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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는데 장장 이틀이 걸렸다. 다섯번이나 엎어 놓았다가 다시 읽어야 했는데, 그건 내가 읽다가 졸았기 때문이다. 읽다 졸고, 다시 읽다 조올~~~고, 다시 읽다 조~~~올고. 졸다 내팽개친 책 찾아들어 읽다 다시 조~~~~올고. 물론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가 주로 잠 자기전 심심해서라지만, 다 읽기도 전에 다섯번이나 졸았다는건 분명 좋은 소식일리 없다. 누가 이거 재밌다고 했어, 투덜대면서 책을 내려 놓았다. 그나마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혹시나 끝에 가선 재밌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해서 였으니 만약 사전 정보없이 봤다면 끝까지 읽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인내심이 있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책 읽다가 다섯번이나 졸다니... 한없이 우울하게 만드는 기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인데 어떤 책을 읽는가에 따라 내 기분도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찌나 우울하고 기력이 없으며 살 맛 안 나던지...( 단 이틀이라고 무시하지 마시길) 소재가 군대 봉사대( 우리나라 말로 하면 위안부)라 한없이 우울한건 아닌가 짐작되신다면 절대 그런건 아니니 오핸 마시길. 오히려 그랬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것은 즉, 적어도 작가가 제대로 글을 썼다는 말이 되니 말이다. 내가 존 것은 그냥 이 책이 재미가 없어서였을 뿐이다. 이렇게 기발한 소재를 가지고 이것밖엔 못 썼다니 실망이었다.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시나리오도 함께 쓴 바람에 영화도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영화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그런 영화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건 원작만 봐도 훤했다. 아마 주리를 틀면서 영화를 봤을 거야, 특별 봉사대로 나오는 여배우들이 각별히 아름답지 않은 한 말이지. 확신하면서 책을 내려 놓았다.
집안 대대로 군인 집안인 판텔레온 대위는 군대의 비밀 특명을 받고 아마존에 투입된다. 그것은 바로 성에 굶주린 병사들을 달래준 특별 봉사대를 조직하라는 것이었다. 병사들이 민간 여성들을 닥치는 대로 강간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가 어쩔 수 없이 나온 고육지책이었다. 판다 대위는 자신은 사창가게 가 본적도 없는 고지식한 인물이라며 펄쩍 뛰나 상사들은 오히려 그 때문에 그가 뽑힌 거라면서 그에게 모든 것을 일임한다. 시키는 것은 무엇이건 한다는 절대 군인 정신의 소유자 판다는 곧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나간다. 행정에 있어서 특히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하던 그는 곧 특별 봉사대를 완벽한 체계로 만들어 낸다. 실수를 보완해 가는 가운데 1년이 흘러가고, 봉사대의 성공을 축하하던 대위는 봉사대가 성공만큼이나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공갈을 일삼는 악덕 언론인, 의심을 하는 아내, 공평한 대우를 요구하는 민간인과 그의 총애를 받게 된 봉사대원 미스 브라질, 그리고 사람을 십자가에 매다는 신흥 종교의 영향까지... 단지 문제라면 너무 성실하게 일 한것이 전부인 그는 점차 여기저기서 의혹과 반발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본의 아니게 물의를 일으키는 중심이 되버린 그는 사정을 알게 된 아내가 딸을 데리고 가출을 하자 괴로워 한다. 자신은 일을 잘 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말에도 그를 믿지 않는 아내, 아들이 제 길로 돌아오길 바라는 판다의 어머니, 그 혼란속에서도 여전히 자신은 일이 최우선일 뿐이라고 말하는 판다, 과연 일을 너무 잘한 나머지 인생이 꼬여 버렸다는 그의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소재 자체는 기발하다. 하지만 탁월하게 기발한 소재에 비하면 전개는 돋보일만한게 없었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니 말이다. 한치의 순간도 예상 못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기대하고 본 나로써는 실망이었다. 더군다나 블랙 유머라고 하던데, 도무지 어디가 유머라는 건지 모르겠다. 한번도 웃음이 안 나왔으니 말이다. 혹시 무엇이 유머인지 모르는게 블랙 유머의 정의인가는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웃음이 전혀 나오지 않는 --픽하는 실소라도--유머를 유머라고 할 수있는지 모르겠다. 혹 상황 자체가 웃긴다고 해서 유머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글쎄...상황이 기발하다는건 이미 아는 사실이고, 그 상황을 정색하고 풀어 나가는 판다가 웃긴다는 건가? 내가 보기엔 전혀 웃기지 않던데 말이다. 물론 글은 탄탄하다. 좀 지루하긴 했지만서도, 탄탄한 글인건 맞다. 초보의 작품은 절대 아니었다. 탄탄한 문장에 초보 작가의 솜씨도 아니며 기발한 소재인데다 군대 위안부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썼음에도 여전히 졸리다니... 적어도 특이한 이력을 남겼다는 것만은 인정해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