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2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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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세계 최고의 거부 워렌 버핏의 공식 전기다. 버핏이 작가에게 객관적으로 쓰기 위한 모든 정보 접근권과 재량과 자유를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않았다고 하던 책이다. 그런데 읽어보니 시간을 들여서라도 버핏이 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싶었다. 무엇보다 분량이 짧아졌을 거다. 책이 거반 두꺼운 사전 2권의 분량인데, 그건 버핏이 대단한 사람이라서라기 보단---물론 그렇긴 하다.---사건마다 본인의 생각이나 느낌으로 간단하게 종결짓는게 아니라 순전히 설명조로 풀어놓았기 때문이란 인상이 짙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마디로 끝내면 될 것을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으로 책만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이 책에도 등장하는 버핏의 친구 캐서린 그레이엄의 ( 워싱톤 포스트의 사주) 자서전을 보면 이렇다. 그녀는 그곳에서 사건마다 그녀의 인상들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길게 설명할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일예로 남편이 바람을 피워 이혼하겠다고 나섰을 때 그녀의 반응은 이랬다.

 

"난 철저히 무너졌다. 이 회사가 누구건데? 그건 내거야, 내거! 이혼을 한다해도 회사만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캐서린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손 꼽히는 부자였다. 하지만 그에겐 대를 이을만한 아들이 없었고, 결국 딸 캐서린이 총명한 남자를 사윗감으로 데려오자 곧 그를 후계자로 삼는다. 당시엔 여자가 소유권을 쥐고 있으면 남자가 일을 책임감 있게 하지 않을거란 생각이 팽배했던 시절이라, 캐서린의 아버지는 모든 명의를 사위 것으로 돌려놓고 사망한다.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 남편은 조금씩 회사를 키워 놓았지만, 그 후 십 몇 년이 흐르 뒤 그녀는 여전히 회사가 자기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남편은 그건 전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난 부부란 아무리 오래 살아도 남남에 불과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게 기억난다. 자서전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추측이 아니라 자신이 느낀 것을 그냥 쓰는 것. 하니 아무리 수다장이라고 해도 분량이 한정되기 마련이다. 추측은 무성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느낀 생각들은 몇가지 안 될테니 말이다. 그런점에서 이 책이 한없이 길어진데는 본인이 아닌 작가가 썼다는 한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밖엔 없었다. 쉽게 썼다는 것이 다행이긴 했으나 그것이 무색하게 한없이 늘어지는 분량, 한 인간의 전기로 사전 두 개 분량은 심했다. 골자만 쓴다면 별로 길만한게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린 시절엔 이상한 놈이었고, 젊은 시절엔 기묘한 놈이었으며, 한참 돈을 벌 시기인 삼십대엔 무자비한 놈이었고, 그 이후 중년엔 한층 더 무자비한 놈이었다가, 중후반 이후엔 모든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투자의 달인으로 우뚝 섰고, 말년엔 현명한 노인으로 거듭난 사람의 이야기 ,뭐 축약해보면 이게 전부다. 이 아니 간단하지 않는가!

 

처음 1부를 읽으면서는 그래도 좀 많이 놀랐었다.그의 삶이 <시티즌 케인>에 나오는 거부 케인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든 수집하는 편집증에 가족들을 내팽개치다 시피하는 감성의 결여, 도를 넘어서는 인색함, 같이 사는 여자들로 하여금 학을 떼게 만드는 통제력이나 첫번째 아내는 명문가에서 두번째 아내는 그냥 어쩌다 걸린 여자와 사는 것등... 그간 미디어의 거짓말속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그의 실체를 보려니 놀라움 투성이었다. 결국 부자가 된다는 것은 성격적인 결함을 내포할 수밖엔 없는 것인가 싶어 실망스러웠다.  더군다나 그가 부자가 된 길을 쭉 따라가보니 그것도 역시 아무나 따라할 수있는 것이 아니더라.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다고 해도 어림없는 일이었다. 성실성과 통찰력, 그리고 타고난 직감 플러스, 무엇보다 정말로 간절하게 부자가 되길 원해야 되는 것이었다. 버핏의 돈을 향한 애정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는데, 그 욕망만으로도 남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그렇다고 그런 그의 욕망을 비난 하자는 것은 아니다. 욕망을 숨기지 않던 그 대단한 집념을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 집념이 어찌나 강하던지, 오히려 그가 부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잘못 돌아가는 것이였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돈이 생길만한 곳이 있다면 그곳이 어디던간에 따따따따...하고 나타나 패를 완전히 싹쓸이 해가는 그를 보면서 짱가가 생각났다. 그 정도의 오지랖이라면 그가 부자가 된 것도 당연하다. 사실 그래서 그가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이고...

 

2부를 보면서는 그래도 놀라움이 많이 줄었다. 버핏이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내며,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번 후라 그런지 한결 너그러워진 모습이었다. 지금의 현인이라 불리는 모습을 갖추던 시기였지 않는가 한다. 미국 제1의 부자이면서도 화려하거나 허영이 들뜨지 않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좋아하며, 성실하고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살아있는, 어떤 것이건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개방성등으로 다가가기 친근한 거부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힌 그를 보면서 다시금 존경심이 되살아났다. 재밌는 것은 그 역시 윌리엄 허스트 같은 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엄청 신경 쓴다는 사실이었다. 아마도 돈 많은 괴팍한 늙은이로 죽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다. 돈은 이미 쓸 수 없을 만큼 많다. 돈이 많아보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받는 것이더라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버핏. 그런 모습이야말로 그가 다른 부자들과 차별되는 현명함이 아니겠는가. 보통 사람들 같으면 자신의 성공에 심취해 벽을 쌓아올리고 살기 쉽상인데 말이다. 그것뿐인가? 자신의 돈을 빌 게이츠의 자선재단에 몽땅 기부함으로써 다시금 세상을 놀라게 한 그를 보면서, 그는 부자의 개념을 새로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관습적인 것은 거부하던 분시니, 아마도 그의 명성에 걸맞는 부자상을 새로 정립하는 것도 그의 몫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런 현실성을 추종하는 부자들을 많이 생겨나면 우리 지구도 보다 더 멋진 곳이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사생활적인 면은 그다지 배우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으로 뭉쳐 산다는 것은 역시 이상과 선택만으로는 안 되는 것인가보다. 돈 버는 일이라면 지나치게 현명한 비핏도 가족들 문제엔 그다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돈을 세는 것과 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다른 분야라서 그런 모양이다. 버핏 가족사를 보면서 돈이 많다는 것이 균형감각을 배우는 데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이 많이 주어지는 것도 권력이 주어지는 것과 비슷해서 잘 쓰기가 매우 어려운 듯했으니 말이다. 결국 이 책을 보면서 깨달은 한가지는...돈이 많다고 해서 부러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걸 현명하게 쓸만한 균형 감각이 없다면 많이 주어진다고 저절로 행복해 질 수는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비극의 원인이 될 수도 있더라. 결국 산다는건 노력과 생각과 희생과 타협이 필요하다는 것을... 돈이 많다해도 그것이 바뀔 수는 없다는 것이 이 책이 준 교훈이었다.

 

아마도 이 책은 버핏에 대해 잘 알고 싶으신 분들이 읽고 싶어하실텐데, 그런 분들에게 추천을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버핏에 대해 망라적으로 쓴 책이라고는 하던데, 이 책을 읽기전보다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다. 기껏해야 그동안 숨겨진 사생활에 대해 알게 된 것이 전부인데, 과연 그것을 알자고 이렇게 두꺼운 책을 읽는게 잘하는 짓일까? 그거야말로 버핏이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시간낭비가 아닐런지... 쉽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나, 농담 하나 없는데다, 굵직굵직한 금융사고가 있을때마다 설명이 어찌나 늘어지는지... 사건을 파악하는 것에 신경을 집중하다보니 정작 버핏이 뭘 했다는 것인지는 감이 잡히질 않았다. 참 어정쩡한 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골자만 따져보면 이런 것이다. < 버핏을 존경하자. 그는 존경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이 책을 참고하시고, 만약 책 읽는게 싫다시는 분들은 그냥 저 문장을 아무 선입견없이 받아들이시면 되겠다. 결론은 매한가지일테니 말이다. 나중에 이걸 내가 뭣하러 읽었을꼬 후회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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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0-01-3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자가 현인으로 존경받는 세상이라니!!! 어쩌다가 이지경에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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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감상적인 내용의 꿈을 꾸다 깼는데, 깨어서도 배경으로 울려 퍼지던 곡이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꿈속에서조차 대놓고 우울한 곡이란 생각이 들던 멜로디였다. 한참을 흥얼대다 그 곡이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란걸 깨달았다.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란 영화에 나오던 바로 그 곡, 평소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다분히 감상적이란 이유로 내게 별 점수를 얻지 못했던 음악이었다. 무의식 속에서 브람스가 떠오르다니, 아, 정말로 가을이 왔지 싶다. 이상하게도 브람스의 곡은 가을이 아니면 생각나지 않는다. 가을만큼 그의 음악이 절절하게 들려오는 계절도 없고... 하여 일부러는 절대 찾아서 듣지 않는 브람스가  갑자기 생각난 기념으로 같은 제목의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어릴적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를 잠시 본 적은 있었지만 그땐 어떤 내용인지 감 잡지도 못했었다. 이 책을 보고 깨달았다. 그 영화를 감상하려면 적어도 내 나이 정도는 되어야 했다는 것을. 영화 하나를 감상하는데 연륜이 필요하다는 말이 우습긴 하지만 사실인걸 어쩌겠는가. 그러고보면 어린 나이에 죽는다는 것은 본인 입장에서도 아까운 일이지 싶다. 이해의 싹을 제대로 튀워 보기도 전에 죽는 것이니 말이다. 하니 세상을 많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은 되도록이면 오래 사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겠는가 추천하는 바다.

 

헛소리가 길었다. 이 책의 장점을 들자면 우선 생각보다 얇다는 것이다. 저자인 프랑스와즈 사강이 25살에 쓴 책이라고 하는데, 건조하고 담담하며 톡 쏘는 듯 냉소적인 문체, 책이 두꺼워질 일이 없는 문체다. 문득 깡 마른데다 난센스는 질색할 듯 보이던 저자가 생각난다. 자신을 그대로 닮은 글을 쓰다니 그런 면에서 사강은 천부적인 작가라는 말을 들어도 무리는 없지 싶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까.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사강, 어쩜 그것이 너무 쉬었던 탓에 훗날 더 성장을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님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욕망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거나...  내용은 이혼녀인 서른 아홉의 폴이 스물 다섯의 시몬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남자 친구인 로제와의 삐걱대는 동거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감내하고 있었던 폴은 미국 부잣집 마나님의 인테리어를 맡다가 그녀의 아들인 시몬을 만난다. 자신이 대단한 미남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자의식 없는 시몬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바라보던 폴은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쫓아다니자 당황한다. 그녀가 결혼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상관없이 무작정 폴에게 달려드는 시몬, 그런 그의 무모함을 부잣집 철부지 아들의 불장난 정도로만 생각하던 폴은 점차 그의 진심을 다시 보게 된다. 로제마저 영화배우 지망생이라는 천박한 여자와 바람이 나자 한층 더 외로워진 폴은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시몬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녀만을 바라보는 시몬의 열정에 취해 잠시 나이마저 잊고 살던 폴은 로제가 다시 찾아와 돌아올 것을 호소하자 결단을 내려야 함을 깨닫게 되는데...

 

아마도 스물 다섯살의 사강은 폴& 시몬과 비슷한 커플을 주변에서 목격했을 것이다. 상상력만으로 썼다고 보기엔 너무 사실적이다. 나도 이십대 시절 비슷한 커플을 본 적이 있어 잘 안다. ( 다만 내 경우는 남녀 나이가 정 반대였다. ) 그렇다고 그녀를 폄하자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이 비슷한 쌍을 봤다고 해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우니 말이다. 스물 다섯이란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관찰력, 놀라웠다. 하지만 그 놀라움도 잠시, 그녀가 내린 결론을 보면서 다행스럽게도(?) 딱 스물 다섯에 걸맞는 통찰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 나이엔 이들의 만남을 이렇게 밖엔 설명할 수 없었을테지...최대한 좋게 보려해도 그렇게 밖엔 보이지 않았을테니 말이다. 언젠가 사랑보다 삶이, 일상이 크게 다가 올때가 있다는걸 스물 다섯에 어찌 알겠는가? 절대 모른다. 시몬의 순도 100% 사랑을 바람둥이에 철면피 배신남 로제와 맞 바꾸는 폴을 보면서 사강은 그녀의 소심함과 비겁함, 그리고 바보스러움에 대해 넌지시 언급한다. 그녀가 고독한 것도, 외로운 것도, 결국 배신을 당하는 것도 다 그녀 탓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사랑을 저버리는 그녀의 선택이 저자인 사강의 추측처럼 비겁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 전혀 없는 것일까?

 

" 그리고 당신, 저는 당신을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발합니다. 이 죽음의 이름으로, 사랑을 스쳐지나가게 한 죄, 행복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죄, 핑계와 편법과 체념으로 살아온 죄로 당신을 고발합니다. 당신에게는 사형을 선고해야 마땅하지만, 고독 형을 선고하는 바입니다. "--44

 

폴의 관심에 목말라 하던 시몬은 간신히 만난 그녀에게 이런 멘트를 던진다. 로제와의 간당거리는 사랑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폴은 이 말에 정처없이 흔들리게 된다. 이미 고독할 대로 고독했던 그녀의 눈엔 이제  자신이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음에도 세간의 눈이 두려워서 사랑을 외면하고 있는 겁쟁이로 비춰진 것이다. 연하인 시몬이 그녀를 순응주의자라고 부르자 평생 비 관습주의자로 살아왔던 폴이 반발하고 싶어졌을 거라는 것은 안 봐도 뻔 한 일,  하여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나이 차를 뛰어 넘어 그 둘의 낭만적인 연애는 그렇게 시작된다. 난 시몬의 저 문장을 읽는데 살짝 신경이 거슬렸었다. 이거 딱 바람둥이 멘튼데 싶어서다. 물론 이 책속에서 폴을 떠보기 위해 한 말은 아닐거라 생각되지만, 사실 폴을 무너뜨리기 위해 저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었을 것이다. 비극으로 끝난 수 많은 연애를 목격하면서 난 이상하게도 많은 남자들이 저 비슷한 멘트는 날린다는 사실에 주목한 적이 있었다. 여자들의 아킬레스 건을 어찌 그리 잘 아는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여자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덴 직방이지 싶다.  죄책감에 약한 여자들의 심리에 정통한건 아마 바람둥이들의 본능같은 것일 것이다. 어쨌든 사정이 어찌되었건간에 그렇게 시작된 둘의 사랑은 과연 행복했을까? 행복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용감하게 사랑을 택했으니 행복해야 하는데 마땅하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상사가 그렇게만 풀려 나가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사랑이 쉽게 풀려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난생 처음 사랑을 하는 남자와 사랑이라면 시작에서 끝까지 훤한 여자의 사랑이라... 비유를 하자면 그건 마치 놀이 공원에 막 입장한 사람과 놀다 지쳐 집에 가려는 사람이 한 팀이 된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한 사람은 모든 것이 재밌고 신기해 보이겠지만 다른 사람은  다 별로고 흥미가 없다. 한 사람은 펄펄 날지만 한 사람은 지쳐서 쉬고 싶을 뿐이다. 둘 다 진심이고 둘 다 진실이다. 둘 다 경험이 근거한 것이고 둘 다 절박하다는 점까지 똑같다. 단지 방향만 다를 뿐이다. 그런 악 조건 속에서도 우린  사랑했기에 행복했답니다라는 말을 그 둘은 하고 싶겠지만, 진심으로 그 말이 나오기란 정말로 어렵다. 거짓말이 아닌한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지 싶다. 이제 남은 문제라면 그 둘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가 라는 점일 것이다. 그렇게 둘은 사랑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 즉 살아간다는 문제로 헤어지기 마련이다. 미지와 기지, 둘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 관계란 부모 -자식 간이거나 사제지간에서일뿐이라, 동등함이 정상인 연인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이 될 수밖엔 없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은 그 둘의 이별이 사랑의 부재와 얄팍함과 변심과 배신때문으로 보일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말로 그건 사랑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다. 그리고 그걸 사강은 제대로 짚지 못하는걸 보면서 역시나 나이는 못 속이는군 싶었다. 만일 저자가 중년의 나이에 이 책을 썼다면 같은 결론이라도 다른 뉘앙스로 끝을 맺었을 것이다. 물론 젊은 시절과 똑같은 열정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관심을 가졌을때에나 가능한 일이었겠지만서도... 어쨌거나 그녀는 스물 다섯에 이 책을 썼고, 그 약간의 단점만 빼곤 여전히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사강의 다른 작품이 읽고 싶단 생각은 들진 않았으니 그녀가 내 취향은 아닌 모양이다. 아마도 그녀의 나머지 책을 읽으려면 꿈속에서 다른 계시를 받아야나 가능하지 않겠는가 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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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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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만 읽은 상태지만 일단 기록을 위해 리뷰를 쓰기로 했다. 비록 1권이라지만 어찌나 두껍던지... 다른 1권을 3개 정도는 모아놓은 분량이다. 그래서 불만이냐고? 어느정도는... 이건 자서전이 아니라 기록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세하니 말이다. 워렌 버핏, 세계에서 2번째로 부자인 이 양반에 대한 신화며 전설에다 사실과 에피소드와 명성을 한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지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관심이 생겼다면 그건 이상한 일일터... 그보단 그가 어떤 인물이며 어떻게 그런 부를 일구게 된 것인가 알고 싶어 집어든 책이다. 세상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간 얼마나 많은 거짓속에서 그를 알고 있엇는가, 한마디로 뉴스란 얼마나 많은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고, 있지도 않는 이야기를 부풀려 해대는가 깨닫게 되었다. 그건 한마디로 내가 그동안 버핏이라는 양반에 대해 가졌던 것이 환상에 불과했다는걸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나쁜 의미로 전혀 보통사람이 아니었다. 너무도 절실하고 간절하게 돈을 원했기에 부자가 될 수 밖엔 없었던 사람, 돈을 벌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나타나 돈을 싹쓸이 하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양반이라는걸 알게 된 것이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왜 자신의 자서전을 쓰게 했는지 정말로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별로인 사람이었다. 돈을 많이 벌었다는 사실 외에는 인간미라곤 전혀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설적으로 이기적인 부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시티즌 케인>의 복사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꼬.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케인과 닮을 꼴이 많다는걸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본인도 그걸 너무 잘 알기에 앞에 나서서 설교하고 친구를 사귀며 친분을 넓히는 과정에 혈안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돈을 싸들고 홀로 죽는것이 긍정적인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바보는 아닌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가족들과도 담을 쌓고 사는 그였다보니 그런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의기 염려 되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하여간 부자는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걸 부러워 할 것도 아니란 생각이 이 책을 보면서 들었다. 보통 사람으로 사는것, 어쩜 그것이야말로 최선의 지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던 책. 아마도 버핏으로썬 사람들에게 그런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는것을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지 모르지만, 어쩜 버핏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그의 자서전을 쓴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썼다면 오히려 더 끔찍한 자서전이 될 가능성이 많아 보임으로... 버핏을 더 좋아하기 위해 집어든 책인데, 그보단 그에게 학을 떼여 버렸으니,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책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편을 읽어보면 그에대한 존경심이 다시 생겨날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으로봐선 ...영 가망없어 보인다. 그래서 실상은 파헤쳐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저 남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는 진실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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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마르티 레임바흐 지음, 최유나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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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애인이 불의의 사고로 죽자 방황하던 멜라니는 도피 삼아 영국으로 간다. 파티에서 만난 스티븐과 충동적으로 결혼하게된 그녀는 자신이 드디어 행복의 열쇠를 얻었다며 좋아한다. 내면의 스멀거리는 불안감을 자각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5년 후 에밀리와 다니엘 두 남매의  엄마가 된 그녀는 최고의 엄마가 될거라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살가운 딸과는 달리 아들 다니엘이 말을 하지도, 공감을 나누지도 않는 모습에 멜라니는 불안해진다. 아들의 상태가 궁금한 멜라니는 진실을 알아내려 조급해하나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화를 낸다. 아무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첩첩산중속에서도 어렵사리 다니엘이 자폐아라는걸 알아 낸 그녀는 절망한다. 거부하고 싶은 진실과 마주한 그녀는 적어도 어제보단 더 나은 다니엘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그런 결심마저 아들의 상태를 부인하는 남편으로 인해 무너진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오히려 훼방과 비난만 해대는 남편과 시댁때문에 그녀는 회복할 수없는 상처를 입는다. 아들의 상태가 아내의 과민 탓이라면서 가출을 해버리는 남편, 끝 없는 우울속에서 허우적대던 그녀는 다니엘을 위해서 마음을 다잡는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이를 악 다문채, 다니엘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를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니던 그녀는 학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치료사 앤디를 찾아간다. 돈을 왕창 요구하던 그에게 거부감을 느끼던 그녀는 첫 진료날 다니엘에게 엄마라는 말을 가르치는 그를 보곤 감격하고 만다. 돈 줄을 죄는 남편과 화수분처럼 돈이 들어가는 다니엘, 아들을 포기할 수 없는 주인공은 살림살이를 팔아가면서 뒷바라지를 시작한다. 그녀의 형편이 어렵다는걸 눈치챈 치료사는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녀의 희생과 노력에 다니엘이 조금씩 반응할 무렵,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던 남편이 돌아오겠다고 선언한다. 한때 영리하다 자부했던 그녀는 다니엘을 위해 무책임한 남편과 합쳐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자신을 보면서 놀라고 마는데..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아들이 자폐아로 태어나면서 겪게 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던 책이다. 남편과의 갈등을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게 풀어가던 초반엔 그다지 흥미를 못 느꼈으나--이 여잔 왜 남편 욕을 이리도 하나 싶어서---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몰입이 쉬워졌다. 자폐아를 둔 엄마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소설처럼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절대 자신의 아이는 자폐아일리 없다면서 아이를 외면하는 남편과 시댁 사람들의 횡포에 맞서 아이를 위해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용기가 가상했다. 장애아의 엄마라는 상처를 극복하고 점차 강해져가던 그녀의 모습, 나약하고 의존적이기만하던 그녀가 조금씩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이 당당했다. 아이를 지켜내는 모든 엄마를 보면 늘 드는 생각이지만,  " 신이 모든 곳에 갈 수 없기에 엄마를 만들었다" 는 말은 정말 진리지 싶다. 신이 필요한 곳에 분연히 남아 아이를 지키고 있는 모든 부모에게 눈물의 기도를 보낸다. 이 책을 보면서 든 생각을 짧게 적어보자면...

1. 자폐아는 냉정하고 차가운 엄마 탓이라고 함으로써 자폐아의 엄마들에게 대못을 박아댔던 사이비 교수, 넌 필시 지옥에 가 있을거야.

2.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멜라니가 나중에 개차반 남편을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미 남편을 사랑하지 않지만 장애아를 키워야 하기에 그래도 다른 남자보단 남편이 낫질 않겠는가 저울질하던 그녀를 보니,  아마 나라도 현실적으로 그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엔 없겠다 싶었다.

3.힘들고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야말로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하거나 싫어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만약 다니엘의 자폐를 알았을때 주변의 사람들이 합심해서 도와줬더라면 멜라니의 어려움은 한결 덜어졌을 것이다. 집중해서 도와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반대로 너무도 쉬운 사람들이 있는걸 보면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란 말이 맞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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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면 - 사랑하는 아들에게 피터 레이놀즈 시리즈 5
앨리슨 맥기 지음, 김경연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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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아이였던 나는 언제 어른이 되나 조바심을 내곤 했었다. 어른이 되면 근사한 일이 많이 생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재밌을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들과 새로운 즐거움과 새로운 여행지...날마다 재밌는 일로 가득찰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어른으로써 내 마음대로 살아가도 된다는 자유가 주어질거란 기대에 어른이 되는 순간을 갈망했었다. 그때가 오면 날마다 새로우리라, 그때가 되면 날마다 행복하고 날마다 흥미로우리라...나를 그럴거라 기대했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자유가 주어진다는 점은 맞았지만, 그리고 그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이 기대했던것만큼 좋은 것이라는 점만은 사실이었지만...그럼에도 난 별로 행복해지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날마다 배우는 날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지 않은 날에도, 기분은 그저 그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 날에도 새로운 것을 본 날에도,그런 일상들들도 점점 익숙해지면서 심드렁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다시 미래를 기약해야 했다. 미래 어느날엔가는 행복해질거야, 미래 어느날에는 흥미진진해질꺼야, 미래 어느날에는 비로서 평화를 찾을 거야. 쉴새없이 현재를 미래로 밀어 올리면서 난 덕분에 살게 됐다. 현재는 아니지만 미래는...이라는 단서로 현재의 불행을 감내했던 것이다. 그렇게 난 현재가, 순간순간이 지긋지긋하기만 했다. 언제든지 날려 버리고 벗어던지면 잊고 싶은 순간이 바로 지금이었다. 내가 "지금만 아니라면..." 이란 심정으로 살고 있다는걸 아는 사람은 아마 나밖엔 없었을 것이다. 그 비참함을 자각할때마다 난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들은 어떻게 자신의 함정에서 벗어날까?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우리는 그 함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걸까? 그것이 바로 삶이고 인생인것일까? 난 절망했던 것 같다. 아니, 절망했었다.

 

그러다 우리집에 한 아이가 들어왔다. 그 아이는 조금씩 조금씩 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난 처음으로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아이와 있다 보니 순간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됐기때문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작은 내천에서 먹이를 찾는 왜가리가 한없이 멋지게 보인 것도, 개천에서 목욕을 하고 잠이 드는 야생 오리를 발견하고 숨을 죽이게 된 것도, 그곳에 사는 물고기를 향해 과자를 던져 주다 그 과자를 빼앗아 먹겠다고 달려 나온 쥐를 보면서 탄성을 지르게 된 것도 아이가 가져다 준 변화였다.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였고, 필요치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걸 알게 됐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보니, 그렇지 않은 것을 발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늘 소박한 것이 최고라고 말을 하면서도 한번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아이과 함께 행복하다는건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걸 알게 됐다. 멋진 자동차나 근사한 장난감이 아니라도 아이는 충분히 행복해했다. 작은 상자 하나, 흔해빠진 놀이터, 지나가는 도둑 고양이, 아침을 비추는 햇살과 비오는 날 아침의 소리, 비처럼 내리는 봄의 벚꽃 나무, 나뭇가지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참새, 주인과 산책을 나온 올망졸망한 강아지들...주변에 널린 모든 것들이 아이에겐 신기하고 소중한 것이었고, 그 사실은 나에게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렇다. 드디어 나는 그렇게 고대하던 흥미로운 순간을 살고 있었다. 구호만의 삶이 아니라, 경구속의 박제된 삶이 아니라,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명제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냥 그대로의 삶에 만족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한 아이의 존재만으로 가능했다는 사실은 내겐 정말로 충격이었다. 한 인간의 위대함이 그렇게 클 것이라는걸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랐던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탄생을 맞이하면서 비로서 그가 그토록 바란 존재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니, 아이러니하지 않는가?

 

이 동화책은 아이를 통해 작은 것의 소중함과 순간순간의 중요함을 깨닫게 된 한 아버지의 독백이다. 그는 말한다. 아들아, 너를 보니...

 

너의 노란 컵이, 나를 깨우는 노랫 소리가, 비스듬히 비치는 아침 햇살이

 

처음 만난 잠자리가, 그리고 커다란 상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첨벙첨벙 뛰어놀 웅덩이가, 부었다 쏟았다 하는 모래 놀이가, 마루 위를 달리는 트럭이

 

벽에 표시한 연필선이....우주선 잠옷이, 우주 여행 이야기가, 두려움 없는 도전이, 서두르지 않는 여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아, 널 보면 알겠구나

 

지금의 이 순간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다.이 동화책은 아이들을 위한책이 아니다. 아들이 밝게 노는 모습과 함께 잔잔하게 내뱉어진 아버지의 독백이 비록 아름답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의미있게 다가오진 않을테니 말이다. 아이들에겐 오히려 이 책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들보다 아이들 둔 부모님들을 위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를 보면서 날마다 감사를 하는 부모님들의 심정을 읽어주는 책이니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순간의 중요성을 날마다 새록새록 알아가는 부모들을 위한 책, 그리서 아이들이 이해하건 말건간에 너무너무 사랑스런 책이었다. 손에서 쉽사리 내려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비록 아이들을 위해 나온 동화책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짧은 동화책속에서도 어른들이 공감하고 배울 것이 있으며 찬탄거리가 있다면 우리도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추천한다. 한마디로 부모를 위한 책이라고 하겠다. 그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적혀진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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