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 도둑놀이
퍼 페터슨 지음, 손화수 옮김 / 가쎄(GASSE) / 2009년 9월
평점 :
2007년 타임지가 선정한 최고의 소설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그동안 간간히 본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책들은 거의 괜찮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무지 이 책은 왜 좋다는 건지 모르겠다. 기대를 잔뜩하고 봤는데 말이다. 끝도 없이 넋을 잃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하던데, 넋은 커녕 내가 제대로 해독하고 있는건지도 헷갈렸다. 제대로 해독하고 있다면 절대로 좋은 소설 측에도 끼일 수 없는 책인데, 왜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하는걸까? 내가 제대로 읽고 있기는 한거야? 라면서 책을 몇번이나 들척여 봤다. 분명 글자 그대로 읽은거 맞는데, 과연 무엇을 보고 이 책에 감동적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내 해독력에 좀 이상한 것이 생긴 것인지, 아님 그동안 너무 읽어댔던 탓에 왠만한 것에는 감동을 받지 못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감동적인 요소들이 희석된 것인지, 뭐 이러저러한 해석이야 가능하겠지만 해답은 정녕 무엇인지 모르겠고, 다만 확실한 점은 내게 이 책은 전혀 감동 근처에도 못오는, 수작이라고 하기엔 한없이 엉성한 책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스토리 자체가 한없이 진부했다. 총을 함부로 나둔 나머지 쌍동이 동생중 하나를 죽이고 만 욘, 그의 친구로 이 책의 나레이터인 트론, 아들이 죽은지 며칠 되지 않았음에도 트론의 아빠와 묘한 기류를 흘리고 다니는 욘의 엄마, 그리고 아들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로 하지 않았다는 욘의 아빠, 쌍동이 동생을 죽이고는 평생 마을을 떠나지 못한 쌍동이 형 라스, 독특한 매력과 독창적인 생각의 소유자였던 트론의 아빠, 그리고 무책임한 남편의 빈자리를 묵묵히 메워간 트론의 엄마에 대한 기억에다 트론과 라스가 60년이 흐른뒤 이웃으로 조우하게 된다는 등...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었음직한 이야기에 식상하기 그지없는 신파였다. 북유럽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종종 느끼는 것인데 어딘지 유치하고 조잡하다는 느낌이 든다. 변방다운 언-엣지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기대한만큼 재밌지 못해서 실망한 책이 되겠다. 다른 독자분들은 나보단 운이 좋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