정도면 남들과 다른 무언가 있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보람씨는 그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언제나 당신을 주시하겠다는 보람씨의 주사에 유감독은 고맙다고 해야 하는건지 기분이 나쁘다고 해야 하는건지 난감하다. 한편 "소설 " 술집 주인을 본 유감독은 깜짝 놀란다. 그녀가 오늘 아침 헤어진 옛 애인과 닮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고민하던 그는 점차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렇게 조용하게 지내다 가겠다는 그의 서울 나들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소란스러워 진다. 반갑지 않은 후배와는 할 말도 떨어졌는데 자꾸 부딪히고, 함께 영화를 찍었던 선배에게선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고 만다. 이지적으로 보이던 보람씨가 집 나간 개때문에 펑펑 우는 가운데, 그런 보람씨를 달래는 형을 보면서 실소하던 그는 "소설 " 술집 주인에게 남자 친구가 여럿이며, 술집 안에 방이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하고 트이는데...

 


유감독의 서울 3박 4일 나들이를 그린 것으로, 거시적으로건 미시적으로건 줄곧 " 반복되어지는 "일상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데, 언뜻 <Groundhog Day: 사랑의 블랙홀>이 연상되었다. 전혀 다른 뉘앙스를 담고 있긴 하지만 반복되는 삶을 사는 주인공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다만 사랑의 블랙홀은 마법에 의해 매일이 반복된다는 설정이라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무런 마법 없이도 반복되어진다는게  다르다면 다르려나?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름이 끼치도록 말이다.

 

그렇다. 유감독, 그는 이번엔 좀 다른 뭔가가 있으려나 기대를 안고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나처럼 뻔하다. 형과의 만남은 오래된 사이니 그렇다고 해도, 새로운 인연마저도 설렘을 지나치기도 전에 식상함과 지루함으로 끝나 버리는건 너무했다. 조심스럽게 건네지는 어색한 대화들 속에서 당신은 누구인가요?를 고민하기 보단 "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보이나요?"를 외치는 관계이다 보니 하루를 보내건 이틀을 보내건 그들과의 관계에서 진전이 없긴 마찬가지다. 일상의 고착화가 전부고, 어느새 내려야 할 종점이다. 그렇다보니 서울에서의 사흘동안 유감독 주위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스치고 다니지만 다들 피상적이다. 그 어떤 것도 그의 일상이나 영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그에겐 그만의 아우라가 있어서 다른 관계를 맺는 것을 방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의지마저 바꾸는 아우라의 힘을 그러게 얕잡아 보면 안 된다니까. 그 덕분에 그에게 달려 드는 여자들과의 관계 역시 한결같이 똑같이 끝난다.  2년전에 만난 여자건 어제 만난 여자건 다를게 하나도 없다. 그녀들이 그에게 가지는 환상이나, 그가 그녀들에게 날리는 마지막 이별의 멘트마저도. 거시적으로 되돌이표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힘이 이런 것이로구나, 교본을 보는 듯 했다. 참 나... 고작 " 행복해야 해..." 라는 말로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는걸 이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됐는데, 다른건 몰라도 그점에서만은 이 남자의 독창성을 알아줘야 하지 싶다.

 

그렇게 존재의 진지한 소통이나 깊은 공감이 전무하다 보니,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절간에 사는 스님보다 고립되어 보이던 사람이 주인공인 유감독이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지긴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그것이 바로 우리네 일상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것이다. 다른 것을 꿈꾸지만 언제나 제자리인, 그날이 그날인 삶, 타인들 속에서 오히려 희미해져가는 것이 바로 우리네 모습이니 말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이것이다. 과연 그의, 아니면 우리들의 일상의 저주를 풀 마법의 주문은 존재하지 않은 것일까? 우리는 영원히 그 일상의 저주속에 살아야 하는 존재인 것일까? <사랑의 블랙혹>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마법을 풀 열쇠를 찾아낸다. 당연하다. 그 영환 보는 모두가 행복하라고 만든 로맨틱 코미디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배려는 바라지 않는 것이 좋다. 현실을 배반하고 싶지 않은 성향이 뚜렷해 보이는 감독은 자신이 찾지 못한 마법을 우리에게 하사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말이다. 뭐, 행복하지 않으면 또 어떻겠는가? 적어도 사기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싶다. 그 열쇠를 찾는 것이 너도 나도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

 

추신1- 아무리 봐도 주인공 유감독은 홍 상수 감독 자신을 투영해 만든 캐릭터가 아닐까 싶던데, 그래서인지 주인공에 본인이 직접 출연을 했다면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엔 연기자로 출연해 보심도...

 

추신2--타인들의 대화를 엿듣는 생경함? 이랄까 가소로움을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는데, 그게 의도적인 건지 아니면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다. 영화가 삶보다 더 고상해서도 예뻐서도 미화되서도 안 된다는게 감독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직설적인 대화를 엿듣게 하는게 이 감독만의 스타일인 것 같긴 하다. 하여간 드디어 나도 봤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네영카 초대로 본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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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감독
에비사와 야스히사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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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야구를 몰라도 읽어도 된다고 해서 본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야구를 몰라도 될 뿐더러, 야구에 관심이 아예 없는 분들이 읽기에도 무난하게 쓰여졌더라. 마치 눈 앞에서 경기를 보는 듯한 생동감을 가지고 그려냈다고나 할까.  야구에 문외한이신 분들이라면 아마도 자기 눈 앞에서 본 것보다 더 자세하고 이해가 더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바탕 신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같이 봐도 나는 모르는 것들이 그에겐 새로운 전조요, 기회요, 아찔한 위기요, 도전이며, 극복이니 말이다. 그의 설명을 듣기 전엔 그저 한낱 공놀이에 불과했던 야구가 갑자기 대단히 흥미진진한 인생 살이로 보이더라는 것이다. 이거 대단한 설득력 아닌가? 워낙 아무렇지도 않게 해서 그렇지 쉬운게 아니란걸 알기에 작가의 필력에 새삼 혀를 내둘렀다. 하긴 누가 이런 책을 내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야구를 소재로 소설을 만들다니...만화라면 또 모르지만서도, 만화 못지 않은 설명력으로 소설을 써 내다니...존경스러워 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싶다. 

이야기는 만년 꼴찌 팀인 일본 프로 야구팀 엔젤스를 무대로 그려진다.만년 꼴찌를 하면서도, 별로 반성이 없는 팀인 엔젤스가 한번쯤은 이겨줬으면 하고 바라던 구단주는 감독을 새로 영입하기로 한다. 그가 고려한 사람은 코치로 있던 히로오카, 그는 한때 잘 나가던 자이니츠의 타자였으나 감독과의 불화로 팀에서 쫓겨난 뒤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어떤 감독이 와도 이 팀은 안 된다고 고사하던 히로오카는 마지못해 팀을 받아 들인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에 무조건 지지를 보내 줘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고는 하나 감독을 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지는 일에 내성이 생겨 버린 야구 선수들은 감독의 성화가 귀찮기만 하다. 프로야구 선수는 동네 야구가 아니라고, 그들의 임무는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이겨야 하는 것이라는걸 다시 머리에 각인시켜줘야 하는 것부터 시작한 감독은 점차 팀을 일신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복병은 언제나 존재한다. 차기 감독이 될 줄 알았던 다나야기는 사사건건 태클을 걸고, 선수들마저 그를 믿지 못한다. 야구 선수들을 애완견마냥 귀여워 하면서 응석을 받아주던 구단주 역시 빡빡하게 나가는 히로오카가 잘 하고 있는건지 어리둥절해 한다. 모든 것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각오아래 팀을 일신해 나가던 그는 새로운 투수도 구하고 전력을 보강하는 등 새 시즌에 완벽하게 대비해 간다. 과연 그들은 만년 꼴찌팀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새로운 모습에 다들 기적을 바라본 듯 눈을 비비는데... 

만화나 영화를 보는 듯 생동감이 넘쳤던 소설이다. 야구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보여준다는 점이 장점. 그냥 배트만 휘두르고, 공만 던져대는 것 같던 야구세계가 실은 전략과 두려움과 투지와 심리게임등 인간 사회의 모습이 축소해서 들어가 있는 것이라는걸 깨닫게 해준 책이다. 야구가 이렇게 흥미진진했던가 싶도록 만들었고, 조금만 더 많이 안다면 야구를 좀 더 즐길 수 있겠구나 싶더라. 더불어 왜 남자들이 그렇게 야구에 목을 매는지도 이해가 됐다. 일단 재미가 있어서 겠지만, 도전하고 실패하며 성공하는 모습들, 특히나 팀 플레이를 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그렇게 환호하는게 아닐런지... 한바탕의 각본없는 드라마들이니 말이다. 감독과 구단주, 그리고 야구 선수들 모두가 모여서 만든 즉흥적인 드라마 말이다. 야구 선수들이 왜 은퇴를 하기 싫어하는지 이해도 된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아드레날릴 듬쁙 듬쁙 솟아 주는 야구장에 선다는 자체가 대단한 감동일텐데...오늘도 드라마를 새로 쓰고 있을 모든 야구 선수들 모두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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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고양이와 동네 한 바퀴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 나고 나고 시리즈 3
모리 아자미노 글.그림, 윤지은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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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런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가 내내 궁금했다. 실재하는 마을이라면 아직까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실제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깜쪽같은 설명에 어리둥절했기 때문이다. 도무지 어느 쪽인거야? 허구인거야 실재인거야? 했더니 진짜로 존재하는 모양이다. 놀랠 노자다. 이렇게 매력적인 마을을 왜 아무도 아직까지 떠들어 대지 않은거지? 적어도 방송에서건 잡지에서건 한번 정도는 떠들어도 될만한 독특한 마을인데 말이다. 여지껏 살아오면서 한번도 이름을 못 들어봤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100% 확신하지 못하겠다. 진짜로 이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설마 허구의 마을을 진짜로 있는 양 속이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렇다고 해도 믿겠다. 실재라고 하기엔 너무 천국 같은 곳이었으니 말이다. 고양이 2만 2천 마리가 산다는  곳을 천국이라고 한다면 좀 이해가 안 가실지 모르겟지만, 천국이 이렇게 않을까 라고 상상할만한 것들이 다 있었으니 말이다. 우선 행복하게 사는 고양이들에, 그들을 잘 돌보는 인간들, 그리고 맛있는 케익과 커피 전문점에 고양이를 사랑하는 동네 사람들까지... 그들의 조화가 완벽했다. 이런 마을이 실재한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작가의 설명이 이다지도 자연스럽지 않았다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든 곳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다. 동네를 설명하는데 상상력에 의해 만든 것이 아니라, 진짜 관찰한 것을 설명하는 티가 역력했다. 도무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니까. 존재한다고 보기엔 너무도 완벽한 곳이라서 오히려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의 도시 같이 느껴지니 말이다. 진짜 이런 곳이 있다면 작가가 반해서 그냥 눌러 앉아 살았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라도 그랬을 테니 말이다. 

참, 내용은 이렇다. 고양이의 도시 나고와 그 도시에 사는 고양이들을 설명하고 있는 만화책이다. 섬세하고 정감 넘치는 그림에 정말로 고양이 언어를 아는 듯 그들의 말을 받아 적고 있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인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깜빡 넘어갈 듯...고양이를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이라도 이런 도시가 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충격을 받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흐믓한 책이었다. 한가롭게 슬슬 넘기면서 보면 딱 좋다. 알고보니 시리즈의 마지막 권이라고 한다. 이참에 아예 나머지 앞권들을 살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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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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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읽었던 데뷔작 중 단연 최고다." 라고 쓰인 표지 말에 고개를 흔들어 본다. 아니, 이게 최고라고? 얼마나 책을 안 읽었으면 이게 최고냐 싶은 것이다. 일부 데뷔작중에선  보통 작가들의 최고 수준보다 월등한 작품들도 많은데 말이다. 이 책에 최고라는 단어를 붙이려면 그나마 "지금껏"이라는 단어에 강조점을 찍었을때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단어 때문에 마지못해 수긍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말이다. 어쩌겠는가? 좋은 데뷔작을 그다지 접하지 못했다는데...그건 봐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여간 지금껏이건 앞으로건간에 데뷔작으로 최고라는 말은 전혀 붙일 수 없었던 데뷔작이다. 제목이나 표지가 매혹적이긴 했지만서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표지가 내용의 허술함을 가릴 수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작가가 열심히, 아주 열심히 쓴 책이라는 말에 좀 점수를 줬다. 최선을 다해 쓴 글이 이것이라면 작가로써도 어쩔 수 없는 것일테니 말이다.

내용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어제에 일어난 일을 기억 못하는 크리스틴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다. 이십대 시절 당한 폭행으로 인해 뇌를 다친 그녀는 거울속의 자신이 낯설기만 하다. 26년을 훌쩍 뛰어 넘어 중년의 여인이 서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자신만이 낯선게 아니라 자신의 남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마저 낯서니 말이다. 벤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지난 26년간 매일 매일 기억이 없는 자신을 일깨워 준 것도 자신이고, 그것이 그들 부부의 일상이라는것을 알려 준다. 아무리 기억이 없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그를 사랑했다는 느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느낌조차 없다는 것이 크리스틴을 더욱 더 미심쩍게 한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말에 식겁하는 그녀,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그녀가 현실에 더욱 더 좌절하게 만든다. 그런 그녀에게 정신과 의사가 전화를 걸어온다. 남편 몰래 전화를 걸라고 했다면서 그간 비밀리에 상담을 해왔다는 말에 솔깃하는 크리스틴, 그녀는 남편 몰래 자신이 비밀일기를 적어왔다는 말에 찾아본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쓴 글씨로 "벤을 믿지 마라."라는 말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보곤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그야말로 열심히 썼다고 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썼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선 작가에게 점수를 주고 싶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상상력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게 쉬운건 아니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좀 이야기가 억지 같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26년간이나 한 여자에게 매달리는 남자라? 하...그것도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말이다. 종종 삶을 낭만적으로 보는 작가들이나 감독들에게서 보는 현상인데, 병을 다루는 것이 꽤나 재밌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사랑만 있다면 그건 별로 어렵지 않을거라고, 아니 진정한 사랑을 증명하는 장면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도 참 유분수다. 그런 점이 바로 그들의 통찰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있는 것일 것이다. 아니면 성격에 병적인 어떤 심리가 숨어 있거나...전신마비가 된 여인을 돌보는 영화<그녀에게 >(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를 보면서 난 감독의 시선이 무척 난감하고 불편했었다. 그의 시선을 비록 사랑으로 덧칠을 하긴 해서 헷갈려 보일 수도 있는데, 분명 그는 정상이 아니다. 상상력을 위해서는 그런 병적인 심리는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서도, 그게 진실일거라 생각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카프카가 왜 그렇게 유명할 거라 보시나? 그에겐 통찰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을 진실 그대로 바라보는 통찰력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가는 그저 통속적인 작가 수준에 머물수 밖에 없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만약 그게 있다면 말이다. 

그렇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지극 정성으로 보호하려는 남자가 나온다. 사랑이라는데 이해가 안 간다.  그도 이해가 안 가지만, 이런 저런 단서들을 모아서 자신의 과거를 뚜들겨 맞춘다는 그녀 역시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기억을 못 찾던 그녀가 26년만에 충격 때문에 기억을 찾았다네? 참 그렇게 쉬운걸 왜 26년이나 걸려가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는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렇게 충격으로 망가진 뇌가 회복이 쉽게 회복된다는 설정 자체가 우습다는 것이다. 해피엔딩, 모든 사람들이 바라마지 않는 설정이긴 하나, 주인공이 되면 이렇게 불가능하다는 회복도 되는가 싶어 씁쓸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건 물론이고, 병 자체에 대한 작가의 이해가 없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 애초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일 것이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도 모르는 여자를 그대로 여전히 아무 갈등없이 사랑한다고? 웃기고 있네, 사랑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데 말이다. 하여 작가가 열심히 썼다는 말에 점수를 팍팍 주고 싶었지만 노력한 만큼 몰두해서 볼 수는 없었던 책, 바로 이 책이 되겠다. 그래도 이건 맞을 질 모르겠다. 내가 잠들기 전에 읽으면, 잠이 잘 올수도 있다는 것...뭐, 내 경우를 보면 그것도 아니었지만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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