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ging Bird (Paperback, Reprint)
Roisin McAuley / Perennial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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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남편과 막 떠오르는 오페라 가수로 성장하고 있는 딸 메리를 둔 레나 멀로이는 남부러울 게 없이 사는 중년의 여인네다. 그런 그녀를 단숨에 흔들어 놓는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그것은 아일랜드 수녀원에서 온 것으로, 메리를 준 모니카 수녀가 건 것이었다. 주소 확인을 위해 건 것이라면서 모니카 수녀는 갑작스럽게 전화를 끊었지만 레나의 머리는 그때부터 돌아가기 시작한다. 곰곰히 생각에 생각을 한 그녀는 결심을 한다. 딸의 나라 아일랜드로 가기고. 그래서 딸의 부모를 찾아 보기로... 

절친한 친구와 여행에 나선 그녀는 친구로부터 구박을 받는다. 딸이 원하지도 않는 일을 사서 한다는 것이었다. 너 게가 정말로 부모를 찾길 원하지 않으면 어떡할래? 친구의 다그침에 레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절대 그런 일은 없어, 왜냐면 나 역시도 입양아였으니까. 내 부모가 나를 진심으로 키웠지만 생부모를 찾는다는건 전혀 다른 문제야. 내 자신의 근원을 찾는 일이니까. 라면서 완강하게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는다. 

하지만 딸의 생부모를 찾는건 쉽지 않다. 전화를 걸었던 모니카 수녀는 만나줄 생각을 하지 않고, 수녀원에서는 그런 기록을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우울해진 그녀는 호텔 식당 종업원에게 하소연을 한다. 놀랍게도 식당 요리사 역시 자식을 입양 보낸 사람으로, 자신의 자식을 찾는 프로젝트에 가입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부모를 찾는 사람도, 자식을 찾는 사람도 그 가입망에 올려져 있다면서 거길 이용해 보라고 주문한다. 딸의 생부모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각한 레나는 단체를 찾아가 기록을 대조해 본다. 드디어 딸의 엄마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았다는 말에 레나는 긴장하는데... 과연 그녀는 자신의 딸의 엄마를 찾아줄 수 있을 것인가? 딸을 생각하는 그녀의 선심은 그녀로 하여금 가혹한 진실과 맞닺도록 하는데... 

 입양아를 둘러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성들이 재밌게 읽을만한 소설로, 실제로 흥미진진 재밋게 읽히긴 한다. 다만 입양에 대해 조금은 낙관적이고 장미빛 환상이 깔려져 있다는 점이 별로였다. 입양이 늘 좋은 결과만을 낳는 것도 아니고, 또 실제로 들어가면 심각한 문제들도 많으니 말이다. 하긴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을 제대로 통찰하길 바라는 것이 무리일지도...여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심각하고픈 사람들은 없을테니 말이다. 그저 심심풀이로 시간을 때우길 바라는 것일뿐. 그것도 유감가질 필요 없이 훈훈한 이야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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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
위르겐 슈미더 지음, 장혜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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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인 저자는 왜 우리는 거짓말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산다면 어떻게 될까가 궁금해진다. 평소 미국 작가 A.J.제이콥스의 <미친척하고 >성경 말씀대로 살아 본 1년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던 그는 이참에 자신도 그처럼 거짓말 하지 않고 40일간 살아보기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뭐, 그게 그렇게 어렵겠어? 라고 배짱좋게 도전한 그는 첫날부터 고전을 겪는다. 맘에 들지 않는 것에 침묵하는 것도 거짓말이라고 정했던 그는 열차 판매원의 빙퉁맞은 처사에 가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갖은 용기를 다내서 "이런 싸가지가 있나" 호통을 친 그는 조금은 할말을 다 했다는 점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래, 이거야~~용기 있게 말 했다는게 중요한 거야. 진실을 말하니 좋네...라면서 잠시 그는 희희낙낙 한다. 그 다음에 올 재앙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그렇다. 싸가지 없는 인간에게 욕을 하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니 말이다. 인간관계에서 거짓말을 하는건 어느정도 유용한 점이 있어서가 아니겠는가. 곧 그는 진실을 말한 댓가를 지불하게 된다. 친구가 바람 피운 사실을 전 여자친구에게 발설했다가 얻어 터지고, 정직하게 세금 신고를 했다가 세금폭탄을 맞는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좋은 아침'이라는 화이트 라이없이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셈 하게 된다. 임신한 아내에게 진실을 말하다보니 늘 소파 신세고, 교수인 형에게는 늘 앞서나가는 형이 부담이었다는 말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아버지에겐 진심으로 자신을 칭찬해준 적이 없던 것에 화를 내고, 엄마에겐 신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포커 게임에서 자신에게 들어온 패를 다 알려 주지만, 평소보다 더 잃지 않았다는 것에 재밌어 한다. 음식 맛이 형편없다는 것에 항의하려던 그는 아이들의 말엔 왜 어른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곤 비난이나 조롱이 섞이지 않는 담백한 진실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추론해낸다. 그렇게 거짓과 진실 사이에서 많은 것을 알게 되지만,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난관은 그 자신 안에 있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 거짓말 하지 않기. 그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거짓말은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 아니겠는가. 평소 자신을 다정하고 핸섬하며 근육질의 보기만 해도 여자들이 뽕 가는 외모의 소유자라고 여기던 사람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몽땅 내려 놓고 현실을 마주하는거 쉽지 않다. 거짓은 안 돼! 라면서 거만한 자신과 대면한 그는 확 자신감을 잃고 만다. 하지만 진실한 본인을 만방에 그대로 소개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홀가분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보여도 괜찮다는걸 알게 된다. 거짓말이란게 일시의 마취제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영원히 진실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니 말이다.

 

왜 우리는 거짓말을 하고 살까? 진실만을 말하며 사는 것보다 나은 점이 있어서가 아닐까? 우리 인간이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는지 계산을 하는 사람도 있던데, 만약 자신을 속이는 것까지 거짓말의 범주에 넣는다면 우리는 항상 24시간 내내 거짓말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거짓말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 현실에서 진실만을 말하고 산다면? 그게 100% 정답이라곤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별 쓸모 없는 일을 장황하게 나열한 책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어느면에선, 거짓말에 중독되어 사는 현대인에게 그리고 진실을 이야기하기 어려워 하는 당신에게 경정 정도는 울려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는 사람중에 고매한 인격에 남에게 나쁜 소리라고는 한마디로 못하는, 소위 선비라 불리는 선배가 있다. 평소의 언동 그자체로 남의 귀감이 되는 그에게도 반전이 있으니, 어찌된 일인지 그는 맥주 한모금에 별별 험한 인격모독과 비난과 조롱을 다 털어내신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일상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처음 그를 본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 한번 이상 술 자리를 한사람들에게 그는 밉상이다. 가족들은 학을 떼면서 치를 떤다. 그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숨기고 착한 척을 한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두 배로 곤란하다. 차라리 앞에서 솔직하라. 그게 더 낫다. 뒤에서 뒤통수 치는 것보다 라고 사람들은 말해준다. 그럼에도 그는 변하질 않는다. 아마도 자신이 설정한 거짓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운게 아닌가보다. 당신은 어떠신가? 혹시 하고 싶은 말을 앞에서 다하지 못하고 뒤에서만 종알대고 있는건 아닌가? 그게 진실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40일간의 거짓말 하지 않기 프로젝트를 끝낸 저자의 심정을 어떨까? 홀가분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처럼 살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진실을 말해서 좋은 점들을 발견한 것이다. 무엇보다 일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습관적인 거짓은 생각을 요하지 않지만, 마음을 담은 진실을 말하려면 신중한 생각이 필요하니 말이다. 덕분에 그는 아내와의 사이도 좋아지고, 형과의 해묵은 앙금도 풀었으며, 앞날이 걱정되는 친구에게 자신의 근심을 털어놓았다. 그리곤 깨닫는다. 소심하게 마음에 담아두는 것보단 진심을 이야기 하는 것이 관계를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브라보~~~ 놀라운 일이다. 단지 40일만에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니, 프로젝트 자체가 대단히 성공적인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이 이미 그런 싹을 내재한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무슨 예수도 아니고, 거짓말 단식 40일만에 철이 들고 성숙해졌으며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했다니, 그렇지 않는가. 그 영리한 제이콥스도 적어도 1년은 걸렸는데 ...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것이 다소 기획된 프로젝트란 생각이 들어서다. 흘러가는데로 두는 것이 아닌, 이런 말로 심금을 울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어느면에선 작가가 그만큼 재치가 있고 글을 제대로 쓸 줄 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서도. 유머감각 넘치는 데다 어떻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 놓지만, 딱히 나쁜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이 책을 보고 진실만을 말하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 본다. 왜냐고? 본질적으로 이 책은 심심풀이로 읽기 위해 쓰여진 책이니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니, 진실의 가치를 드라마 형식으로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나 대신 그가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 실시간으로 보여드립니다.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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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이트 - 성지 바티칸에서 벌어지는 비밀 의식
매트 바글리오 지음, 유영희.김양미 옮김 / 북돋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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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라고 하기에 보게 된 책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했던 단어는 엑소시즘이 아니라 "인문학적"이었다는걸 알아주셨음 한다. 평소 엑소시즘이 전혀 관심 사항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멘을 제외한 다른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들은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 미국 드라마 <슈퍼 내추럴>, 형제로 나오는 훈남 배우들 보는 맛에라도 보려 꾸준히 노력했으나 결국 지치고 말았다. 똑같이 반복되는 퇴마 의식이 금방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 책을 보게 됐냐고? 사람들이 미신으로 여기는 주술의식을 '인문학적으로' 설명한다는 말에 솔깃해진 것이다. 그래? 그럼 어디 나를 설득해 보시지...이런 심정이었다. 만약 내가 설득된다면 , 그건 이 작가가 글을 잘 쓴 것이고, 그의 엑소시즘에 대한 통찰을 인정했다는 뜻인데, 관심없는 분야라고 해도 그런 책들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거란 판단한 것이다. 우선은 남들이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한물간 의식을 새롭게 조명해서 그 의미를 짚어 보자는 취지에 반쯤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반쯤은 기대가 됐다. 그가 만일 그 포부에 걸맞은 책을 썼다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존재에 대해 조금은 뭔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알고보니 나 혼자 김치국물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더라. 작가는 내 생각과 같은 취지에서 글을 쓴게 아니었으니 말이다. 종종 쓸데없이 상상력 풍부한 내가 그만 '인문학적'이라는 말에 혼자 북치고 장구치면서 그런 내용이겠거니 짐작을 한 것이었다. 그렇다보니 첫 장을 펼쳐 읽는데, 음...실수했군이이라는 말이 뇌리를 팍 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게 넘겨짚지 말랬지! 라면서 그저 내 탓을 할 수 밖엔 없었다.

 

내용은 액소시즘을 전혀 믿지 않았던 미국의 게리 신부가 그 의식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다. 젊은 시절 장의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왠만한 구역질 나는 것들에는 면역이 생겼다고 자부하던 그는 액소시즘을 행하는 신부가(이하 액소시스트) 별로 없다는 말에 흥미를 갖게 된다. 자신이 신을 믿기는 하지만 정말 악마가 있는 것일까? 더군다나 악마의 인간의 몸에 현존해 나타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는 궁금해 한다. 단순히 미신인지, 아니면 거짓인지, 내진 말도 안 되는 눈속임일지도 모르는거 아닌가. 그는 직접 그 사실을 확인하기로 한다. 결국 액소시즘의 본산인 이탈리아로 가게 된 그는 액소시즘의 대가라는 신부들에게서 사사를 받기 시작한다. 제자를 키우기엔--더군다나 이탈리어를 잘 못하는 미국 제자를--너무 바빠 제자 양성엔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신부들도 게리의 열성에 힘입어 조금씩 그에게 실체를 보여준다. 실제 액소시즘을 목격하게된 게리는 그것이 터무니 없는 거짓이나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너무도 리얼한 것이었고, 그것을 없다고 하기엔 귀신들린 사람들--악마가 영혼을 장악한 사람--의 고통이 컸다. 이성적이여야 할 신부들이 미친사람들과 똑같이 날뛴다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액소시스트들이 일을 놓을 수 없었던 것도 그때문이었다. 고통 당하는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연민 말이다. 게다가 한번의 액소시즘으로 극적인 치유가 가능한줄 알고 있었던 게리는 완전히 악마를 몰아내기 까지 몇 일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사실에 끔찍해 한다. 한마디로 귀신 들렸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그 주변 사람들에게도 고통이었지만, 그를 몰아내기 위해 액소시즘을 행해야 하는 액소시스트들에게도 대단히 지치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 힘든 과정들을 지켜 보면서 게리는 비로서 액소시스트들이 대단한 휴머니스트라는걸 깨닫게 된다.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고,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과정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것을 확신한 게리는 이제 자신이 액소시스트가 될 준비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전 인생이 액소시스트가 되기 위한 전초작업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는 그 역에 적당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액소시스트가 된 게리가 저자에게 그 과정을 털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오케이. 악마나 귀신 들린 사람이나, 그들을 치유해주기 위해 의식을 벌이는 액소시스트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치자. 실제로 있어 보였고, 있다고 해도 놀랄만한 일은 아니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그 액소시스트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데 실수를 한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제 정신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말까지 해주면 그들이 아무리 선한 일을 하고 있다고 해도 미심쩍어지는 것이다. 액소시스트중 한 분이신 아모스 신부의 말이다.

 

"해리포터의 이면에는 어둠의 제왕, 악마의 서명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는 또 해리 포터의 책에서 '백마술'과 흑마술'을 구분하는 것을 비난하며' 마술은 언제나 악마에게로 통하기 때문에 그런 구분은 무의미합니다."라고 지적했다....그는 해리포터에 대한 비난에 이어 "히틀러와 스탈린 두 사람 모두 악마에게 점령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이 되면 더 이상은 책을 읽는게 무의미해진다. 그렇지 않는가? 그들이 인간의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고마운데, 그리고 그들 덕에 고통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실제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닌데...저런 말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굳이 악마를 들먹일 필요는 없으며, 아니 악마를 들먹이면 곤란하며--책임 소재를 악마에게 돌려 버리는 것이니까.--아이들 읽으라고 쓴 동화책에 무슨 대단한 음모가 있다고 떠든다는 자체가 우스운 일 아니겠는가. 본인들을 현실 감각 없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라고 아예 전국방송에 대고 자인을 하는꼴 밖에 더 되나? 만일 액소시스트들이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라면 과연 누가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귀 기울여 들어주겠는가? 아무리 그들이 하는 일이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게 자신의 신빙성을 본인이 깍아 먹으면서도, 열심이 자신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그런 책이 되겠다. 그렇다면 글은 잘 썼냐고? 횡설수설한다. 자신도 어떻게 써야 집중력 있는지 감을 못 잡은 모양처럼 보였다. 그렇다보니 게리 신부 본인이 액소스트가 되는 과정만을 그린 책으로도 미흡하고, 액소시즘은 '인문학적'으로 설명한 책으로도 한참 미흡한, 한마디로 그렇게 잘 쓴 책은 못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고 하니 놀랄 노자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악마의 저주를 받을까봐 무서워서 그런게 아니었을까? 무섭긴 무서웠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소장하고 싶을만큼 깜찍한 내용이라곤 할 수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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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25
마틴 에이미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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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CF 감독인 존 셀프는 우연히 비행기에서 만난 영화 제작자의 제의에 따라 영화를 만들어 보기로 한다. 영화에 들어가는 모든 돈을 댈테니 그저 잘만 찍어 달라는 주문에 따라 순식간에 시나리오를 만든 그는 본격적으로 배우 섭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본인의 막나가는 삶을 살짝 변주해서 만든 시나리오는 아무리 좋게 봐준다고 해도 구제불능이지만, 제작자는 신경쓰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고치도록 다른 작가에게 던져주고, 배우들 섭외에 나선 그는 그것도 만만찮은 일임을 알게 된다. 한물간 배우의 허세에, 아무리 봐도 변태지 싶은 노배우, 역을 따기 위해 육탄 공세를 아끼지 않는 여배우등 그는 자신만큼이나 부패된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술과 섹스 마약, 거칠것 없이 타락중이던 그는 제작자가 던져주는 천문학적 단위의 돈때문에 이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다만, 술인 깬 뒤 그를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웨이터와 그에게 경고성 욕설을 퍼붓는 시나리오 작가, 친구인지 적인지 구별되지 않는 제작자등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게 한다. 자신이 타락해 가는 것만큼이나 타락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져가던 그는 상류층 귀부인과 사귀게 되면서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되는데...

 

사람이 타락하면 이렇게 골치 아프구나..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던 소설이다. 클럽과 호텔을 전전하면서 의미없는 섹스와 술과 마약이 절어 살던 주인공 존에게 물주가 생긴다. 어떻게 될까? 답은 더 거침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성공하지 않아도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에 난생 처음 자신이 진짜 성공 가도에 올라탄 듯 의기양양하던 그는 어쩌다 자살까지 생각해야 하는 코너에 몰린 것일까? 그냥 운이 조금 없었던 것일 뿐일까?

 

행복을 잡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던 한 사내의 비극적인 몰락과 그 몰락 뒤에 찾아온 깨달음을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만들어 낸 소설이 아니라 실화를 보는 듯 생생하고 실감난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공감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 거라는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뤄진 한 사내가, 그 밉살맞은 사내가 나중에는 애처러워지고, 보듬어주고 싶을 정도로 안되 보이니 말이다. 그거 대단한 설득력이다. 밉살맞은 사람을 옹호하게 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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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축제 1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1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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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를 32년간 다스린 독재자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재 구성한 소설이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책인데, 여지껏 읽은 그의 책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지 싶다.  탄탄한 구성에 역사적 인물에 대한 통찰력 있는 파악,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해서 이보다 더 극적일 순 없겠다 싶게 소설로 탈바꿈한 문학적 상상력, 흥미진진한 전개에다 숨 막히는 암살 과정과 그 암살범들의 비극적인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역시 노벨문학상은 아무나 타는게 아니라는걸 증명하고 있었다. 완벽한 필력이다.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을 가지고 이렇게 탁월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쉬운게 아닐텐데도,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설렁설렁 쉽게 끄적여 내려간 듯 자연스러운 필체가 역사소설은 읽기 힘들다는 선입견마저 깨주고 있었다..

 

내용은 도미니카를 독재하면서 갖은 악행을 일삼고 있던 트루히요와 그의 총애를 잃어버린 뒤 자구책으로 딸을 트루히요에게 바치는 장관, 그의 딸로 열 네살의 나이로 칠순의 트루히요에게 바쳐져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라니아, 독재자를 암살하기 위한 암살단의 처절한 노력과 그들의 마지막 순간들을 짜임새 있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들만의 시각에서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었는데, 마치 잘 만든 영화를 보는 듯했다. 암살의 그 떨리는 순간들을 박진감있게 그려낸 것이나 루히요를 조명함으로써 독재자와 그 가족들이 부패할 수 밖에 없는 당위성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왜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독재에 순응하게 되는 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점이 압권. 아마 이 한권의 책을 읽고 나면 세상 모든 독재들의 메카니즘을 한 눈에 파악하실 수 있을 것이다. 알고보면 트루히요가 그렇게 독특한 독재자는 아니니 말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도 그저 그런 독재자들중 한명일 뿐이니까. 제목에서 말하는 <염소>는 트루히요를 <축제>는 그를 잡는 암살의 날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제목 한번 잘 지었지 싶다.

 

트루히요를 그린 다른 소설로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 있는데, 그와 비교하면 확실히 이 책은 어른의 책이다. 품격 넘치고,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균형잡혔으며, 통찰력 흘러 넘쳐 주시고, 문체 단단한데다, 부조리를 감당해야 하는 인간의 고통과 아픔 역시 잘 다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선정적인 흥미를 끌기 위해 트루히요의 변태적 색정광을 그린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차분히 설명하려 한 점에서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적어도 여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트루히요와 동급은 아니라는 믿음 말이다. 독재자의 역사를 아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강추. 문학적인 면만 따진다고 해도 빠질게 없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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