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대한 여행
앨리스 로버츠 지음, 진주현 옮김 / 책과함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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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 대로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 떠난 여행이다. 인류가 전 세계에 걸쳐 살았으니 그녀가 가야 하는 곳도 세계 곳곳. BBC특집 다큐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호주대륙까지 안 가본 곳 없이 골고루 들렀더라. 의사였다가 지금은 뼈 전문가로 활약하는 저자는 지구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인류 조상들의 뼈를 찾아 다니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탐색하고 결론을 내리고 감격해 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어릴 적 사회를 배우면서 호모 에렉투스 ,사피엔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그렇게도 헷갈리는 것이 이해가 가더라. 왜냐면, 인류 조상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가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으니 말이다. 정설이 없다는 뜻도 되고, 정설이 없다보니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어떤 것이 정답인지,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 애매하기만 했다. 배우는 우리가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여, 인류의 조상을 만난다는 감격적인 해후를 제외하고는, 딱히 손에 잡히는 결론이 없다는 점이 별로다. 말하자면 이 책을 읽고 나도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정보 외에 덧붙일만한 색다르고 놀라운 정보다 없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눈요기나 시간 때우기 정도 용으로 적당하겠다. 심각하게 무언가를 배울 생각으로 집어드신 거라면 생각을 달리 하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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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상적인 오프닝은 없었다. 브라질의 어떤 정글, 깜찍한 새 하나가 등장해서 자유롭게 낙하를 시작하니 곳곳에서 정글의 새들이 몰려 나온다. 와아~~~ 정글에 저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살던가, 그리고 그들이 저토록 멋지던가? 그들이 삼바 리듬에 맞춰 군무를 추는데 그 흥겨움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그들의 흥겨움에 나무에 곤히 자고 있는 아기 새 한마리를 깨어나고, 그는 브라질 출신 답게 박자에 맞춰 엉덩이 춤을 잘도 춘다. 깜찍하기 이를데 없다. 자유롭고 절묘하게 날고 있는 동족들을 부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 파란 아기새는 용기를 내서 자신도 날아보기로 한다. 굳은 결심을 하고 두 날개에 힘을 주던 그는 그러나 떨어지고 마는데...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6455&mid=15629

 



 

새 사냥꾼에게 잡혀간 아기 새 블루는 자신의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미네소타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서점을 하는 린다에게 입양이 된 그는 자신이 마치 사람인양 생활하게 된다. 비록 그가 날지는 못한다고 하나, 그렇다고 부족하게 있는가 하면 그렇진 않다. 멋진 장난감 차에, 맘껏 뛰놀수 있는 서점, 다정한 주인과 , 책들에 둘러싸여 사니 말이다. 깡패같은 기러기들이 그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새면 뭐하냐, 날질 못하는데 라고 놀려도 블루의 삶이 달라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 조류학자가 그들의 서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길을 가다 우연히 블루를 보게된 그는 블루가 세상에서 마지막 남은 마코 앵무새 수컷이라면서 흥분한다. 종의 멸종을 막아야 한다면서 당장 암컷이 있는 리오로 가자고 설득하는 새 박사, 어떤 것이 블루를 위해 옳은 선택일지 고민하던 린다는 곧 블루와 함께 리오로 날아간다. 그렇게 서점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오던 블루는 하루 아침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 리오에 도착한 블루, 여자를 만나기 위해 여기에 왔다는 말에 지나가던 새 둘이 조언을 해준다. 연애가 난생처음인 불루는 관심없는 척 하면서 그들의 말을 새겨 듣는다. >

 



 

순진한 블루와 도도한 주엘의 만남, 서점에서만 살아온 범생이 블루와 정글에서 살아온 아마존의 여전사 주엘 , 과연 둘의 자신들의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있으려나? 아무래도 그 길은 험난할 것 만 같아 보이는데....

 

리오에 도착한 블루는 자신의 짝짓기 상대인 주엘을 만나게 된다. 상대가 자신을 맘에 들어 하려나 걱정하던 블루는 그녀의 관심사가 오로지 탈출이라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렇게 괜찮은 새장을 마다하는 그녀가 이해가 안 됐던 것이다. 자신을 도와주진 못할 망정 탈출에 대해 의구심마저 표하는 블루가 주엘의 눈엔 한심해 보인다. 첫날밤을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보내던 둘은 전문 새사냥꾼들에게 납치를 당하게 된다. 졸지에 리오의 빈민촌에 감금된 둘은 이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그때서야 주엘은 블루가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걸어서 도망가자는 블루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주엘, 그들의 뒤를 앵무새 나이젤이 바짝 뒤쫓는다. 한때 잘 나가던 꽃미남 새였지만 지금은 사나운 새 사냥꾼 앞잡이가 되어있던 그는 원숭이들에게 파란새 두마리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도망자가 되버린 블루와 주엘은 새 사냥꾼이 묶어놓은 사슬을 끊기 위해 새들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삼바 축제가 시작되는 날, 그 화려한 축제의 여정이 시작되는때 블루와 주엘은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블루를 찾기 위한 린다의 여정 역시 험난하기만 한데....

 

기다린 보람이 있는 영화였다. 왠만하면 4D로 보라는 다른 리뷰어의 충고에 난생 처음 의자가 움직이는 상영관에서 보게 됐는데, 그것 역시 돈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다. 오프닝이 인상적이라고 썼지만, 정말로 초반부터 기대이상이더라. 한 장면이라도 놓칠새라 눈을 부릅떠야만 했으니 말이다. 새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떻게 표현할까 몹시 궁금했는데, 보니 왜 이 영화가 그렇게 흥행에 성공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너무 재밌다. 등장하는 새들은 깜찍하고,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며,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있었던가 넋놓고 보게 됐다. 한마디로 멋졌다. 그 많은 다양한 새들을 이렇게 개성있게 표현해 냈다는 점에서 우선 경의를 표하고 싶다. 현실보다 더 우수한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으니 말이다. 거기에 각각의 새들을 그에 맞게 인간화 해서 보여주던 스토리 텔링도 어쩜 그리 잘 썼던지...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에 현실감각이 없는 블루와 있는 거라곤 무식한 현실감각 뿐인 주엘의 러브 라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했고, 나는 새가 아니라고 외치는 박쥐에겐 박장대소를 할 수밖엔 없었다. 음악 역시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화면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뿐인가? 브라질의 리오가 이렇게 멋졌던가? 싶게 화려한 배경은 또 어떤가. 멀리서 찍은 예수님 상은 시원하지 그지 없고, 빈민가마저 정겨웠으며, 특히나 삼바 축제의 화려함이라니...이 영화를 보고 브라질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아마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인간이라면 , 이토록 매혹적인 브라질을 거부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브라질 정부는 이 영화 관계자들에게 상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한편을 통해 자국의 매력과 개성과 독특함을 유감없이, 이렇게나 아낌없이 홍보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감사패 정도는 보내줘야 할 듯...

 

오프닝 씬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외에도 새와 원숭이와의 싸움이라던지, 블루와 주엘을 나이젤이 쫓아가는 장면, 전철을 타고 가면서 구애를 하는 장면들은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듯한 명장면들이었다. 특히나 난 파티를 원해~~! 라면서 새들이 모여 삼바 축제를 여는 장면의 흥겨움이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하면서 잽싸게 몸을 흔들던 블루가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재밌다. 잘 만든 영화다. 쉴새없이 등장하는 유머에 허파가 호강하고, 화려한 볼거리에 눈이 호강하는데다, 흥겹고 세련된 음악엔 귀가 호강하고, 색다른 상상력에 머리가 호강하며, 생물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하게 되니 일석 오조다. 자연 보호를 외치는 구호보단 오히려 이렇게 친근하게 동물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그들을 보호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 한다. 일단 알아야지나, 그들을 사랑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아, 하늘을 나는 듯한 시원한 느낌도 넣어야지, 하여간 오감이 만족하는 영화였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좋지만, 어른들을 위한 영화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참, 3D나 4D로 보시길...나는 장면들을 그냥 보면 분명 후회하실테니 말이다.




 

 모든 것은 자신에게 맡기라면서 둘을 안내하는 새, 그는 둘 사이를 묶어주는 중매쟁이 역활도 톡톡히 한다. 

 



 

난생 처음 , 얼떨결에 하늘을 날고 있는 블루, 주엘은 나는 것이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로 블루를 설득하지만, 수식과 공식으로 가득찬 범생이 블루는 그 말을 믿지 못한다. 결국 평생 날지 못하는 새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블루, 주엘은 그런 블루에게 실망감을 느끼는데...

 



 그 유명한 삼바 축제, 하여간 일단 봐야 그 화려함과 흥겨움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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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코리건 -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크리스 웨어 지음, 박중서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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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만화라, 만화인 관계로, 그림과는 상관없이 내용이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집어든 책이다. 실은 제목을 잘못 읽기도 했다. 지미 코리건인 줄은 모르고, IMMY ORRIGAN으로 읽었으니 말이다. J와 C를 빼먹은 것은 뭐, 그렇다다 치고--책 실물을 보심 알겠지만 두 글자만 유독 안 보인다.--그걸 IN MY ORIGIN으로 읽은 건 또 뭐냐. 내 기원을 찾는다고? 설핏 그렇게 해석하고는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진 것이다. 조금 후, 그게 아니라 지미 코리건, 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라는 제목이라는걸 알고는 어찌나 무안하던지...그런데 우스운 것은 그 오해로 빚어진 해석이 얼추 맞아들어갔다는 것이다. 어쩜 작가가 그걸 노린 건가 싶기도 하다. 자신의 기원까지는 아니라해도, 자신의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었으니 말이다.

 

지미 코리건, 즉 작가의 극중 자아는 47살이 되도록 여자친구 하나 못 만들고 사는 딱한 노총각이다.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직장도 그의 삶을 비참하게 하지만, 하루에 몇번씩 전화를 해대는 엄마도 성가시긴 마찬가지다. 다 크다 못해 늙은 아들을 어린아이처럼 닥달하는 엄마는 아들이 그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저 날마다 전화를 해서 시시콜콜 별별 이야기를 다 늘어놓는 것을 본인의 의무라고 여길 뿐...엄마를 따돌리기 위해 자동응답기를 설치한 그는 어느날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이제 한번 볼때가 되지 않았냐는 짤막한 물음과 함께 항공티켓이 동봉되어 온 것이다. 평생 아버지를 모르고 살았던 지미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과연 그가 내 아빠일까? 만약 그가 아빠라면 왜 지금에서야 나타난 것일까? 나에게 뭔가 원하는 것이라도 있나? 지금에 와서? 복잡한 생각이 오가던 그는 그래도 호기심에 아빠를 만나러 가기로 한다. 그리고 공항에서 만난 아빠, 처음 만나는 참이라 몰라보지 않았을까 했던 지미는 아빠가 자신과 놀랍도록 닮았다는 사실에 기괴함마저 느낀다. 난생처음 아빠 노릇을 하느라 애를 쓰기는 하지만 전혀 아빠다운 구석이 없는 그를 보면서 지미는 실망해야 할지, 아니면 기가 막혀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다. 어렸을때 지미를 버린 것은 맞지만, 이제와서 미안하다는 변명은 하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아빠. 지미는 자신이 상상하던 아빠와 조금도 닮지 않은 모습에 실망한다. 그럼에도 그는 조금씩 아빠의 모습에 적응해 가고, 심지어 연민 비슷한 것마저 생겨나자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데...

 

처음, 늙은 나이인데도 엄마에게 시달리는 지미를 보면서 몹시 불쾌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불쾌하구만, 어랍쇼, 난생 처음 떡하니 아버지란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 역시 가관이이었다. 왜 아들을 보려고 한 것일까? 늙고 병들었으니 이제와서 아들 덕을 보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이 충분히 가능한 사람이다. 갑자기 지미가 너무 가엾다 못해서, 읽기가 싫어졌다. 요즘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 난 부모가 자식들에게 막대하는걸 보면 참고 보기가 힘다. 아마도 나의 경우를 투영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지만서도, 아마 누구라도 그런 상황을 목격하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여간, 불편한 마음에 안 읽을까 싶어 책 맨 뒤를 들춰 보게 됐다. 거기엔 작가의 말이 쓰여져 있었다. 자신이 어떻게 이 만화를 그리게 되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인즉슨 이렇다. 어떻게 하다보니 만화 연재를 하게 됐는데, 그게 연재를 계속할 정도의 인기를 얻는 통에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자신 역시 주인공과 똑같이 아버지를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 만화를 그리는 동안 그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 30년만의 침묵을 깨고 아버지로부터 온 연락, 작가는 치욕적인 좌절감과 분노를 삼키면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단다. 우려할만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가 상상해오던 드라마 역시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잘 모르는 두 남자가 할 말이 다 떨어졌을때, 얼마나 난처해지는가만 생생하게 경험을 뿐... 예상과 달리 후에도 아버지가 확 좋아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한(?)을 풀어준 것에 대해, 죽기 전에 연락 해준 것에 대해 작가는 고마워 했다. 그렇게 자신이 겪은 아버지의 부재와 상상속에서 그려본 만남을 솔직하게 그려낸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했다. 그 말에 접었던 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조금 전보다 훨씬 더 분위기가 밝아지고, 읽을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고? 아마도 지어낸 가공의 스토리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인생이, 그리고 진심이 담겨진 것이라는걸 알고 보니 그랬을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처절함이 느껴져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아버지의 부재와 싸워온 사람에게 현실속의 아버지가 말을 걸어온다라... 이제 그는 어떻게 행동에 나서야 할까? 거기에 올바른 메뉴얼이란게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아버지의 부재>라는 소재를 이 작가보다 설득력있게 그려낸 작가는 못 봤지 싶다. 어찌나 잘 그려냈던지 읽는 동안 좀 어지러웠을 정도니까. 아예 없는 것을 상상하며 산다는 것이 바로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정말 공허하더라. 와, 이런 더러운 기분으로 산단 말이지? 갑자기 세상의 아버지가 없는 모든 사람들이 가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텅 빈 공간속에서 살아가는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그릴 경험이 있는 것과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역시 자신이 경험하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존재하지 싶다. 부재하는 아버지를 그리며 사는 것이나, 그런 아버지를 실제로 조우할때의 두려움과 만나는 것이나 섬뜩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런 점에서는 작가에게 고마워 해야 하지 싶다. 이 작가가 아니라면 절대 이런 기분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현실의 아버지를 만나기를 두려워 할 수밖엔 없었던 한 아들의 이야기,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지만, 그림 톤도 그렇고 이야기 전개도 그다지 밝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림은 누누히 말했듯 사랑스러움과는 거리가 멀고, 이야기 전개 마저 그다지 매끄럽지 않으며, 부자지간을 넘어서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대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것도 별로였다. 자식을 대를 이어 버리는 가계의 이야기가 뭐 그리 흥미롭겠는가. 가계 자체가 그다지 행복한 패밀리가 못 되는가 보았는데, 대를 잇는 반복되는 불행은 지루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 만의 고유한, 빛나는 장점들이 분명 존재했다. 무엇보다 작가의 냉소적인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림이 하도 개발 새발이길래 안 읽을까 고민하던 초반에 그는 다 안다는 듯 이렇게 너스레를 떤다. " 변명의 여지는 없다. 이 책을 읽는다고 뭐, 대단한 것이 생기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드느라 수고한 건 인정받았으면 한다." 라고. 책 속에 종이 모형 설계도를 그려놓고는 따라 해보라고 권유하다가, 복잡하다 싶으시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적어놓는 등, 책 안에서 독자들에게 저자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 장면들이 몇 개 있었다. 특히나 그런 부분에선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저자의 개성이 느껴졌다. 만화작가로 그림으로 승부하는 작가는 못 될 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상상하는 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재치있는데다, 통찰력 있다는 점에서 작가로써의 입지는 굳건하지 않는가 싶다. 그래, 인정한다. 만드느라 수고했다. 고생한게 훤히 보이더라. 하지만 남들이 알아주건 안 알아주건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본인이 수고했다는걸 안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런지...

 

자신의 아버지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길...감정 이입이 워낙 잘 되도록 그려진 통에 상상하는데 어렵지 않다. 즉, 지미 코리건의 기분이 얼마나 엿같은 기분으로 살아가는지 실제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 그럼에도 타인의 경험을 잠시나마 알게 해줬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감사한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런 작가가 있기에,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버지 없이 성장한 사람들은 정말로 대단하지 싶다.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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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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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구 광팬과 책 중독자에게 공통점이 있음을 증명함--야구 광팬이라고 해서 야구 잘 한다는 법은 없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서 내진 책을 많이 소유 했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건 아님. 즉, 좋아한다고 해서 잘 하는 것은 아님.

2. 사람들은 누군가나 나서서 자신을 책 중독자라고 소개하면 본능적으로 혐오하는 경향이 있음. 그것이 단지 중독자들의 거들먹거리는 태도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는걸 추측케 했음. 즉,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아는 것이 분명함. 책 중독자들은 지루하다는 것... 책을 읽다보니 지루해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지루한 사람들이 책 중독자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선 더 연구를 해야 할 듯함. 몇 명의 사례를 가지고 일반화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임, 특히 원인과 결과의 인과관계 순서가 모호할시는 말할 것도 없음. 

3. 내가 책 중독자가 아니란 것에 매우 감사했음.(설마 내가 이렇게 지루할리 없음. 물론 의문부호가 머리속을 동동 떠다니긴 하지만 그것만은 절대 아니라고 주장하고 픔.)  확인차원에서 동네방네 다니면서 떠들고 싶었음. 이봐요 들~~~ 난 책 중독자가 아니여요. 절대 절대 절대...거짓말을 하고픈 충동을 말살시켜 줬다는 점에서 작가에게 공을 돌리고 싶음, 이제 적어도, 내 뜻은 아니라 해도, 사람들에게 덜 밉살맞어 보이지 않을까 함. 그건 다 내 입으로 책 중독자라고 떠들고 다닐 일이 없기 때문임.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사랑받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옴. 무지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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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weetness at the Bottom of the Pie (Paperback)
Bradley, Alan 지음 / Bantam Books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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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딘지 범상치 않은 소녀가 등장했다. 11살의 플라비아 들루스는 자신에게 관심없어 보이는 아빠와 나를 낳고는 죽은 엄마, 그리고 나를 들볶은 언니들 사이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녀다. 화장과 멋과 남자들에게 관심이 많은 언니들과 달리 그녀의 관심사는 화학과 식물학, 추리 소설, 그리고 그외 세상에 있는 모든 지식이다. 특히나 독약에 관한 지식은 그녀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재료로 속이 상할때마다 그녀는 실험실에 박혀 독극물을 제조한다. 그렇게 지루한 나날들이 지나고 있던 어느날, 그녀는  난생 처음 자신의 집 앞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짱이여요~~를 외치면서 살인사건을 풀어보겠다고 다짐을 하는 그녀,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어린다는 것 외에 걸림돌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아빠다. 살해된 자가 죽기 전날 아빠를 찾아온 자이며, 그가 아빠의 어린 시절 동창이었고, 아빠와 그는 특별한 우표를 둘러싼 자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걸 알게 된 그녀는 아빠가 살인범이 아닐까 우려하기 시작한다. 단서를 쫓던 그녀는 아빠가 경찰에 잡혀 가자 기겁한다. 단순히 심심하던 차에 살인범을 잡아 보려던 그녀의 탐정 놀이는 이제 아빠의 누명을 벗기는 절체절명의 임무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진범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인가? 살해된 자는 과연 왜 고향에 돌아온 것이며, 과거 아빠와의 인연은 어떻게 된 것일까? 무엇보다 아빠는 그 살인에 관련이 없는 것일까? 아빠가 아니라면 과연 누가 그를 살해한 것일까? 복잡한 의문들이 퐁퐁 머리속에서 솟아 나오자 플라비아는 반드시 살인범을 잡겠노라고 다짐을 하는데... 

제목이나 표지가 정말로 깜찍하다. 내용도 이만큼 깜찍하려나 하고 본 책인데, 그만큼 많이 깜찍했다고는 말하기 어려웠다. CSI의 그리섬 반장 저리 가라하게 냉정하고 쿨한 11살 소녀 플라비아의 모습은 처음엔 신기했지만, 단서를 쫗아가는 모습들을 보자니 다른 설렁대는 탐정들과 별 다를게 없다는 점에 곧 흥미를 잃게 한다. 하긴 11살 소녀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는가. 하니 대단한 추리 소설을 읽으실 생각이시라면 조금은 기대치를 낮추고 보심 되겠다 싶다. 그리고 아무리 특별한 우표라고는 하나, 그 우표를 둘러싼 소동들이 어딘지 억지스러워 보인다는 점도 별로였다. 그렇지만 짧은 다리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그다지 살갑게 굴지 않던 아빠를 위해 자신이 살인자라고 우기던 장면들은 귀엽긴 했다. 그러니까, 11살짜리 탐정이라니까. 대단한걸 기대하심 실망하실 거라는걸 알려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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