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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스 - Oceans
영화
평점 :
개봉예정
포스팅을 하려 사진을 검색하다 식겁하고 말았다. 영화속 사진보다 진지희(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라고 외치던 아이)와 정보석의 사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걸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하는 거겠지. 주인공은 뒷전인채 별 상관도 없는 것들이 앞에 나서서 설치는 것 말이다. 그것도 주인공들을 제대로 살렸으면 몰라, 제대로 망쳐 놓은 사람들이 나와서 웃고 있는데, 눈살이 저절로 찌프려진다. 내 이 세월을 살면서 별거 별거 다 본 사람이지만, 나레이터들이 영화를 말아먹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 아연하다 못해 질겁했다. 도무지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총제적으로 남발하게 된 것인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아무도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을까? 영화에 관계한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을텐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영화를 살리기 보다는 망치는 듯한 분위기인데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인지 머리가 갸웃거려진다. 에궁...도무지 이걸 어떻게 아이들하고 보라고 만든 것인지 불쾌했다. 참나, 아이들 비위 맞추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렇게 엉망으로 망쳐 놓는지, 아이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쓴 나레이션이 분명해 보이는 멘트들을 떨쳐 버리기 위해 머리를 두어번 흔들어 줄 수밖엔 없었다.
영화 제목이나 올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이다. 지구의 70%를 차지한다는 바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체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이 영화는 커다란 화면을 통해 바다 생물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보기전부터 무척 설렜다. 8천만 달러 제작비니, 4년간 공들여 만든 것이라는 홍보 역시 무언가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 주겠지 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그만한 돈을 쳐들였으면 무언가 대단한 것이 나와야 하는건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주인공이 바다 아닌가? 그 수많은 생물들이 사는데, 과연 소개할 생물들이나 들려줄만한 이야기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걸거라 생각했다. 그냥 아무데나 카메라만 들이대도, 무언가 재밌고 흥미진진한 것들이 나올거라고 난 단순하게 짐작해 버렸다. 알고보니 그런 기대는 환상에 불과했다. 아님 오해였거나... 그들이 들려주는 바다속 이야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대단하지도, 놀랍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인간만한 크기의 해파리, 바다의 배트맨이라고 불린다는 담요 문어, 코끼리 코를 가진 퉁소 상어, 60킬로 그램이나 되는 아기를 애지중지하는 혹등고래, 물개를 잡아먹는 백상아리와 범고래,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괴물 혹돔, 뒤뚱뒤뚱 펭귄과 날렵한 스핀 돌고래...아, 이 지구는 얼마나 환상적인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영화는 그렇게 그들의 멋진 모습들을 환상적인 영상을 통해 차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그 생물들이 이미 내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했으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동물의 세계 다큐 열혈 팬인 나에겐 그다지 새로운 것도, 그렇다고 깊이 있는 정보도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이 영화는 어른들을 겨냥한 영화는 못 된다. 나레이터를 굳이 아역 스타인 진지희를 쓴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그녀 또래 아이들을 위한 영화다. 수족관이나 해양 도감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 말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1시간 반이나 되는 시간동안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생물체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앉아 있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딱히 새로운 이야기가 첨부된 것도 아니고, 단순 나열에 불과한 동물 다큐, 아마도 감독의 고민은 이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맛깔나게 보여 주어야 할지가 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때론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되는데, 바로 이 감독이 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감독 생각엔--시네마 천국에서 어른이 된 토토로 나오신 분이다.--바다의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의 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생물의 멸종과 환경 문제에 대해 말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반발하게 되는건 경이 그 모양 그 꼴이 된 것이 아이들 탓이냐는 것이다. 쓰레기로 뒤덥힌 바다와 삭스핀이 되기 위해 꼬리만 잘린채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를 보여주면서 나레이터인 진지희가 난리를 피워 대는데 기분이 확 상해 버렸다. 태어나 평생 삭스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죽어가는 상어를 보여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일을 한 적도 없고, 더군다나 상황을 바꿔 놓을 만한 힘도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영 개운치 않았다. 아이들에게 그걸 보여준다고 삭스핀을 먹는 사람들의 수요가 줄어들리도 없는데 말이다. TV프로그램 한쪽에서는 삭스핀을 쩝쩝대며 먹는 어른들을 대단한 것인양 보여주는 이 마당에, 아이들에겐 그 요리의 재료인 상어가 죽는 장면을 보여 주는게 과연 옳은 것인지, 더 나아가 그게 효율적인 해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이 미리 현실을 알면 커서 도움이 될 거라고? 웃기고 있네. 나는 뭐 그런 이야기를 어렸을 적부터 안 들은줄 아나? 우리가 과연 몰라서 이 지구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고 있느냔 말이다. 왜 별로 한 것도 없는 아이들에게 죄책감과 위기 의식을 심어 주는지 불쾌했다. 결국 사태를 바꿔 놓는 사람들은 칼자루를 쥔 어른들이라는걸, 특히 힘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라는걸 아직도 모를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죄없는 아이들에게 책임전가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를 피해자와 가해자의 논리로 보는 시선도 감독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 동정심이 많다는 것 물론 인간으로썬 좋은 자질일지 모르나, 현실을 곡해하는건, 내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건 시야가 좁다는 뜻일 뿐이다. 적어도 동물학자들이라면 그런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않았을까 싶어, 해양학자들이 이 영화를 편집했더라면 좀 더 나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 어떻게 풀만 뜯어먹고 이렇게 크게 자란다는지 신기하기만 한 듀공>
그런 감독의 자질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나레이션이었다. 아마도 나레이션을 작성한 작가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아이들이니 그에 수준을 맞춰야 겠다고 생각한 듯 했다. 문제는 그들의 수준을 딱 하이킥에 나오는 진지희에게 맞춰 버린 것이다.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어찌나 저질에 짜증이 나던지, 정보석과 진지희의 멘트가 시작되려 할때마다 귀를 확 틀어 막고 싶었다. 푸른 바다의 신비로운 영상을 보면서 말소리 때문에 짜증을 내야 한다는게 너무 비참했다. 작가는 왜, 관객들의 수준이 딱 진지희 정도일거라 생각한 것일지 안스러웠다. 해양 생물들을 보겠다는 호기심을 가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적어도 진지하게 영화를 볼거라는게 그렇게 짐작이 안 되는 사안일까? 갈비타령에 질질 짜질 않나, 쓸데 없는 말로 감상을 해치질 않나, 공해 수준에 가까운 멘트들에 상처 받고, 식겁하고, 앞으로 어떤 멘트들로 이 영상에 먹칠을 하려는지 내내 불안한 심정으로 봐야만 했다. 그렇다보니 나오는데 좀 분한 심정이 들더라. 아니, 왜 왜 왜, 굳이 대중스타의 인기에 영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지. 그냥 차분한 바다의 영상을 보여줬더라면 감동을 받았을텐데 말이다. 나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묵직하고 신뢰감 넘치는 배한성님의 목소리로도 충분했을텐데, 아쉽기만 했다. 과연 정보석과 진지희의 나레이션을 들으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재밌는건 고사하고, 짜증만 났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1. 이야기가 있는 재밌는 생물 다큐를 원하신다면 TV에서 보여주는 다큐를 보시길. 다양한 시선의 자잘한 이야기가 있는건 오히려 그런 다큐들이니 말이다.
2. 개략적인 바다 생물들에 대한 영상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가 유용할 것이다. 다만 깊이 있는 정보를 기대하시진 마시길. 1시간 반 밖엔 안되는 시간안에 깊이 있는 정보까지 보여주려는건 아무래도 무리다.
3. 물론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바다 생물들을 환상적이었다. 하지만...실제로 보는 듯한 영상미를 기대하신다면 성에 안 차실 듯. 화면 크기가 크건 작건 간에 여전히 생물들에 대한 더 알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남는다.
4. 멘트들에 상처 받지 않으시려면...귀를 막고 영화를 볼 수는 없으니 그저 마음 단단히 먹고 보시라는 말밖엔 드릴게 없겠다. 집에서 본다면 소리를 제거하면 되겠지만 영화관에서 내 맘대로 소리를 소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5. 부디 부탁건데...진지희가 이 나라의 아이들의 표본이고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음 좋겠다. 또 그래서도 안 되고. 우리 아이들은 그보단 훨씬 더 진지하고 착하다.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게 그렇게 좋아?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어디 좋아지겠어? 한숨이 나온다. 제발 부탁이니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아줬음 한다. 그들도 어른들과 똑같은 인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