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와 서대문 경찰서는 관할권 다툼에 실적 전쟁까지 불붙어 신경전이 대단하다. 언제나 아웅다웅인 두 경찰서 간의 싸움은 일단 마포의 승리. 그곳엔 황구렁이라고 불리는 천재 모사꾼 황재성( 박중훈 역)이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지략 때문에 다 잡은 범인을 눈앞에서 놓쳐대던 서대문 경찰서에 신입 팀장 정의찬(이선균 역)이 들어온다. 나름 경찰 대학 출신이라고는 하나, 어리버리 덜 떨어진 티가 보는 즉시 줄줄 흐르는 그에게 동료들은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는다. 원래 나쁜 예감은 왠만하면 틀리지 않는 법! 정의찬은 그들의 예상대로 우연히 잡은 날치기 범을 고스란히 마포 경찰서에 강탈당해줌으로써, 자신이 허당 종결자임을 만방에 증명한다.
억울해하며 펄펄 뛰던 그는 그 사건때문에 3천만원이 날라갔다는 서장의 한마디에 눈이 뒤집힌다. 올해의 체포왕이 되면 포상금을 준다는데, 그 상금 액수가 3천이라는 것이다. 마침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해야하는 처지라 꼭 그 3천이 꼭 필요했던 그는 귀가 번쩍 트인다. 분노에 복수심에 절박함까지, 체포왕이 되어야만 하는 3삼자를 골고루 갖춘 정의찬은 이제 본격적으로 체포 전쟁에 나서리라 선언한다. 그리고 자신이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의미에서 연쇄 살인범(?) 고 박사를 마포에 건네준다.
최근 실종된 여인들의 이력을 줄줄이 외면서 다 내가 죽였다고 선언하는 고박사, 누가 봐도 상태가 정상인지 의심해봐야 하는 상황임에도 실적에 눈이 먼 마포 사람들은 횡재했다고 쾌재를 부른다. 시체를 묻었다던 뒷산을 파헤치다 고 박사의 실체를 알게 된 마포서 형사들은 뜻밖에 자살한 시신을 발견하게 되면서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 된다. 자살한 여인이 최근 "마포 발바리"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사건 이후 몹시 괴로워하다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전국은 왜 그런 놈을 잡지 않냐고 원성이 자자하게 된다. 경찰 총장으로부터 마포 발바리를 잡으면 실적 점수를 왕창 준다는 말에 솔깃해진 두 경찰서는 내 꺼야를 외치다 결국 합동으로 사건을 해결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단 문제는 2주안에 해결하라는 것,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한 사건을 두고 아웅다웅 하던 두 서 사람을이 한 곳에 모였으니 이 아니 소란스럽겠는가? 조화롭게 사건을 해결하라는 총장의 다짐은 애초에 물건너 간듯 보이는데...
살림을 차리면 뭐하나? 중립 지역에 합동 수사 본부를 차린 두 팀은 사진도 따로 찍을 정도로 여전히 앙숙이다. 합동이란 단어의 뜻에 걸맞게도 (?) 자신들이 알게 된 새로운 정보를 상대방에게 최대 기밀로 보안을 유지하던 두 팀은 여기 저기 주변을 파헤지면서도 딱히 잡히는게 없어 난감해 한다. PC방에 발라리가 떴다는 제보에 눈썹 휘날리게 날아간 그들은 험난한 추격적 끝에 범인을 놓치고 만다. 실적을 만회할 최대의 기회를 아쉽게 날려버린 것이다. 네 탓이야,를 외치면서 치고 받고 싸우던 동안 예정되었던 2주가 지나가고, 결국 합동반은 해체되고 만다. 게다가 문책성 인사로 황구렁이와 정 의찬마저 지구대 발령을 받게 되자 발라리를 잡는다는 계획은 흐지부지 되고 만다. 하지만 두 사람, 황 구렁이와 정의찬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건에 매달리는데... 과연 발바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체포왕이 되고 싶어하는 정의찬의 소원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영역 다툼을 벌이는 두 경찰서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이 주고 싶다. 그 두 팀의 절박한 실랑이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개연성을 던져 주던데, 익히 듣지 못한 발상라 그런지 신선했다. 도입부만으로 결말이 짐작되는 식상한 형사물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심각할만하면 터져주는 자잘자잘한 유머는 또 어떤가? 일품이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재치있게 한방씩 잽잽 날려주는 웃음이 관객들을 넘어가게 했으니 말이다. 안정빵이라고 해야 하나? 감독이 박중훈이나 이선균이라는 배우만으로 안 먹힐시에 대비해서 연기력 있는 조연들의 맛깔 난 대사를 준비한 듯 했는데, 적중했지 싶다. 두 주연 배우들만의 원맨쇼로 꾸려 갔다면 필시 2시간이라는 상영 시간이 지루해졌을텐데도, 지루하지 않게 본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나 고박사로 나와주시는 임원희, 대단했다. 예전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영화 상영 10여분만에 하비에르 바르뎀의 모습만으로도 벌벌 떨었는데, 이 영화에선 그의 얼굴이 실루엣으로 비추기만 해도 웃음이 실실 나오더라. 처음 본 배우인데도 말이다. 아마도 원래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이신 듯... 다른 배우들의 타이밍 빵빵 터지는 유머도 흠잡을 데 없었지만, 특히 고박사의 경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 하다.
결론적으로, 신선한 발상, 자잘자잘 쉴새없이 터져대는 유머, 정말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찍었구나 싶게 만드는 추격씬들에, 성실한 중훈씨와--이때의 성실은 연기를 뜻함--떠오르는 다크 호스 이선균님의 밀리지 않는 연기, 그리고 마치 주연인양 연기하던 조연들의 향연까지...골고루 들어있는 선물상자를 풀어본 듯 기분이 흐믓한 영화였다. 물론 발바리를 잡아가는 과정들을 그렇게도 힘을 줘서 찍었어야 했는가 의문이 득긴 했지만서도, 액션을 표방하는 형사물을 찍는데 그 정도의 과잉은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영역싸움이라는 신선한 배경 설정에 탁월한 유머 감각을 감안하면 그런 액션씬 없이 경찰서내에서 벌어지는 소동들만을 그렸더라도 좋았지 않았나 싶었지만서도...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잔잔한거 안 좋아한다. 빵빵 터져주는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뭐, 어쩌겠는가? 좋아하는 장르에 맞춰 찍는 것도 나쁘진 않다.
그나저나 <투 캅스>에서 원리 원칙 고수, 뻣뻣한 신참 형사를 연기하던 박중훈님이 이제 느물대는 베테랑 형사를 연기하는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세월이 흔적을 남기지 않은 채 지나가진 않는구나 싶었고, 느물대는 능청 연기가 몸에 딱 붙는걸 보니 연륜이 느껴져서 말이다. 중년엔 그렇게 어느정도 세상살이에 적당히 맞장구 쳐주는게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 영화, 시간과 돈이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대박을 점쳐도 좋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뭐, 내 감이 맞은 적이 별로 없는 지라 희망사항으로 적어 본다. 대박 나시길...그리고 박중훈 아저씨~~~영화 맘에 들면 마구마구 떠들어 달라고 했죠? 이만하면 됐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