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업 -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위대한 탐정 탄생기
켄 브루언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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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릴러 전문 서점의 주인인 오토 펜즐러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의 등장으로 소형 서점이 고사될 위기에 처하자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을 한다. 그 와중에 생각해 낸 것이 작가들에게 그들의 히어로들의 프로필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하면 어떨까 라는 것, 그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것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먹혀 들어갈지, 우려를 하던 펜즐러는 의외로 본인의 생각이 대박을 터뜨리자 환호한다. 그건 독자들의 호기심과 추리 소설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때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작가들의 선량한 마음씨 덕분이 컸다. 스릴러 전문 책방에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글이었으니 말이다. 돈으로 따져서 만들 생각이었다면 감히 기획조차 어려웠던 프로젝트를 단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만들어 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하고 멋진 것이었지 않나 싶다.  하여간 그렇게 한달에 한번씩 유명한 작가들의 위대한 주인공들의 프로필을 모으던 펜즐러가 그것의 인기에 힘입어 책으로 엮어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위대한 탐정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자신이 소개되기만 기다리고 있던 책, 아마도 그래서 라인 업이라는 제목이 지어졌는가는 모르겠지만서도... 

일단, 관심이 가던 탄정들의 탄생 비화와 그들을 사랑해 마지 않는 작가들의 애정넘치는 이야기를 듣는 다는 것이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데는, 마이클 코넬리가 해리 보슈를 어떻게 설명할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건 해주시더라. <라스트 코요테>를 읽으면서 제임스 엘로이와 해리 보슈의 어린 시절이 겹쳐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진짜로 엘로이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보슈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아마도 보슈를 만들 당시 엘로이가 그렇게 유명한 작가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기에, 그렇게 유명해진 이야기를 자신의 주인공 과거로 써 넣은 모양인데, 어쨌거나 두 유명한 작가가 그렇게 연결이 되었다는 점에서 신기했다. 둘 다 이젠 자신의 이야기로 너무나 유명해진 사람들이라 지금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해낸다면 식상하다고 느껴졌을 지도... 하여간 무슨 생각을 해내던지 앞서 가야 한다는 것은 작가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렇다고 해리 보슈의 탄생이 별게 아니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지금 유명해진 다음에야 별 게 아니겠지만 처음 무명이었을때 그걸 생각하고 만들어 낸다는 자체가 기발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게 지금은 너무도 성공한 작가와 그들의 주인공들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거리를 얻는 다는 점이 특징, 어떻게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탐정을 만들어 내고,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는지 작가들의 입으로 직접 듣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하지만 그외엔 별로 이렇다할만한 것이 없었다. 다만 여러 작가들이 짧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예기치 않게 작가들의 글발이 비교가 된다는 것은 흥미있는 발견이었다. 어떤 작가는 글을 잘 쓰고, 어떤 작가는 그렇지 못한지 확연하게 구별되던데, 재밌는 것은 그것이 어느정도는 그들이 쓴 글과 연관이 되더라는 점이다. 글을 쓰는건 점수를 받는 것과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텐데, 이 책을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정도 작가에게 부여된 내진 특화된 능력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늘 백점만 받는 학생에게 어떤걸 갖다 줘도 쉽게 백점을 받는 것처럼, 어떤 것을 주어도 잘 쓰는 사람이 역시나 본업인 책도 잘 쓴다는 말이다. 하여 이 책 안에서 가장 잘 썼다고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그의 책을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글발을 날려주신 분--생각되는 작가는 잭 브루언과 마이클 코넬리와 존 코널리 정도였다. 달랑 세 사람...총 21명의 작가들의 자신들의 탐정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달랑 세 사람 건졌다니, 의외지 않는가. 난 이보단 더 많을줄 알았는데 말이다. 더불어 평소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작가들은 왜 그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글발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재밋는 책을 쓰는 작가는 짧은 소개글에도 자신들의 매력을 발산하는 반면, 그저 그런 추리 소설을 쓰는 작가는 소개글도 그저 그랬다. 특히나 마이클 코넬리의 경우는 지난 번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느꼈던 것처럼 분명이 말을 많이 하는데도, 별로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우습더라. 하여간 한번 몸에 배인 재능은 어디 안 가나 보다.다른 작가들은 몇 마디 만으로도 이미 지루해져서 하품이 나오는데도, 마이클은 그렇지 않은걸 보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며, 어떤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지 선천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한마디로 쉽게 말해, 스토리 텔러로써의 자질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 하여간 이 책을 보면서 그간 마이클 코넬리에 대해 가졌던 호감이 실은 대단한 능력 덕분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서 좋았다. 내가 그를 좋아하게 된 것이 어쩌다가 아니가, 그의 능력이 출중해서 라는걸 알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마이클 코넬리에 대한 재발견 외엔 그다지 영양가는 없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다는 자신의 책 주인공들에 대한 설명이 지루하다니, 실망이다.역시 사랑만으로 무엇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것인가보다. 타고난 재능이 있지 않고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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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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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연쇄살인범으로 일명 인형사로 불리는 노먼 처치를 사살한 해리 보슈는 그의 미망인으로부터 과잉 대응이란 이유로 고소를 당한다. 죽일 생각까진 없었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것과 그 당시 정황상 그럴 수 밖엔 없었다는 것에 대해 한치의 주저함도 없던 그는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못마땅하다. 더군다나 자신을 변호하기로 한 신참 검사는 어리버리 한 데 반해, 상대측 변호사는 찔르면 피도 눈물도 나올 것 같지 않은 미모의 여 변호사 머니 챈들러. 패소시 보상금을 나라에서 지불한다고 해도 자신의 명예가 걸려 있는 소송이다보니 해리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마지못해 성실한 표정으로 법정에 앉아 있던 그는 경찰서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를 받고 긴장을 한다. 내용은 제보에 의해 콘크리트 아래에서 여성 시체 한구를 찾아냈는데 아무래도 해리가 죽인 인형사와 수법이 비슷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에게 남겨진 쪽지에는 자신이 인형사이며, 잡을 수 있으면 자신을 잡아 보라는 도발적인 시도 한 수 적혀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노먼 처치가 인형사라는 점에 대해선 전혀 의심을 하지 않고 있던 해리는 등짝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전율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가 죽인 노먼은 인형사가 아니었던 것일까? 거기에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머니 챈들러가 이해되지 않아 미행해 본 결과 같은 소속 경찰이 돈을 받고 정보를 팔았다는걸 알게 된다. 가뜩이나 세상사에 치인 그로써는 동료의 배신이 아프기만 하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감정적인 동요마저 사치다. 얼마 남지 않은 선고일을 앞두고 그는 자신에게 씌여진 누명을 벗어야 하는데다 진범까지 잡아야 한다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결국 그는 콘크리트 블론드가 자신이 죽인 인형사와 다른 모방범이거나 실제로 인형사는 둘이었다는 가정하에 수사를 시작한다. 콘트리트에서 발견된 여자가 20대 금발의 포르노 배우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포르노 전담 형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딘지 미심쩍은 분위기를 흘리던 포르노 전담 형사는 곧 해리의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된다. 전담반을 만들어 인형사를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던 경찰은 포르노 전담 형사를 미행하기 시작하는데...과연 그가 죽인 노먼은 인형사였던 것일까? 그가 인형사이건 아니건 간에 콘크릿 블런드를 죽인 살인범은 누구일까? 그는 왜 해리 보슈를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어디로 튈지 예상을 할 수 없게 종횡무진 해리 보슈의 활약을 볼 수 있었던 추리 소설이다. 촉박한 시간 내에 자신의 누명을 벗어야 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진범까지 잡아야 한다는 긴장감 덕분인지 읽는 내내 흡입력 최고였다. 해리라는 경찰관의 애환과 인간미를 잘 느끼게 해주던 소설로 아마도 그가 쓴 해리 보슈 시리즈 중에서 상위권에 넣어도 손색이 없는 소설이지 않는가 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 가는 것도 장점으로, 책을 읽는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는 듯했다. 대수롭게 들리지 않는 묘사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기분이나 표정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문장력은 어떻게 마이클 코넬리가 유명 추리 작가가 되었을지 수긍하게 되는 대목이다. 그나저나 이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신기한 것이 분명 말을 엄청 많이 하는데 그다지 말이 많다는 인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잘잘한 재미를 요소요소에 박아 넣어서 두리뭉실 잘 넘어가게 해준다는 뜻일텐데, 이런 재능, 글쟁이로써는 부러워 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아주 그만, 다가오는 여름 뭐 읽을 게 없을까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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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4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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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광이자 역사학자인 토니와 빈틈없는 사업가 로즈, 몽상적인 기질이 풍부한 캐리스는 대학 동창생들이다. 얼핏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은 어이없게도 공동의 연적인 지니아다. 그들의 남자들을 빼앗고 파괴하고 훔쳐  달아난 전적이 있는 지니아는 팜 파탈의 전형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거두었던 세 친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한 후, 망가진 서로를 위로하면서 유대가 더 공고해졌다. 이를 갈면서 복수를 다짐하던 그들은 지니아가 죽었다는 소식에 안도하고 환호한다. 확인 도장을 찍으려 장례식장에도 간 그들은 비로서 발을 뻗고 잘 수가 있다면서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게 안도한 것도 잠시, 지니아가 죽은 지 정확히 4년 6개월이 지난 뒤 그들은 점심을 하려 모인 까페에서 그녀를 보게 된다. 예전보다 더 매력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등장한 지니아, 아니, 이게 왠 날벼락이냐? 혹시 우리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아냐, 지니아라면 무덤에서 다시 살아올 만도 하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부터 미심쩍긴 했어. 겐 그렇게 쉽게 죽을 아이가 아니거든...다들 동의를 하면서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서 다시는 남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살한 남편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리고 달아난 아이 아빠의 소식이라도 듣기 위해 그들은 마음을 다 잡는다. 이번만큼은 절대 당하지 않겠다고...과연 이번엔 그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치명적인 매력으로 지나가는 곳마다 관계의 시체들을 무자비하게 양산해 놓는 지니아, 친구를 배신하면서도 한톨의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그녀를 과연 이번엔 제압시킬 수 있을까? 아니, 무엇보다 그녀는 왜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난 것일까?

 

일반적으로 남자만큼이나 여자들도 팜 파탈을 싫어한다. 특히나 임자있는 남자들을 취미생활이나 심심풀이로 빼앗는 여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세 여자들의 남편들을 빼앗아 간 지니아는 그 자체로 우리의 공통의 적이다. 주인공들의 구구절절한 사연? 들어볼 필요도 없다. 이미 나쁜 여자로 확실히 등극해 주셨다. 더군다나 피해자인 세 여자들이 아직도 피눈물을 흘리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데, 같은 여자로써 함께 분기탱천 해주는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행복을 빼앗아 간 지니아가 다시 돌아왔다. 죽었다길래 좋아하는 티 내지 않고 장례식에까지 참석해 주었는데 말이다. 아 ,독한 여자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외다. 과연 지니아 답다고 찬탄할 수 밖에 없는 반전이다. 하지만 피해자인 그들은 언제까지 상대의 능력을 찬탄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세 주인공들은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지니아가 이번엔 어떻게 자신들을 구워 삶을려나 전전긍긍한다. 다시는 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과거를 되새김질 하던 그들은 자신들의 관점만으로는 사건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지니아와 대면하게 된 그들은 비로서 사건 전체를 조망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데...

 

그리고 그 순간, 지니아가 과거에 대해 입을 여는 순간, 내가 그렇게도 미워하던 지니아는 갑자기 묘연히 사라진다. 책을 읽는 내내 바보같은 남자들을 탓하면서 그런 여시같은 여자에게 빠져들었다니 라고 혀를 끌끌 차게 만든 당사자 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뻔히 보이는 트릭에 속았더란 말이냐, 안타까운 마음에 주인공들의 순진함을 성토한 나였건만... 현실속으로 걸어나온 지니아가 입을 열자, 그녀와 대면하게 되자 어이없게도 그녀의 매력과 간계에 나 역시 지고 말았다. 주인공들이 그렇게 우왕좌왕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은 결코, 바보같아서 지니아에게 당한게 아니었다. 그저 지니아가 너무 강력한 존재라 어떤 존재도 그녀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일뿐. 더군다나 세상에,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남자들을 빼앗아 간 지니아에게 주인공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한다는 엉뚱한 방향으로 결론이 내려지더라. 연민에 안스러움에 공감 백배라면서 내내 내 자신과 동일시하던 주인공들을 다 버려 버리고, 순식간에 지니아 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건 참 희한한 경험이었다. 내가 그렇다 보니 주인공들이 다들 " 단 한 하루만이라도, 단 한 시간만이라도, 어쩔 수 없다면 단 5분만이라도 지니아가 되어 보고 싶다" 고 한 말이 자연스레 이해가 갔다. 비록 미워하고 증오하는 상대긴 하지만 지니아는 적어도 독창적인 적이었던 것이다. 그 빈틈없음과 철두철미함과 무자비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렇다. 지니아의 매력은 단지 아름다움이나 섹시함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겐 통찰력과 머리가 있었다. 비록 그 머리를 남을 속이고 이용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썼다는 것을 좋게 봐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녀는 환상에 절어서 자신을 속이며 사는 멍청한 여자는 아니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계산적인 잣대로 세상을 요리조리 조종하는 그녀가 내심으론 어찌나 통쾌하던지...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여자들에게 흔한 유형인 희생자나 피해자도 아니었고, 수동적이고 억압적인 여자도 아니었으며, 사랑에 속아 현실을 부정하는 인물도 아니었다. 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설득력 있는 팜 파탈인가.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이러면 안 된다는걸 잘 알면서도 말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그렇다. 흑과 백, 정의와 부정의, 옳고 그름의 양 극단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고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면에서, 이렇게 개연성 풍부한 팜 파탈은 왠만해선 미워지질 않는다. 그녀가 친구를 착취하고 아프게 한 것은 사실이라해도, 이렇게 의지 넘치는 악녀에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강한 그녀에게, 철두철미하게 사악한 그녀에게 박수를...

 

추신--여자들에게 더 어필 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공감 할 만한 장면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영리한데다 탁월하기까지한 멋진 책을 써 내다니, 작가인 마거릿 애트우드가 다시 보이더군요. 여성 작가들은 시시해 라고 생각하시는 분에게 추천! 생각이 달라지실테니 말여요. 이 책 읽으면서 든 생각인데, 왜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을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 시나리오로 만들기 딱 좋은 소설 같은데 말이죠. 하여간 이 책에 홀딱 반한 저는 이 작가가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눈 먼 암살자>가 한층 더 궁금해 졌습니다. 과연 그녀는 그 책에서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누군가 빨리 번역해 주기를 기다려 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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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코요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4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4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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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맞지 않은 상사를 쥐어 팬 뒤 정직중인 형사 해리 보슈는 쉬는 참에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일을 해결해 보기로 한다. 그것은 바로 오래전 살해된 엄마의 살인범을 잡아 보겠다는 것, 매춘부로 아들을 키울 수 없었던 그녀는 그에게 꼭 찾아 오겠다는 말을 남긴 뒤 길거리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었다. 35년이나 흐른 지금, 엄마가 자랑스러워 할 만한 형사가 되어 있던 그는 자신이 형사가 된 것이 어쩌면 엄마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형사가 아닌 아들로써 진실을 밝혀 낸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너무나 가혹한 일, 매춘부로 살다 쓰레기통에서 시체로 발견된 엄마와 마주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엄마 친구이자 동료 였던 메러디스의 카드를 받은 그는 그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제 사건 해결 파일을 열어본 그는 범인이 잡히지 않은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을 알고는 분통이 터뜨린다. 무성의한 수사는 형사들에게 아예 범인을 잡을 생각이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매춘부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기분이 상한 그는 엄마의 친구 메러디스를 만나면서 당시의 사정을 듣게 된다. 엄마가 살해된 날 밤 그녀가 만나러 간 사람이 거물급 검사였으며, 당시 포주인 자니 폭스가 경찰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그는 두 사람이 엄마의 살해와 모종의 연관이 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자니 폭스가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단서를 찾아 과거 사건을 수사한 형사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에게서 과연 그는 무엇을 건질 수 있을 것인가? 30여년 전에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이제와서 풀어낸다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지만 그는 한가닥 실마리에 희망을 걸고 앞으로 전진하는데...

 

부모 복이 없다고 해야 하나? 매춘부 엄마와 그녀의 변호사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그나마 있던 엄마마저 살인범에게 빼앗겨 버린 해리 보슈가 자신의 엄마의 살해범을 잡아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던 추리 소설이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탄탄하다는 것이 압권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이야기가 연결되는 점도 좋고, 해리 보슈가 자신의 엄마를 회상하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것도 신선했다. 성격 파탄자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성격 더러운 형사긴 하지만 뭐랄까. 왠지 연민이 간다고 할까. 믿어도 됨직한, 그리고 도와주고 싶은 개성 넘치는 형사를 잘 그려내고 있지 않은가 한다. 특히나 매춘부긴 했지만 자신을 사랑했던 엄마에 대한 회상 장면들이 참 가슴에 와 닿았다.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것에는 다른 엄마와 다를바가 없었다고 말하는 그, 만약 현실에 이런 아들이 있다면 그 아들을 둔 엄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 해도 좋을 듯...하여간 어떤 엄마라도 자랑스러워할만한 아들 형사 해리 보슈가 다방면으로 사고치는 과정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흡입력이나 몰입도? 걱정 안 해도 된다. 추리 소설답게 누가 범인일까? 잡을 수는 있을까? 내내 긴장하면서 보게 되니 말이다. 극악스러운 장면들로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게 아니라, 인간적이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로 집중하게 한다는 점도 맘에 든다. 이런 인간적인 형사라면 아마도 다른 연작들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지만 연작 작품들마다 편차가 있으니 골라서 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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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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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내기 형사 레이코는 대재벌 호쇼 가문의 외동딸이다. 그저 안정적인 직업을 찾고 있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 보니 형사가 되어 있더라는 그녀는 경부 가자미쓰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호쇼 가문에는 대적할 수 없으나 그래도 대단한 부잣집 도련님인 경부는 남들도 다 알아채는 사실을 추리해내고는 혼자 감격해 하는 눈치 제로의 사나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경부까지 올라왔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불평하는 레이코,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그보다 추리를 잘 하느냐 하면 딱히 그래 보이지도 않는다. 난감한 사건을 만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 누구를 찍을까요, 알아맞춰 보셔요" 로 피의자를 골라내는게 특기니 말이다. 생사람 잡기 딱 좋은 상황에서 그마나 다행이라면 그녀에게 전속기사이자 집사인 가게야마가 있다는 것이다. 쉽게 범인의 윤곽이 잡히지 않자 하소연 차원에서 집사와 의논하던 레이코는 뜻밖에도 그가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 주자 놀라고 만다. 비록 채용된지 한달 차인 젊은 집사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범인을 콕콕 집어내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서도, 어쩌랴. 생사람 잡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낫지 않겠는가. 처음엔 집사를 미심쩍게 바라보던 레이코는 점차 그의 스타일을 모방하면서까지 그를 추종하게 되는데...

 

세상 물정 모르는 재벌 2세 아가씨가 형사가 되었다. 대개 이 정도의 신분하락을 감수하고 택한 직업이라면 능력 역시 따라와줄거라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의지가 능력의 전부일 뿐이다. 부하가 그 모양일시, 상사라도 지위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줘야 할텐데, 재규어를 몰고 사건현장으로 달려오는 경부 역시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어디서건 쫙 빼입고 나오는 것을 본인의 사명쯤으로 생각하는 그는 헛다리를 짚어도 절대 절망하지 않는 개성을 자랑한다. 그런 둘이 사건을 해결하다 보니 맡는 사건마다 미궁에 빠지기 일수, 게다가 둘 앞에 놓인 사건들은 만만한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전업 형사 둘이 능력이 없다 보니, 아마추어로 평소 탐정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집사가 해결사로 등장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단 절대 순순히 도와주는 법은 없다는 것이 그의 매력이라면 매력일 것이다. 독설과 적당한 태클과 엇박 칭찬을 교묘하게 늘어놓으면서 적당히 레이코를 갈구는 집사를 보면 능력이 신분 역전을 가져다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그렇게 유능한 형사가 되고 싶었지만 능력이 모자라는 아가씨와 그런 그녀를 보필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어딘지 신비스러운 집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 소설이다. 그 둘(?)이 해결한 여섯개의 사건 일지를 엮은 것인데, 신발을 보고 범인을 추리한 <살인현장에서는 구두를 벗어주십시오>, 와인병에 독을 넣어 살인을 하게 된 전모를 밝히는 < 독이 든 와인은 어떠십니까> 장미꽃밭에 널부러진 시체를 단서로 범인을 추측하는 <아름다운 장미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밀실살인을 다룬 <신부는 밀실 안에 있습니다.> 살해된 남자의 네 명의 연인들을 추척하면서 단서를 쫓던 <양다리는 주의하십시오> 다잉 메시지를 둘러싼 소동을 그린 <죽은 자의 전언을 받으시지오>등이 그 내용이다.

 

본격적인 추리로 승부를 거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심심할때 아무 부담없이 읽게끔 쓴 코지 추리 소설이라고 보심 되겠다. 소설이라기 보단 드라마 시놉시스 정도로 적당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 분기에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드라마가 책보다 더 재밌지 않을까 한다. 책이란 매체로 본다면 이 작품은 다소 허술한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무난은 하지만 강한 임팩트는 없었다고나 할까. 일본 드라마의 성향과 작업 여건들을 고려해 본다면 책보다는 드라마가 더  재밌을 확률이 높다. 유머와 추리와 엉뚱함과 파격을 사랑하는 일본 국민들에게 딱 적당한 소재이니 말이다. 다만, 추리 소설임에도 긴박함이 전혀 없는 허술한 구조나, 어디선가 봤음 직한 재벌 2세 여형사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다. 대단한 집안 자식이지만 신분을 감춘 채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에 대한 환상이 일본에는 존재하는지, 일본 드라마 <고쿠센>에서 양 선생이 그러더니 이 책에서도 레이코가 어김없다. 집안에서는 공주로 밖에서는 평범한 일상인이라는 반전이 아마도 일본인들에겐 꽤 통쾌하게 받아들여지가 보다. 그건 다시 말해 레이코란 등장인물이 그다지 개성적이지 않다는 뜻도 된다. 거기에 가게야마 집사는 <메이의 집사>에서의 집사가 떠오르는걸 보면 이 책이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어찌보면 <고쿠센> + <메이의 집사>+ <소년 탐정 김전일>에서 하나씩 특징들을 따와 조합한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데자뷰에 가까운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일본에서 히트를 했다는 것을 보면, 이런 주인공들을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한이 없는 듯... 어쨌든 일본 방송국에서 이 책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한번 꼭 볼 생각이다. 어떻게 드라마화 할지 자못 궁금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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