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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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내게 이런 날이 오다니, 기어이 오고야 말다니 한탄스러울 따름이다. 내 살아가면서 평생 빌 브라이슨에 대해선 나쁜 소리를 안 하게 될 줄로만 알았건만... 역시 미래란 알 수가 없는 것인가보다. 그렇게도 내가 믿고 신뢰했던 빌 브라이슨, 그의 책이 이토록 쓸모가 없을 줄 어찌 알았겠느뇨. 그런데 정말로 그랬다. 미국의 역사를 언어로 파헤쳐 보자는 그의 의도, 언뜻 듣기엔 나쁠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래, 좋지 아니한가?  잊혀진 언어와 새로 생겨난 언어를 통해 미국 그 자체를 분석해 보자는 취지, 이런 발상을 해 냈다는 것 자체가 그가 대단하다는 증거라면서 호들갑을 떨어댔더란다. 물론 이 책을 읽기전의 이야기다. 그 모든 것의 역사를 쓰신 양반이니, 미국 역사와 그의 언어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까발려 주시겠지. 기대 만발이다...라면서 한참 좋아만 했다. 이럴땐 보면 나도 무식해서 한없이 용감한 측이 줄을 서야 할 모양이다. 하여간 그 호감은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으니... 어허, 오호 통재라. 너무 심하게 시시콜콜 까발려 주고 있지 뭔가. 어찌나 하나도 빼 놓지 않고 설명을 하시던지 그만 졸고 말았다. 졸다 못해 깨어나보니 아직도 여전히 강의가 계속되고 있는걸 알았을때 기분 아시는가? 책을 절반 정도 봤을때의 내 심정이 바로 그랬다. 갑갑한 마음에 펄펄 화를 내고픈 심정, 읽어야 하나 마나 고민하며 페이지를 들추려니 자연스레 역자 생각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세상에. 읽기도 무서운 이 책을 어떻게 번역했더란 말이냐. 아마도 내 다신 번역하지 않으리 하고 나선다고 한들 충분히 이해 가는 상황이다. 그러게 번역 오래 할려면 운도 따라 줘야 한다니까? 라면서 역자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나라면 도저히 다 끝마치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이걸 다 쓴 저자 이 양반도 무서분 사람이지만, 이걸 번역한 역자야말로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쓸모없는 책을 쓸모없다는걸 잘 알면서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본인도 번역하면서 무척 궁시렁 댔을 것이다. 아니, 왜 난 다른 재밌는 책을 놨두고 이 책을 번역하고 있단 말이냐 하면서... 마치 내가 직접 보기라도 한 듯 명백하다.  

 내용은 뭐, 미국 역사를 흩어보면서 언어의 변천사를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미국에 잘 안 알려진 내진 잘 못 알려진 이야기를 바로 잡아준다는 면에서 자못 쏠쏠한 흥미거리를 유발하고는 있었으나, 문제는 이것이 미국 역사란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언어인 영어고. 아무리 글 맛깔나게 쓰는 빌 브라이슨이라고 한들 미국의 잊혀진 사투리들과 언어,그리고 실존 인물들의 뒷담화가 얼마나 재밌고 흥미넘치겠는가? 기를 쓰고 흥미있는 척 해봤자 결국엔 진이 빠지더라. 알고 싶지 않은데... 이거 정말로 내가 꼭 알아야 하는 일들일까 ? 내진 이렇게 읽는 책의 내용이 얼마나 내 머리속에 저장이 될까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실 대었다. 단어를 읽는 족족 휘발되는 듯한 느낌이 가속화되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만약 그 단어들이 습기였다면 내 방은 아마도 가습기 없이도 이 가을을 충분히 보내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여 지금 내 방안에 휘발된 단어들과 함께 사이좋게 앉아 있는 지금... 역자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싶을 뿐이다. 책 하나를 읽고도 별로 남는게 없는 책을 번역하는게 쉬운 것은 아니니 말이다. 정말로 고백하건데, 이 책은 기억하고 싶은 정보가 거의 없었다. 이 책을 읽었다는 기억마저도 빨리 휘발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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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없는 토끼 - Rabbit Without Ear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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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20대 한때 훤칠한 키에 자타공인 잘 생겼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남자와 몇 번 데이트를 한적이 있다. 잘 생기기만 했나? 주변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과 함께 선후배의 존경을 한몸에 받던 사람이었다. 하니 내가 드디어 완벽한 짝을 발견한 모양이라며 쾌재를 부른 것도 이해가 되실 것이다. 더군다나 동아리 모임에선 어쩜 그렇게 말도 후덕하게 잘 하던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인격이 팍팍 느껴지곤 했다. 하여 전화 오기만 오매불망 기다리다 전화를 받자마자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가곤 했던 데이트 현장, 그곳에서 난 기대와 달리 늘 한가지 주제에 매달려 이야기를 나누어야 (?) 했다.< 주제--그는 얼마나 잘 생겼으며 사랑받아 마땅한 인간인가? 왜 모든 여자들은 그를 귀찮게 하는가? > 신기한 것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 놓아도 결국엔 그 주제로 흘러 가더라는 놀라운 귀소본능이었다. 내 말하지만 그런 본능이 내재한 사람과 어떻게든 대화를 하려 시도한다는건 우산 들고 쓰나미를 막겠다고 나선 것과 대략 비슷하다. 끝없이 흘러 나오는 그의 찬가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난다. "와,  빨래 집게로 저 입을 꽉 다물게 할 수 없을까? 입만 다물고 있으면 비주얼은 딱 그만인데 말이야. 이 무신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입에서 하도 쓰레기만 뱉다보니 이젠 얼굴이 쥐처럼 보이는군, 아깝다...쩝;;;;" 적어도 인간하고 데이트를 하고 싶다는 내 소망은 그리하여 그와의 만남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으니... 하지만 결별의 이유를 굳이 말하진 않았다. 어떤 설득력으로도 그가 쥐처럼 보인다는 것을 그에게 이해시킬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나 조차도 비주얼과 내면의 불일치가 들려주는 충격스런 파열음을 처음 경험했던지라, 그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 못했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오래전 에피소드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이 영화가 그 당시를 생각나게 해서일 것이다. 완벽한 비주얼의 주인공에 감탄하고 있는데, 정작 그가 입만 열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어지는 난감함이 교차하는 영화였으니 말이다. 그렇다. 사진속의 저 남자 틸 슈바이거... 그 멋진 독일 남자가 이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까지 했다한다. 아마 각본까지 썼을걸? 싶어 확인해 보니 것도 맞다. 놀랍지도 않다. 곳곳에 틸 슈바이거표라고 도장이라도 찍어 놓은듯 했으니 말이다. 적어도 감독이나 각본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 낯 부끄런 유치찬란함이 중화라도 될 수 있었으련만, 아마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하다. 단지 돈을 아끼자는 차원이 아니라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보니 다른 사람들과 타협이 좀체 안 됐을 것이다. 아니 하고 싶었을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긴 칸느상에 빛나는 예술 영화를 찍는것도 아닌데, 좀 유치하면 어떤가? 감독 맘에 들면 그만이지, 안 그래?
 


 
                        < 멋진 외모의 틸 슈바이거와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던 것 중 하나인 귀없는 토끼 인형>
 
줄거리는 간단하다. 가십 전문인 파파라치 기자 루도는 유명 스타의 약혼식을 망친 댓가로 300시간의 봉사명령을 받게 된다. 그가 근무해야 하는 곳은 유치원, 도살장에 끌려가듯 그곳에 간 루도는 그곳을 운영하는 원장이 그가 어렸을적에 놀리곤 했던 안나라는 것을 알게된다. 루도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안나는 루도를 골탕 먹이느라 동분서주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너무 착한 여자, 루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곧바로 드러난다. 자칭 원 나잇 스탠드의 달인인 루도는 안나에게 연애에 대해 조언을 해주지만, 정작 안나는 육체만의 관계는 사절이라면서 루도를 비난한다. 생각지도 않게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루도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인 안나는 결국 루도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여자를 고려해본 적이 없다는 루도는 우린 친구사이라면서 안나의 말을 일축해 버리는데...
 

뭐, 어떻게 결론이 나게 될 지는 안 보신 분이라해도 충분히 짐작이 되실 거라 본다. 다만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가 영화를 살리고 죽이는 주안점이 될텐데, 이 영화는 참담할 정도로 어설펐다는 점이 문제겠다. 하긴 그렇게 따지자면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는 것조차 당최 이해 안가는 스토리였지만 어쩌겠는가? 로맨스 영화 주인공인데, 맞건 안 맞건 간에 사랑에 빠져야 함이 공식 아니겠나? 그것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간다고 치자. 계면쩍도록 안스러운 것은 이 틸 슈바이거라는 배우, 누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인간 같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어떤 멘트를 날려도 여자들은 자신에게 정신을 못 차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정말이지 못 말리는 자기애지 싶다. 그렇다보니 생각없이 무지막지 날려주는 그 어색한 멘트를 소화해내기가 무척 힘들었다. 고민끝에  음을 아예 없애 버리고 영화를 봤더니 속이 다 시원하더라. 물론 자막이라는 복병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무시하고 보니 그래도 한결 나았다. 하여, 이 영화의 장점만 열거하자면 바로 이렇다.
1. 독일산 자동차는 넘 깜찍했다. 노란 택시 조차도 명품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주인공보다 더 자주 나오길 기대하며 본 소품이 되겠다. 누가 독일 자동차만을 보여주는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넉근히 1시간 정도는 열중해서 보겠는데 말이지. 독일은 자동차만으로도 멋진 배경이 되는구나 부럽기 한량 없었다. 물론 그들은 전혀 그걸 알지 못하겠지 라면서...그나저나 우린 언제 저렇게 예쁜 차들을 만들어 낼꼬....
2. 주인공이 만든 귀없는 토끼가 귀엽다. & 독일어 억양이 그렇게 귀에 멋지게 들리는 언어라는걸 이 영화를 보고 깨달았다.
3. 영화속 유아원에 다니는 아가들이 귀여웠다.
4.셋을 합하면 내가 왜 이 영화가 비주얼이 볼만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실 것이다.
5.그래도 초반 성형 중독에 걸린 인기스타 인터뷰 장면 정도는 괜찮았다. 하여간 좋은 장면과 어색한 장면과 튀는 장면과 귀여운 장면등으로 줄곧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하기만 한 영화였다. 내가 보기엔 틸 슈바이거 이 감독, 여자와 엮이는 장면 외엔 그래도 꽤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 같은데 말이지... 연기도 잘하고 말이다. 앞으로 그가 사회성이 강한 영화를 혹시 만들었다고 하면 한번 볼 생각이다. 의외의 영화가 나올 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것이 내가 그에게 해줄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한다. 그나저나 난 이 리뷰를 왜 이리도 길게 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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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스플랫이 사랑에 빠졌어! 고양이 스플랫 시리즈 2
롭 스코튼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어린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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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는 유치원이 어떨지 몰라 불안에 떨던 스플랫. 그가 이젠 유치원에 적응을 한 모양이다. 이젠 같은 반 친구와 사랑에 빠졌으니 말이다. 까만 고양이 스플랫이 그만 사랑에 빠졌단다. 상대는 바로 눈처럼 새하얀 발과 완두콩처럼 동그란 초록색 눈을 가진 고양이 키튼!!! 세상에, 생선보다 아이스크림보다 키튼이 좋다니 이거 증세가 심각하다. 

하지만 콩닥콩닥 거리는 이런 스플랫의 마음을 몰라주는 키튼은 스플랫을 보기만 하면 장난하기 바쁘다. 귀를 잡아당기고, 배를 콕콕 찌르고, 꼬리를 꽁꽁 묶어놓고, 냄새가 난다고 킁킁 대다가 재빨리 달아나 버리는 키튼, 가여운 스플랫은 그만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한다. 발렌타이데이 날, 키튼에게 줄 카드를 만든 스플랫은 키튼을 그보다 더 사랑한다는 연적을 만나게 된다. 모든 면에서 그와 비교가 되지 않자 카드를 버려버리는 스플랫, 이때 그가  휴지통에 버린 초라한 카드를 집어드는 이가 있었으니 과연 그는 누구일까?  

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사는 유아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어쩜 넘 쉬운 말인지도 모른다 . "사랑해!" 가 인삿말인줄 아는 유아들이 무슨 사랑을 알리요. 아직은 이르지만 그렇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종종 유아원에 누가 좋고 싫었어 라는 의사표시를 해오니 말이다. 다소 소심하고 엉뚱한 스플랫 역시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다. 그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는 스플랫, 어쩜 그런 스플랫의 모습은 어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유아들에겐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은 때라 친구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다지 오래가는 감정이라거나 깊은 감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래가지도 않는다. 관찰한 바에 의하면... 하여, 사랑에 빠진 스플랫을 아이들이 좋아할까 고민하며 산 책인데,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더라. 왜냐면 어른이 봐도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런 동화책이었기 때문이다. 맞다. 요즘 이 책은 내가 보고 있다. 이러다가 나이와는 반대로 동화책 매니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 하여간 내가 하려는 말은 아이들을 위해서도 사셔도 되지만 아이들이 별로라면 어른들이 읽어도 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림이 한마디로 깜찍하니 말이다. 기분 꿀꿀하신 어른들에게 기분 전환용으로 강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은 가라~~~ 어른들이 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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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음은 태양
E. R. 브레이스 웨이트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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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가이아나 출신의 흑인 브레이스웨이트는 종전 직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런던으로 온다. 2차대전때 공군에 근무했던 그는 군대내에선 느끼지 못했던 차별을 사회속에서 받게 되자 한기를 느낀다. 캠브리지 출신의 화려한 이력도 그의 직업을 구해주진 못했으니, 단지 흑인이란 이유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낙담한 그에게 어느날 한 노인이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변두리에 교사가 부족하니 한번 응시해 보라는 것, 워낙 일손이 부족하니 자네 같은 인재를 거두절미하진 않을걸세 하는 말에 발끈했던 그는 노인의 차분한 대응에 지고만다.  

" 이런 이런 흥분하지 말게 젊은이." 그는 대단한 인내심으로 나를 상대해 주었다. 내가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스트엔드에 사는 사람들을 그렇게 얕잡아 보면 곤란하지. 바로 그 빈민가오 골목길에서 이 나라의 수많은 전문가와 과학자,그래고 몇몇 정치가들이 배충괴었으니 말일세.그러니 말조심 하지 않으면 젊은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 도 더 지독한 속물이 되고 마는 거지. 설마 다른 일자리를 구하러 다닐 때에도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건가? "  

다른 사람들을 속물이라고 비난했던 그 역시 가난이라는 잣대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있었다는걸 깨달은 그는 당장 교육청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노인의 예언대로 교사가 된다. 직장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뛸 듯이 기쁜 그의 속내도 알지 못한 채 변두리의 허름한 학교의 교장과 선생님들은 그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을 한다. 말이 거칠고 행동이 험악한 아이들을 보곤 충격을 받은 그는 그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한다. 이 책의 묘미는 바로 그가 그 고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좋은 교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있었다. 비록 험하게 굴긴 하지만 마음 만은 아직 여리고 혼란스런 아이들에 불과하다는걸 깨달은 그는 아이들에게 사회 적응 훈련을 시작하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먹혀 들어간다. 점점 아이들의 신뢰와 존경을 얻은 그는 아름다운 동료 교사와의 데이트로 학교 생활이 행복하기만 한데... 

유명한 영화의 원제다.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는 볼때마다 감동적인 여운을 주는 영화중 하나였는데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이길래 웃고 말았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리라... 뭐 ,줄거리야 이미 유명하니 새삼 더 요약할 것은 없다고 보고. 이 책을 읽고 얼마전 읽은 책에서 하던 말이 생각났다. 영국 공립 학교가 몰락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데로 학교의 질이나 교사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빈부차가 그만큼 벌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좋은 교사를 모셔 놓는다 해도 돈 벌이를 하느라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를 메워줄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빈곤의 대물림 , 악순환이 그렇게 심각한 것이었던가 새삼 헤아려보게 된 책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60년대의 영국이 비슷한 면도 있지만 어찌보면 지금보다 나았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가난해도 아이들을 잘 키우려 마음 먹은 부모들이 있었고,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라면 뭔가 배우려 하는 아이들이 있었으며, 아이들을 무서워 하는 부모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빈곤이야말로 최악의 교육 조건이다라는 말이 선진국이라는 영국에서 들여오는 마당에 우리나란 어떨까 ...현재는 앞으로는, 먹먹해지는 기분이다. 최악의 빈부차에 멀어지는 교육 기회 조건등으로 결국 한 나라 안에서 서로를 경계하고 경멸하며 타인시 하는 나라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부디 그럴 정도엔 오지 않을 정도로 어른들이 지혜를 짜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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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 또또가 달라졌어요 11
안나 카살리스 지음, 마르코 캄파넬라 그림, 이현경 옮김 / 키득키득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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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또또 시리즈가 또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냉큼 사버렸다. 10권의 또또 시리즈는 조카가 매우 좋아하는 동화책인데, 원서로 이 책을 먼저 접한 조카는 종종 내게 와서 "빌리" 를 읽어달라고 조르곤 한다. 이를 안 닦는 빌리. 거짓말을 하는 빌리, 외가댁에 가기 싫은 빌리, 야채를 안 먹겠다고 버티는 빌리, 유치원에 가기 싫은 빌리,  골이 난 빌리, 동생이 얄미운 빌리, 친구를 돕는 착한 빌리, 잠이 안 오는 빌리, 회사가는 엄마가 싫은 빌리등등....내가 못 알아들은 척 하면 손 짓 발 짓을 해가면서 내용을 설명하는 조카를 보는 것도 꽤 재밌다. 어쨌거나 10권외에 다른 책이 나올 줄은 생각지 못했는데 이번에 11권째 빌리가 나와서 무척 반가웠다.--솔직히 이런 책은 앞으로도 계속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게 내 바람이다. 시리즈로써 한권 한권이 빠지는게 없기 때문이다. 내용도 각권마다 다 알차고 충실하며 그림의 완성도도 높고 개성있는데다다,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표정들이 살아있어 대충 설명만 해줘도 상황이 파악되는 점등이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소다. 모서리를 둥그렇게 해서 어쩌다 던져도 아이들에게 상처가 안 가게 만들었다거나 푹신한 표지 역시 이 책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고... 

 서두가 길었다. 오늘은 내 생일의 내용은 꼬마 생쥐 빌리-- 한국명 또또--가 곧 5살이 되면서 시작된다. 부모님들은 생일 파티를 열어주겠다면서 또또에게 친구를 초대하라고 한다. 쿠키를 굽는 엄마를 보면서 한껏 들 뜬 또또... 또또는 엄마에게 생일 선물로 뭘 줄 것인지 묻는다. 깜짝 생일 선물을 하겠다는 엄마와 아빠. 하지만 또또에겐 받고 싶은 선물로 점찍어 놓은것이 있었다. 바로 장난감 가게에서 본 자전거...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장난감 가게에 친구와 들른 또또는 그만 자전거가 사라진 것을 알고는 실망한다. 엄마가 자전거를 사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던 또또의 바람이 그만 어긋나 버린 것... 낙담한 빌리는 생일 파티도 신나지 않는다. 엄마, 아빠가 깜짝 선물을 주기 전까지는~~~~! 과연 또또를 깜짝 놀라게한 엄마, 아빠의 선물은 무엇일까? 

보고 다시 봐도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그림이 예쁘다. 어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는지, 신나하고 기대하고 낙담하고 실망하며 신나하는 또또의 모습은 척 보기만 해도 짐작이 될 정도였다. 아가들을 근거리에서 관찰한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이란 생각에 무척이나 흐믓했다. 아이들에겐 마치 자신들이 주인공인양 공감하기 쉽다는 점이 장점이고, 긍정적인 이야기에, 아이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귀여운 주인공 빌리, 그리고 따스한 빌리의 부모와 주변 등장인물들의 조연으로 돈이 아깝지 않는 동화책이 아니었는가 한다. 하여간 이 시리즈의 책은 다 맘에 든다. 저자인 안나 카살리스여사의 나이가 꽤 되는 것 같던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이런 좋은 동화책을 마구마구 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린 마르코 캄파넬라 아저씨는 말할 것도 없고... 빌리 시리즈의 12권 13권도 빨리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카가 다 커버리기 전에! 그럼 나도 이 동화책을 읽을 일이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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