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4
카밀로 호세 셀라 지음, 정동섭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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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스페인의 한 작은 약국에서 손으로 휘갈겨 쓴 원고가 발견된다. 파스쿠알 두아르테라는 가련한 사내가 쓴 것으로, 그 안에는 사형집행을 앞둔 그의 복잡한 심정이 고스란히 쓰여져 있었다. 빈민촌 출신으로 거의 무학이다 시피한 그가 사형집행을 앞두고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에게 읽혀질거란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그는 세상에 알리고 싶어했다. 소박한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인, 알고 보면 한없이 연약한 그가 어쩌다 사형수가 되었는가 하는 것을...  사면을 구하고 싶지는않습니다. 삶이 내게 준 것은 너무도 약했고 그 본능에 저항하기에 나는 너무도 연약했기 때문에...  라고 담담히 말하는 이 사내는 얼마 후 존재 자체가 말살되어져 버릴 자신을 위해 변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실은 나도 좋은 사람이라고, 단지 운명이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이다. 제발 억울하고 속타는 이 마음을 이해해 달라면서 그는 자신의 출생부터 이야기를 적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원고를 자신이 유일하게 믿을만한 사람이었다고 지명한 작가에게 남긴다. 그 원고를 읽은 작가는 감동을 받은 나머지 초고 그대로 책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파스쿠알 두아르테를 사형수로 몰고 간 그의 가족사는 과연 어떤 것이었까?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거기서 모종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알콜중독자 아버지와 남편 못지 않게 냉정하고 독기 서린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파스쿠알은 가난하고 무식하며 되는데로 살아가는 부모 슬하에서 부대끼며 성장하게 된다. 부모가 그 모양 그 꼴이니 자식들의 인생이 잘 풀릴리 만무, 장남인 파스쿠알도 그렇지만 그의 동생들의 운명 역시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예쁘다는 장점을 살리지 못한 그의 여동생은 십대 시절부터 가출을 일삼더니 결국 바람둥이 남자들 손에 인생을 망쳐버리고,  아비가 누군지 짐작되지 않는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태어난 남동생은 일생을 장애아로 살다 비참하게 죽고 만다. 부모 대신 동생들을 보살펴 주고 싶어했던 파스쿠알은 비참함에 눈물을 흘리나 그 역시 자신의 앞가림도  버거운 실정, 동생들의 불행에 무기력한 연민을 보낼 뿐이다. 한동네 처녀인 룰라와 살림을 차린 그는 결혼 했음에도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에 실망한다. 연이은 유산에 이어 드디어 아들을 얻은 그는 뛸 듯이 기뻐하나 , 그것도 잠시 갑갑한 마음을 주체 못한 그는 무작정 가출을 감행한다.  도시를 떠돌다 3년만에 돌아와 보니 아내는 이미 다른 남자와 정분이 난 상태,  아내를 추궁하다 죽음으로 몰게 된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아내의 상대 남자마저 죽여버린다. 그렇게 처음으로 감옥에 가게 된 그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형기를 채우기도 전에 모범수로 풀려 나오게 된다. 감옥의 소장은 자유를 되찾아 나가는 그를 향해 다시는 만나지 말자며 덕담을 하나, 후에 알게 되다시피 일찍 풀려난 것이 오히려 그의 명을 재촉하는 계기가 된다. 그를 기다리던 마을 처녀와 다시 살림을 차린 그는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그의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진땀을 흘린다. 파괴 충동에 져버린 그는 오래전부터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존재를 향해 살인의 손길을 내미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읽었던 <산체스가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가난한데다 권위적이며 제멋대로인 개차반 부모, 그 부모 슬하에서 고통받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그 고통을 고스란히 껴안은 채 성장한 뒤 원망의 분노의 화살을  부모에게 돌리게 되는 자식들, 그들이 그 삶을 다시 자식들에게 돌려주는 악순환의 고리들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빈민가나 스페인의 빈민가는 어쩜 그리도 닮았던지... 어쩜 이 세상 모든 빈민가의 풍경이 대충은 다 그러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유사점이었다.

벗어날 길 없어 보이는 가난과 폭력의 가족사가 결국엔 파국을 몰고 오는 과정들을 개연성있게 묘사하고 있던 이 소설은 비교적 탄탄한 줄거리에 심장에 대고 이야기하는 듯한 인상적인 문장들과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삶의 이면들을 잡아내는 통찰력등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던 작품이었다. 스페인 빈민촌의 토속적인 풍경을 어찌나 잘 잡아내고 있던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던 점도 이 책의 매력을 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결론이 갑작스러운 점이나, 파스쿠알이 살인을 되풀이 하게 되는 것이 모두 가족사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는 점등이 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처음 살인을 하게된 동기는 그에게 있었으니 말이다. 하긴 파스쿠알 자신의 육성에 의한 변명이다 보니 '내 성질이 더러워서 살인을 하게 되었다'는 설명이 나오긴 무리였을테지만서도, 작가의 객관적인 견해가 붙어 있었더라면 좀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나 과유불급 過猶不及이라고, 작가는 여기에 무언가를 덧 붙이는 것이 오히려 사족이 될거라 생각한 듯 했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판단이 옳았다고 보여진다. 이 책은 소설이지 범죄학 교본은 아니니 말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이 책 발간 당시엔 파격적으로 들려 왔다는 모친 살해에 대한 논란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엔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느정도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 간다는 의미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형법각론을 배울때 교수님께 들었던 말씀이 생각난다. 만인의 지탄을 받는 존속 살인자를 실제로 만나보면 실은 가장 안타까운 사연이 대부분라는 것이었다. " 오죽했으면... " 이란 마음이 들 정도로 부모에게 방임받고 학대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그럼에도 존속이라는 이유로 가중처벌을 한다는건 불합리한 규정일지도 모른다고 하신게 기억 난다. 살인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지만 아동학대는 뭐 정당화 되는 범죄이겠는가? 이런 책 한 권을 통해 폭력 가족이 그들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다는건 무리겠으나, 적어도 보통 사람들에겐 한가지 교훈은 남겨주는게 아닐까 한다. 최소한 가족들간만이라도 사랑하며 살자. 이 아니 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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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추억
사이 몽고메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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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분홍 돌고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던 책으로 익히 이름이 낯익은 사이 몽고메리의 신작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신작이란 말이지 원작은 아마 오래전에 나온 책이지 싶다. 어쨋꺼나 분홍 돌고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던 사이 몽고메리 여사, 알고보니 대체로 인간보다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시골 농장 집에서 집필을 하면서 돼지를 키운 추억을 그려낸 이 책을 보니 말이다. 장군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 저곳에서 생활했던 몽고메리는 친구를 사귀는 대신 동물들과 대화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낸다. 인간들과의 대화보다 동물들과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익숙하고 재밌었다는 그녀가 결국 동물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된 것은 어쩜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하게된 그녀는 남편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격렬하게 반대하는 부모에게 실망한다. 부모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결혼생활을 하게된 그녀는 둘다 유명하지 않는 작가였던 이유로 곧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가난한 생활이 주는 괴로움과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우울이 그녀를 짓누르고 있을 즈음 그녀는 근처 농장에서 무녀리 돼지 한마리를 얻어오게 된다. 무녀리는 너무 연약해서 생존 가능성이 낮은 아기 돼지를 일컫는 말이었다. 크리스토퍼라고 이름을 짓고 그가 살아나게 될지 걱정하던 그녀는 곧 그 아기 돼지가 상상을 초월하는 몸매가 되버리자 다시 놀라고 만다. 애완용 돼지는 기르게 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곧 동네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고, 세계적으로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우상이 되고만다. 너무도 귀엽고 돼지적인 돼지를 키우면서 감명을 받게된 그녀는 돼지를 키우게 된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게 되는데... 

음. 책을 오랫동안 읽다보니 별별 동물이 애완용으로 길러지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주인과 애완용 동물들 사이엔 끈끈한 애정이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에게 있어 어떤 이유로건 차별은 안 될 말이고, 그것은 애완용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은 똑같았지만...솔직히 돼지를 애완용으로 길렀다는 이 책은 도무지 정이 가질 않았다. 돼지가 더러워서냐고? 글쎄...그런것 같진 않다. 그저 그걸 어떻게 써냈는가 라는 작가의 글발에 따라 다른 것이란게 정답일 것이다. 작가가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호들갑을 떠는 장면에서 오히려 난 역겨움을 느꼈으니, 쉽게 말하면 작가의 시선에 도저히 동화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동물에 대한 견해가 당최 받아들여질 수 없을만치 과격한 것이여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동조할 수 없던 것은 <동물과의 대화>를 쓴 템플 그랜딘에 대한 견해를 밝힌 부분이었다. 동물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타고 태어난 사방트인 템플 그랜딘이 도살장의 환경이 보다 나아지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점을 비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탁월한 능력을 고작 도살장에 쓰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던데... 그렇다면 비참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동물 애호가가 지녀야 할 덕목이라는 것인지 반발이 일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전혀 아니지만 고통이 적은 동물들의 죽음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는 템플 그랜딘에게 어떻게 비난의 화살을 꽂아댈 수 있는 것인지... 그것만 봐도 그녀의 식견이 얼마나 한정된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동물들을 사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현실 감각을 상실한 애정은 웃음거리밖엔 되지 않는다. 분홍 돌고래를 다룬 책에서 그녀의 동물 사랑에 감동을 받았다면 이 책에선 현실 감각을 상실한 애정에 실망한 책이 되겠다. 결국 돼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작가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감동을 말아먹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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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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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 아냐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는 고물을 모아 생계를 잇고 있다. 사람들이 일관되게 철학책을 줄기차게 버리는 바람에 저절로 철학 박사가 되어버렸다는 할아버지는 자칭 모르는게 없다는 만물박사 & 척척박사다. 쉽게 설명하면 당할자가 없는 괴변가란 말씀. 그런 할아버지와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고 있는 아냐의 꿈은 돈이 좀 생겨서 그들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햇살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방에서 일년 내내 외투 하나로 버티며 매일매일 똑같은 음식만 먹는 것이 아냐와 할아버지의 생활이란걸 알게되면,  아냐가 꿈꾸는 꿈이 당연하다는걸 알게 되실 것이다. 각각 한 켤레의 슬리퍼와 구두로 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할아버지와 아냐, 복권이 당첨되서 돈이 생기면 마음껏 원하는 것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 아냐는 복권을 산다. 하지만 막상 복권이 당첨되자 할아버지는 술을 진탕 먹고 광장의 동상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는 통에 경찰 신세를 지고 만다. 양로원에 가게 되느니 감옥에 가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할아버지의 기행은 판사의 통찰에 걸려 양로원으로 직행하는 계기가 되고 만다. 가난했지만 늘 할아버지 그늘에서 살아왔던 아냐는 절망하고 할아버지로 하여금 빨리 양로원에서 빠져 나올 것을 재촉한다. 그러나 양로원의 생활이 생각보다 안락하다는걸 알게된 할아버지는 아냐의 청을 우야무야 물리치면서 양로원에서 벗어날 것을 거부한다.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도대체 알려주지 않던 할아버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던 아냐는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기숙사로 들어가 할아버지와의 연을 끊으려 하는데... 

 사춘기를 지나는 혼란속에서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소녀 아냐와 그녀의 괴팍한 할아버지가 벌이는 소동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가난해도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주문하는 괴짜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의 괴변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를 잘 이해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소박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괴팍한 한쌍의 가족을 그려내면서도 눈살이 찌프려지지않게 그려낸 점이 장점이나, 좀 더 스케일이 컸다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유머도 감동도 설득력도 등장인물들의 개성도 그 인물간의 개연성도 살짝씩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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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를 만나면 존 버틀러 아기 그림책 3
존 버틀러 지음 / 그린북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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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를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그림으로 알아볼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보기만 해도 깜찍한 아기 고양이를 만나면 기분이 아주 폭신해질 것이다.  꼬질꼬질 아기 돼지를 만나면 더러운 모습에 우웩 소리가 절로 나오고, 새근 새근 겨울 잠쥐를 만나면 자는 쥐를 깨우면 안 되기 때문에 조용해야 한다. 그 외에도 미끌미끌 민달팽이와 울긋불긋 공작새, 매끈매끈 뱀, 삐죽삐죽 고슴도치, 어마어마한 코끼리, 무시무시한 거미와 변덕쟁이 악어를 만나면 기분이 어떨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면 된다. 물론 3세 이하 아기들에게만 해당되겠다. 그림이 아름다운 점이 장점이고, 다양한 동물에 대한 의성어가 재밌다. 이상하게도 아가들이 의성어와 의태어를 무척 좋아한다. 아마도 어감이 재밌어서 그런게 아닌가 한다. 그런 아가들의 취향이 의도적인 것인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이해가 된다. 언어를 배우는 것이 매우 재밌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 말이다. 등장한 동물들의 특징들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섬세하게 그려낸 점도 눈에 뜨인다. 역시 아가들 용으로는 이런 간략한 그림이 최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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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곰이 잠잘 때 - 개정판 아기곰과 친구들 1
제인 채프먼 그림, 카르마 윌슨 글, 홍지택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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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휭휭 불어대는 겨울. 따듯한 동굴에 콕 박혀 잠자고 있는 아기곰은 도무지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폭풍우를 뚫고 아기곰을 찾아온 생쥐는 모닥불을 피워대고 잠시 추위를 물리친다. 동굴속에서 모닥불을 쬐고 있는 생쥐를 발견한 토끼는 반가운 마음에 동굴안으로 들어온다. 팝콘을 튀기고 홍차를 마시면서 기나긴 겨울밤을 함께 하기로 한 생쥐와 토끼... 둘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아기곰은 여전히 쿨쿨 잠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생쥐와 토끼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오소리 역시 땅콩 주머니를 메고 동굴에 들어온다. 소리나게 땅콩을 씹어면서 우정을 키우고 있을때 두더지와 땅 다람쥐, 갈가마귀와 굴뚝새 역시 동굴에 찾아온다. 갑작스럽게 동물 친구들이 넘쳐나면서 동굴은 곧 파티 분위기가 되어 버린다. 흥청 거리면서 친구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동안 아기곰은 여전히 드르렁 드르렁 잠만 잔다.  아기곰을 놔두고 신나게 파티를 즐기던 친구들은 스프를 만들다 그만 아기곰을 깨우고 마는데... 잠에서 깨어난 아기곰은 자신을 두고 파티를 열었다면서 화를 내다 울고 만다. 과연 삐져버린 이 잠꾸러기 아기곰의 마음을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아기곰의 우렁찬 으르렁 소리에 친구들은 혼비백산 달아나고 마는데.... 

아기곰 시리즈중 아마도 제일 처음 작품이 아닌가 싶다. 아기곰의 친구로 다른 시리즈에선 고정 멤머들로 정작된 생쥐나 토끼, 오소리, 두더지, 땅 다람쥐, 갈가마귀등이 아기곰의 성난 함성에 혼비백산하는걸 보니 말이다. 어쨋꺼나 아직은 그다지 친한 친구가 아닌 아기곰의 동굴에 찾아와, 주인이 자고 있는 와중에 파티를 열고 신나게 놀아제낀 친구들, 내가 아기곰이라고 해도 서운해서 울만하지 않는 싶다. 서운해서 엉엉 울고 있는 아기곰을 달래는 따듯한 친구들 결국 아기곰을 끼워서 다시 신나는 파티를 열게 된다. 하지만 이제 막 깬 아기곰과 달리 친구들은 서서히 잠이 오는데... 

조카가 하도 다시 읽어 달라는 통에 내용을 통채로 암기해버린 책이 되겠다. 내가 보기엔 아기곰 시리즈중에서 이 책이 가장 재밌었다. 생각지도 않게 파티를 열게된 친구들이 동굴안에서 흥겹게 파티를 즐긴 동안 쿨쿨 잠만 자고 있는 아기곰, 결국 깨어난 녀석은 이제부터 열심히 파티를 즐기겠노라고 다짐을 하지만 이젠 친구들이 잠이 들어버리는 상황에 처하고 만다.  

조카가 이 책을 보면서 내게 물었던 두가지 질문... 

1. 왜 아기곰은 잠만 자? --응, 아기곰은 겨울엔 잠을 자야 하거든. 동면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어 간략하게 대답해줌.

2. (마지막 장면에서) 왜 아기곰 표정이 이래? --친구들이 다 자버린 관계로 혼자 남겨진 아기곰,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참고하시길... 

이 책의 장점은 물론 섬세한 그림에 있다. 그림이 너무 훌륭하다. 아기곰이나 생쥐, 토끼나 두더지 기타 동물들의 모습들인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그려진 것이 맘에 든다. 무엇보다 갈색 파스텔 톤의 배경 그림이 자극적이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점도 다시 보고 다시 보게 만드는 힘인 것 같다. 4살 무렵의 아기들을 두신 부모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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