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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크라운 - Larry Crowne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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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나, 옆으로 보나, 뒷태를 보나, 걷는 걸음걸이만 봐도 " 성실함 " 그 자체라는 포스를 팍팍 풍겨 주시는 래리 크라운은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된다. 전처에게 이혼 위자료를 주느라 빚을 지고 있던 래리에게 백수란 곧 집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뜻이다. 당장 돈이 필요한 그는 크라운에 E가 붙는다고 설명하면서 이력서를 여기저기 돌려 대지만, 새 직장을 구하는 것이 이 불경기에 쉬울리 없다. 여지껏 사회생활 잘 해왔구만, 이 모든 것이 그 놈의 대학 졸업장 때문이란 말인가? 낙담한 그에게 이웃은 대학 강좌를 들어볼 것은 권한다. 이에 솔깃해진 그는 난생처음 대학에 발을 들여놓고, 그 특유의 성실함으로 학창생활을 시작한다.

전문대학 수강신청서를 이웃에게서 받아들기 전까지 대학이란 래리에게 그완 상관없는 미지의 영역이였다.

인생을 바꿀만한 강좌라는 학장의 조언에 스피치 강의에 등록한 래리, 진짜 그의 인생은 변화될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겠는지 모르겠다면서 교육에 별 열정이 없는 머시 테이노 교수(줄리아 로버츠 분)는 이번 학기 수강생이 겨우 10명밖엔 되지 않자 기분이 상한다. 더군다나 그 수강생들이라는게 산만하기 이를데 없는 일단의 오합지졸 무리들, 그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길에 한심함이 묻어난다. 학기 첫 날부터 기운 빠지는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간 그녀는 포르노 삼매경에 빠져 있는 남편과 말다툼을 벌인다. 어디서고 웃을 일이 없는 고단한 일상, 그녀는 칵테일 한 잔으로 불행을 이겨보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담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한편 테이노 교수의 스피치 수업과 경제학을 수강하게 된 래리는 신이 난다. 돈 먹는 하마인 승용차 대신 스쿠터를 몰기로 한 래리는 탈리아라는 여학생을 알게 된다. 스쿠터를 몬다는 이유로 래리를 같은 무리에 넣어준 틸리아는 점차 그를 변화시켜 나간다. 틸리아 덕분에 갑갑한 자신의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켜 가던 래리는 남편과 싸운 뒤 버스 정류장에 떨어져 있는 테이노 교수를 보게 된다. 까칠하게 래리를 밀어내던 테이노는 하는 수 없이 래리의 스쿠터 뒤에 타게 된다. 과연 둘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

아~~~~ 아이 엄마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멋진 몸매의 그녀, 너무 완벽해서 어쩐지 현실감 없어주신 줄리아 로버츠 되시겠다.
아, 톰 행크스가 그새 많이 늙으셨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그럼에도 전직 포레스트 검프 답게 온 몸으로 성실함과 신사다움을 구현해 주시는 톰, 한물 갔다고 하기엔 아직은 이르다. 물론 앞으로 이런 로맨틱 코미디 물에 주연을 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지만서도, 그럼에도 그만의 포스가 어디 가겠는가? 쉽게 간과해버릴 수 있는 개성은 아니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마냥 좋다는 뜻은 아니었다. 배우의 매력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존재하니 말이다.
우선, 이 영화는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싶었다. 주연 배우가 줄리아가 아니라면, 은행 직원이 톰 행크스의 실제 아내가 아니라면, 톰의 이웃이 세드릭 더 엔터테이너가 아니라면, 한층 더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던 것이다. 줄리아는 불행한 알콜중독 여교수를 하기엔 너무 완벽해 보인다. 도무지 저런 여자가 어떻게 저렇게 한심한 작자와 결혼 생활을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가고, 부부라는 둘이 나누는 대화도 어색했다. 진짜 부부가 아니라 연기하는 가공의 부부라는 티가 팍팍 나더라. 그것도 아주 열심히 연기를 하는 티가. 애처로울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아직까진 줄리아 로버츠의 미소가 매력적이라고는 하나, 이 역에는 어딘지 맞지 않아 보였다. 줄리아가 연기하는 교수가 그녀처럼 완벽한 몸매의 쭉쭉 빵빵이 아니라, 현실감이 느껴지는 친근한 배우를 썼더라면 더 그럴 듯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둘의 로맨스가 가공이 아니라 진짜처럼 느껴졌을 거다. 악착같이 서로를 원하는 진정성이 이보단 잘 느껴졌을테니까. 톰과 줄리아는 너무 잘 아는 사람들끼리 영화를 찍어서 그런가, 긴장감도 없는게, 그저 하던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한 것은 아닐까 싶다. 적어도 배역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었을테니 말이다. 갑작스럽게 사랑이 샘솟았다고 주장하는 두 사람은 아무리 봐도 연인보단 친구 같았기에 , 중년의 로맨스라고는 하지만 짜릿한 맛이 없었다. 그렇다고 코미디에 치중한 영화도 아니니,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영화가 되버린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아무리 감독이 톰 행크스라지만, 그의 아내가 반드시 출연했어야 했나? 치장에 돈이 꽤 들었을듯한 완벽한 매무새로 리타 윌슨이 나와 은행 직원을 연기하는데, 민망했다. 차라리 진짜 은행 직원처럼 조금은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왔더라면 훨씬 더 현실감 있어 보였을텐데... 아마도 남편이 하는 일이니 도움이 되고자 했던 모양인데, 그게 그렇게 도움이 된 것 같진 않다. 그러게 어떤 때는 모른척 하는게 최선일때도 있다니까. 줄거리는 초반엔 한없이 답답하던데, 중반을 넘어가면서는 그래도 그럭저럭 볼 만했다. 간간히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서도, 절대 폭소 수준은 아니고. 어찌된게 줄리아가 강의하는 교실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그보단 경제학 강의실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인가는 모르겠지만서도... 줄리아와 학생들 간에 갑작스럽게 화학 반응이 생긴다는 것 역시 조금 난데없긴 했지만,그럼에도 기말고사때 톰이 하는 스피치는 감동적이었다. 톰 행크스만이 할 수 있는 연설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부족한 것은? 처절한 현실감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드라마 조차도 이렇게 느슨하게 찍지는 않는데 말이다. 시대 착오라고나 할까. 톰 행크스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연기를 하고 익숙한 이야기를 감독한 듯 한데, 어딘지 과거의 냄새가 난다. 한물 간 트릭을 보는 듯 했다고나 할까. 착한 영화라고 해서 마냥 좋은건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톰 행크스를 오랫만에 맘껏 볼 수 있어 기분 좋았던 영화였다. 아마도 그를 이렇게 맘껏 볼 수 있는 영화는 이젠 더 이상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톰 행크스라는 배우의 시대가 이렇게 가고 있다. 뭐, 그다지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아마 그건 그도 마찬가지 아닐런지...
http://cafe.naver.com/movie02 < 네영카 이벤트 시사회를 통해 본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