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무게
헤더 구덴커프 지음, 김진영 옮김 / 북캐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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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제목에 혹해서 보게 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 침묵의 무게>라니, 딱 내가 편해하고  좋아하는 이미지다. 사람들중엔 외로움과 침묵을 불편해 하는 분들도 있던데, 난 오히려 좀 혼자 있거나 조용히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특히 지쳤을때는 혼자만 있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만약 내게 늘 떠드는 친구가 있다면 난 아마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난 소음보다는 침묵에 더 익숙하고 친숙하다. 그런 성향 때문에 한때는 스님이나 수사, 내진 수녀가 맞을 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침묵보다 더 특징적인 내 성향이 게으름이라, 일찌감치 포기했다. 새벽에 일어나서는 비질하다말고 벽장에 들어가 잠을 자는 수녀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하여간 <침묵>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에 홀딱 마음을 뺐겨 선택한 책이다. 더군다나 대강 읽어본 줄거리도 만만찮게 흥미로웠다. 말을 잃어버린 일곱살 여자아이가 친구를 위해 입을 열어야 한다는 설정이라니...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 주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했다.  

 주인공인 칼리는 네살 이후 말을 하지 않는 일곱살난 아이다. 이야기는 어느날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인 페트라가 잠옷 차림으로 한밤중에 집에서 사라짐으로 시작된다. 새벽에 깨여 아이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페트라의 부모는 경악을 하고, 당장 경찰에 신고를 한다. 경찰쪽에서는 단순 실종 사건으로 수사를 시작하나, 최근에 벌어진 아동 유괴 사건과의 연관성에도 무게를 둔다. 한편 칼리 역시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칼리의 엄마 안토니아는 딸이 어디로 갔는지 의아해 한다. 이에 칼리의 오빠인 벤은 숲으로 동생을 찾아 나선다.  

 알콜중독자인 칼리의 아빠인 그리프는 딸이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무척이나 불만이다. 낚시를 가기 위해 친구와 나섰던 그는 딸이 앞에서 알짱대자 그녀를 데리고 숲으로 간다. 겁에 질려 아빠에게 숲으로 끌려간 칼리는 친구인 페트라가 심하게 다친 채 널부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페트라의 상태가 심각하다는걸 알게 된 그리프는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나 칼리의 오빠인 벤이 등장함으로써 일이 어긋나게 된다. 그리프가 페트라를 때린 것이라 판단한 벤이 그를 막아선 것이다. 오빠 벤이 아빠에게 구타를 당하는 사이, 칼리는 오빠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에게 알리려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과연 칼리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온갖 치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도 입을 떼지 못했던 그녀인데 말이다. 그리고 왜 그녀는 갑자기 말문을 닫은 것일까? 

 폭력적인 가정사에 의해 선택적으로 말을 닫은 일곱살 소녀의 이야기다. 처음 줄거리를 들었을때 마야 엔젤로의 < 나는 왜 새장속의 새가 노래하는지 아네>라는 책이 떠올랐다. 의붓아버지에 의해 어릴적 성폭행을 당했던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잃어 버리고 침묵속에 살았다고 한다. 인상적일만큼 생생한 이야기 전개에 심장에서 울려 오는 듯한 문장들이 마음을 파고드는 수작으로 두려움과 상처속에서도 그녀가 다시 말문을 열게 된 것은 지혜로운 할머니와 교사 덕분이었다. 그 대단한 마야 앤젤로의 책과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하길래 혹시나 해서 본 책이건만, 다 읽어보니 그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그저 그런 평작에 불과했다. 하긴 실화를 맛깔나게 쓴 마야 앤젤로의 자서전에 비견될만한 책을 쓴다는게 불가능하긴 하겠지만서도, 그래도, 심하게 평작이라,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그래도 왠만하긴 하겠지 기대했던 탓이다.

 이야기는 칼리와 칼리의 말썽 많은 부모, 한 밤중에 실종된 페트라와 페트라의 부모, 그리고 칼리의 엄마인 안토니아와 그녀의 첫사랑인 경찰관 루이스의 이야기들로 전개된다. 평소엔 친절하지만 술만 마시면 나쁜 아빠이자 가장이 되어버린다는 칼리의 아빠 그리프, 그의 술주정과 폭력에 물들어 살면서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까지 겪으면서도 왜 자신의 어린 딸이 입을 닫고 사는지 감을 잡지 못하는 칼리의 엄마 안토니아,  삼류 연애 소설도 이보다는 유치하지 않다고 생각될 정도로 유치함과 개연성 제로의 연애 감각들을 보여주는 페트라의 엄마와 아빠, 그들의 천사표 딸인 페트라,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다는데도 결국 남남과 결혼한 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칼리의 엄마와 그녀의 첫사랑 루이스의 지겨운 사랑 놀음...첫 페이지를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책을 잡은 것을 후회하게 만드는 설정들이 이어졌다. 어디 그럴 듯한 인물들이 나오길 하나, 괜찮은 인물들이 있기를 하나, 적어도 똑똑한 사람 하나 있기를 하나, 상상으로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등장인물들이 딱 작가의 상상에 의해 말과 행동을 해대는데, 참 읽는게 고역일 정도로 어색하기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를 곤혹스럽게 했던 것은 실제 인간들이 이렇게 살아간다고?라는 의문이었다. 현실성과 개연성이 전혀 없었다는 뜻이다. 어디선가 들은 듯한 천편일률적인 인물들의 묘사가 이어지는데--예를 들자면 천사표 교사와 이에 대비되는 악마표 교사--어찌나 식상하던지 책을 집어 던지고 싶었다. 그래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무슨 교훈 정도는 얻지 않을까 해서 읽기는 했지만, 참 나...뭐라고라, 가족의 의미와 책임을 일깨워주는 최고의 소설이라고라...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책을 가지고 가족의 책임과 의미를 일깨운다는 말인가, 오히려 가족의 의미와 책임을 헷갈리게 하는데 충분한 책이라는게 정답일지 모르는데. 

 무엇보다 작가에게 불만인 것은 가족간에 벌어지는 학대를 지극히 감상적이고 드라마틱하게만 써내려 갔다는 것이다. 알콜 중독이었다는 것이 과연 아내와 아이들을 학대한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는 것일까? 과연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이 그건 다 술 때문이야 라면서 그래도 알고보면 그 사람, 사람은 괜찮다고 하면서 사냔 말이다. 학대를 당하는게 뇌를 정지시킨다는 뜻은 아닐텐데, 현실을 부정하고만 사는 칼리의 엄마 안토니아가 무척 바보 같이 보였다. 실제로 내 주변에 알콜중독자 가족을 둔 사람도 있지만 그녀 같이 정신나간 낙천주의자는 보지 못했다. 다들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족들처럼 마냥 이해하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사는 가족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

더군다나 학대를 당하며 살면서도 자신의 가정은 문제없다고 생각하던 칼리의 엄마가 남편이 사고로 죽자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라면서 안스러워 하는데 기가 막혔다. 딸 아이가 말 문을 닫을 정도로, 화장실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라도 남편이자 아빠라면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참으로 화딱지 나는 , 그리고 이해되지 않는 논리였다. 이해 되기는 커녕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가족이라면 학대마저도 이해와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는 말처럼 들려 불쾌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풋 사랑을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도 이어가는 안토니아와 루이스의 사랑 역시 부자연스럽고 구역질났다. 이렇게 총체적으로 정상적이거나 지혜롭거나 인간다운 인간은 등장하지도 않은 채, 피해자로 일곱살짜리 여자 아이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사람들의 흥미만 끌어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궁상맞고 비루한 책이었다. 

글쎄...아동학대나 아동 성폭행에 대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다면 이보다는 정직하게 썼어야 했다고 본다. 보다 자세하고 심도있게 조사를 하고, 연구를 하며 인물간의 관계도 설정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결국 겉핥기에 불과한 이야기 구조와 하나도 매력적이지 못한 등장인물들의 나열, 진부한 이야기 전개에 식상한 인물들의 행동들, 별 반개조차 아까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니 의외다. 아마도 제목의 무게에다 아동 성폭행이라는 이슈에 묻혀 그렇게 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작품성 하나만 갖고 본다면 전혀 그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책이니 말이다. 하여간 다 읽었다는 것이 너무도 반가웠던 책, 다시는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저으기 안도했던 책이 되겠다. 실은 이 책은 이벤트 서평에 당첨되어 공짜로 받은 것이다. 처음 받아들었을때는 안 읽는 새 책을 받았다는 것에 정말로  반색했으나, 두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내가 왜 이벤트 신청을 했을꼬 후회 막급이었다. 이 책 때문에 한동안 공짜로 책 달라는 신청은 안 하기로 했다. 공짜인 듯 보이지만 실은 공짜가 아니니 말이다. 읽기 싫은 책을 읽어야 하는 것도 고문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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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8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네사 2011-01-27 16:30   좋아요 0 | URL
흠...출판사 분이 이 글을 보시면 경악하시겟지만서도...
뭐, 구입안하는게 좋으실 거여요. 책장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해도 별로 자랑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은 책이니 말여요. 전혀 사랑스럽지 않다는...^^
 
오션스 - Oc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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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하려 사진을 검색하다 식겁하고 말았다. 영화속 사진보다 진지희( 하이킥에서 빵꾸똥꾸라고 외치던 아이)와 정보석의 사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걸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하는 거겠지. 주인공은 뒷전인채 별 상관도 없는 것들이 앞에 나서서 설치는 것 말이다. 그것도 주인공들을 제대로 살렸으면 몰라, 제대로 망쳐 놓은 사람들이 나와서 웃고 있는데, 눈살이 저절로 찌프려진다. 내 이 세월을 살면서 별거 별거 다 본 사람이지만, 나레이터들이 영화를 말아먹는 모습은 처음 봤으니, 아연하다 못해 질겁했다. 도무지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총제적으로 남발하게 된 것인지, 이 모든 프로젝트를 실행하면서 아무도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왜 아무도 말리지 않았을까? 영화에 관계한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을텐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영화를 살리기 보다는 망치는 듯한 분위기인데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인지 머리가 갸웃거려진다. 에궁...도무지 이걸 어떻게 아이들하고 보라고 만든 것인지 불쾌했다. 참나, 아이들 비위 맞추는게 뭐 그리 어렵다고 이렇게 엉망으로 망쳐 놓는지, 아이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쓴 나레이션이 분명해 보이는 멘트들을 떨쳐 버리기 위해 머리를 두어번 흔들어 줄 수밖엔 없었다. 
  

                      
 
영화 제목이나 올린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이다. 지구의 70%를 차지한다는 바다, 그 속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체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만든 이 영화는 커다란 화면을 통해 바다 생물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보기전부터 무척 설렜다. 8천만 달러 제작비니, 4년간 공들여 만든 것이라는 홍보 역시 무언가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 주겠지 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그렇게 긴 세월동안 그만한 돈을 쳐들였으면 무언가 대단한 것이 나와야 하는건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주인공이 바다 아닌가? 그 수많은 생물들이 사는데, 과연 소개할 생물들이나 들려줄만한 이야기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걸거라 생각했다. 그냥 아무데나 카메라만 들이대도, 무언가 재밌고 흥미진진한 것들이 나올거라고 난 단순하게 짐작해 버렸다. 알고보니 그런 기대는  환상에 불과했다. 아님 오해였거나... 그들이 들려주는 바다속 이야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 대단하지도, 놀랍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인간만한 크기의 해파리, 바다의 배트맨이라고 불린다는 담요 문어, 코끼리 코를 가진 퉁소 상어, 60킬로 그램이나 되는 아기를 애지중지하는 혹등고래, 물개를 잡아먹는 백상아리와 범고래,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 괴물 혹돔, 뒤뚱뒤뚱 펭귄과 날렵한 스핀 돌고래...아, 이 지구는 얼마나 환상적인가?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한다. 영화는 그렇게 그들의 멋진 모습들을 환상적인 영상을 통해 차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문제라면 그 생물들이 이미 내가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들의 모습이 여전히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했으나,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동물의 세계 다큐 열혈 팬인 나에겐 그다지 새로운 것도, 그렇다고 깊이 있는 정보도 없었던 것이다.  확실히 이 영화는 어른들을 겨냥한 영화는 못 된다. 나레이터를 굳이 아역 스타인 진지희를 쓴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그녀 또래 아이들을 위한 영화다. 수족관이나 해양 도감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 말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1시간 반이나 되는 시간동안 이미 익히 알고 있는 생물체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앉아 있을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딱히 새로운 이야기가 첨부된 것도 아니고, 단순 나열에 불과한 동물 다큐, 아마도 감독의 고민은 이걸 어떻게 아이들에게 맛깔나게 보여 주어야 할지가 되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잘 된 것 같지는 않다.  때론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되는데, 바로 이 감독이 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감독 생각엔--시네마 천국에서 어른이 된 토토로 나오신 분이다.--바다의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의 위기에 대해 제대로 알려 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생물의 멸종과 환경 문제에 대해 말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반발하게 되는건 경이 그 모양 그 꼴이 된 것이 아이들 탓이냐는 것이다. 쓰레기로 뒤덥힌 바다와 삭스핀이 되기 위해 꼬리만 잘린채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를 보여주면서 나레이터인 진지희가 난리를 피워 대는데 기분이 확 상해 버렸다. 태어나 평생 삭스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죽어가는 상어를 보여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일을 한 적도 없고, 더군다나 상황을 바꿔 놓을 만한 힘도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 영 개운치 않았다. 아이들에게 그걸 보여준다고 삭스핀을 먹는 사람들의 수요가 줄어들리도 없는데 말이다. TV프로그램 한쪽에서는 삭스핀을 쩝쩝대며 먹는 어른들을 대단한 것인양 보여주는 이 마당에, 아이들에겐 그 요리의 재료인 상어가 죽는 장면을 보여 주는게 과연 옳은 것인지, 더 나아가 그게 효율적인 해법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이 미리 현실을 알면 커서 도움이 될 거라고? 웃기고 있네. 나는 뭐 그런 이야기를 어렸을 적부터 안 들은줄 아나? 우리가 과연 몰라서 이 지구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고 있느냔 말이다. 왜 별로 한 것도 없는 아이들에게 죄책감과 위기 의식을 심어 주는지 불쾌했다. 결국 사태를 바꿔 놓는 사람들은 칼자루를 쥔 어른들이라는걸, 특히 힘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라는걸 아직도 모를리는 없을텐데 말이다. 
  


                 
 
죄없는 아이들에게 책임전가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약육강식의 동물세계를 피해자와 가해자의 논리로 보는 시선도 감독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 동정심이 많다는 것 물론 인간으로썬 좋은 자질일지 모르나, 현실을 곡해하는건, 내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건 시야가 좁다는 뜻일 뿐이다. 적어도 동물학자들이라면 그런 시선에서는 자유롭지 않았을까 싶어, 해양학자들이 이 영화를 편집했더라면 좀 더 나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 어떻게 풀만 뜯어먹고 이렇게 크게 자란다는지 신기하기만 한 듀공>
 
그런 감독의 자질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나레이션이었다. 아마도 나레이션을 작성한 작가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아이들이니 그에 수준을 맞춰야 겠다고 생각한 듯 했다. 문제는 그들의 수준을 딱 하이킥에 나오는 진지희에게 맞춰 버린 것이다.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어찌나 저질에 짜증이 나던지, 정보석과 진지희의 멘트가 시작되려 할때마다 귀를 확 틀어 막고 싶었다. 푸른 바다의 신비로운 영상을 보면서 말소리 때문에 짜증을 내야 한다는게 너무 비참했다. 작가는 왜, 관객들의 수준이 딱 진지희 정도일거라 생각한 것일지 안스러웠다. 해양 생물들을 보겠다는 호기심을 가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적어도 진지하게 영화를 볼거라는게 그렇게 짐작이 안 되는 사안일까? 갈비타령에 질질 짜질 않나, 쓸데 없는 말로 감상을 해치질 않나, 공해 수준에 가까운 멘트들에 상처 받고, 식겁하고, 앞으로 어떤 멘트들로 이 영상에 먹칠을 하려는지 내내 불안한 심정으로 봐야만 했다. 그렇다보니 나오는데 좀 분한 심정이 들더라. 아니, 왜 왜 왜, 굳이 대중스타의 인기에 영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일지. 그냥 차분한 바다의 영상을 보여줬더라면 감동을 받았을텐데 말이다. 나레이션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면 묵직하고 신뢰감 넘치는 배한성님의 목소리로도 충분했을텐데, 아쉽기만 했다. 과연 정보석과 진지희의 나레이션을 들으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재밌는건 고사하고, 짜증만 났으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1. 이야기가 있는 재밌는 생물 다큐를 원하신다면 TV에서 보여주는 다큐를 보시길. 다양한 시선의 자잘한 이야기가 있는건 오히려 그런 다큐들이니 말이다.
2. 개략적인 바다 생물들에 대한 영상을 원하신다면 이 영화가 유용할 것이다. 다만 깊이 있는 정보를 기대하시진 마시길. 1시간 반 밖엔 안되는 시간안에 깊이 있는 정보까지 보여주려는건 아무래도 무리다.
3. 물론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바다 생물들을 환상적이었다. 하지만...실제로 보는 듯한 영상미를 기대하신다면 성에 안 차실 듯.  화면 크기가 크건 작건 간에 여전히 생물들에 대한 더 알고 싶은 욕구는 여전히 남는다.
4. 멘트들에 상처 받지 않으시려면...귀를 막고 영화를 볼 수는 없으니 그저 마음 단단히 먹고 보시라는 말밖엔 드릴게 없겠다. 집에서 본다면 소리를 제거하면 되겠지만 영화관에서 내 맘대로 소리를 소거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5. 부디 부탁건데...진지희가 이 나라의 아이들의 표본이고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셨음 좋겠다. 또 그래서도 안 되고. 우리 아이들은 그보단 훨씬 더 진지하고 착하다.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고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아이들을 바보로 만드는게 그렇게 좋아? 그래서 우리의 미래가 어디 좋아지겠어? 한숨이 나온다. 제발 부탁이니 아이들을 무시하지 말아줬음 한다. 그들도 어른들과 똑같은 인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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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8-03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희라는 아이의 목소리와 말의 내용, 말뽄새 그런 것 때문에 제대로 상처받았어요.ㅎㅎ
딸아이 하는 말이, 그냥 자막처리하고 아무 소리 없었더라면 좋았을 건데..그러대요.
그놈의 빵꾸똥꾸 때문에 허거덩~~ 아빠한테 하는 말버릇하며, 상어지느러미 잘릴 땐 왠 난데없는 오버까지..
고된 촬영끝에 만든 다큐라는데 완전 망쳤다싶더군요.
전, 북극의 눈물이 자꾸 생각났어요. 그 영화가 훨씬 좋았지요.^^

이네사 2010-08-04 22:40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마도 나레이션이 영화를 이렇게 말아먹는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렇게 망쳐 놓기란 힘들잖아요. 대개는 실제보다 더 낫게 보이는데 정상인데 말이죠.
전 하이킥을 잘 안 봐서, 진지희가 그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인줄 영화 보면서 알았답니다.
정말로 밉상이던데요. 그걸 잘 한다면서 웃는 어른들이 이해가 안 가더군요.
제가 보기엔 정신과 상담을 받아도 될만한 정신세계던데...

프레이야님의 따님 말처럼, 오히려 자막처리 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거여요.
전 다섯살짜리 조카랑 올케랑 봤는데, 조카가 자꾸 신경이 쓰이더군요.
게 나이 정도만 되도, 그냥 정보만 읽어 줘도 무리 없이 받아 들이는데 말여요.
에궁...하여간 수준을 못 맞춰도 그렇게 못 맞출 수는 없던 것 같아요.
그게 그렇게 어려운가...그냥 정보만 나열해도 상관없었을텐데...쩝;;;;;;
 
토이스토리 3 - Toy Stor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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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앤디와 함께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며 신나게 살았던 우디 일행은 훌쩍 커버린 앤디가 자신들과 놀아주지 않자 서운해 한다. 과거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앤디가 혹 자신들과 놀아주진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살고 있던 우디 일행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진다. 바로 앤디가 대학에 가게 됐다는 것, 방을 비우고 가야 하는 앤디는 우디 일행들을 처리하라는 엄마의 상화에 고민에 빠진다. 다락에 올려 놓을 생각으로 앤디가 장난감을 쓰레기 봉지에 담자 장난감들은 앤디가 자신들을 버렸다면서 난리가 난다. 우여곡절끝에 " 써니 사이드" 라는 놀이방에 가게 된 우디 일행들은 그곳이 장난감에겐 천국과 같은 곳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장난감을 원하는 아이들이 매년 새로 들어오는 곳이니 말이다. 앤디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버즈 일행들은 자신들은 거기에 남겠다고 선언을 한다. 우디는 그건 오해라면서 앤디는 우릴 버릴 생각이 아니었다고 말해보지만 이미 한껏 삐진 버즈 일행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는데....
 

        

                 <써이 사이드 놀이방에 오게 된 우디와 버즈 일행들의 모습>
 


                                                 


                                                       <불안해 하는 버즈 일행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딸기향의 베어 곰와 장난감 친구들>
 


<써이 사이드를 소개하기 위해 친히 내려온 미스터 켄, 그의 등장으로 바비와의 로맨스 전선에 불꽃이 튄다.>
 

                                                        
 
   <랏소 베어의 지휘하에 써니 사이드를 둘러 보는 우디 일행들의 모습, 그들은 이곳은 천국이라면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현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완벽한 환경에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지만, 충직한 우디만은 그래도 앤디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버즈등을 설득하는데 실패한 우디는  버니라는 여자아이의 집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버니의 장난감을 만난 우디는 딸기곰 랏소의 정체와 써니 사이드의 실체를 듣게 된다. 랏소의 독재체제속에 장난감들이 박해를 받고 있으며, 탈출한 장난감마저 전무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 우디는 친구들을 구하러 가기로 마음 먹는다.
 

               
 우디가 랏소의 정체를 밝히고 있을 무렵, 써니 사이드의 현실을 알게 된 버즈 일행들은 도망치기로 마음 먹는다. 하지만 도망은 커녕 버즈만 포로로 잡혀 쇄뇌 당하고 만다. 초기 설정모드화 당하는 바람에 과거 친구들을 깡그리 잊어 버린 버즈는 랏소의 감시견 역활을 충실하게 해내는데...
                                                   
   
써이 사이드에 침입한 우디는 어떻게 친구를 빼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를 지켜보던 장난감 전화는 그에게 난공불락의 써니 사이드 경비 체계에 대해 알려 준다. 그의 조언을 받은 우디는 계획을 짜기 시작하고, 그날 밤 장난감 대 탈주가 시작된다. 과연 우디 일행들은 감옥같은 써니 사이드에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기억을 잃어버린 버즈를 되돌릴 방법은 ? 랏소를 피해 달아나던 우즈 일행들은 하필이면 그와 함께 쓰레기 하치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우즈와 그 일당들의 모험은 과연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 궁금하신 분은 영화를 보시길....
 

 
  < 컴퓨터로 지도를 써니 사이드로 가는 길을 검색 중인 우디, 그를 도와주고 있는 녀석들이 바로 버니의 장난감들이다. >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영화였다. 우직한 우디, 가공할 힘을 지니긴 했지만 어딘지 단순 무식해 보이는 버즈, 용감한 제시, 가공할 공룡 렉터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알고보면 소심하고 순진한 렉스, 엉뚱하고 기발한 미스터& 미세스 포테터 헤드, 그들의 입양아로 중요한 때에 한 건 해 주시는 초록 외계인 삼총사, 버림받은 기억때문에 무시무시한 독재자로 변신하게 된 딸기향 베어 랏소, 그리고 왜 자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주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패셔니스타 켄과 그의 천생연분 바비까지...장난감들이 종횡무진 차례로 등장하자 그들을 보느라 좀처럼 지루하기 어려웠었다. 특히 겉 멋 들어 느끼하기 그지 없는 켄에게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된 것이나, 머리가 비어 보인다는 편견에도 똑소리나게 현실에 대처하는 모습이 대견하던 바비와 켄과의 로맨스, 그리고 스페인어가 그렇게도 섹시한 언어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 버즈 스페인 버전엔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다만, 아쉬움이라면 초반 대학에 가야 하는 앤디를 설명하는데 지나치고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점이었다. 앤디를 비롯한 인간들의 모습이 살짝 어색해서 그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는가는 모르겠지만, 앤디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씬까지 좀 지루했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은 어떻게 보면 감동적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별로였다. 아마도 내게 어릴적 장난감에 대한 추억이나 집착이 없어서 더 그런게 아닐까 싶지만서도. 어쨌거나, 픽사에서 장난감들의 결말을 제대로 지어주긴 했다는 인상이다. 결국, 장난감이란 아이들과 함께 놀때가 행복한 것 아니겠는가.
 
만화 영화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토이 스토리는 아이 영화라기 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이 보기엔 다소 버거운 장면들이 종종 등장하니 말이다.--이때 아이란 초등학교 입학 전을 말함.--영화를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올해 <드래곤 길들이기>를 보지 않았다면 이 영화에 더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하고. 둘이 경쟁사의 만화 영화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그런 비교를 위해 보러 간 것도 있었고 말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토이 스토리>가 <드래곤 길들이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참신성이 부족하단 인상이다. 설득조라는 것도, 종종 회상 장면이 지루하게 늘어지는 것도 별로인데다, 처음 나오는 애니메이션인 <밤과 낮>도 그다지 재밌지 못했다. 다행히도 초반을 넘어가면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영화를 살리고 있었지만, 그들마저 없었다면 앙꼬 빠진 단팥빵처럼 밋밋하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3D로 만들었다고 하나 굳이 입체로 만들 필요가 없어 보이던 내용도 그렇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는데, 정말로 3D는 날라다니는 장면 외엔 쓸모가 없는게 아닌지 싶다. 한마디로 <드래곤 길들이기>는 영화 전체를 다시 보고 싶은 만화였다면, <토이 스토리>는 몇몇 장면만 되풀이 해서 보고 싶은 영화였다고나 할까. 앞으로 픽사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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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로콩밭에서 붙잡아서 - 제10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 수상작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5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촌 구석에 붙어 있어 존재 자체도 가물가물한 외지 마을 우시아나 사람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개척해 보기로 한다. 현대는 홍보가 생명이라면서 동경으로 올라가 자신들을 홍보해줄 광고 회사를 찾던 그들의 눈에 걸린 삼류 광고 회사. 노느니 돈 벌자는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광고 회사 사람들은 곧 무리를 해서라도 그 마을을 띄워 주기로 작심을 한다. 그들의 열성은 곧바로 선사시대 공룡 출몰이라는 사기극으로 비화되는데... 

제목이 근사하다. 내용도 뭐, 아무 생각없이 보기엔 그다지 나쁘진 않다. 다만, 읽고 나서 남는게 별로 없다는건 알아두실 것. 하긴, 뭐 심각한 데미지를 남기고 사라지는 책이나 영화보단 그래도 낫지 않는가 한다. 심심한 유머에 간간히 웃음도 흘릴 수 있고, 시간 때우기 용으로도 그럭저럭 괜찮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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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투 미닛 룰을 하도 재밌게 봐서 다시 찾은 같은 작가의 연작. 주인공 탐정이 뜬금없이 & 난데없이 의뢰인과 섹스를 해대는 통에 흥미를 잃어 버렸다.역시 탐정은 다소 초연한 사람이 멋져 보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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