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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러버스 클럽
캐롤 매튜스 지음, 김미정 옮김 / 환타웍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선물하기가 참 편하다고 한다. 좋아하는게 딱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책이냐고? 오~~~노! 책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한테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다른건 어떻게 싫어도 좋아하는 척 무마가 가능하지만, 책만큼은 그게 안 되기 때문이다. 일부러 기껏 생각해서 선물했는데 좋은 소리 못 듣기 쉽상이니, 주는 상대방도 기분이나쁘겠지만 받는 나 역시도 걱정부터 앞선다. 다른 데서는 맘에 없는 말도 잘도 하면서 왜 책에 관한한 그게 안 되는지 모르겠지만서도, 어쨌거나 그 성격이 고쳐지질 않는 한 책 선물에 뜨악해하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언제나 실패하지 않는 백발백중 감격 선물은 뭐냐고? 책 제목을 보신 분들을 짐작하셨겠지만, 초코릿이다. 이 나이에도 난 여전히 초코렛을 좋아해서 지인들이 혹 외국에 나갈때면 고민할 것 없이 아무 초코렛이나 집어들고 오면 된다. 볼 것도 없이 오케이다. 애인도 남편도 없는 내가 발렌타이 데이나 화이트 데이를 굳이 반대하지 않는 이유도 초코렛 때문이다. 왜냐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받은 초코렛을 내게 갖다 바치기 때문이다. 나의 전성기는 어느 발렌타이 데이 날, 동생이 어항만한 볼에 가득 담긴 초코렛을 받아왔을 때였는데, 그때만큼 발렌타인 성인이 고마웠던 적은 없지 싶다. 그것뿐인가? 얼마전엔 조카가 나를 은밀히 한쪽 구석으로 부르더니, 주머니에서 초코렛 봉봉 과자 두 개를 꺼내 건네 주지 뭔가. 엄마가 고모에게 주면 좋아할거라고 했다면서, 집에서부터 가져왔다고 한다. 여섯살난 아이에게서 자발적으로 초코렛을 뺏어먹을 수 있을 정도라면 내 자신을 무척 자랑스러워해도 될만하다. 더불어 눈을 반짝이면서' 맛있어? '라고 묻는 조카의 표정도 잊을 수 없다. 미련을 접은 채 눈물을 머금고 고모 입으로 들어가는 초코렛을 바라보는 의젓함이 어찌나 귀엽던지...그런 나이다 보니 초콜릿 러버가 제목에 박혀 있는 이 책,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먹을 수는 없다고 해도, 동질감 느껴지는 처자들의 이야기를 모른척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초콜릿 홀릭 절친 네명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소설이다. 5년째 사귄 남친이 바람을 피울때,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결혼생활이 실은 섹스리스 부부로 공허한 관계일때,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결혼했으나 남편의 도박으로 걱정이 태산일때, 마약을 하는 남동생때문에 걱정이 끊이지 않을때...초코홀릭 친구 네명인 루스와 샨탈과 나디아와 어텀은 그들의 아지트인 초콜릿 헤븐에 모여 초코렛을 먹는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아무리 초콜릿을 먹어도 그들의 인생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데...
초코릿을 좋아해서 뭉친 네 명의 친구가 우정으로 서로의 문제를 타파해 나간다는 설정으로, <섹스 앤 시티>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적절히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로맨스 소설답게 인간에 대한 --특히나 남자--에 대한 통찰이 수준 이하지만서도, 그럴때마다 초콜릿이 등장해 그 유치함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에 딱 좋은데다, 초코렛이 주연급으로 등장하며, 여자 주인공들이 그다지 밉살스럽지 않다는 것과 그들이 가진 문제들이 실제 여성들이 고민해봄직한 것들이라서 읽으만 했다. 이야기가 아기자기해서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