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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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유행인 모양이다. 어쩌다 그 말이 유행이 됐는가는 모르겠으나, 그 말이 들려 오면 난 왠만하면 들여다 보지 않는 편이다. 진짜로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기도 하고. 그냥 단순한 진실도 감당하기 버거운게 판에 불편한 진실까지 파헤치며 살라고라... 노 땡큐다. 그런 극성 사라진지 좀 됐다. 그리고 그게 그다지 나쁘게 생각되진 않는다. 알지 못한다고 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진실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 불편한 "이라는 말이 정말로 불편해진 요즘, 이제보니 이 책 뒤에 그 단어가 떡하니 쓰여져 있다. <불편한 현실>이라고...아, 참 나...난 그걸 왜 리뷰를 쓰는 지금에서나  봤단 말이냐, 반성이 된다. 그랬다면 시간 낭비, 감정 낭비는 줄였을텐데 말이다. 표지에 쓰여진 문구라고 해서 무시하진 말았어야 했는데 싶다. 아무리 책을 빛내기 위한 미사여구로 쓰여져 있다고 해도, 어느정도는 책 자체에 대한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가끔 잊어 버린다. 하긴 다시 뒷 표지를 보니 내가 무시할만도 했지 싶다. 구성이 탄탄하고 조나단 스위프트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작품이라고 써 있으니 말이다.아이고,이러니 내가 표지를 안 읽지. 한숨이 나온다. 이럴땐 그냥 웃는게 나을지도...하하하...하면서. 

버트 데보레는 23년간 제지 회사에서 일한 중간 간부다. 제지 일에 관해선--즉 자신의 일에 관한한 --남들보다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그는--다시 말해 회사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회사가 캐나다의 제지 회사에 팔리면서 일자리를 잃는다. 8개월동안 이직을 위한 교육을 받아온 그지만 실직의 충격은 예상을 뛰어 넘는다. 곧 같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착각으로 밝혀지고, 2년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그는 모종의 수를 내기로 한다. 자신과 같은 전문가를 하나씩 처지하기로 한 것이다. 신문에 구인광고를 낸 그는 이력서를 보내온 사람들 중에서 자신보다 더 나아 보이는 후보들을 처리해 버리기로 한다. 문제는 그가 평생 남을 죽여본 적이 한번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총을 쓰다듬으며 그는 자신에게 용기가 있기를 빌어보는데...과연 그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아마도 그가 계획에 성공할 수 없을 거란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심한 중년의 사내가 단지 일자리 때문에 살인에 나선다? 그것도 연쇄 계획 살인을? 성공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성공은 커녕 시도에서 끝날 것이라는게 내 예상이었다. 그나마 이 사람은 보통의 경우를 넘어선 것이니 말이다. 다들 일자리가 중요하다는건 알지만서도, 그것때문에 사람을 죽일 생각은 못하니 말이다.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도 이 책속의 주인공이 한 발 나간 사람이라는 것은 증명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계획 단계에서 그칠 것이라는 것은 내 착각이었고, 그는 벌벌 떨면서도 차근차근 일을 수행해 나간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불편한 심정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왜 우리가 싸이코 패스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좋아한다는 어감의 뉘앙스를 잘 해석하시길...사전적 의미의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라, 싸이코 패스란 존재에 관한 해석을 좋아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우리는 그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아무런 감정없이 살인을 한다는 말에 어느 정도 안도한다. 그럼 그렇지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악할 수 없다는 것이니 말이다. 겐 병들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선천적인 병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즉,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충동때문에 그렇게 잔인한 일을 벌인 것이라면, 일말의 이해가 되기도 한다.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싸이코 패스가 아니다. 그는 우리와 다름없는 보통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싸이코 패스 못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단지 일자리 하나를 위해서. 그것도 자신에게 떨어질 지 안 떨어질지 알 수도 없는 그런 자리를 위해서 말이다. 이건 불편하다. 차라리 치정이나, 거액의 유산이나, 뭐 그런 것이라면 오히려 이해가 될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그저 일자리 하나를 위해서다. 자신의 위신을 세워줄 일자리 말이다. 아....이 한없이 불편함 감정은 또 무엇이란 말이냐? 거기다 그가 죽여대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들이다. 살기 위해 하루종일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일에 주인공보다 자부심도 높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걸 누구보다 주인공이 잘 안다. 그걸 알면서도 그는 꾸준히 사람을 죽여 나간다. 한번 시작한 일이기에 여기서 그만 둘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일까? 

차라리 묻지마 학살을 보는 편이 마음이 더 편했을 것이다. 싸이코 패스의 연쇄 살인이 더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죽여대는 광경을 보는 것보다 말이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고 하는데, 난감하다. 무엇을 보면서 재밌어 하라는 것이냐? 열심히 사는 사람들, 그저 하루를 조용히 소란없이 보내는 사람들을 무참히 짓밟고도 자신의 이익만 차리면 된다는 것을 감명깊게 보라는 것이냐, 아니면 이상한 논리에 빠져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대는 주인공을 보면서 저렇게 미치면 곤란하다는 것을 깨우치라는 것이냐? 아니면 사람을 죽이는게 얼마나 쉬운 일인가 그런거? 어쩌면 이런 책에 열광하는 인간이 싸이코 패스보다 더 나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는 감정이란게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거 도대체 어디다 쓸 건데? 영문도 모른 채 죽어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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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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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인 피터 브라운은 새벽부터 자신을 강도질 하려는 좀도둑을 만나자 기가 막혀 한다. 왜냐면 자신이 비록 지금은 의사 가운을 입고 있지만 한때 잘 나가는 마피아 암살 단원이었기 때문이다.  마피아 조직을 경찰에 고발한 뒤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의해 숨어 살고 있던 그는 자신을 협박하는 조무라기 강도범을 가볍게 제압한다. 일진이 나쁜갑다 하던 그는 본격적으로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위암으로 입원한 환자가 과거 자신이 몸 담고 있던 마피아의 똘마니였던 것이다. 피터가 자신을 죽이러 왔다고 생각한 그는 발광하면서 만약 자신이 죽는다면 그 순간 마피아에 보고 될 것임을 선언한다.의사로써도 환자를 죽이고 싶어 하는 맘이 없던 피터는 정말로 그를 죽여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를 살리기보단 죽이기가 더 쉽다는 것, 하여 가뜩이나 피곤에 절어 눈이 감기는 상황임에도 그는 수술실에 들어가게 된다. 간신히 환자를 살렸다고 생각할 찰나, 환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피터는 눈 앞에 깜깜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회상하게 된다.

 자식은 안중에도 없는 부모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큰 피에트로 브라우나는 어느날 두 분이 잔인하게 살해되어 있는걸 발견하고 만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유대인 의사로 평생 남에게 봉사하며 사신 조부모의 삶을 생각한 손자는 복수를 다짐한다. 그들의 죽음이 조폭의 신고식 제물이라는걸 알아낸 브라우나는 일부러 마피아 자제들이 다니는 사립 학교로 전학을 간다. 그곳에서 마피아 거물의 아들인 스킨플랙과 친해진 그는 점차 그들의 가족의 일부가 되버린다. 스킨플랙의 아버지 데이비드를 졸라 암살범이 된 그는 맨처음 신고식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죽인 범인들을 처단한다. 그 이후 데이비드의 주문에 의해 사람들을 처단하게 된 그는 자신이 이 일에 재능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살아가던 그는 스킨플랙의 사촌 결혼식에서 자신의 삶을 바꾸어줄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와의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된 피에트로는 점점 점입가경식으로 일탈의 도를 넘어서는 스킨플랙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아버지인 데이비드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마피아가 되고 싶어 하는 스킨플랙은 피에트로와 함께 인신매매범들을 처단하는데 나서기로 한다.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 임무에서 그는 경찰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조직을 배신하느냐, 아니면 애인을 보호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과연 그의 결정은 그의 운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한때 자신이 진실이라고 알았던 것들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어 하는데... 

일단, 도입부에서부터 중반까지는 좋다. 탁월하다는 말을 들어도 무방할 정도다. 전직 마피아가 의사가 되었다니,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그의 전직이 그렇다보니, 그 의사란 사람이 일반 의사보다 현실에 빠삭한데, 그게 또 어찌나 매력적인지... 그가 내뱉은 말이나 파악하는 상황판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대다니...고상하고 고매한 의사와는 담을 쌓았다고 보면 된다. 게다가 이 전직 마피아는 마피아보다 훨씬 더 질이 나쁜 의료계에 대해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까발려 댄다. 읽다 보면 병원을 들락 거리면서도 아직 살아 있는 내가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곳은 썩어 있었다. 병원에서 수술 일정이 잡혀 있는 분이라면 왠만하면 이 책은 안 읽으시는게 좋다고 생각되질 정도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아예 병원에서 수술을 꺼릴 정도니 말이다. 하여간 의료계를 마피아 수준으로 격하시켜 철저히 해부시켜 주시는데 반했다. 이런 고발, 맘에 든다는 것이지...딱 여기까지가 작가에게 반한 경우다. 그 만의 유머 감각이나, 어떤 경우에도 침착한 주인공을 만들어 낸 것이나, 사회의 치부를 설득력있게 고발할 줄 아는 지성을 지녔다는 것 정도. 여기까지가 내가 그의 참신함에 환호를 질렀다고 본다면 다음의 것들엔 눈살을 찌프렸다. 

일단 너무 잔인하다. 그래도 직업이 의사인데, 다른 일반 작가들에 비해 살인에 대한 묘사가 무난할 시 직업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는지, 해도 너무 한다 싶게 잔인하다. 잔인을 넘어선 잔혹, 특히나 마지막엔 과연 이것이 의학적으로 가능할까 싶은 장면들이 나오는데 질려 버렸다. 착상은 무척 좋았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감을 못 잡은게 아닐까 싶었다. 이렇게 막 나가는 결론으로 치닫는걸 보면 말이다. 마치 꿰도를 탈선한 기차가 마구 폭주하는걸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보니 마지막 페이지까지 허겁지겁 읽을 수밖엔 없었는데, 그것마저도 결코 기분이 좋질 못했다. 잘만 마무리를 했다면 정말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었으련만...마무리를 너무 조급하고 엉성하게 써낸 것이 아닌가 한다. 초반 도입부의 참신함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결말이었다. 레오나르도 드카프리오를 주인공으로 해서 영화를 만든다고 하던데, 글쎄...그가 연기를 하면 책 속의 주인공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긴 하겠지만서도, 이 잔혹함은 도무지 어떻게 그려내려 할 것인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도 고민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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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아이들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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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나오는구나, 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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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케이크 살인사건 한나 스웬슨 시리즈 10
조앤 플루크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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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의 동업자 리사와 허브 비즈먼 가족 모임이 레이크 에덴에서 모인다. 100여명에 이르는 대가족들의 행사에 한나의 케익과 쿠키가 빠질리 없다. 행사 모임에 참석한 허브 가족들은 30여년전에 사라져 소식 한자 없는 마지의 동생 거스를 그리워 한다. 마치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었던 것인양 거스가 거짓말처런 나타난다. 마지 이하 가족들은 모두 반가워 하지만, 반가움이 가시고 나자 그에게 왜 그렇게 소식이 없었는지 캐어 묻게 된다. 대답을 회피하는 거스는 자신이 그동안 성공을 하느라 연락을 못 한 것이며, 이제 부자가 되어서 찾아온 것이라고 허세를 떤다. 어떤 사람은 그의 말을 믿고, 어떤 사람은 그의 말에 회의를 보내는 가운데, 30년전의 앙금이 서서히 풀려 나오기 시작한다. 거스라 실종되기 전에 한바탕 싸움을 벌였던 리사의 아버지 잭은 다시 그와 말다툼을 버리고, 거스의 매형은 그에게 돈을 갚으라고 성화를 댄다. 모두들 좋은 날에 왜 소란이냐면서 싸움을 말린다. 

그 후 가족 사진 모임에 나오지 않는 거스를 찾던 한나는 그가 살해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다시 한번 살인사건을 해결해야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열번째 시체 발견인만큼 이제 단련이 될만큼 된 그녀는 모든 것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기억한다. 그리곤 범인을 잡기 위해 단서를 쫒아 나가기 시작한다. 거스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 다디던 그녀는 사람들이 그가 진짜 거스가 맞는지 의심을 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록 그가 자신을 부자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다이아반지며 롤렉스 시계가 다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자 그의 실체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된다. 과연 그는 돌아온 거스가 맞는 것일까? 만약 그가 거스가 맞다면 그는 왜 이 순간, 30년이 지난 지금에 나타난 것일까? 그의 짐을 조사한 한나는 그가 그날밤에 돌아갈 생각이었음을 밝혀 내고, 그 이유를 캐기 시작하는데... 

한나 스웬스 시리즈다. 욕을 하면서도 꾸준히 보는 맛이 있는 대표적인 시리즈. 이젠 욕을 하는 것도 지쳐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보고 있는데, 그러니 차라리 맘도 편하고 좋은 것 같다. 한나가, 멋진 근육질과 환한 미소의 마이크와 범생이처럼 생기긴 했지만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 후보감인 노먼 둘 다를 사랑한다는데 어쩌겠는가? 그러라고 해라. 지조없게 시리, 이 남자를 만나면 이 사람이 사랑스럽고, 저 남자를 만나면 저 남자가 사랑스럽다고 주장하는데, 이해가 간다. 나라도 그랬을 테니 말이다. 이젠 그런 것 쯤은 극복하기로 했다. 삼각관계야말로 여자들이 껌뻑 죽는거 아니겠는가. 

여자들이 껌뻑 죽는게 어디 그 뿐이겠는가? 하루종일 주전자에 물만 끓이면 콸콸 쏟아지는 커피에, 갖자기 케익과 쿠키들, 그것만으로 읽는 식욕을 만족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요즘은 일반 요리 레시피까지 알려 주신다. 그야말로 서비스 최고다~~~!한나 만세를 외치면서, 그녀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마이크와 노먼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그 둘이 여자라면 정말로 더 이해가 됐을텐데 싶지만서도... 보면 어떻게 그 둘이 남자라는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 여자가 이상형으로 그리는 여사들의 머리속에만 존재하는 그런 남자들이 아닐까 싶지만서도. 하긴 현실속에 없는 남자들을 상상 속에서라도 만나 보겠다는데 그걸 어떻게 말리겠는가?  못 말린다고 본다. 말릴 필요 없다고 본다. 

하여간 심심풀이로 잘 읽히는 책이다.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읽기도 그만이고 , 자기전에 꿈자리 뒤숭숭할 염려 없이 읽을 만한 책으로도 좋다. 잠 잘 오니 말이다. 그건 아마도 저자의 잘 풀려가는 스토리 덕분이 아닐런지... 하여, 나의 한나 스웬슨 소설에 대한 리뷰는 쭉~~~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지겨워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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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은 것 찰리 파커 시리즈 (오픈하우스) 1
존 코널리 지음, 강수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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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파커를 소개한 책이고, 오늘의 존 코널리를 있게한 작품이라고 해서 본 책이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잃어버린 것들의 책>이 별로였기 때문이다. 책을 보면서도 내내 중얼거렸고, 책을 덮은 지금도 불평하고 있지만, 도무지 왜 그 책이 먼저 소개가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외국에 자신의 작품을 내려고 하면 그래도 제일 나은 작품을 내는게 정상 아닌가? 왜 자신의 가장 졸작에 가까운 책을 한국에 먼저 내서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한걸까? 이해되지 않는다. 어쩜 작가가 아니라 에이전시의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서도, 하여간 만일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이 작가 , 존 코널리 이름을 결코 잊지 않았을 것이다. 잊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찰리 파커는 왜 아직 안 나오나요 라면서 출판사에게 채근을 하고 있었지도 모른다. 분명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을테니 말이다. 하여간,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데 있어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책, <모든 죽어 있는 것들> 이 되겠다. 다들 걸작이라고 말한다는 이 책엔 과연 어떤 내용이 숨겨져 있을까? 

 

귀여운 세살배기 딸과 아름다운 아내, 자신의 적성에 맞는 형사직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정상인 찰스 파커는 조금씩 삶의 지쳐 가면서 알콜중독자가 된다. 점점 사이가 멀어져가는 아내와 대판 싸운뒤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간 찰스( 앞으로 버드라고 할 것임) 는 아내와 딸이 참혹하게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정황상 그가 범인일 수도 있지만, 시체를 훼손하는 정도만으로 그를 범인선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끔찍한 사체의 모습,  찰스 파커는 엄청난 충격에 기나긴 방황을 길을 떠나게 된다. 형사직을 그만두고, 정신을 차리고 알콜 중독에서도 벗어난 그는 이제 아내와 딸의 복수를 하려 하지만 범인은 그 후로 오리무중이다.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그에게 뉴올리언즈에서 FBI친구인 올리치가 연락을 해온다. 미시시피 늪 주변에 사는 흑인 영매 할머니가 그 범인을 안다고 했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그가 죽인 다른 여자를 봤다고 말하는 흑인 영매는 범인이 떠돌이이며, 다른 범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려준다. 믿겨지지 않은 설명임에도, 왠지 그 할머니의 말에 신빙성을 느낀 버드는 떠돌이의 정체를 찾아 탐문을 시작한다. 

 

한편, 형사직을 그만두고 탐정직에 나선 그에게 전직 파트너가 일감을 주선해 준다. 대부호의 과부가 그의 의붓아들의 애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얼마전 그 집에서 아이가 사라지는 실종 사건이 벌어졌다는걸 알고 있던 버드는 아이의 실종과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그 여자가 잘 살고 있는 지에 대한 것이다. 그녀의 뒤를 조사하던 버드는 그녀의 언니가 어린 시절 소아성애자에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30년전에 일어난 소아성애 살인과 과연 대부호의 집에서 일어난 아동 실종 사건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그들이 찾아달라고 하는 애인의 정체는? 파면 팔 수록 왠지 그녀가 살해될거라는 직감이 든 버드는 빨리 그녀를 찾아 안전한 곳으로 데려 오기 위해 애를 쓰는데... 과연 그녀를 구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의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은 어디에?

 

걸작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정말 잘 쓴 추리 소설이긴 했다. 우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틀에 박힌 인물이 없다는 점이 탁월하다. 찰스 파커라는 탐정도 매력적이지만, 그보다 주변의 인물들이 하나 같이 다 살아있는 통에 어떤 인물을 더 좋아해야 할지 한명만 고르라면 곤란할 지경이다. 갱단 두목에서부터, 좀도둑, 전문 킬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죄자들이 등장하는데도, 그들에게서 묘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그들이 구사하는 대화라니...유머 넘친다. 이렇게 끔찍한 스릴러를 읽는데도 미소를 안 지을 수 없게 만드니 말이다. 무섭다가도, 또 다음 장면에선 웃게 만들다니.. 독자를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진짜 수사에 나서고, 진압 현장에 나서는 것처럼 현장감이 생생하다는 점도 점수를 높이 줄 수밖엔 없었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모든 장면들을 썼다는 것인데, 잠복 수사를 하거나 이동수단을 타고 출장을 가는 장면들까지 하나도 버릴게 없더라. 다른 책에서는 대개 이런 장면들은 그냥 뛰어넘어가는 장면이나 버리는 장면인데, 어떻게 어떤 장면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던지,그 꼼꼼함과 재치가 단연 돋보인다.  

 

참, 주인공의 개성과 매력도 빼먹으면 안 된다. 그의 과거와 가족 이야기, 그가 알콜중독에 빠진 이야기나, 거기서 벗어나려 고민하는 이야기--어떤 장면에선 술의 유혹에 지고 싶은 그의 충동이 고스란히 느껴질 정도다.--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는 것이랑, 그가 친구들과 나누는 격의 없는 농담들, 그리고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이해하고 도와주려 하는 심성들과 막돼먹지 않은 성격이 그를 무척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도 찰리 파커가 왜 탐정의 브랜드 명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만큼 인물 창조에 성공적이었다는 뜻이다.

 

그외, 이야기 전개 자체가 자연스럽다. 어디로 흘러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꾸준이 이야기가 가지를 치고 넘어가는데, 그게 너무 그럴 듯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버드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장면들은 식상한 장면들이 하나도 없는 점들이 작가의 상상력의 출중함을 미뤄 짐작하게 했다. 그런 장면들이 사건으로 이어지고, 또 그렇게 특이한 장면들을 서두에 놓으니, 다음 장면들도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엔 없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재밌게 끝까지 볼 수 있던 책이었다. 두꺼운 한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데, 어떻게 보면 책 두권을 읽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 1부와 2부에는 소아성애 살해범을 잡는 이야기가, 3부와4부에는 자신의 가족을 처참하게 죽인 범인을 잡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니 말이다. 책 한권을 사시면 두 권을 읽는 셈이 된다는 말씀. 이런 점은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대체로 이런 경우 두 권으로 낼까하는 유혹을 했었을텐데 말이다. 그런 유혹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한권으로 내주셔서 고마울 뿐이다. 앞 표지를 보니 찰리 파커 시리즈가 몇 개 더 있는 모양인데, 그 중에서 괜찮은 걸로 빨리 내 주시면 한층 더 고맙겠다. 적어도 그럴 작정이다.

 

아. 단점을 안 썼네. 지나치게 잔혹하다. 읽는 것이 부담이 될 정도로. 게다가 버드가 가는 곳마다 어찌나 많은 시체가 양산이 되던지...시체 숫자를 세다 중간부터 포기했다. 추리 소설을 많이 봤다고는 못하지만서도, 탐정이 가는 곳마다 이렇게 시체가 양산되는 책도 드물지 않는가 한다. 이건 거의 학살 수준이니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그런 면에서는 타의 추종이 불허할 듯... 그러니까, 다른건 몰라도 그건 좀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지. 현대 사회에서 이렇게 시체를 양산해주는 사람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법적인 것도 그렇지만, 그 수많은 총알 세례를 받으면서도 그만이 살아남는다는건, 아무래도 웃긴다. 총알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데 말이다. 하여간 첫 권부터 이미 시체를 --그것도 잔혹한 시체를--너무 많이 본 결과, 앞으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릴게 분명한 탐정 찰리 파커,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분명 우리같은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게 불행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건 몰라도 나보다 행복한 사람을 만나 비교 우울에 빠지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한다. 다만, 파커의 세계 자체가 너무 우울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을 잘 하시는 분들은 자체적으로 염세적인 감정을 잠깐 느끼실 수도...

 

아, 잊어먹을 뻔했다. 존 코널리 작가님~~ 제발 동화는 잊어 주셔요!!! 찰리 파커, 좋잖아요? 그걸로 그냥 밀고 나갑시다. 평생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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