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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기파 배우인 줄리앤 무어와 콜린 퍼스가 주연한 영화 < 싱글맨>의 원작이라고 해서 본 책이다. 내용은 심플하다. 평생을 함께 할 줄 알았던 애인 짐이 갑작스런 사고로 죽고 난 후 혼자 살게 된 조지의 일상을 그린 것이다. 일상을 통해 그의 내면을 그렸다고 하는게 더 맞겠지만서도. 배경은 1962년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인 조지는 동성애자다. 애인인 짐이 교통사고로 죽고 나자 그의 함께 살았을 적에 몰랐던 모든 것들이 걸리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아이들로 넘쳐나는 이웃들과 애완동물들, 혼자 사는 그를 끌어 들이려고 하는 이웃 사람들까지모든 것이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그것이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때문은 아니었다. 사근사근하고 아이들과 천성적으로 잘 어울리던 애인 짐이 감당했던 자리가 훵하니 드러났을 뿐이지. 까탈스럽고 내성적인 그는 그를 퀴어라고 백안시 하는 이웃도, 진보적인 척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려는 이웃도 똑같이 마득찮을 뿐이다. 이렇게 자신을 이웃들에게서 고립시키면서 그는 점점 외로워진다. 짐이 떠나간 자리가 퀭하니 커져가는 가운데, 그는 살아남았음에 ,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어색해진다는 짐을 깨닫게 된다. 은근이 유혹을 해오는 샬롯을 밀치지 못하는 것도, 왕성한 젊음으로 그를 매혹하게 하는 제자들을 바라보면서도, 그는 이제 짐과의 편안한 관계는 잊어 버리고 다른 인생을 찾아야 한다는 것에 저의기 곤혹스러워 진다. 동성애자에 늙은 그가 추잡한 노인네라는 오명을 쓰지 않은채 인연을 만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비밀스럽다고 자신을 설명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자신이 실은 대화를 원하는 고독한 한 인간일뿐임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그의 고민은 깊어만 가는데...
기대를 많이 하고 봐서인가, 그다지 감동을 받지는 못한 소설이었다. 물론 이 소설이 나왔을때가 64년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책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에게 점수를 줘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서도 말이다. 시대가 달라진 지금은? 어느정도는 조지의 고뇌가 이해가 되는 면이 있었으나 그다지 엄청난 책이라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동성애자에 59세의 나이인데다, 혼자가 되었다. 교수인 그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며, 인간적인 교류를 원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려나. 젊은 남자를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추잡하다고 할 것이라는걸 너무 잘 아는 그는 모든 행동들이 조심스럽다. 자신을 오해 하지 않는 사람과의 공기처럼 편안한 관계가 그리운 그는 이제 그걸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과연 즉사한 짐보다 자신의 처지가 나은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딱히 낫다고 생각되질 않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곳곳마다 걸리적대는 그를 향한 시선들. 과연 동성애자인 늙은이는 마지막 노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은 것인지, 조지의 고민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뭐, 딱히 상상력이 없더라도 조지의 처지가 난감하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 본다. 제자들은 그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애인을 새로 만들자니 구차스럽고, 친구인 이성애인은 은근히 그에게 접근을 하나, 아무리 외롭다고 하나 자신의 성향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고. 늙은이도 그냥 사람인데,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젊은이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너무 크고 말이다. 그의 외면이야 어떻든지 간에 그의 자유스런 영혼을 이해해줄 사람을 그리워 하는 한 남자의 내면이 잘 그려진 소설이었다.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좀 갑갑하긴 했지만서도, 적지 않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낭패스런 심정이 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기 어렵지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