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박물학자
로버트 헉슬리 지음, 곽명단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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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처럼 과학이 세분화 되기전에 모든 과학자들은 박물학자였다고 한다. 생물학, 지리학, 동물학, 식물학, 물리 과학, 천체 과학,화학등 과학의 모든 분야를 한 사람이  다루었다는 의미다. 작년 독일 작가인 다니엘 켈만이 쓴 <세계를 재다>를 읽으면서 훔볼트에 대해 매료되었었던 나는 위대한 박물학자들의 계보를 들려 준다는 이 책에 반색을 했다. 물론 약간의 망설임은 있었다. 설마 연대 & 인물순으로 나열만 하다 끝나는건 아니겠지.라는... 

물론 인물순으로 유명한 박물학자들을 나열만 하다 끝이 나더라. 졸저라고 하기엔 문장들이 해독하기 힘든것도 아니었고, 나름 읽을만하게 서술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백과사전식 정보를 위해 책을 집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아, 물론 백과사전식이라도 역사적으로 위대했던 박물학자들의 내력과 그들이 이뤄낸 것들을 알고 싶다시는 분들에겐 이 책이 딱이다. 하지만 통찰력있는 지식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안타깝게도 얻을만한게 그다지 많지 않을 듯 싶다. 작가 자신에게 그런 것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마다 조명하기도 바빠서인지, 그들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이나 당시 시대상과의 연관성등은 아예 염두에 조차 없어 보였다. 그런것에 비교해보니 얼마전 읽은 <중국 문인의 비정상적인 죽음>을 쓴 리궈 원이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새삼 느껴진다. 단지 인물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는게 아니라 현대 시선에 비춰 그들을 조명해 내는 일을 해냈으니 말이다. 그 모두를 한가지로 묶어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통찰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출중한 능력과 자신감이 필요한 것일지. 둘을 비교해보니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다행인 것은 간간히 삽입된 그림들이 정말 볼만했다는 것이다. 지루한 문장을 정교하고 아름다운 그림 보는 것으로 만회해가며 읽으려니 그럭저럭 읽혀지더라. 하니 많은 기대는 하지 않고 보신다면 아마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으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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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익사체
가브리엘 마르케스 외 지음, 김훈 옮김 / 푸른숲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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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딱히 맘에 드는 책을 만나지 못해 우울해 있던 내게 " 할렐루야! "를 외치게 만든 책이다. 이렇게 이상한 제목의 책에 내가 환호를 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더군다나 여기 나온 10편의 단편들은 < 플레이 보이 >지에 수록된 것들이란다. 왜 내가 이 책을 안 집어 들었을지 이해가 되면서--아마도 맨 앞에 실린 편집자의 한마디에 흠칫해서 내려 놨을 것이다.--고작 선입견때문에 이런 수작을 외면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세상에, 그동안 난 내가 독서 무감증이 걸린 줄 알았다. 남들은 좋다고 난리를 치는 책들에 딱지 놓는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마냥 삐딱한 시선으로 봐지는 책들을 보면서 어쩜 오히려 이상한건 내가 아닐까 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염려는 이 책의 첫장을 읽는 순간 싹 달아났으니... 독해력이나 감동을 느끼는 것이나 좋은 책에 집중하는 능력에는 전혀 이상이 없더라. 어쨌거나 < 플레이 보이 >지가 무감증에 걸린 사람들을 치유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더라는 사실에 아이러니를 느끼면서 책의 내용을 분석해보자면...

 

맨처음 수록된 단편은 가브리엘 마르께스의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익사체>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20가구 남짓 되는 해변 마을에 익사체 한 구가 떠밀려 온다. 시체를 보려 몰려든 사람들 머릿수 셈으로도 그 익사체가 마을 사람이 아니란 것이 판명난다는 좁은 마을, 주민들은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각자 역활을 나눈다. 남자들이 이웃 마을에 실종자가 없는 지 알아보러 가는 사이 여자들은 시체를 씻는 일을 담당하는데, 마을 남정네들에 비해 너무도 잘 생긴 익사체를 마주한 아낙네들은 그만 그에게 홀딱 반하고 만다. 익사체가 살아있다면 할 수 있는 일들을 환상속에 그리면서 몽환에 젖는 여자들은 서둘러 옷까지 만들어 입히고, 그런 여자들을 보면서 남자들은 알길없는 질투심에 사로잡히는데... 파도에 떠밀려온 시체가 너무 잘 생겼던 나머지 조용하던 마을에 파문이 일게 된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진짜같이 생생하게 그려내던 마르께스의 입담이 돋보이던 작품이다. 익사체를 가지고도 불쾌하거나 엽기적이 아닌 유쾌하고 익살맞은 글을 써대는 마르께스는 보면서 깨달았다. 그의 상상력은 탁월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그 다음편인 로리 콜린의 < 정부 >는 눈이 확 떠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개성적인 여 주인공에 반했던 단편이다. 매력적인 아내와 장성한 두 아들, 비교적 성공적인 삶을 누려온 나에게 정부가 생긴다. 그것도 영화속에 그려진 정부의 모습과는 하나도 닮아있지 않는 여인과... 기고하던 잡지사 파티에서 만난 둘은 나이차와 성격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서서히 빠져들어간다. 무뚝뚝하고 냉철하며 인테리나 요리 같은 것엔 전혀 관심이 없는, 한마디로 여자다운 데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에게 하릴없이 빠져든 나와 이렇게 늙다리를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그녀, 밀회가 거듭되어질수록 둘의 두려움은 커져만 가는데...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을 냉철하게 견뎌내는 연인의 모습이 신선했다. 특히 둘이 주고받는 대사가 압권이었는데, 영화속 불륜과는 거리가 먼 장면들이었지만 어쩜 가장 실제적인 불륜의 모습이 그렇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내 애인은 전혀 정부답지 않은 여자라고 불평하던 남자의 말이 실은 그녀에 대한 사랑 고백임을 알게 되는 순간, 이 어울리지 않는 연인들의 사랑에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싹 달아났으니, " 사랑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라는 작가의 한마디에 고개를 끄떡여 본다.

 

그외 늙은 보르헤스가 젊은 날의 자신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꿈같은 이야기를 다룬 <타인>(보르헤스 작)는 다시 읽어도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으로, 젊은 날의 자신을 안스럽지만 대견하게 바라보는 보르헤스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세월이 그냥 지나가는 것만은 아니더라고 말하는 보르헤스야말로 이 시대의 마지막 현자가 아닐까 싶다. 기막힌 반전에 재치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매춘부 전성시대>(리처드 매디슨 작)는 이 책에서 가장 재밌던 작품으로 남녀 모두가 박장대소하며 볼만한 단편이다. 기행 작가로 명성이 자자한 폴 써로의 <하얀 거짓말>은 소설에도 그의 글발과 통찰력이 먹힌다는걸 알게 해 줬고, 작년에서야 <에브리 맨>으로 겨우 우리나라에 이름을 알린 필립 로스는 그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현대인의 결혼 불안 & 불륜 심리를 <이웃집 남자>를 통해 신랄하고 정신 사납게 풀어놓고 있었다. 헤어날 길 없는 권태기로 숨 막혀하던 부부가 우연히 과거의 열정을 되찾아 가게 된다는 <머멀레이드 좀 주시겠어요?> 나,  당하는 주인공은 황당하겠지만 독자들은 기막힌 웃음을 짓게 되는 톰 보일의 <안전한 사랑>등도 놓칠 수 없는 수작이다. 그에 비하면 <섬> 과 <혼란스런 여행>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아마도 그래서 후반부에 배치된 게 아닌가 한다. 물론 이 책에 수록된 다른 작품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길... 하여간 작품마다 다 재밌어서, 10편이라는 사실이 안 믿겨질 정도였다. 작품수를 잊어버릴 정도로 매력적이란 뜻이다. 다양한 이야깃 거리들을 새롭고 신선한 시선과 그들만의 독창적인 솜씨로 맛깔나게 쓰던 작가들은 어찌나 존경스럽던지 백 번이라도 안아주고 싶더라. 내가 본 단편집 중에선 가장 완벽한 작품집이 아닌가 한다. 현재까지 본 것들만 셈한다면 말이다. 완성도가 높은 수작 단편들을 읽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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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박쥐 주니어랜덤 세계 걸작 그림책
브라이언 라이스 글.그림,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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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칙칙해서 싫어한 책이었다. 그런데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용도 건전하고, 박쥐들도 사랑스러우며, 밤이라 배경 자체가 칙칙한 것일뿐, 내용은 하나도 칙칙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심심해서 주리를 틀고 있던 박쥐들은 도서관 창문이 하나 열렸다는 소식에 기겁하고 도서관으로 달려간다. 이참에 도서관에서 파티를 열 생각인 박쥐들, 각각 좋아하는 위치로 가서 그들만의 도서관 관람을 즐기게 된다. 동화책을 읽는 박쥐, 등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박쥐, 동화책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드는 박쥐, 아이를 안고 연극을 관람하는 엄마 박쥐등... 새벽이 다가오자 아쉬운 마음으로 도서관을 떠나는 박쥐들은 다음에도 창문이 열렸기를 기대하면서 날라간다. 

도서관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주는 매력이 있던 책이다. 박쥐도 깜찍하고, 도서관은 한없이 재밌어 보이며,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도 도서관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던 수작이다. 물론 실제로 도서관에 박쥐가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게 바쁘겠지만, 다행히도, 아가들은 그런것을 모르니 시침 뚝 떼고 읽어주는 수밖엔. 때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거짓말도 필수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다 이런 동화책 때문도 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어른이라고 해서 평생 옳은 말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니 적당한 거짓말도 괜찮은거 아니겠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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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벳 - 어느 천재의 기묘한 여행
레이프 라슨 지음, 조동섭 옮김 / 비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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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대 많이 하고 본 책이다. 그리고 기대를 하고 봐도 좋을만치 신선한 작품이었다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 오랜만에 괜찮은 작품을 만난줄 알고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그런데 뒤로 갈 수록 어딘지 석연찮게 이야기가 흘러 가더니 얼렁뚱딴 말도 안 되는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가 뒤죽박죽 되더니, 결국 식상하게 끝을 맺고 말더라. 아, 정말 아쉬웠다. 뒷심만 있었더라면 정말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매력적인 그림들에 딱 주인공 연령답게 귀여운 발상, 참신한 전개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듯 허무했다. 그런걸보면 완벽하게 좋은 책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귀찮아서 내용은 쓰지 않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책 정보란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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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1-13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뒷심이 좀 많이 아쉬운 책이긴 했어요. 근데, 뭐랄까, 데뷔작에는 그런 흠잡을 곳도 좀 있어야 .. 라고 위안하며, 다른 장점들을 높이사는걸 보면, 이 책을 많이 좋아하긴 하나봐요. ^^

이네사 2010-01-14 18:53   좋아요 0 | URL
네,맞습니다. 데뷔작치고는 정말 잘 쓴 책이죠. 데뷔작이란걸 잊을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종종 데뷔작이라고 해도 흠잡을데 없이 완벽한 책도 있어놔서요.
읽다보니 레이프 라슨이란 작가의 시작점이라는 의미보단 기억에 남을만한 수작이길 바라게 되더군요. 그래서 전 더 아쉬웠답니다.

 
하모니 실크 팩토리
타시 오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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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거상 조니 림이 77세의 나이로 죽자 아들인 재스퍼는 아버지를 낱낱히 까발리겠다면서 이 책을 쓴다. 말레이시아 협곡에 있는 하모니 실크 팩토리 주인으로 2차대전에 일본에 대항한 영웅이었던 그는 아들은 협작꾼에 암시장 상인이자, 거짓말장이, 반역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중국인 고아로 태어난 그가 어떻게 말레이시아 영웅에 거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런 영웅적인 아버지를 왜 재스퍼는 그리도 싫어하게 된 것일까? 과연 그가 말하는 아버지 조니 림의 정체는 맞는 것일까? 조니 림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나선 아들 재스퍼와 조니 림의 아내인 스노, 그리고 조니의 영국인 친구였던 피터 이렇게 세 사람이 차례로 말하는 조니를 통해 우리는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 판정을 내리게 된다. 과연 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영화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엄격한 아버지와 그를 오해하는 아들의 갈등을 그리고 있어서 인 모양이다. 물론 영화와 동격이냐면 그건 아니고, 영화에 비하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캐릭터>야 보기 드문 수작이었지만 이 책은 잘 읽힌다는 장점이 있기는 했으나, 후반부로 갈 수록 내용의 질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작범주에는 들어가기 힘든 책이었으니 말이다. 안타까운 것은 내용을 잘 짜기만 했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만한 줄거리 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멜로 드라마로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바람에 대단한 인물이 될 수도 있었을 조니 림을 아내에게 버림받은 범부로 그려내 버리고 만점이 안타까웠다. 작가의 시야가 조금만 더 넓었더라면 근사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싶어 실망이었다. 더군다나 아내 스노에 대한 인물묘사는 아무리 봐도 그 시대에 그런 여인이 있었겠나 싶게 지나치게 신비스럽게 그려낸 점이 오히려 신빈성이 없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데뷔작 치고는 탄탄하다는 점과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쓴 점은 인정해야 하지 않는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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