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웨슬리
스테이시 오브라이언 지음, 김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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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간 가면 올빼미 웨슬리와의 동거를 그린 책이다. 생후 4일만에 엄마를 잃고 부상당한 가면 올빼미 웨슬리는 저자의 손에 들어오게된다. 자연속에서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를 돌봐줄만한 사람이 그녀밖엔 없었던 것이다. 난생처음 가면 올빼미를 가까이에서 보게된 저자는 처음엔 당황했다고 한다. 쥐밖에는 먹지 않는 습성에 날기를 가르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상황, 하지만 그녀는 사랑으로 보살피면서 점차 웨슬리에게 적응해나가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그와 가까이 하면서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으며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낸다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연구용이 아니라 단지 애완용이었음에도 사람과 함께 사는 올빼미는 사람 말을 알아듣고, 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을 터득해 냈다니 말이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5주에 접어든 웨슬리가 날아가는법을 배우는 장면이었다. 날기를 가르쳐줄 엄마가 없는 상태이니 혼자 터득할 수밖엔 없는 것인 웨슬리의 운명, 그럼에도 웨슬리는 나는 것을 배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우스꽝스럽게 날다가 식탁에 털썩하고 주저앉아버린 웨슬리를 보면서 저자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에 웨슬리는 삐져서는 한쪽 벽을 보곤 고개를 숙였다고 하니 안 봐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하지 않는가? 무안하다는, 그리고 부끄럽다는, 그렇지만 그걸 또 그렇게 웃는 너를 보려니 삐질 수밖엔 없다는 표시를 그렇게 완벽하게 보여주는 웨슬리를 보면서 저자는 한층 그가 사랑스러워졌다고 한다. 물론 그 이후로 그녀는 되도록이면 웨슬리 앞에서 웃지 않으려 노력을 했고, 다행히도 나중에 점차 비행실력이 나아졌다고 하니... 웨슬리의 서투른 비행은 이제 추억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렇게 웨슬리와 정이 든 저자가 그와 함께 지낸 19년간의 세월을 귀엽고 감동적이며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올빼미 하나 키워보고 싶을 정도로 웨슬리가 귀엽더라. 물론 쥐를 잡아줘야 한다는 사실에 곧 꼬리를 내려야 했지만 다른 살아있는 동물을 사랑하는 모습처럼 흐믓한 것도 없지 싶다. 주인을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해 살아있었던 웨슬리. 그를 잊지 못해 이런 책을 쓰게된 저자, 둘의 착한 영혼이 서로를 아끼는 모습들이 좋다. 자신의 애완동물에 대한 사랑을 아낍없이 귀엽게 그려낸 점이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이지 않는가 한다. 인간으로써 살아간다는 팍팍한 현실에 한없는 위로가 되어준 웨슬리. 그 귀엽고 사랑스런 영혼에 미소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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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Way from Chicago: A Novel in Stories (Paperback) - 1999 Newbery A long way from Chicago 7
Richard Peck 지음 / Puffin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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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의 여름과 괴짜할머니란 제목으로 번역이 되어 나온 작품이다. 얼마나 괴짜이길래 괴짜 할머니라고 별명을 붙였을까 했는데, 정말로 특이하다고 말할 수 밖엔 없는 개성 만점의 할머니셨다. 

이야기는 아빠가 여름방학을 맞아 장남인 작가와 동생을 시골에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보내면서 시작된다. 처음 시골에 내려간 아이들은 두려움과 원망에 사로잡히지만, 결국 7년에 걸쳐 이어진 그 여정은 해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점차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무엇보다 그 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준것은 당시로써도 파격적인 독립성을 보여주던 할머니.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개성의 소유자인 할머니는 손자 손녀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게 된다. 함정을 파서 도둑들에게 총을 겨누고, 남의 배를 훔쳐 타고, 오래전 돌봐준 괴팍한 마나님을 돌봐주던 할머니를 따라다니면서 손자는 세상을 알아나가게 된다. 무엇보다 세상에 당당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을 꺠닫게 되는데... 

특이한 할머니의 개성으로 인해 눈 동그랗게 뜨고 본 책이 되겠다. 와, 이렇게 개성 넘치는 할머니로 늙어갈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상상에 빠졌을 정도로 할머니의 성격이 맘에 들었다. 아동용 소설이긴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부담없는 모험소설정도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한다. 톰소여의 할머니판 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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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7
글로리아 네일러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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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터플레이스라고 하는 뉴욕 빈민촌에 사는 일곱 여성들의 이야기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늙은 흑인인 매티 마이클이 브루스터플레이스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30년간 살아온 자기 집에서 늙어갈 줄 알았던 매티는 빈민촌으로 이사올 수밖엔 없던 자신의 삶을 되짚어본다. 늙은 부모의 외동딸이었던 그녀는 아버지 몰래 동네 바람둥이 청년과 시간을 보낸 뒤 임신하고 만다. 고이 딸을 시집보낼 줄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고, 독립심이 강한 매티는 미혼모의 길로 나서게 된다. 아들을 낳은 매티는 버질이라고 이름을 짓고 잘 키우겠다고 다짐 하나 젊은 흑인 여자가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건 쉽지 않은 일. 쥐가 들끓는 하숙방에선 아들을 재울 수 없다며 무작정 길로 나선 매티는 다행히도 미스 이바라는 사려 깊은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미스 이바의 집에서 그녀의 손녀 루시엘과 함께 아들을 키우게 된 매티는 비로서 안정을 찾는다. 정착한 그녀에게 이바 할머니는 애인을 만들라고 닥달하나, 아들을 키우는데 재미를 붙인 매티는 충고를 귓등으로 듣는다. 너무 사랑해도 자식을 망칠 뿐이라며, 아들의 뒷치닥거리로 평생을 보내고 싶냐던 이바의 말은 허무하게도 현실로 드러난다. 무책임한 개망나니로 성장한 버질은 얼떨결에 살인을 한 뒤 엄마는 나몰라라 한 채 도망가고, 매티는 평생 살아온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한편 50대 중반에도 자신에게 아직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매티의 친구 에타는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해 편하게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매티의 권유로 교회에 가게된 그녀는 초청 목사를 보고 먹이감을 발견했다 생각한다. 목사를 유혹해 한 몫 잡으려는 에타의 계획은 그 목사 역시 그녀 못지 않는 꾼이라는 사실로 허사가 되어 버린다. 하긴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답게 능수능란하게 에타를 농락한 목사는 새벽이 오기도 전에 그녀를 버려 버린다. 낙담해서 돌아오던 에타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매티를 보고 안도의 눈물을 흘린다.

 

부잣집 딸네미인 대학원생 키스나와는 흑인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은 아가씨다. 빈민촌의 쪽방 아파트로 독립해 나온 그녀는 애인과 함께 흑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사회활동을 벌여 나간다. 딸이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는 그런 딸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는 딸에게 엄마는 흑인의 정의란 살아남는 것이라면서 현실을 일러주려 하지만 갈등은 쉬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딸 하나 바라보는 낙으로 미덥지 않은 남편과의 결혼을 버텨 나가던 루시엘은 딸이 사고로 죽자 정신을 놓아버린다. 인형을 좋아했던 코라리는 어른이 되자 아예 살아있는 인형(?)을 생산해내는 일에만 전념한다. 아버지가 다른 아기들을 꾸준히 낳던 그녀는 귀엽기만 하던 아가들이 결국 큰다는 사실에 실망한다. 낳기만 하고 키우는 것엔 관심이 없는 그녀는 이웃들의 눈총을 받지만 끄떡할 여인이 아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간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데레사와 로레인은 흘러흘러 브루스 플레이스에 정착하지만 그곳에서도 배척을 받자 발끈한다.

 

매티부터 에타, 키스나와, 루시엘, 그리고 코라리와 데레사, 로레인 여성 일곱명과 청일점인 알콜중독자 관리자까지...한 아파트에 세들어 사는 여덟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그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영향을 미치며 다독이고 힘이 되려 애 쓰는 일상들을 마치 시트콤처럼 그려낸 소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 걸음일뿐인 흑인 여성들의 고단한 삶, 힘든 삶을 이겨나가게 하는 연대의식, 낙천주의등이 잘 나타나 있었는데, 일곱여자들의 각각의 삶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해내던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매티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 한편의 완성된 소설로 봐도 무리가 없었다. 미혼모로 아들을 낳게 되고, 그 아들을 힘들게 키워냈으나, 그렇게 키운 아들이 결국 개차반으로 성장하는 과정들을 어찌나 개연성있게 그려냈던지 다른 결말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질 정도였다. 수십년에 걸친 모자의 역사를 일필휘지로 설명해내는 저자의 필력, 감탄스러웠다. 저자인 글로리아 네일러가 흑인 페미니즘의 계보를 잇는 작가라고 하는데, 그런 시각 역시 이 책을 독특하게 하고 있었다. 흑인 페미니즘이라는 분류가 가능한가는 모르겠으나 나라마다 여성들의 처해진 위치와 역사에 따라 페미니즘의 성향도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난 흑인 페미니즘을 다른 여타의 나라의 것보다 좋아한다. 그들은 여성을 남성의 희생양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징징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생이 고달플 수도 있고, 마음 먹은 대로 안 될 수도 있으며, 때론 남이 벌여놓은 쓰레기를 치워야 하는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잘 됐건 못 됐건 간에 내 인생의 주체는 나라는 인식이 맘에 든다. 인생의 가장 밑바닥에서도 기 죽지 않고 당당한 것은 아마도 흑인 여성들의 특성이지 싶다. 그들의 경탄스러운 생명력과 무지스러움, 다른 모든 것에는 지혜로울 지라도 사랑에 관해서만은 어리석던 모습과 삶에 대한 낙관과 유대와 인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던 소설로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여성이라면 한번 읽어봄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단 전체적인 완성도는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나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힘이 막판에 가서 흐트러지는 점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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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의 고양이 2 - 무즈룸, 파리에 가다
조안 스파르 지음, 심지원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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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히 프랑스어 시험에 합격한 랍비 아저씨는 프랑스에서 파견한 새로운 랍비에게 위협감을 느낀다. 그런 감정을 추스리기도 전에 그는 줄라비야 아가씨가 젋은 랍비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울며 겨자먹기로 아가씨를 결혼시킨 아저씨는 아가씨의 파리 신혼 여행에 기꺼이 동참한다. 배에서조차 율법을 지켜야 한다고 난리를 치던 아저씨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아가씨와 싸우곤 혼자 길에 나서게 된다. 오래전 파리로 간 조카를 찾은 아저씨는 크게 성공한줄 알았던 조카가 파리에서 딴따라로 고생하고 있는걸 보곤 짠해진다. 그와 함께 민족 전통 공연에 나섰던 아저씨는 그들의 예술성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자 실망한다. 율법을 고집하던 그는 파리에 사는 유대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서 점차 자신의 생각을 고쳐나가게 된다. 율법을 자유자재로 변형하면서 그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던 것이다. 후에 알제리에 온 아저씨는 파리의 삶을 비교하면서 반드시 율법을 지켜야 유대인인건 아니라는 취지의 설교를 하게 되는데.... 

인간적인 삶이 종교보다 우월하지 않느냐는 말을 쉽게 쉽게 설명하고 있던 만화책이다. 고집스럽지만 정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파리의 뒷 골목을 전전하는 조카를 보면서 그래도 삶을 계속 이어가라며 다독이는 랍비 아저씨의 어른스러움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믿음을 강조하는 사람이기 앞서 인간다운 삶을 살고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파리에 사는 유대민족들의 이야기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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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의 고양이 1 - 나는 말하는 고양이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조안 스파르 지음, 심지원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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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알제리, 그 속에서 이방인중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유대민족의 이야기를 고양이의 눈으로 다룬 만화책이다. " 나로 말하자면 야행성에, 예측 불가능하고 심오하게 윤리적이라고 " 선언하는 이 친구는 바로 고양이 무즈룸. 그는 독실한 유대교 신자이지 랍비인 아저씨와 그의 아리따운 딸 줄라비야 아가씨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다. 그는 어느날 밉살맞은 앵무새를 집어 삼키고는 말을 하게 되는 기적을 일으키게 된다. 말을 하는 김에 유대교 성인식을 치르겠다고 나선 그를 하지만 유대교에선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무리 그가 말을 한다고 해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당연히 고양이 모즈룸은 반발한다. 그가 개보다 더 낫고, 인간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하지만 그의 청원은 어이없다는 랍비 선생의 표정 하나로 끝이 나고, 결국 그는 그토록 바라던 성인식을 받지 못하게 된다. 말을 하는 자유를 얻은 그는 랍비아저씨를 졸라 유대공부를 시작하고, 그가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다는걸 알게된 랍비 아저씨는 놀라고만다. 말을 하는 고양이를 갖고 있는 것이 좋은 것만이 아니라 골치아픈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즈음, 프랑스 유대인 협회에선 랍비 아저씨에게 프랑스어 시험을 치도록 통보한다. 그래야 랍비증을 줄 거라는 말에 랍비아저씨는 식은 땀을 흘리는데.... 과연 아저씨의 프랑스어 시험은 어떻게 끝이 날까? 그를 돕겠다고 나선 고양이 무즈룸의 시도는 동물은 시험장에 들어올 수 없다는 조항때문에 막히고 마는데... 

유대인이거나 아랍인이거나 기독교 인이 아닌 고양이 무즈룸을 통해 인간의 모순과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만화책이다.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깜찍하달 수 없는 고양이 무즈룸이 인간에게 던진 질문들은 발칙하다싶을 정도로 정곡을 찔렀다. 정통 종교쟁이라고 할만한 랍비 아저씨, 그의 속내를 맘껏 들여다 볼 수 있는 고양이 무즈룸, 그리고 무즈룸이 사랑하는 아가씨 줄라비야를 통해 종교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책이었다. 남의 종교긴 하지만 재밌고 설득력있는 점이 좋았다. 그럼에도 이걸 내가 꼭 알아야 하는 생각이 늘 떠나진 않았으니... 종종 너무도 박수를 치고 싶던 저자의 통찰력도 무관심의 벽을 넘기란 힘들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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